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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49화 (149/200)
  • < 합동작전 1 >

    “우와! 저게 그 성이에요?”

    황수영은 멀리서 성을 발견하자마자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그럴 만했다. 레이드로스 성은 정말 아름다웠으니까.

    “앞으로 가디언스는 저 성에서 지내는 건가요?”

    “좀 더 두고 봐야죠. 일단 주변에 건물부터 세울 계획입니다.”

    “돈이 한두 푼 들어가는 일이 아닐 텐데, 가디언스에 돈이 많긴 많은가 봐요.”

    강하진은 거기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았다.

    가디언스가 부자인 건 당연했다. 가디언스가 손을 댄 알짜 사업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뿐 아니라 가디언스의 도움을 받은 각 나라에서 각종 이권사업을 시작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렇게 모은 돈을 이쪽으로 돌려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건설회사 하나가 맡을 수 있는 규모의 공사가 아니었는지라 벌써 다섯 개 회사가 투입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더 회사를 선정 중이었다.

    전 세계 건설 회사들이 어떻게든 참여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저길 다 짓고 나면 저곳에서 들어오는 돈만 해도 장난이 아니겠네요. 상가도 조성하실 거죠?”

    “물론입니다. A-마켓에서도 들어오기로 했으니까요.”

    “휘유. 대단하네요.”

    “저쪽에 짓고 있는 건물이 던전 브레이커 본부입니다.”

    강하진은 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지어지고 있는 거대한 빌딩을 가리켰다.

    황수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척 보기에도 규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몇 층짜리를 지으시려고요?”

    “일단 100층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헐. 100층이요?”

    황수영은 너무 놀라 입을 헤 벌리고 강하진을 바라봤다.

    “어차피 계속 성장할 테니 미리 장소를 확보해 놓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긴 하죠. 근데요, 100층이면 공사비가 대체 얼마나 나올까요?”

    황수영은 저 건물의 공사비를 내고 나면 과연 던전 브레이커에 자금이 얼마나 남을지 몰라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공사비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어차피 짓는 김에 하나 더 올리는 거니까요.”

    황수영이 강하진을 멍하니 바라봤다.

    설마 저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던전 브레이커에만 주는 특혜는 아니니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다른 협조적인 길드들을 위한 건물도 함께 짓고 있으니까요. 물론 규모는 다들 다릅니다만.”

    “대체······ 뭘 하시려고······.”

    왠지 강하진이 각성자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하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건 전쟁 준비였다. 하지만 굳이 그 얘기를 해줄 필요는 없었다.

    일단 지금은 힘을 키우는 게 먼저였다.

    “전 조만간 하와이에 갈 겁니다.”

    “하와이요?”

    황수영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확실히 그동안 너무 바쁘게 달리긴 했죠. 휴가로 하와이라······ 정말 좋네요.”

    황수영은 머릿속으로 향후 스케줄을 쫙 떠올렸다. 그 중에서 빼도 될 만한 것들을 얼른 추려냈다.

    ‘수영복도 사야겠네.’

    황수영이 머릿속으로 각종 상상을 떠올리고 있을 때, 강하진이 말을 이었다.

    “거기에서 디펜더스와 합동 작전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예? 작전이요? 그럼 휴가가 아니라 일로 가는 거예요?”

    황수영이 노골적으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굉장히 서운한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강하진은 그걸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작전이 끝나고 이틀 정도 쉬다 올 겁니다.”

    황수영의 표정이 다시 반짝반짝 살아났다.

    “그 말씀을 저한테 하신다는 건, 같이 가자는 뜻이죠? 저도 정말 오랫동안 휴가 못 갔거든요? 이번 기회에 휴가나 가야겠네요.”

    황수영은 들뜬 표정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얼른 일정을 얘기해 달라는 뜻이었다.

    “조만간 출발할 겁니다. 사실 아직 언제 던전이 열릴지 몰라서 미리 가 있어야 하니까요.”

    “알았어요. 얼른 스케줄 조절할게요.”

    “정예로 30명 정도만 추려놓으세요. 가디언스도 최정예 30명이 참여할 겁니다.”

    “저랑 맞먹는 실력자들로 구성하죠. 기대하셔도 좋아요.”

    강하진의 눈이 놀람으로 살짝 커졌다.

    황수영은 정말 강하다. 사실 회귀 전의 강자들과 비교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한데 그런 황수영과 비슷한 강자를 30명이나 동원할 수 있다니 어떻게 안 놀라겠는가.

    “그렇게 강자가 많습니까?”

    “제가 정말 힘들게 모은 인재들이에요. 아마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걸요?”

    황수영의 자신만만한 말에 기대감이 생겼다.

    사실 강하진은 하와이에서 상황을 봐서 따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에 대한 대비로 황수영을 데리고 가는 건데, 그녀와 비슷한 실력자가 30명이나 있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확실히 이런 걸 보면 회귀 전과는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좋습니다. 기대하죠. 그리고 공사는 최대한 빨리 서두를 테니까 이주 준비도 조금씩 해두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그것도 걱정 마세요. 다들 벌써부터 짐 싸고 있으니까요.”

    강하진은 결국 웃고 말았다.

    그 뒤로 두 사람은 한동안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물론 황수영의 관심사는 하와이에서 뭘 하고 노느냐에 집중되어 있었다.

    * * *

    디펜더스의 회의실, 주요 인물 네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굉장히 심각했다.

    “상황이 심각해. 예정된 공격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제이슨의 말에 윌리엄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추측하기로는······ 불안정하던 균열이 일부 안정을 찾은 것 같아.”

    “균열이 안정을 찾았다고? 그게 말이 돼?”

    “말이 안 될 건 없지. 하지만 자연적으로 이뤄지는 건 말이 안 되지.”

    “그 말은 누군가 균열에 무슨 짓을 했다는 건가요?”

    제니퍼가 평소답지 않게 사나운 눈으로 물었다.

    “그거 외에는 답이 없지. 한데······ 그게 가능한 일인가?”

    다들 입을 꾹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과연 불안정해진 균열을 안정시키는 게 가능할까? 그게 가능하다면 결국 균열을 없애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 아닐까?

    다들 회의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그들의 상식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균열은 일단 생기면 계속 벌어지기만 하지 다시 줄어드는 법은 없는 거 아닌가요? 제가 알기로는 그런데?”

    “내가 알기로도 그래.”

    “아무튼 중요한 건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요? 이대로 구경만 해요? 균열이 안정되면 권속을 만들기가 훨씬 어려워질 텐데.”

    “강제로 균열을 흔들어 봐야지.”

    제이슨의 말에 제니퍼가 눈을 빛냈다.

    “그래서 요즘 서포터들을 그렇게 잔뜩 동원한 건가요?”

    “그래. 방법이 없으니까.”

    제니퍼가 인상을 썼다.

    “가디언스는 어쩌고요?”

    “후순위지. 일단 균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야.”

    확실히 그건 제니퍼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디펜더스고 뭐고 균열이 닫혀 버리면 아무 소용도 없으니까.

    “짜증나네요. 이러는 동안에도 가디언스는 계속 활동을 이어갈 텐데.”

    “그래도 균열이 안정되는 바람에 별다른 사건이 없잖아.”

    “그건 그렇죠.”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 아마 당분간 가디언스는 평범한 활약을 이어갈 것이다.

    제이슨은 오히려 그런 건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다른 부분에 더 신경을 쓰는 편이 나았다.

    “이번 기회에 서포터 모집에 집중해야겠어.”

    “그것도 좋은 생각이군. 역량 있는 서포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물론 많다고 전부가 아니었다. 잘 관리하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정작 서포터로 영입하고서 방치하면 필요할 때 써먹지 못하니까.

    “그럼 윌리엄은 스팬서를 데리고 서포터 모집에 신경 써줘. 난 균열을 책임지지.”

    “그럼 난 뭘 할까요?”

    제니퍼가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제이슨과 윌리엄을 번갈아 바라봤다.

    “넌 가디언스를 맡아.”

    “저보고 혼자서 가디언스를 상대하라고요? 장난이죠?”

    제이슨이 고개를 저었다.

    “정정하지. 가디언스가 아니라 강하진을 맡아.”

    “강하진이요? 훗. 기회만 만들어 줘요. 내가 갈기갈기 찢어버릴 테니까.”

    “이번에 기회가 한 번 생길 것 같아.”

    제니퍼의 눈이 반짝였다.

    “기회가 생긴다고요? 뭔가 수를 썼군요!”

    “이번에 균열을 흔들다보니 하와이에 길 하나가 열렸어. 던전 탐지기 핑계로 미국 협회를 움직였어. 가디언스와 합동 작전을 펼치겠다고 말이야.”

    제니퍼의 미소가 짙어졌다.

    “재미있네요. 한데 거기 강하진이 올 거라는 확신이 있나요?”

    “올 거야. 부협회장이 직접 부탁했으니까. 단, 사람들 다 보는데서 직접 죽이면 안 돼. 강하진은 어디까지나 괴물에게 당해야 한다는 거 잊지 마.”

    제니퍼가 매혹적인 미소를 머금었다.

    “당연한 얘기를 하면 상처받는답니다. 지구에서라면 몰라도 던전 안에서 강하진이 내 권능을 감당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믿지.”

    제니퍼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 * *

    강하진과 명인혁, 윤경민이 회의실에 모였다.

    안건은 미국 협회에서 제안한 하와이 합동 작전이었다.

    “좀 알아봤어?”

    강하진의 물음에 명인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디펜더스가 무언가 다른 데 정신이 팔린 건 확실합니다. 그게 정확히 뭔지는 계속 알아보고 있어요.”

    “좀 마음에 걸리긴 하네.”

    그래도 안 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 미국이 내건 보상이 상당했으니까.

    미국이 이번에 내건 보상은 상처치료 포션과 질병치료 포션이었다.

    그냥 포션을 내주는 게 아니라 정확한 레시피와 판권의 일부를 넘기기로 했다.

    사실 포션은 지금도 구하려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내건 포션은 얘기가 달랐다.

    미국에서 심혈을 기울여 새로 개발한 포션들이었다.

    효과가 기존 포션들의 열 배 이상이었다.

    사실 미국에서 이런 포션들을 개발한다는 건 강하진도 이미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으니까.

    한데 문제는 시기였다.

    그때보다 훨씬 빠른 시기에 새 포션이 나왔다.

    이 포션들은 향후 몇 년 동안 충분히 쓸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포션이었다.

    이 포션들이 꼭 필요한 이유는, 전체적인 레벨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레벨이 높으면 생명력도 커진다. 그 큰 생명력을 채우려면 반드시 좋은 포션이 필요했다.

    생명력이 커지면 몸의 내구력이 올라서 잘 상처를 입지 않는다. 또한, 상처를 입더라도 회복력이 좋아 빠르게 치유된다.

    즉, 고 레벨의 각성자가 상처를 입는다는 건, 그 내구력과 회복력이 다쳤다는 뜻이다.

    그러니 포션도 그 내구력과 회복력을 뚫고 효과를 넣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기존의 포션으로 제대로 된 상처를 치료하려면 정말 배부르게 포션을 마셔야 하는 때가 곧 온다.

    다들 레벨이 잔뜩 올라갔으니까.

    딱 필요한 시기에 딱 필요한 포션이 개발된 것이다.

    가디언스에서 자체적으로 이 포션들을 개발할 수 있었으면 더 할 나위 없었겠지만, 가디언스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어쨌든 이 포션들이 반드시 필요하니 이번 작전은 무조건 해야만 한다.

    그러니 그 전에 최대한 변수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중요한 게 있습니다.”

    명인혁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현재 미국에 던전 발생 탐지장치 같은 건 없습니다.”

    “없다고?”

    “네. 거의 확실합니다. 그쪽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성과가 거의 없습니다. 돈만 무한정 빨아들이고 있어서 폐기를 고려하는 연구입니다.”

    강하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렇다는 건······.”

    “함정이라는 뜻이죠.”

    누가 함정을 팠는지는 너무나 뻔했다. 디펜더스였다.

    “정확히 저들이 노리는 게 뭔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각자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윤경민이었다.

    “일단 촬영 장비를 잔뜩 가져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이 허튼 짓을 할 경우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건 충분히 준비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아마 그들이 막무가내로 기습해서 참가자를 다 죽여 버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건 그들에게도 위험부담이 제법 되는 일이니까요. 차라리 멕시코에서처럼 암살자를 동원하는 편이 낫죠.”

    “암살자를 동원하는 것도 아마 이번에는 아닐 겁니다. 그러기에는 참여하는 인원이 너무 많습니다. 누군가 암살로 죽으면 함께 작전에 참여한 디펜더스도 물 먹는 셈이니까요.”

    듣고 보니 그랬다. 디펜더스가 우르르 달려들어 가디언스를 공격할 리도 없었다.

    이미 던전 브레이커도 함께 갈 거라고 통보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저쪽의 반응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 얘기는 누가 얼마나 참여하든 그들의 계획에는 별 지장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번에 작전 참여하는 디펜더스 명단, 혹시 확보 가능한가?”

    강하진의 물음에 명인혁이 태블릿을 꺼내 몇 가지 조작을 하고는 테이블에 내려놨다.

    “이게 명단입니다.”

    아주 자세한 정보가 포함된 명단이었다.

    명단을 확인한 강하진의 표정이 살짝 묘해졌다.

    “수준이······ 좀 애매한데?”

    실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가디언스와 합동 작전을 펼치는 건데, 이 정도면 너무 모자랐다.

    캐나다 로키산맥에 참여했던 디펜더스 각성자들과 비교하면, 최소 20%정도 전력이 빠지는 셈이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디펜더스의 주력은 뭔가 다른 일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게 저들이 빼낼 수 있는 최선일 겁니다.”

    “그리고······ 이 정도면 언제든 미끼로 쓰고 버릴 수도 있겠군요.”

    윤경민이 심각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세 사람의 뇌리에 단어 하나가 동시에 떠올랐다.

    ‘버림 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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