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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44화 (144/200)

< 로키산맥 정벌 1 >

로키 산맥에서 쏟아지던 괴물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산맥 아래에 있던 각성자들은 꼬박 30시간 동안 싸워야 했다.

사실 이럴 줄 알았다면 스티븐은 서둘러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괴물이 이 정도로 오랫동안 달려들 줄은 몰랐다.

알았다면 20시간 정도 시간을 끌어 가디언스가 최대한 힘을 소진한 다음 나섰을 것이다.

아마 그렇게 했다면 가디언스는 박살이 났을 것이고, 디펜더스는 그 이후 상황을 정리하며 자연스럽게 이름을 날릴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가디언스의 초기 활약이 너무 대단해서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솔직히 이렇게 오랫동안 싸우게 될지도 몰랐고.

아무튼 그 바람에 짜증나는 결과가 나왔다.

가디언스는 한데 똘똘 뭉쳐서 괴물들과 싸웠다. 무슨 스킬을 썼는지 가디언스와 싸우던 괴물들은 왠지 제대로 힘을 못 냈다.

그러니 그렇게 오랫동안 싸웠는데도 피해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입은 피해도 충분히 보유한 포션을 써서 바로바로 치료했고.

반면 디펜더스는 그러지 못했다.

디펜더스는 스티븐이 갑작스럽게 공격을 명령했기에 무작정 우르르 달려가 괴물과 싸웠다.

초반에는 그게 강력한 힘을 발휘해서 일시적으로 괴물을 밀어냈지만, 결국 끊임없이 밀려오는 괴물들 때문에 진형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로 싸워야만 했다.

그나마 디펜더스의 인원이 많아서 그럭저럭 버텼지, 그게 아니었다면 아마 전멸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싸움은 정말 힘들고 치열했다.

스티븐은 사방에 쌓인 괴물 사체를 둘러봤다. 어쨌든 돈은 확실히 벌었다.

‘젠장.’

하지만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 괴물 사체 무더기 근처에 디펜더스의 각성자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번 싸움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다친 자들이야 포션을 쓰고 치료 스킬을 가진 각성자를 동원해 치료하면 그만이다.

후유증이 남을 수 있지만, 그것 역시 시간을 들이면 결국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죽은 자들이었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영구적인 손실로 남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에게 보상금도 전해줘야 한다.

거기까지 생각한 스티븐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가디언스 쪽을 바라봤다.

‘대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무려 30시간을 싸웠는데도 다들 쌩쌩했다. 물론 피로가 잔뜩 끼어있긴 했다. 하지만 아무도 널브러지지 않았다.

디펜더스와 확실히 비교되는 장면이었다.

가디언스는 주변에 쌓인 괴물 사체를 정리하고 있었다.

자기들 것을 확실히 챙기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작전은 실패였다. 그것도 아주 큰 실패였다.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지?’

스티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 스티븐 곁으로 제니퍼의 권속인 아름다운 여인이 다가갔다.

“다 끝난 건가요? 어떻게 됐죠?”

그녀는 힐끗 고개를 돌려 가디언스 쪽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잘 안 됐군요.”

스티븐은 할 말이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너무 풀 죽어 있지 말고 기운을 내세요. 제가 힘이 나도록 좀 도와드릴까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스티븐에게 바짝 다가갔다.

스티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작전에 실패하는 바람에 전혀 기대도 않고 있었기에 더 놀랐다.

“뭘 그렇게 놀라요? 자, 일단 이쪽으로 오세요.”

그녀는 임무에 충실했다.

실패한 자를 통해 소모한 힘을 보충하는 건 그녀가 가진 당연한 권리이자 임무였으니까.

* * *

“디펜더스가 로키 산맥에서 철수했다고 합니다.”

윤경민의 보고에 강하진이 살짝 놀랐다.

“거기 디펜더스가 굉장히 신경 쓰던 곳 아닙니까?”

“그랬죠. 한데 이번에 아주 개망신을 당한 모양입니다.”

윤경민은 통쾌한 듯 씨익 웃고는 그곳에서 벌어진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설명을 모두 들은 강하진이 눈을 빛냈다.

전투병사가 다수 대 다수의 전투에서 얼마나 대단한 힘을 발휘하는지,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전 세계를 돌면서 길드원을 전투병사로 영입하느라 시간도 많이 쓰고 신경도 많이 썼는데, 그 보답을 받은 기분이었다.

“캐나다 측에서 지원을 확대해주기로 했습니다. 디펜더스 쪽에 보내던 지원을 전부 우리에게 몰아주기로 한 거죠.”

“디펜더스가 빠지면 당장 인원이 모자라겠군요.”

“그래서 인원을 더 보내기로 했습니다.”

윤경민의 말에 강하진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치며 생각에 잠겼다.

어쩌면 이번 일이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하진은 최근 전투병사의 수가 5만을 넘어섰을 때 나타난 메시지를 떠올렸다.

[휘하 전투병사의 수가 5만을 돌파했습니다. 군주, 세레트로프의 힘이 더욱 강화됩니다.]

군주 세레트로프가 가진 힘의 근원은 전투병사에서 나온다.

그러니 전투병사의 수가 늘어나면 힘도 함께 늘어난다.

세레트로프의 힘이 강해진다는 건, 그가 소유한 요새의 힘도 함께 강해진다는 뜻이었다.

또한 그의 훈련소 역시 더욱 강력해지고.

요새의 힘이 강해지면서 요새에 등록할 수 있는 전투병사의 수가 약간 늘어났다.

또한 전투병사의 활동범위도 늘어났다.

거기까지 생각한 강하진이 윤경민을 보며 말했다.

“아예 이번 기회에 로키산맥을 정리해 버리는 건 어떻습니까?”

“예? 산맥을 정리한다고요? 우리도 철수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굉장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은 윤경민의 모습에 강하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라, 산맥의 괴물들을 싹 정리해 버리자는 말입니다. 그럼 앞으로 미국처럼 관리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윤경민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예? 그, 그게 가능합니까?”

로키산맥은 굉장히 거대하다. 당연히 그 안에 서식하는 괴물의 수도 어마어마하다.

이번에 디펜더스 때문에 치열한 전투를 벌여 수를 대폭 줄여놓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은 괴물의 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그 안에 있는 그 많은 던전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걸 남겨두면 아무리 괴물을 처리해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에 투입했던 사람들을 투입할 겁니다.”

그들은 러시아 사태라 불리는 두 번째 재앙 이후 전 세계로 찢어져 각자 맹렬히 사냥 중이었다.

그때 이후 성장에 대한 욕망이 커져서 치열하게 자신을 몰아붙였다.

그러니 이런 일에 동원한다고 하면 다들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문제는 그들 중에 지휘관이 된 사람이 여럿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나머지 역시 향후 지휘관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들이 바로 가디언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었다.

윤경민이 골치 아픈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제가 조정을 해보죠. 활동이 약간 위축되긴 하겠지만 이리저리 끼워 맞추면 얼추 비슷하게 맞출 수 있을 겁니다.”

“남는 길드원이 얼마나 됩니까?”

윤경민이 빙긋 웃었다.

“남는 인원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기저기서 조금씩 뽑아서 수를 맞추는 거죠.”

그렇게 빼낸 인원의 공백은 새로 영입하는 사람으로 메울 계획이었다.

처음에는 좀 삐걱거리겠지만, 제대로 자리만 잡으면 제법 효과적인 신입 양성 시스템이 되어줄 것이다.

“그걸 좀 더 크게 키워보죠.”

“예? 지금도 무리하는 겁니다만······.”

“캐나다 상황이 정리되면 단숨에 인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습니까? 그쪽에 투입한 인원이 워낙 많으니까요.”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그게 또 그게 아니라니까요?”

“제가 윤경민 씨 단단히 믿고 있는 거 아시죠?”

“그거야 알죠.”

“부탁드립니다.”

난감한 표정을 짓던 윤경민이 식은땀을 닦은 다음,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뭐, 어떻게든 해내야죠. 마스터가 원하시는 일인데.”

아무튼 그렇게 가디언스의 로키산맥 정벌이 결정되었다.

* * *

로키산맥 위로 수십 대의 드론이 날아갔다.

사방으로 흩어진 드론이 로키산맥의 괴물 분포와 던전 현황을 세밀히 훑어 그 정보를 베이스캠프로 전송했다.

물론 드론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자리에 위치한 던전도 있기에 정확한 정보는 아니겠지만, 작전을 세우는 데 굉장한 도움이 되었다.

산맥 아래, 베이스캠프에는 강하진을 비롯한 가디언스의 정예 멤버가 모여 있었다.

무려 100명이나 있었는데, 그들 하나하나의 몸에서 풍기는 기세가 상당했다.

그들은 러시아의 거대 던전 내에서 사냥을 하면서 레벨을 잔뜩 올렸고, 그 이후에 세계 곳곳에 흩어져 치열한 싸움을 이어 왔다.

이제 그들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강자가 되었다.

거기에 전투병사가 되면서 더 강해졌고, 개중에 지휘관이 된 사람들은 더더욱 강해졌다.

강하진은 그들을 보면서 수준을 가늠해봤다.

일단 산맥에 평균적으로 존재하는 일반 던전은 다섯 명이면 충분히 닫을 수 있을 것이다.

뉴타입 던전은 좀 다르다. 그곳은 최소 30명 이상 동원해야 닫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시간을 무한정 쓸 수 있다면 10명이서도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작전은 빠르게 던전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향후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관리가 가능할 테니까.

그때부터는 캐나다에서 알아서 하면 된다.

캐나다 정부에서도 이번에 하는 가디언스의 작전에 굉장히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또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캐나다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각성자를 투입하겠다고 했으니 그들이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작전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전 세계에 홍보를 시작할 것이다.

아마 이번 작전이 끝나고 나면 디펜더스의 입지가 더 좁아질 것이다.

그들이 포기하고 떠난 로키산맥을 가디언스가 되찾은 셈이니까.

이미 그에 따른 홍보 전략을 철저히 세워뒀다.

“자, 인원을 나누겠습니다.”

강하진은 일단 30명씩 두 팀을 만들고 다섯 명씩 8팀을 만들었다.

“김지혜 씨와 이지영 씨는 뉴타입 던전을 닫으면 됩니다. 나머지는 조별로 일반 던전을 닫으면 되고요.”

다들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진은 나머지 각성자들을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우리는 산맥의 나머지 괴물을 처리할 겁니다. 그리고 그쪽 캐나다 친구들은 아래로 밀려서 내려오는 괴물들을 정리하면 됩니다.”

캐나다 각성자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번 작전이 굉장히 치열하고 위험하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산맥을 들쑤시는 동안 밀려 내려오는 괴물들은 당연히 난폭할 것이다.

그 괴물들과 싸우는 일이니 그게 쉬울 리 없다.

“자, 그럼 시간 끌어봐야 낭비니, 슬슬 시작합시다.”

강하진이 앞장서서 산맥 쪽으로 걸어가자, 다들 바쁘게 움직였다.

강하진의 버프가 광범위하게 퍼져서 모든 각성자들에게 내려앉았다.

다들 급격한 고양감을 느끼며 주먹을 꽉 쥐었다.

특히 가디언스의 길드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더 격렬했다.

역시 [전장의 함성]이 주는 버프보다 강하진의 버프가 훨씬 강력했다.

이건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대체 그 사이에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김지혜와 이지영은 경외어린 시선으로 강하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로키산맥 정벌이 시작되었다.

* * *

로키산맥에는 세레트로프의 다섯 요새가 있었다. 그리고 각 요새마다 120명의 전투병사가 배치되어 있었다.

원래 반경 3킬로미터의 활동범위를 갖고 있었지만, 가용 인원이 120명으로 늘어나면서 활동범위도 반경 5킬로미터로 늘어났다.

심지어 일부 병사들은 상황에 따라 활동범위 바깥으로 잠깐 나갔다가 들어오는 것도 가능해졌다.

그리고 그것은 강하진이 요새에 들어서는 순간 더욱 강력해졌다.

요새에 도착한 강하진은 새로운 정보를 확인했다.

[군주가 요새에 합류해 병사들의 사기와 능력이 높아졌습니다.]

[군주의 명령을 받으면 활동범위가 일시적으로 두 배 늘어납니다.]

활동범위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건 반경 10킬로미터의 범위를 커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산맥 내의 괴물을 처리하는 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럼 남은 건 던전이다.

그 중에서 가장 위험한 던전이 요새의 활동범위의 끝자락에 있었다.

강하진은 그 던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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