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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43화 (143/200)
  • < 압도 >

    강하진은 전 세계를 돌며 모든 가디언스 길드원을 전투병사로 영입했다.

    또한 캐나다에도 다시 가봤다. 혹시 지휘관이 될 만한 인재가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캐나다에 지휘관 자격을 가진 전투병사가 한 명 생겨나 있었다.

    아무래도 레벨이나 스킬, 능력치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져 자격이 만들어지는 것 같았다.

    지휘관이 두 명 정도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세계를 돌아다니던 강하진은 문득 자신이 이동하지 않고도 지휘관을 임명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사람은 하나를 받으면 하나를 더 원한다.

    전투병사로 영입할 수 있는 것에 지휘관까지 임명할 수 있게 되었는데, 막상 그걸 얻고 나니 더한 걸 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되면 좋겠다. 이건 너무 시간을 많이 잡아먹어.’

    어쨌든 지속적으로 길드원이 늘어나고 있었고, 각 지역마다 지휘관을 임명해 뒀기 때문에 당분간은 굳이 강하진이 움직이지 않아도 전투병사 영입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다만 지휘관이 필요할 때마다 한 번씩 가보면 될 뿐이었다.

    만 명을 돌파했을 때 세 개의 병과가 생겼는데, 그 이후로는 다시 병과가 추가되지 않았다.

    강하진은 아마 10만 명을 돌파했을 때 새 병과가 생기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게 아니었으면 벌써 추가되었을 테니까.

    어쨌든 전투병사에 대한 일이 대충 마무리 되었다.

    이제 가디언스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다음 재앙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 된다.

    강하진은 두 번째 재앙 이후에 벌어진 사건들을 차근차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미리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강하진의 눈빛이 깊어졌다.

    * * *

    필리핀은 가디언스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인 나라 중 하나였다.

    괴물이 범람하기 직전의 필리핀을 구해준 것이 가디언스였으니 당연했다.

    그들이 가디언스와 강하진을 대하는 감정은 정말 특별했다.

    특히 강하진의 버프를 한 번이라도 겪어본 각성자들은 그 날의 일을 여전히 잊지 못했다.

    그런 각성자들을 중심으로 버퍼를 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그건 꼭 필리핀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다.

    강하진의 버프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버퍼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물론 막상 버퍼를 구해서 쓰고 나면 실망하게 되지만.

    아무튼 필리핀 각성자 부대를 이끄는 리또는 가디언스와 협동 작전을 자주 벌였다.

    가디언스의 각성자들은 굉장히 뛰어났다.

    함께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배울 점이 많았다.

    또한 경험을 공유하다보면 손발이 잘 맞아서 점점 더 효율적인 작전 수행이 가능해졌고.

    리또는 언제나 가디언스와 함께 작전을 수행하다보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가디언스 소속 각성자들의 성장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물론 그들과 함께 하기 시작한 이후 필리핀 각성자 부대의 성장도 제법 빨라졌고.

    한데 오늘 리또는 그동안 가디언스를 보며 경험했던 그 모든 놀람을 다 합친 것만큼 놀라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리또는 종횡무진 활약하는 가디언스의 각성자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건 리또만 그러는 게 아니었다.

    필리핀 각성자 부대의 각성자들 전부 리또와 똑같은 표정으로 가디언스의 각성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하고 용감했다.

    그리고 간간히 내지르는 저 함성.

    “우와아아아아악!”

    전 각성자가 동시에 내지르는 저 함성에 담긴 힘이 리또의 심장을 뒤흔들었다.

    함성를 내지르고 사방으로 달려드는 각성자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리또는 가디언스의 위용에 압도되었다.

    오늘의 작전은 괴물이 득실거리는 밀림에 들어가 주변을 정리하고 가까이 생성된 던전을 닫는 것이었다.

    한데 벌써 주변 정리가 끝났다.

    오직 가디언스만으로 이뤄낸 성과였다.

    필리핀 각성자 부대는 덕분에 편히 쉬었다. 이제 이렇게 모은 힘을 던전 안에서 쓰면 된다.

    하지만 분위기를 보아하니 던전 안에서도 크게 힘들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리또는 주변 정리를 마치고 휴식에 들어간 가디언스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대장에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며칠 전이랑 달라도 너무 다르군요. 구성원이 딱히 바뀐 것 같지도 않은데······.”

    가디언스 대장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이게 다 우리 마스터 덕분입니다.”

    “예? 마스터요? 강하진 씨 말입니까?”

    “우리는 마스터의 자랑스러운 전투병사가 되었습니다.”

    리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얼른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가디언스의 대장도 그 부분에 대해 속 시원하게 얘기해줄 생각은 없었다.

    그가 외부에 내보내도 되는 정보는 딱 거기까지였으니까.

    가디언스 마스터의 명령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그는 강하진을 지키는 그의 전투병사였으니까.

    리또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가디언스의 대장을 비롯한 가디언스 각성자들을 둘러봤다.

    저들 중에는 필리핀에서 직접 뽑은 각성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한데 그들의 표정도 다른 가디언스 각성자들과 비슷했다.

    벌써 동화되어 가디언스의 충실한 구성원이 된 것이다.

    가디언스에서 필리핀 출신 각성자를 뽑기 시작한 지 고작 몇 달밖에 안 되었는데도 그랬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세계의 구원자라고 불릴 만해.’

    리또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 *

    필리핀에서 벌어진 일과 비슷한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

    가디언스는 갑자기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사냥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걸맞은 성과를 냈다.

    함께 하던 다른 길드나 정부 소속 각성자들은 가디언스의 활약을 보고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가디언스의 힘에 압도되었다.

    일부는 가디언스를 동경했고, 또 일부는 두려움을 느꼈으며, 몇몇은 경계심을 가졌다.

    가디언스의 힘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졌다.

    당연히 성과도 크게 올라갔다.

    특히 압권은 캐나다의 로키 산맥이었다.

    캐나다 로키 산맥은 중심부에 세레트로프의 요새가 있었고, 각 요새마다 100명의 전투병사가 활동하고 있었다.

    그들은 주변 괴물들을 사냥하고 다녔는데, 그렇게 사냥해서 죽인 괴물의 사체를 요새 내부에 쌓아뒀다.

    아무튼 그들의 활동으로 요새 주변의 괴물이 거의 다 사라졌다.

    그 와중에 산맥 아래에서 디펜더스와 가디언스가 경쟁적으로 사냥을 하니 로키 산맥에 서식하는 괴물의 수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럼에도 아직 남은 괴물의 수가 어마어마하긴 했지만.

    예전 강하진이 산맥의 유적을 찾으러 방문했을 때, 가디언스가 한 번 디펜더스를 꽉 눌러준 덕분에 가디언스의 우위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디펜더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 역시 일단 발을 들인 이상, 이곳 로키 산맥에서 뭔가 성과를 얻기로 작정을 했다.

    디펜더스는 끊임없이 로키 산맥에 전력을 추가했다.

    그렇게 해서 결국 가디언스를 넘어설 정도의 전력을 확보했다.

    캐나다에 집중하다보니 다른 곳에 소홀해졌다.

    자연스럽게 전체적으로 가디언스가 디펜더스를 압도하는 모양이 그려졌다.

    필연적으로 디펜더스의 서포터 모집이 순조롭지 않았다.

    악순환이 시작된 것이다.

    디펜더스의 캐나다 로키 산맥에 있는 서포터의 리더인 스티븐은 이런 모든 상황이 자신 때문인 것 같아 견디기 어려웠다.

    솔직히 이 정도로 화끈하게 밀어주는데 가디언스에 계속 밀린다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진짜 압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다.

    그걸 위해 산맥을 한 차례 들쑤실 계획도 세웠다.

    산맥의 괴물들이 몰려오게 만들어서 가디언스의 피해도 강요하고 자신들의 압도적인 위용도 자랑하는 일석이조의 계획이었다.

    스티븐은 디펜더스에서 보낸 조력자를 힐끗 쳐다봤다.

    정말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녀는 스티븐이 힐끗 쳐다본 순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녀의 얼굴 가득 매력적인 미소가 번졌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그렇게 씹어 삼킬 것 같은 눈으로 봐 놓고는.”

    “그, 그, 그렇지 않습니다!”

    “흐응. 그래요? 그거 아쉽네요. 그랬으면, 했는데.”

    “예?”

    여인이 스티븐에게 사뿐사뿐 다가갔다.

    “이번 작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스티븐이 자신만만한 어조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무조건 성공할 겁니다. 아마 내일부터는 가디언스 놈들이 절대 얼굴 똑바로 들고 다니지 못할 겁니다.”

    “그래요? 정말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그럼 우리 둘 사이의 관계도 더욱 깊어질 테니까요.”

    “그 말은······.”

    여인이 매력적인 미소를 흘리고는 휙 돌아섰다.

    “알아서 잘 상상해 봐요. 그 뒤에 어떻게 될지.”

    스티븐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번 계획은 무조건 성공시킬 것이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 * *

    스티븐을 유혹한 여인은 제니퍼의 권속이었다. 안 그래도 매력을 흩뿌리고 다니는 스타일이었는데, 제니퍼의 권속이 되면서 미모라는 절대적인 지위를 정말 잘 이용하고 다녔다.

    그녀는 스티븐을 비롯한 디펜더스의 정예 각성자들을 대동하고 산맥 안으로 들어갔다.

    “힘을 한 번 쓰고 나면 정신을 잃을 테니까, 그때는 스티븐 당신이 직접 절 안고 복귀해야 돼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당신만 믿고 있을 게요. 누웠다가 일어나면 모든 일이 끝나고 즐거운 일만 남기를 바라죠.”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여인은 빙긋 웃고는 걸음을 멈췄다.

    “이쯤이면 되겠네요. 자, 시작합니다.”

    여인의 몸에서 짙은 페로몬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페로몬에는 마력이 잔뜩 담겨 있었는데, 마력의 힘에 의해 사방으로 쫙 퍼져 나갔다.

    마치 강하진이 쓰던 [매혹의 향]과 비슷한 스킬이었다.

    그녀는 가진 마력을 스킬에 모조리 쏟아 넣은 다음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스티븐은 쓰러지는 그녀를 가볍게 받아 안았다.

    “돌아가자.”

    그는 서둘러 이동했다.

    아마 방금 그 마력의 향이 미치는 범위 내의 모든 괴물들이 이 여인이 있는 산맥 아래를 향해 미친 듯히 달려들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 * *

    크워어어어어!

    두두두두두두!

    괴물의 괴성과 무수한 괴물이 달려오는 소리가 산맥을 뒤흔들었다.

    당연히 산맥 아래에 주둔해 있던 각성자들이 깜짝 놀라 막사 밖으로 나왔다.

    사냥을 끝낸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인지라 다들 쉬고 있었는데, 이렇게 괴물들이 몰려올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하지만 그건 가디언스 쪽에만 해당하는 상황이었다.

    디펜더스는 철저한 전투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그걸 본 가디언스 각성자들의 눈이 사납게 번득였다.

    저놈들이 뭔가 수작을 부린 게 분명했다.

    어쩐지 오늘따라 디펜더스의 사냥이 굉장히 소극적이다 싶었다.

    “다들 전투 준비. 우리 가디언스가 왜 최고인지 단단히 보여주자.”

    최근 전투병사의 지휘관이 된 가디언스의 리더가 이를 갈며 그렇게 말했다.

    가디언스의 각성자들이 서둘러 전투 준비를 했다.

    잠시 후, 산맥에서 내려온 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디언스의 리더는 일단 [전장의 함성]을 썼다.

    “우와아아아악!”

    가디언스 전원이 함성을 내질렀다.

    모두의 몸에 강력한 힘이 깃들었다.

    최근 병과를 받았기에 어떤 싸움이든 자신 있었다.

    가디언스 전원이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디펜더스는 오히려 뒤로 빠졌다.

    가디언스가 선봉을 맡은 모양새가 만들어졌다.

    꽈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디펜더스의 리더, 스티븐은 뒤쪽에서 가디언스가 괴물들과 싸우는 광경을 보며 경악했다.

    “저놈들이 저 정도였어?”

    가디언스는 똘똘 뭉쳐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다.

    강하진의 휘하 지휘관의 수가 30명을 넘어선 순간부터 생겨난 스킬 [군진]이었다.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 효과적인 진형을 갖추고 그에 따른 버프 효과를 받으며 싸울 수 있는 스킬이었다.

    각 병과에 따라오는 스킬은 군진 내에서 훨씬 더 효과가 커졌기에 달려드는 족족 괴물들이 쓰러졌다.

    가끔 강력한 개체가 진형을 와해시키려 들면, 방패병이 나서서 [밀어내기]를 통해 괴물을 뒤로 밀어내도 진형을 정비했다.

    가디언스가 워낙 뛰어난 활약을 하다 보니, 괴물들이 자연스럽게 가디언스 주위에 몰려들었다.

    디펜더스가 워낙 뒤쪽으로 많이 물러나 있어서였다.

    스티븐은 그 광경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그가 세운 계획은, 그가 원하는 장면은 이런 게 아니었다.

    가디언스를 짓밟고 몰려오는 괴물을 디펜더스가 압도적으로 짓눌러 버리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

    스티븐은 반사적으로 뒤쪽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한껏 굳은 표정으로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캐나다 정부에서 파견한 각성자들이 서 있었다.

    이대로는 디펜더스의 입지가 오히려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도 간다. 무조건 가디언스보다 돋보여야 돼!”

    스티븐의 명령에 디펜더스의 각성자들이 괴물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들은 자신만만하게 돌격해 가디언스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괴물들을 공격했다.

    싸움이 더욱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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