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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48화 (148/200)
  • < 영역선포 2 >

    강하진은 한국으로 귀국하자마자 바로 파주로 향했다.

    현재 가디언스의 주요 인물들은 전부 파주에 있었다.

    가디언스뿐 아니라 한국에서 활동하는 각성자 중에서 스케줄이 비는 사람은 대부분 파주에 있었다.

    심지어 윤경민도 지금은 파주에 있다고 하니, 강하진은 공항에서 바로 파주로 향했다.

    파주로 이동하는 동안 강하진은 내내 하와이에서 열린다던 거대 던전에 대해 고민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파주에 도착했다.

    파주는 상당히 을씨년스러웠다.

    집을 버리고 아래쪽으로 피난을 간 사람이 많은 것이다.

    파주에 살던 사람들은 졸지에 난민이 되어 버렸다.

    곳곳에서 던전이 나타나고 각성자들이 그 던전을 닫으러 움직이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강하진이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사이에 또 던전이 터졌다.

    강하진은 파주에 도착하자마자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마력을 느꼈다.

    그냥 불안정한 게 아니라, 곳곳에 균열 비슷한 것들이 느껴졌다.

    확실히 던전이 마구 생겨나는 이유가 있었다.

    아마 저 불안정한 균열을 이용해 던전을 뚫는 것이리라.

    일반적으로 던전이 생겨나는 것과는 좀 달랐다. 파주의 상황이 특이한 것이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마력이 훨씬 불안정해졌다.

    이런 식이면 마력을 기반으로 하는 스킬을 쓰는 데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었다.

    어쨌든 주변 마력을 이용해서 스킬을 쓰는 건데, 그게 불안정하면 원하는 대로 스킬을 조절하기가 어려울 테니까.

    안으로 더 들어가니 각성자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광경이 곳곳에 보였다.

    그리고 멀리서 괴물과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이로 대피하는 일반인들이 보였다.

    각성자 여러 명이 일반인 무리를 파주 밖으로 이동시키고 있었다.

    “난리가 났군.”

    안으로 더 들어가니 가디언스의 길드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바쁘게 여기저기 소리치고 있는 윤경민도 보였다.

    강하진은 서둘러 윤경민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

    “아, 마스터. 드디어 오셨군요.”

    윤경민이 반색하며 강하진을 맞이했다.

    “한 마디로 난리가 났습니다. 마스터와 통화하고 한 시간쯤 후부터 갑자기 상황이 더 악화되었습니다.”

    강하진은 그 말을 들으며 주위를 슥 둘러봤다.

    “확실히······ 그래 보이네요.”

    뉴욕에서 윤경민과 통화할 때 들은 내용과 지금 상황이 너무 달랐다.

    아마 이대로 방치하면 여기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일단 정리부터 합시다. 쉬워 보이진 않지만.”

    강하진은 그 말을 남기고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저 500미터쯤 더 안으로 들어갔을 뿐인데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괴물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렇게 던전이 쏟아지는데 괴물까지 강하면 파주에 괴물들을 묶어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테니까.

    강하진은 전투하는 각성자들이 보일 때마다 버프를 주고 치료폭탄을 터트려 주었다.

    강하진이 지나가기만 하면 전투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다.

    이제 강하진의 버프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수준으로 올라갔다.

    그동안 얻은 각종 효과는 물론이고 꾸준히 올린 숙련도 덕분에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해졌다.

    강하진은 그저 버프만 뿌리고 다니는 게 아니라 버프만으로 상황이 호전될 것 같지 않은 전투에는 직접 개입해서 핵심적인 괴물 몇 마리를 단숨에 해치워 버렸다.

    그렇게 강하진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 상황이 차근차근 정리되기 시작했다.

    전투가 끝난 각성자들은 서둘러 동료들을 찾아 돌아다녔다.

    고작 강하진 한 명 가세했을 뿐인데 파주의 상황이 급격히 좋아지기 시작했다.

    * * *

    강하진은 파주를 몇 바퀴 순회하고 나서야 다시 윤경민에게 합류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마스터.”

    윤경민이 강하진을 보자마자 달려가 맞이했다.

    “보아하니 별로 여유 없습니다. 회복 걸어주시고 다들 던전 닫으라고 보내세요.”

    강하진의 말에 윤경민과 강하진을 바라보고 있던 길드원들의 안색이 핼쑥해졌다.

    반면 윤경민은 환한 얼굴로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마스터가 뭘 좀 아시네요. 휴식은 길면 독입니다. 독.”

    윤경민이 정신없이 [회복]을 걸어서 널브러진 길드원들을 강제로 일으켰다.

    길드원들이 치를 떨며 던전을 찾아 나섰다.

    물론 치는 떨었지만 불만은 없었다. 그들도 지금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었으니까.

    “상황이 이래서야 부지 협상이고 뭐고 없겠는데요?”

    강하진이 주위를 둘러보며 그렇게 말하자 윤경민이 씨익 웃었다.

    “상황이 이러니까 더 협상의 여지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윤경민은 놀랍게도 이곳에서 상황을 지휘하면서 동시에 정부 관계자와 통화를 하며 부지 협상까지 동시에 해냈다.

    “문제는 이런 부지를 받아봐야 힘들기만 하다는 점이죠. 여기를 과연 우리가 쓸 수 있겠습니까?”

    “우리니까 쓸 수 있는 거죠. 평소에도 관리를 해야 하니 우리가 들어오지 않으면 파주 전체를 버려야 할 테니까요.”

    “확실히 그건 그렇죠.”

    윤경민도 그 조건을 넣어서 부지를 거의 공짜나 다름없게 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내건 상태였다.

    안 그래도 파주를 버리게 되면 파주에서 살던 사람들이 난민이 되어 쏟아져 나올 텐데, 그 사람들을 관리하는 것도 문제였는지라 정부가 가디언스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

    “부지 협상은 잘 마무리 될 것 같으니 염려 마시고 일단 이 사태부터 잡아야 합니다.”

    강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여기서 더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조만간 사태가 정리될 것이다.

    강하진과 윤경민이 앞으로의 일에 대해 잠시 의논하고 있을 때, 어디서 얘기를 들었는지 황수영이 득달같이 달려왔다.

    “아니, 오셨으면 오셨다고 말을 해주셔야죠.”

    “에이, 던전에 들어가 계셨잖습니까. 회복 걸어드릴까요?”

    윤경민의 말에 황수영이 기겁을 하며 달려가던 기세를 확 죽이고 그대로 멈췄다.

    “됐거든요? 제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을 거 같아요?”

    윤경민의 [회복]은 정말 대단한 스킬이었다. 몸 상태를 완벽하게 회복시켜준다.

    심지어 정신적인 피로도 풀어버린다.

    문제는 그게 뭔가 묘한 데미지로 돌아온다는 점이었다.

    사실 한 번은 괜찮은데 회복을 연속으로 두 번 이상 받으면 굉장히 생소한 괴로움을 겪는다.

    말로 설명할 수도 없는 괴로움인지라 왜 그러냐고 물으면 다들 그냥 끙끙 앓기만 했다.

    그 얘기를 윤경민한데 하면 정작 윤경민은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왜 괴롭냐는 것이다.

    “그걸 두 번만 맞으면 나중에 진짜 쉬고 싶을 때 쉴 수가 없다고요!”

    황수영의 말에 강하진도 크게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저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윤경민은 빼고.

    “에이, 좋으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얼른 던전 닫으러 또 가셔야죠. 피곤하시죠?”

    황수영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안 피곤해요. 그냥 가서 사냥해도 아무 문제없어요. 그러니까 그 손 내려요. 거기서 더 올라오면 저 진짜 안 참아요.”

    윤경민은 손을 올리다 만 어정쩡한 자세로 가만히 있다가 빙긋 웃고는 손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뭐, 원하실 때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솔직히 얼마나 기분이 이상한지 모르겠지만, 그게 죽거나 다치거나 다른 사람들 죽는 거 지켜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너무 정론이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황수영은 분한 표정으로 발을 콱 구른 다음 고개를 돌려 강하진을 바라봤다.

    뭐라고 말 좀 해달라는 뜻이었지만, 강하진도 할 말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우리 가디언스는 파주에 새 길드 본부를 만들 예정입니다.”

    난데없이 튀어나온 생뚱맞은 말에 황수영의 눈이 커다래졌다.

    “예? 여기로요? 이 난리인데요?”

    “기존 본부도 계속 유지할 겁니다. 어차피 인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좀 더 안전한 근거지가 필요해서요.”

    “아니······ 안전한 근거지를 찾으시려면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가보셔야 할 것 같은데······.”

    황수영은 그렇게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강하진이 왜 저런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곳이 또 나오지 말란 법이 없어요. 그때는 거기에 지부라도 세우실 건가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죠.”

    황수영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계획이나 얘기해 봐요. 할 수 있으면 우리도 이리로 올 테니까. 솔직히 서울에는 길드가 워낙 많아서 위험할 일도 별로 없잖아요.”

    강하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현재까지 진행 중인 사항을 자세히 얘기해줬다.

    그 얘기를 모두 들은 황수영이 윤경민을 보며 말했다.

    “부지, 우리 것도 협상해 줄 수 있죠? 놀고 있는 땅 많을 테니까 큼직한 걸로 부탁해요.”

    윤경민이 씨익 웃었다.

    “맡겨 주십시오. 아주 끝내주는 놈으로 받아내겠습니다.”

    대화가 끝나자, 강하진이 가볍게 몸을 풀었다.

    “자, 그럼 이 상황을 끝내러 가볼까요?”

    황수영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나서고 꼬박 하루가 지나자, 파주에 열린 대부분의 던전을 닫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상황이 끝난 건 아니었다. 여전히 던전이 빠르게 열리고 있었으니까.

    * * *

    파주 사태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물론 그것이 상황을 완벽하게 해결했다는 건 아니었다.

    여전히 던전이 계속 열리고 있었고, 그걸 닫기 위해 각성자들이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처음 파주 사태가 터지고 상황이 악화되었을 때에 비하면 지극히 평화로웠다.

    그때 투입되었던 각성자들 중 상당수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남은 건 경기도 북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몇몇 중소 길드와 던전 브레이커, 가디언스뿐이었다.

    각성자 협회도 싹 철수해 버렸다.

    이제 남은 인원만으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만일 이와 비슷한 사태가 다른 곳에서 터질지 모른다는 판단에 협회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협회는 이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모든 정보망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파주 이외의 지역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는 일은 없었다.

    오직 파주만 던전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강하진은 윤경민이 협상을 통해 정부에서 얻어낸 땅을 둘러보고 있었다.

    산자락 아래의 땅이었는데, 정말 넓었다.

    그 주변에도 땅주인들이 있었는데, 일이 터지자마자 급매로 내놓았다.

    그걸 가디언스에서 나서서 헐값에 사들였다.

    원래 시세를 생각하면 절대 살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지만, 판 사람은 횡재했다고 만세를 불렀다.

    파주에는 대규모 토지를 소유한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그들은 소문을 듣고 가디언스에 접촉했다. 어떻게든 땅을 팔고자 별의 별 수를 다 썼다.

    다들 토지 말고도 막대한 부를 소유한 자들이었는데, 더 상황이 어려워지기 전에 빨리 처분하는 게 답이라고 여긴 것이다.

    안 그래도 최근 땅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는데 이런 사고까지 터지고 나니 땅값이 바닥을 뚫고 내려가는 중이었다.

    가디언스는 가벼운 협상을 통해 그 땅들도 전부 헐값에 사들였다.

    그렇게 돈 많은 자들은 어떻게든 땅을 처분하려고 동분서주했다.

    가디언스가 더 땅을 사기 어려울 것 같으니 심지어 던전 브레이커 쪽에 접촉하는 사람도 있었다.

    파는 사람은 많고 사는 사람은 적으니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급해졌다. 얼른 팔아야 지금 가격이라도 건질 거라고 여겨 어떻게든 팔려고 애썼다.

    아무튼 덕분에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는 상당히 넓은 부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걸 다 어디에 쓸지 대책이 안 설 정도로 넓었다.

    게다가 부지가 다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군데군데 떨어져 있었다,

    물론 붙어 있는 부지가 많긴 했다.

    강하진은 그 붙어 있는 부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 정도면 성을 놓고도 제법 넓은 땅이 남을 것이다.

    거기에 각종 편의시설을 지어놓으면 그래도 살 만하지 않을까?

    원래 여기에 성을 지으려면 부지의 용도도 확인해야 하고, 각종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절차가 복잡하다.

    하지만 윤경민은 그 모든 걸 단숨에 해결해 버렸다.

    현재 파주의 특수성을 이용해 가디언스가 부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협상한 것이다.

    사실 정부든 협회든 어쩔 수 없었다. 가디언스나 던전 브레이커가 그곳을 담당해 주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공포가 모두를 지배하고 있었으니까.

    파주가 밀리면 다음은 바로 서울이었다.

    서울로 수백 마리 괴물이 돌진하는 걸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지금 성을 소환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강하진은 바로 성을 불러내기 위해 [영역선포]를 썼다.

    주변의 불안정하던 마력과 모든 상황이 순식간에 안정을 찾아갔다.

    강하진은 자신을 중심으로 거대한 영역이 확정되는 감각을 느꼈다.

    영역이 확보되었고, 강하진의 영역 주변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영역이 선포될 때보다는 훨씬 느렸지만, 조금씩 확실하게 영역 주변이 안정되고 있었다.

    ‘이게 이렇게 해결되네.’

    강하진은 영역의 중심에 성을 소환했다.

    거대한 성이 갑자기 그곳에 나타났다.

    로키산맥에 있던 바로 그 성이 파주 한가운데 나타난 것이다.

    성이 자리를 잡자마자 강하진의 영역이 급격히 확장했다.

    레이드로스의 성 자체에 담긴 힘이 강하진의 영역을 더 넓힌 것이다. 일종의 버프였다.

    강하진은 우뚝 선 새하얀 성을 올려다봤다.

    이제부터 여기가 바로 가디언스의 새로운 보금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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