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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41화 (141/200)
  • < 보물찾기 >

    유적을 찾으면서 아마존을 어찌나 열심히 헤집고 다녔는지, 레벨이 몇 개나 올랐다.

    그리고 보물지도에 표시된 지역이 어디인지 후보지를 두 군데나 찾을 수 있었고.

    보물지도가 조금 더 넓은 범위를 담고 있으면 후보지를 하나로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하나로 압축할 수는 없었다.

    그냥 두 군데 전부 찾아보기로 했다.

    예상보다 아마존에서의 일이 지연되는 바람에 향후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또한 강하진이 없는 공백기에 디펜더스가 약진하면 기껏 선점을 통해 벌려놓은 차이가 메워질 수도 있었다.

    물론 윤경민이 워낙 잘 하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쪽은 보통 인간이 아니니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강하진은 부디 첫 번째 지역에 보물이 있기를 바라며 그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강하진의 찍기가 아주 멋지게 맞아 떨어졌다.

    첫 번째로 선택한 지역이 정답이었다.

    세부적인 지형도 다 맞아 떨어졌고, 실제로 보물이 있는 정확한 위치에 거대한 나무가 있는 것도 맞았다.

    보물은 그 나무 안에 있다고 했으니 이제 보물만 찾아서 갖고 가면 된다.

    강하진은 어른 스무 명이 팔을 둘러도 모자랄 정도로 굵은 나무를 보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끝났다.”

    아마존에서의 길고 긴 일정이 끝났다.

    닷새를 예상하고 왔다가 무려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여기서 보내야 했으니 무려 여섯 배나 늘어난 셈이었다.

    “그나저나······ 이 나무속에 보물이 있다고 했는데······.”

    그럼 나무를 잘라야 하나? 강하진은 왠지 그래선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지도를 꺼내 확인해봤다.

    지도에 쓰인 글귀는 전부 읽고 기억했지만, 그래도 혹시 자신이 놓친 것이 있을지 모르니 다시 한 번 확인해 보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지도를 아공간에서 꺼냈을 때, 갑자기 나뭇가지 하나가 휙 움직이더니 지도를 가로채려고 했다.

    강하진은 얼른 지도를 옆으로 치웠다.

    촤아악!

    나뭇가지가 방금 지도가 있던 공간을 가르고 지나가며 나뭇잎을 후두둑 떨어뜨렸다.

    “이건······ 또 뭐지?”

    설마 이 나무가 괴물이었단 말인가? 하지만 마력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하진이 감각을 곤두세워 나무에 깃든 힘을 파악하려는 순간 무수한 나뭇가지들이 뻗어 나왔다.

    촤악! 촤악! 촤악!

    마치 나뭇가지를 채찍처럼 휘둘러 강하진을 공격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강하진이 손에 든 지도를 가로채려고 했다.

    나뭇가지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공격했다.

    만일 강하진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면 정확히 지도만 채 갔을 것이다.

    하지만 무려 200달러나 주고 산 지도를 이렇게 허무하게 빼앗길 수는 없지 않은가.

    강하진은 계속 나뭇가지를 피하면서 나무를 관찰했다.

    날아드는 나뭇가지의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강하진 뒤에 있던 나무에서 가지가 뻗어 나왔다.

    촤아아악!

    강하진은 깜짝 놀라 몸을 비틀어 그것을 피했다.

    그때부터 주변 나무들이 전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백 개의 나뭇가지가 강하진이 들고 있는 지도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워낙 나뭇가지가 많아서 제대로 피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렇다면 그걸 잘라내면 된다.

    하지만 강하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왠지 저 나뭇가지를 공격하면 안 될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지금 이 상황이 꼭 무언가를 시험하는 과정 같았다.

    일단 나뭇가지들은 절대 강하진을 직접 노리지 않았다. 공격을 통해 움직임을 제한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철저히 손에 든 지도만을 노렸다.

    사실 지도를 빼앗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걸 들고 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다.

    한데 나뭇가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강하진은 그 이유가 바로 시험이라고 봤다.

    ‘어쩌면······ 여기도 과거의 잔재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시스템의 힘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강하진은 여전히 정신없이 나뭇가지를 피해 지도를 지켜내고 있었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궤적과 패턴이 복잡해져서 갈수록 힘들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버텨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뿌듯했다.

    이렇게 많은 나뭇가지가 공격하는데도 그걸 단 하나도 잘라내지 않고 오직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모든 공격을 피해내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제 오히려 즐기는 상황이 되었다.

    강하진은 점점 신 나게 몸을 비틀고 걷고, 팔다리를 휘저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조금씩 나뭇가지의 공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패턴과 궤적이 굉장히 복잡하긴 했지만, 규칙이 아예 없는 게 아니었다.

    그 규칙이 점점 눈에 들어왔고, 그걸 알아차리자 피하는 것이 점점 쉬워졌다.

    이제 눈을 감고도 나뭇가지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 정도로 익숙해진 그 순간, 망막에 정보가 떠올랐다.

    [스킬, ‘유운보’를 습득했습니다.]

    너무 깜짝 놀라서 하마터면 나뭇가지의 기습 공격에 지도를 빼앗길 뻔했다.

    ‘유운보? 스킬이라고?’

    나뭇가지 공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강하진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일단 확인부터 했다. 왠지 조만간 정보를 확인할 틈도 없이 바빠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유운보(A)]

    [버드나무와 구름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창안한 보법. 공격을 부드럽게 흘리고 피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럼 지금 저 나무가 스킬을 전수해 주고 있는 건가?’

    강하진이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나뭇가지의 패턴이 갑자기 달라졌다.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하고 기괴하고 복잡한 움직임과 궤적이었다.

    강하진은 방금 찾았던 여유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다시 바빠졌다.

    이번엔 정말 방심할 수 없는 것이 뿌리가 불쑥불쑥 솟아났다.

    정신도 없고 위험하기까지 했지만, 강하진은 기쁜 마음으로 공격을 피해냈다.

    이대로 버티기만 하면 결국 스킬을 얻게 될 텐데,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강하진이 공격 패턴에 익숙해진 순간, 또 한 번 정보가 떠올랐다.

    [스킬, ‘폭류행’을 습득했습니다.]

    역시나 새 스킬을 얻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나뭇가지들이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다.

    [폭류행(A)]

    [거친 물결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창안한 보법. 공격을 보조하기 위한 보법이다. 유운보와 섞어서 쓰면 위력이 더 올라간다. 공격력 증가는 숙련도에 따른다.]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보법이라니.

    강하진은 여전히 손에 들고 있는 지도를 다시 확인해봤다.

    지도가 푸석푸석해지더니 이내 퍼석, 부서졌다.

    강하진은 잠시 빈손을 들여다보다가 거대한 나무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이런 나무에 아무것도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과거의 잔재가 남아 있거나,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나무 앞에 도착하자, 갑자기 그 거대한 나무가 둘로 쩍 쪼개졌다.

    쩌저적!

    위에서 벼락을 맞은 모양으로 구불구불 쪼개진 거대한 나무를 보고 있으니 기가 차기도 하고 놀랍기도 해서 한동안 그걸 지켜봤다.

    쪼개진 나무속에 녹슨 철 궤짝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것이 바로 보물인 모양이었다.

    ‘스킬도 전수해 주고, 보물도 주고, 아주 끝내주는 보물지도네.’

    게다가 얻은 두 개의 스킬 모두 마음에 쏙 들었다.

    척 봐도 유운보는 다수의 적과 싸울 때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스킬이었고, 폭류행은 유운보와 섞어서 적을 요격할 때 쓰면 딱이었다.

    앞으로 다수의 적과 싸울 일이 제법 많을 텐데, 아주 요긴할 것이다.

    지도를 팔았던 노인이 한 번쯤 목숨을 구해줄지도 모른다는 말이 마음에 확 와 닿았다.

    이 정도 스킬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무속에 있는 철 궤짝을 꺼냈다.

    철 궤짝에는 뭔가 문양이 잔뜩 새겨져 있었지만, 워낙 녹이 잔뜩 슬어서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강하진은 일단 녹을 손으로 싹싹 털어냈다.

    예전 같으면 그냥 궤짝부터 열고 봤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그건 레나트를 영입하기 전까지 하던 행동이다. 레나트라는 유적 전문가가 있으니 이런 문양도 열심히 사진으로 남겨서 보내주어야 한다.

    혹시 뭐가 더 나올지 모르니까.

    ‘세상이 게임처럼 변하긴 했어도 그냥 생존 전쟁 같은 느낌이었는데, 과거의 잔재를 만난 뒤로는 정말 게임 같은 기분이 들어.’

    강하진은 궤짝의 녹을 털어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게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퀘스트 아닌가.

    이런 궤짝의 문양에 퀘스트에 대한 힌트가 담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생각보다 궤짝은 아주 멀쩡했다.

    녹이 아주 깨끗이 떨어져 나갔고, 그렇게 녹이 사라지자 왠지 번쩍이는 것 같았다.

    궤짝 전체에 문양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는데, 이건 분명히 문자였다.

    강하진은 아공간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혹시 몰라, 아주 가까이서 여러 장을 찍었다.

    사실 궤짝을 그냥 아공간에 넣어 가지고 가면 되는데,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역시나 직감 때문이었다.

    그동안 거의 틀린 적이 없던 바로 그 직감 말이다.

    강하진은 천천히 궤짝 뚜껑을 열었다.

    잠겨 있었는데, 강하진이 손을 대자 이음새가 빛나더니 뚜껑이 벌컥 열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궤짝이 그대로 녹아서 흘러내렸다.

    궤짝 안에 든 내용물만 딱 남겨놓고는 말이다.

    “이럴 줄 알았어. 아마 아공간에 그냥 넣었어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겠지?”

    해보진 않았지만 분명히 그랬을 것이다.

    궤짝 안에 있던 물건은 두 권의 책이었다.

    그것도 옛날 종이를 끈으로 엮어서 만든 아주 오래 된 책이었다.

    표지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강하진은 두 권의 책을 집었다.

    그러자 책장이 휘리릭 넘어가더니 이내 낱장이 모조리 뜯어져 주위를 휘감았다. 낱장에도 아무 내용이 없었다. 그냥 전부 빈 종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보기에만 그렇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종이 한 장 한 장마다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두 권의 책자가 만들어낸 광경에 강하진은 깜짝 놀랐다.

    강하진을 중심으로 주변 공간을 종이가 빈틈없이 감쌌다. 그리고 강력한 힘이 강하진을 향해 쏟아졌다.

    그러자 세상이 확 변해 버렸다.

    강하진은 긴장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방금 전까지 환한 대낮이었는데, 깜깜한 밤이 되었다.

    심지어 여긴 아마존 밀림도 아니었다.

    별이 쏟아지는 광활한 벌판이었다.

    그리고 사방에 시스템의 힘이 꽉 차 있었다.

    여기가 바로 과거의 잔재였다.

    강하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저 멀리서 강렬한 존재감이 다가오고 있었다.

    안 그래도 시스템의 힘으로 꽉 찬 공간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힘이 집중된 존재가 있었다.

    바로 그 존재가 다가오고 있었다.

    이내 그 사람이 강하진 앞쪽 10미터쯤 떨어진 곳에 섰다.

    탄탄한 체격의 중년인이었다.

    강하진의 눈에 긴장감이 어렸다.

    중년인의 격이 느껴졌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어마어마한 속도였다. 하지만 또 대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강하진은 직감적으로 이 중년인이 자신을 시험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중년인의 공격은 철저히 사각에서 이뤄졌다.

    아예 공격 자체가 보이지 않았다.

    강하진은 오늘 익힌 두 개의 스킬, 유운보와 폭류행을 이용해 중년인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중년인의 공격이 그걸 강요하고 있었으니까.

    아득히 높은 격을 가지면 이런 것도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중년인과 싸웠을까, 점점 공격을 피하는 것이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중년인은 강하진이 벽을 하나 부수길 원하고 있었다.

    강하진의 몸에 상처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하진은 물러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온몸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온몸이 시원해졌다.

    마치 막힌 둑이 뚫린 것처럼 거대한 힘이 온몸을 휘돌았다.

    중년인의 공격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가만히 서서 힘을 만끽하는 강하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내 세상이 지우개로 지우듯 슥슥 사라졌다.

    강하진은 어느새 쪼개진 나무 앞에 서 있었다.

    [마력 통로를 뚫었습니다.]

    [칭호 ‘마력의 지배자’를 획득했습니다.]

    [스킬 ‘풍운신공’을 획득했습니다.]

    [스킬 ‘유운보’와 ‘폭류행’이 ‘풍운신공’에 통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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