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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47화 (147/200)
  • < 영역선포 1 >

    강하진은 태블릿에 뜬 뉴스 리스트를 쭉 살폈다.

    대부분의 뉴스에 로키산맥과 캐나다, 가디언스라는 단어가 최소 하나씩은 들어가 있었다.

    이번 로키산맥 정벌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제 더 이상 로키산맥에서 괴물을 걱정하느라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주기적인 탐색으로 던전을 확인하고 닫으면 된다.

    혹시라도 던전이 터지더라도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어쨌든 처리가 가능하니까.

    캐나다는 이번 기회에 대규모 각성자 부대를 양성하기로 했다.

    그들에게 로키산맥의 방어를 맡기기로 한 것이다.

    겸사겸사 로키산맥에서 이번에 발견된 유적도 연구하고.

    아직 강하진이 얻은 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레이드로스의 성은 역시 군주의 유산답게 관측이 어려웠다.

    일단 강하진이 밖으로 나온 순간 주변의 덩굴이 마구 자라나더니 성을 칭칭 휘감아 버렸으니까.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아마 성을 발견하는 건 정말 어려울 것이다.

    기사 몇 개를 읽어봤다.

    캐나다와 가디언스의 합작 작전이 대성공했고, 로키산맥을 되찾았다는 내용이었다.

    가디언스를 거의 영웅으로 만들어놨고, 그런 가디언스를 알아본 캐나다 정부를 한껏 추켜세우는 기사였다.

    아마 캐나다 정부의 입김이 닿은 기사이리라.

    여론을 움직인 건 캐나다 정부뿐만이 아니었다.

    가디언스에서도 손을 보탰다. 또한 가디언스의 서포터들 역시 온 힘을 다했고.

    기사 중에 디펜더스를 건드린 것도 있었다.

    디펜더스와 가디언스의 경쟁이 로키산맥에서 있었고, 디펜더스가 포기하고 떠났다는 기사였다.

    사실 관계를 제법 깊숙하게 파악한 기사인 걸 보니, 가디언스에서 제공한 기사인 모양이었다.

    아마 윤경민이 나섰으리라.

    ‘제이슨이 열 좀 받겠는데?’

    캐나다 로키산맥은 디펜더스가 공을 들여서 작업하던 곳이었다.

    아마 그대로 진행되었으면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딱 적절한 시기에 강하진이 세레트로프의 유산을 받고, 전투병사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디펜더스가 뭔가 특별한 조치를 하거나 힘을 얻지 않는 한, 앞으로는 점점 더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그나저나 거대 던전은 언제쯤 나타나는 거지?’

    회귀 전보다 진행이 빠르다는 걸 생각하면 나타나도 벌써 나타났어야 하는데, 아직도 안 나타났다는 사실이 좀 이상했다.

    ‘설마 다시 원래 속도로 돌아간 건 아닐 테고······.’

    만일 어떤 변화가 생겼다면 분명히 강하진과 관계된 일일 것이다.

    당장 보이는 건 그게 아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모든 변화의 시작에 강하진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회귀 전과 달라진 게 뭐가 있지?’

    달라진 게 너무 많아서 그걸 일일이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일단 김지혜나 이지영의 운명이 달라졌다.

    유동훈이나 명인혁, 명인수의 운명도 달라졌고, 황수영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정확히 파악은 못했지만 정아연 역시 마찬가지로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황수영이나 명인혁, 명인수처럼 죽어야 하는데 살아난 건 아니겠지만.

    윤경민 역시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리고 역으로 회귀 전과는 달리 지창기가 죽었다.

    그런 굵직한 걸 빼고도 원래 죽었어야 할 사람이 무수히 살아났다.

    첫 번째 재앙에 큰 변화를 줄 수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가이아의 선택을 받은 자들도 있었지.’

    그들 역시 변수의 하나다.

    물론 강하진과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주시할 필요는 있었다.

    ‘한 번 찾아봐야겠어.’

    가이아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아무나 막 선택하는 건 절대 아닐 것이다.

    분명히 뭔가 의도를 가졌고, 그 의도가 마르바스의 침략을 막는 쪽에 있는 건 거의 확실했다.

    그러니 그런 자들의 힘을 한데 모으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현재 강하진은 뉴욕에 있었다.

    캐나다의 일을 모두 처리하고 뉴욕에 있는 미국 각성자 협회의 초대를 받아 이쪽으로 넘어온 것이다.

    함께 있던 가디언스의 길드원들은 최소한의 인원만 남기고 전부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 최소한의 인원도 캐나다의 일이 모두 마무리 되면 한국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물론 캐나다에서 새로 뽑은 길드원들은 그곳에 지부를 세우고 캐나다를 중심으로 활동할 예정이었고.

    강하진은 아공간에서 전화기를 꺼냈다.

    전화기를 가만히 쳐다보던 강하진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 조만간 마력공학이 급속도로 발전할 것이다.

    현재의 수준은 아주 기초적이었다. 마력을 이용한 드론 정도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나마도 마력을 이용하는 부분은 극히 일부였다.

    유동훈이 할 수 있는 한계가 거의 그쯤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새로운 인재가 필요했다.

    한데 그에 대한 정보가 강하진에게 없다는 게 문제였다.

    회귀 전에 마력공학의 중심이었던 것이 바로 가디언스였다.

    모든 마력공학에 관한 핵심 기술은 가디언스에서 시작했다.

    지금 쓰는 이런 전화기에도 마력공학이 접목되었고, 훨씬 대단한 성능을 발휘하는 건 물론이고 던전 안에서 자유롭게 전자기기를 쓸 수 있게 해 주었다.

    마력공학에 관한 최고의 인재들이 가디언스에 있었다.

    강하진이 그들에 대해 잘 모르는 이유는 가디언스에서 아주 철통같은 보안 속에서 관리했기 때문이다.

    아예 말이 새 나가지도 않았다.

    사실 강하진이 알고자 했으면 어떻게든 알아낼 수 있었겠지만, 그때는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강하진이 했던 연구는 마력공학이 아닌 다른 쪽이었다.

    오직 마력만으로 이뤄지는 현상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았다.

    물론 그마저도 아공간을 비롯한 몇 가지 빼고는 연구를 이어가지도 못했고.

    연구보다는 사냥이 훨씬 더 중요했으니까.

    한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이슨이 아주 철저하게 관리를 한 것이었다.

    강하진이 개발한 것들 역시 나중에는 마력공학의 힘이 덧씌워져서 훨씬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강하진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잘 이용하기만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력공학 연구팀과 강하진 사이에 기술적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으니까.

    ‘생각할수록 아쉽네.’

    만일 그때 가디언스의 마력공학 연구진에 참여했던 사람을 몇 명만 찾아내도 굉장한 힘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가자, 윤경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스터. 벌써 뉴욕에 도착하신 겁니까?

    “도착한 지 꽤 됐습니다. 말씀드렸던 부지는 어떻게 됐습니까?”

    -마침 적당한 부지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위치는 경기도 북부입니다.

    “경기도 북부? 의정부나 동두천 쪽입니까?”

    -아뇨. 파주 쪽입니다.

    “파주라······.”

    파주면 생각보다 괜찮은 위치였다.

    -가디언스가 새 본부를 세운다니까 정부 측에서 나섰습니다. 보유하고 있던 부지를 싸게 넘기겠다고 합니다.

    “파주면 적당하네요. 최대한 넓은 땅을 얻어내야 합니다. 아시죠?”

    -맡겨주십시오. 아주 탈탈 털어낼 테니까요. 요즘 파주 쪽에 별로 조짐이 안 좋아서 아마 땅을 팔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조짐이 안 좋다니요?”

    -요즘 파주 쪽에 던전이 너무 자주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부분 던전 브레이커 선에서 정리가 되긴 하는데, 이러다가 큰일 한 번 터지는 거 아니냐고 다들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강하진은 윤경민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파주에 무슨 일이 있었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파주에 특별한 사건이 일어난 적은 없었다.

    사실 파주는 첫 번째 재앙과 처음 뉴타입 던전이 나타났을 때 거의 초토화 되었으니 뭔가 일이 터졌어도 특별히 기억에 남을 일이 없긴 했다.

    “파주에 그렇게 던전이 자주 나옵니까?”

    -네. 거의 던전 공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주 나옵니다.

    “전부 뉴타입이고요?”

    -아뇨. 섞여 있습니다. 일반 던전이 당연히 더 많이 나오고요. 하지만 다른 어떤 지역보다 뉴타입 던전이 등장하는 빈도가 높은 건 확실합니다.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나요?”

    -네. 이러다가 던전이 막 쏟아지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확실히 그 정도면 심각한 상황이다.

    한데 아무리 회귀 전에 파주 쪽이 초토화 되었어도, 저 정도 사건이 일어났다면 강하진이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저렇게 던전이 잦은 빈도로 마구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이상현상이니까.

    “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군요. 남는 가디언스 인원을 파주 쪽으로 좀 보내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지도 더 많이 확보해 보겠습니다.

    강하진은 그 뒤로 몇 가지 사안을 의논한 다음 전화를 끊었다.

    “파주라······.”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강하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태블릿을 들었다.

    이곳이 저녁이니 한국은 아마 오전이리라

    한국 쪽 포탈에 접속해 기사 몇 개를 확인하려고 했다. 한데 그 순간 기사 리스트가 긴급속보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제목에는 모조리 파주와 던전이 달려 있었다.

    파주에서 결국 사고가 터진 것이다.

    * * *

    “온다! 다들 준비해!”

    수십 마리나 되는 괴물들이 돌진해오는 광경에 다들 긴장으로 온몸에 힘이 꽉 들어갔다.

    한국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었기에 더더욱 긴장되었다.

    꽈과과과광!

    격렬한 폭음과 함께 괴물들과 각성자들이 격돌했다.

    곳곳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다.

    예전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졌던 일이 파주에 벌어졌다.

    파리와 다른 점은 던전이 하나만 터진 게 아니라 무려 세 개가 터졌다는 점이었다.

    세 개의 던전이 터지면서 쏟아져 나온 괴물의 수는 엄청났다.

    하지만 미리 그곳을 주시하고 있던 던전 브레이커와 가디언스가 출동해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다만 괴물의 수가 너무 많아서 뒤로 빠져나가는 괴물이 정말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뒤늦게 도착한 다른 길드의 각성자들과 협회 소속 각성자들이 분전했지만,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일반인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건 다행이었다.

    물적 피해는 심각했지만, 인적 피해는 크지 않았다. 물론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다들 분전하고 있을 때, 던전 브레이커와 가디언스의 각성자들이 2차 투입 되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각성자 중 일부를 서둘러 불러들여 투입한 것이다.

    확실히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는 달랐다.

    타 길드의 각성자들이 간신히 막고 있던 괴물들을 순식간에 쓸어 버렸다.

    그리고 치열하게 싸우는 동료들에게 합류해 그곳의 상황까지 싹 정리해 버렸다.

    터진 사고에 비해 이 정도면 정말 잘 막아냈다.

    하지만 그곳에 터전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그렇게 일이 터졌는데도 파주의 던전 상황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상황이 제법 심각해졌다.

    * * *

    강하진은 뉴욕에서 한국의 상황을 계속 보고 받았다.

    사태가 일단락되었다는 보고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해졌다.

    명백히 미래가 달라졌다.

    이 정도 사고가 터졌으면 강하진이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사실 파리 뤽상부르 공원에서 일어났던 던전 사태는 두 번째 재앙을 제외하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일어나더라도 파리처럼 하나의 던전이 터지는 정도였지 이번 파주처럼 세 개가 동시에 터지는 경우는 없었다.

    적어도 강하진의 기억은 그랬다.

    ‘되도록 빨리 돌아가서 직접 살펴봐야겠어.’

    강하진의 마음이 좀 급해졌다.

    그래서 미국 각성자 협회에 연락해 일정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파주 사태 때문이라는 걸 아는 미국 협회는 강하진의 요청에 바로 응했다.

    부협회장이 직접 강하진이 머무는 호텔로 찾아온 것이다.

    “반갑습니다. 앤드류입니다.”

    “강하진입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눈 후, 자리에 앉았다.

    앤드류는 강하진이 서둘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걸 알기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혹시 디펜더스와 합동 작전 하나 해보실 생각 없으십니까?”

    “디펜더스와 합동 작전이라고요?”

    강하진이 순간 떠올린 건 캐나다 로키산맥이었다.

    사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디펜더스가 떠나가기 전까지는 합동작전과 비슷했으니까.

    물론 협동보다는 경쟁에 더 가까운 합동작전이었지만.

    “로키산맥이랑은 좀 다른 케이스가 될 거 같습니다. 거대 던전을 공략하는 일이라서요.”

    “거대 던전이 나왔습니까?”

    강하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언제, 어디에 나왔습니까?”

    “아직 나타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조만간 하나 나타날 것 같아서 말씀 드리는 겁니다.”

    강하진이 묘한 표정으로 앤드류를 쳐다봤다.

    “나올 것 같다고요? 설마······ 던전 예측 시스템을 완성한 겁니까?”

    앤드류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좀······ 무식한 방법을 써야 하는지라 만만한 작업이 아니라서요.”

    ‘무식한 방법? 대체 뭐지?’

    강하진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어쨌든 던전 예측 시스템 개발이 가시적인 성과를 얻은 건 분명했다.

    개발한 건 분명히 디펜더스일 테니, 이번에는 한 방 먹은 셈이었다.

    “그래서 거대 던전이 언제 어디에 생기는 겁니까?”

    “솔직히 언제 생길지는 모릅니다. 그저 열릴 시기가 별로 안 남았다는 것만 압니다. 위치는 하와이입니다.”

    “하와이라······.”

    강하진은 이번에도 좀 이상했다.

    회귀 전의 일을 모두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하와이에 거대 던전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강하진이 겪지 않은 거대 던전도 굉장히 많지만 인상적인 장소에 나타난 거대 던전은 전부 꿰고 있었다.

    만일 하와이에 거대 던전이 나타났다면 그걸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어떻습니까? 가능하시겠습니까?”

    “일단······ 당장 결정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크군요. 디펜더스가 굳이 합동 작전을 원하는 이유도 이해가 좀 안 가고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자세히 알아보시고 결정해 주십시오. 일단 수락하신다면 대가는 만족하실 만큼 지불해 드리겠습니다.”

    저 말은 알아서 정보를 모아보라는 뜻이다. 자기가 직접 말해주기는 어려우니 말이다.

    강하진은 정중히 인사하고 돌아가는 앤드류의 뒷모습을 묘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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