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150화 (150/200)

< 합동작전 2 >

“와아! 바다다!”

황수영이 양손을 번쩍 들고 외친 다음 맹렬히 달려갔다.

달려가면서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더니 순식간에 비키니 차림이 되었다.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의 핵심 멤버들이 하와이에 도착했다.

그들뿐 아니라 디펜더스에서 보낸 각성자들도 함께였다.

디펜더스에서는 이번 작전에 무려 100명이나 되는 각성자를 보냈다.

하지만 강하진은 그들의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디펜더스 측 각성자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평소와 달리 가디언스에 굉장히 협조적이었다.

이번 작전이 얼마나 위험할지 모르니, 가디언스가 그들의 목숨 줄을 쥐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이번에 참여한 디펜더스 각성자들은 비교적 최근에 디펜더스에 합류한 자들이었다.

정확히는 디펜더스가 아니라 디펜더스 서포터였다.

디펜더스 멤버는 현재 제이슨, 윌리엄, 제니퍼, 스팬서 네 명뿐이었다.

추가 멤버를 곧 발표할 거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었다.

아무튼 추가 멤버는 당연히 서포터 중에서 선발할 것이기에 다들 내심 기대 중이었다.

일단 정식 멤버가 되면, 누릴 수 있는 수준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니까.

하지만 여기 참여한 디펜더스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었다.

정식 멤버가 되려면 일단 가장 필요한 것이 실력이었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자신의 실력으로는 디펜더스의 서포터에 남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겠는가.

그저 충성하는 것이 전부였다.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는 것만이 그들이 지금 서포터로서 누리는 혜택을 계속 유지할 유일한 방법이었다.

지금 이곳에 있는 디펜더스들은 불합리한 명령이나 불법적인 명령이라도 충분히 들을 용의가 있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에게 내려온 명령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가디언스에 협조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명령이었다.

그러니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가디언스의 실력이야 너무나 유명했고, 거기에 던전 브레이커까지 합류했으니 협조만 잘하면 안전하게 작전을 완수할 수 있으리라.

디펜더스 각성자들은 그렇게 희망찬 생각으로 하와이 해변을 바라봤다.

황수영이 가디언스의 여자 각성자들을 강제로 데리고 바다로 들어가는 광경이 보였다.

다들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강하진이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혹시 명단에 없던 인물이 끼어든 건 아닌지, 또 제이슨이나 윌리엄, 제니퍼의 권속이 끼어든 건 아닌지 확인했다.

하나하나 살펴봤지만 정확히 명단 대로였다.

더 끼어든 사람은 없었다. 권속도 없었고.

하지만 그래도 마음을 놔선 안 된다. 언제 어떻게 몰래 끼어들어서 수작을 부릴지 알 수 없으니까.

“뭐해요! 거기서 계속 구경만 하실 거예요?”

황수영이 손을 흔들며 소리치자, 강하진이 피식 웃고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어쨌든 당장 일이 벌어질 것 같지 않으니 첫 날은 긴장도 좀 풀 겸, 노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강하진이 바다로 다가가자, 나머지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 각성자들도 환하게 웃으며 얼른 옷을 벗었다.

다들 속에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하여튼······.”

강하진은 그걸 보고는 피식 웃었다.

안 놀았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 * *

“저 여자가 왜 여기 있는 걸까요?”

황수영이 눈을 가늘게 뜨고 강하진을 흘겨보며 물었다.

“왜요? 제가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건가요?”

정아연이 허리에 손을 착 얹고 황수영을 보며 당당히 묻자, 황수영이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휙 돌렸다.

그동안 정장만 입고 있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수영복 입은 모습을 보니 경쟁심이 확 올라왔다.

“일 때문에 온 거예요. 일.”

“그게 일하는 복장이라고요?”

황수영이 다시 고개를 휙 돌려 정아연을 보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비키니 상의와 하의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하자, 정아연이 배시시 웃었다.

“장소에 어울리는 복장을 한 것뿐이죠.”

“아오, 얄미워!”

“자, 우린 저리로 가서 얘기 좀 할까요?”

정아연이 강하진의 팔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팔을 걸치며 살짝 잡아끌었다.

“가긴 어딜 가!”

“일하러 간다니까요?”

황수영이 그걸 두고 볼 리 없었다. 그녀는 얼른 뒤로 따라붙었다.

어느새 세 사람은 야자수 아래에 드리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말씀하신 부분 다 알아보고 준비도 다 끝냈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요, 저도 오랜만에 재미있었어요.”

정아연은 강하진과 함께 하기 시작한 이후 A-마켓 내부에 자신만의 세력을 구축했다.

그녀의 세력은 성장을 거듭해서 이제는 그 자체로 대단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포섭해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 자들 중에는 사업에 필요한 인재들도 있었지만, 각성자들이 많았다.

A-마켓은 사업의 특성 상, 다수의 각성자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가디언스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기 시작한 이후, 다양한 길드를 포섭해 많은 각성자를 확보했다.

정아연은 그런 길드와 각성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확실한 성과를 얻었다.

강력한 힘을 손에 쥔 그녀의 입지는 A-마켓 내에서 따를 자가 없을 정도로 확고해졌다.

“언제든 투입할 수 있는 각성자 200명이 대기 중이에요.”

“많군요.”

정아연이 환하게 웃었다.

“많을수록 좋잖아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들로만 모았어요. 대신 실력은 좀 떨어지니까 그 부분 감안하셔야 해요.”

강하진은 그런 정아연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불쑥 물었다.

“혹시 각성하고 싶은 생각 없습니까?”

“예?”

정아연이 화들짝 놀라 강하진을 바라봤다.

그런 생각이 왜 없겠는가. 일반인 중에서 각성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하면 무조건 좋은 게 바로 각성이니까.

“당연히 하고 싶죠. 하지만 그게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됐습니다.”

강하진이 아공간에서 시스템 접속권을 꺼냈다.

마지막 남은 한 자리를 쓸 때가 되었다.

윤경민을 각성시키면서 남은 하나는 정아연을 위해 쓰기로 이미 마음을 먹었었다.

마침 기회가 왔으니 지금 써주기로 한 것이다.

“그게······ 뭔가요?”

정아연은 그렇게 물었다가 눈을 부릅떴다.

“어······ 이, 이게······!”

정아연이 깊어진 눈빛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레벨은 나중에 천천히 올리는 걸로 하죠.”

강하진은 그렇게 말하고 요새를 소환한 후, 정아연을 전투병사로 등록했다.

“아아······!”

정아연은 차오르는 힘에 전율했다. 전투병사로 등록되면 자연스럽게 버프를 받게 된다.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버프가 커지는데, 지금 강하진은 휘하에 수만 명의 전투병사가 있었다.

그 버프의 힘에 정아연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각성이라는 것이 이렇게 대단한 것일 줄은 몰랐다.

물론 그건 정아연의 착각이다. 그녀가 전투병사로 등록되었기에 이런 힘을 느끼는 것이지, 평범한 각성을 했다면 이 정도로 강력한 힘을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힘을 얻으려면 사냥을 통해 레벨을 올려야 한다.

“뭐야, 지금 정아연 씨 각성한 거예요?”

황수영이 깜짝 놀라 정아연과 강하진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러더니 눈이 커다래져서는 강하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윤경민! 그 사람도 강하진 씨가 각성시킨 거 맞죠!”

강하진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에 든 시스템 접속권을 보여줬다.

“이걸로 한 겁니다. 마지막 하나 남은 걸 정아연 씨한테 쓴 거예요.”

정아연은 그 말에 훨씬 더 깊어진 눈으로 강하진을 가만히 바라봤다.

“정말······ 고마워요.”

강하진은 그런 정아연을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긴 한데······.”

“예? 뭐가요?”

“정아연 씨가 사람을 잘 부려서 그런 건가?”

“무슨 말씀이신지 좀 알아듣게 얘기해 주세요. 뭔데요?”

하지만 그 말을 황수영이 먼저 알아들었다.

“아아앗! 설마! 설마 그거 아니죠?”

강하진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설마 그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맞는 거 같네요.”

“이건 말도 안 돼!”

그런 황수영의 반응에 정아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정아연 씨한테 지휘관의 재능이 있네요.”

“예? 지휘관이요? 그게 뭔가요?”

강하진은 정아연을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사실 이제 갓 각성한 사람이 지휘관이 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지휘관에 임명된 순간 정아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이거 정말 당황스럽네요.”

“당황하실 거 없습니다. 이제 가셔서 이번에 데려온 각성자들을 전투병사로 등록하시면 됩니다. 다들 좋아할 겁니다.”

그들은 강하진과의 관계가 거의 없을 테니 강하진이 나서서 전투병사로 등록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아연의 사람이니 그녀가 전투병사로 등록할 수 있었다.

졸지에 전투병사 200명을 확보하게 된 셈이었다.

“아······ 정말 당황스럽네요. 그리고······ 고마워요. 저도 앞으로 더 힘낼 거예요.”

정아연은 그 말을 하고난 다음, 황수영을 힐끗 쳐다봤다.

눈이 마주친 황수영이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정아연은 황수영을 향해 가볍게 웃어준 다음 다시 강하진을 바라봤다.

“DM이 기존 사업을 철수하고 새 사업을 준비 중이에요.”

“그럴 거 같았습니다.”

DM에 관한 정보는 대부분 정아연에게 일임한 상태였다.

명인혁은 그거 말고도 담당하는 일이 많으니 정아연을 통해 일을 좀 덜어낸 것이다.

또한 정아연은 DM과 경쟁 관계에 있는 A-마켓의 힘을 이용해 양질의 정보를 꾸준히 확보했다.

“그들이 지금 노리는 사업은 포션 쪽이에요.”

“포션?”

“이번에 미국 측에서 개발한 포션의 레시피와 판권 일부를 받기로 하셨다고 들었어요. 맞나요?”

확실히 정아연이 대단하긴 하다. 아직 말해주지 않은 부분까지 벌써 알고 있으니 말이다.

“맞습니다.”

“그 레시피,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어요.”

강하진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장난질을 치겠다 이거로군요.”

“핵심이 빠진 레시피에요. 제대로 된 레시피로 만든 포션은 DM이 독점 유통하기로 이미 계약까지 끝난 상황이니까요.”

“뒤통수 제대로 맞았군요.”

“사실 당연한 일이에요. 그 포션을 개발한 건 미국 정부 연구소가 아니라 디펜더스니까요.”

“그럴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

강하진은 정아연을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일을 시작하기 전에 레시피를 먼저 받아야겠습니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핵심을 뺀 레시피를 만들었는지 확인을 해보고 싶군요. 그 일, 정아연 씨가 맡아주시겠습니까?”

정아연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 주세요.”

* * *

하와이에서의 첫 날을 해변에서 보낸 가디언스는 이틀 째 부터 본격적으로 날을 벼리기 시작했다.

언제 작전을 시작할지 모르니 이제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강하진은 그런 그들을 남겨두고 하와이 곳곳을 돌아다녔다.

특유의 날카로운 감각을 동원해 정확히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강하진은 하와이를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와이는 굉장히 안정적인 곳이었다.

마력이든 다른 종류의 힘이든 들끓는 부분이 없었다. 항상 차분하고 안정적이었다.

이런 곳에서 던전이 열리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알아보니 하와이에서 던전이 열린 건 첫 번째 재앙 때가 처음이었다.

그때는 각성자 주위에 던전이 생성되었으니, 하와이에 있던 각성자들 주변으로 던전이 열린 것이다.

그때가 유일했으니 얼마나 안정적인지 알 수 있었다.

한데 여기서 거대 던전이 열린다고? 강하진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꼬박 하루를 투자해서 하와이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숙소로 쓰는 호텔로 돌아오니, 정아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레시피를 받아왔어요.”

그녀는 테블릿 하나를 내밀었다. 그 안에 레시피 정보가 있다고 했다.

철저한 보안으로 떡칠이 된 태블릿이었다.

그걸 열려면 강하진이 미리 받아둔 코드를 입력해야만 한다.

“어디 봅시다.”

강하진이 눈을 빛내며 태블릿을 받았다.

한 대 맞은 뒤통수를 돌려줄 수 있을지 확인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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