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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40화 (140/200)
  • < 라파시드의 서 2 >

    강하진이 아마존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총 다섯 개의 유적을 찾아냈다.

    각각의 유적이 생명의 샘과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다른 유적들에 둘러싸여 있는 과거의 잔재였다.

    강하진은 그것들을 모두 시스템에 편입시켰다.

    그리고 그 때마다 라파시드의 서를 하나씩 완성해 나갔다.

    예상대로 반탄충의 주변에 있던 유적에서 라파시드의 서에 채울 수 있는 ‘반사의 장’을 얻었고, 칼날늑대라는 괴물의 출몰지역 근처에서 ‘절단의 장’을 얻었다.

    그런 식으로 ‘평온의 장’, ‘폭발의 장’도 얻었다.

    처음 생명의 샘에서 얻은 ‘은폐의 장’과 ‘왜곡의 장’까지 하면 총 여섯 개의 패턴을 획득한 것이다.

    한 달이나 투자해 여섯 개의 패턴을 얻었지만, 사실 그 패턴을 얻은 건 초반 열흘에 집중되어 있었고, 뒤의 20일은 다른 유적을 찾으러 돌아다니기만 할 뿐, 성과가 없었다.

    아마 보통 이쯤 되면 이게 전부인가보다 하고 돌아갔겠지만, 강하진은 그럴 수가 없었다.

    유적이 하나 더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건 마지막에 발견한 ‘폭발의 장’을 얻은 직후였다.

    ‘폭발의 장’을 얻고 나니 그냥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마지막 유적이 남아 있다고.

    그걸 알았는데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것만 모으면 완벽한 라파시드의 서가 되는데 말이다.

    왠지 그렇게 완벽하게 모으지 않으면 큰 것을 놓치게 될 듯한 예감 때문에 좀처럼 아마존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보물도 찾아야 하고.’

    유적을 찾느라 잠시 뒤로 미뤄뒀지만, 강하진은 보물지도에 대한 생각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중간 중간 강 근처를 지날 때마다 지도의 지형과 비교해보곤 했다.

    그렇게 해서 대충 어디쯤에 보물이 있을지도 짐작했다. 이제 마지막 유적만 찾고 보물을 찾으면 끝이다.

    하지만 마지막 유적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강하진은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런 강하진의 눈에 거대한 아마존의 강물이 보였다.

    강 건너편에 거대한 악어괴물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굉장히 사납고 강력한 괴물이지만, 일단 잡아 놓으면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쓸모 있는 재료의 보고였다.

    가죽은 물론이고 날카로운 뼈도 그렇고 심지어 힘줄과 고기까지 쓸 수 있었다.

    악어괴물의 고기는 잘 가공하면 뛰어난 포션의 재료가 되니까.

    무엇보다 레벨이 높아서 사냥하면 레벨업에 큰 도움이 된다.

    강하진은 일단 악어괴물부터 잡고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그동안 유적을 찾으면서 올라간 각종 능력치와 새로 얻은 스킬들 덕분에 아마존에 들어오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강하진은 단숨에 강을 뛰어넘어 악어괴물의 등을 발로 쿡 찍었다.

    쩌어엉!

    강력한 마력의 파동이 일어나며 악어괴물이 파도처럼 요동쳤다.

    그리고 그대로 축 늘어졌다.

    충격파 한 방에 죽어버린 것이다.

    나머지 악어괴물도 비슷한 꼴이 되었다.

    채 반응하기도 전에 강하진이 훌쩍훌쩍 뛰어 등판을 발로 밟아버렸다.

    쩌어어엉! 쩌어어엉! 쩌어어엉!

    마력의 파동은 넓게 퍼져 나가지 않고 오직 악어괴물 내부에만 머물렀다.

    놀라울 정도로 정교한 마력 컨트롤 능력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라파시드의 서를 획득하려면 패턴을 복사해야 하는데, 매번 인내심의 한계를 요구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았다.

    웬만한 마력 컨트롤 능력으로는 패턴의 초반부도 따라 그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컨트롤 능력이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

    “슬슬 아공간도 한계가 오고 있는데······.”

    아마존에 들어오면 당연히 사냥을 병행할 생각이었기에 아공간을 굉장히 넉넉하게 들고 왔다.

    한데 체류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아공간이 괴물 사체를 비롯해 다양한 아이템으로 꽉꽉 채워졌다.

    이제 남은 공간이 정말 얼마 없었다.

    아마 며칠만 더 이런 식으로 사냥하면 더 이상 아공간이 없어서 한 번 정리를 해야 할 것이다.

    ‘버릴 거 찾기가 만만치 않은데······.’

    아마존의 괴물들이 워낙 전부 특이해서 버릴 만한 사체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광산이라도 하나 찾으면 좋겠네.’

    당연히 아마존 내에도 던전이 열린다. 운이 좋으면 그 중에서 광산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은 의도적으로 던전은 무시하고 지나갔는데, 아무래도 던전을 찾으면 이제부터 조사를 해야 할 듯했다.

    악어괴물을 모조리 아공간에 담은 강하진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에 햇빛이 쏟아져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그러고 보니 저기는 그동안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었네.”

    유적이 왜 밀림 속에만 있을 거라고 여겼을까? 강 아래에 있을 수도 있는데.

    아마존 강의 길이를 떠올린 강하진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도······ 해보긴 해야지.”

    강하진이 암담한 눈으로 강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이내 강물에 뛰어들었다.

    * * *

    예상이 맞았다.

    유적은 강물 속에 있었다. 아니, 강물 속으로 이어진 수중동굴 속에 있었다.

    “젠장. 이걸 어떻게 찾아.”

    하지만 찾았다. 아마 강하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절대 찾지 못했으리라.

    이미 그 전에 포기했을 테니까.

    절벽 아래에 길게 이어진 동굴이 있었고, 그 끝에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생각보다 신선한 공기로 꽉 채워진 공간이었는데, 그 공간의 끝에 동굴이 뻥 뚫려 있었다.

    수중동굴은 굉장히 거대했다.

    높이가 10미터쯤 되었고, 폭은 30미터가 넘었다.

    자연 동굴은 아니었다. 누군가 둥글게 내부를 파내서 터널을 만든 것이다.

    동굴의 벽과 천장은 온갖 부조가 가득했다.

    강하진은 그 부조를 모조리 촬영했다.

    나중에 레나트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이 전에 찾았던 모든 유적 역시 같은 방식으로 촬영을 해서 보관해뒀다.

    레나트가 그걸 해석하고 연구하면 아마 분명히 새로운 정보를 찾아낼 것이다.

    과거의 잔재는 시스템이 세세한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에 레나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다.

    바닥은 마치 촘촘한 타일이 깔려 있는 듯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타일이 아니라 돌바닥을 타일 모양으로 깎아서 만든 부조였다.

    각 타일마다 다른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강하진은 그것 역시 모두 촬영했다.

    이럴 때는 동영상으로 찍어 버리는 게 편하다.

    그렇게 동굴의 끝까지 이동하며 모든 걸 영상에 담은 강하진은 동굴 끝에 세워진 기둥을 발견했다.

    동굴 바닥과 천장을 이어붙인 듯한 기둥이었다.

    아니, 애초에 기둥을 생각하고 동굴을 깎은 듯했다. 완벽하게 이어져 있었다.

    기둥에도 부조가 가득했기에 그것 또한 영상에 촘촘히 담았다.

    이제 다 찍었으니 라파시드의 서를 찾을 차례였다.

    과연 여기는 어떤 패턴이 기록되어 있을까?

    강하진은 두근거리는 심정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차분히 감각을 세웠다.

    ‘무슨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네.’

    일단 처음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하진은 그것이 ‘은폐의 장’ 때문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마 ‘은폐의 장’을 얻지 못했다면 눈치조차 채지 못했을 것이다.

    ‘은폐의 장’을 설치하는 건 할 수 있지만, 그걸 풀어내는 건 다른 얘기였다.

    강하진은 몇 번이나 시행착오를 거치며 ‘은폐의 장’을 풀어냈다.

    그 과정에서 강하진이 보유한 라파시드의 서가 조금씩 더 완성되어갔다.

    강하진은 그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은폐의 장’을 풀어내니, ‘왜곡의 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부터 강하진은 긴장했다.

    아마 ‘왜곡의 장’을 풀어내면 그 뒤로 ‘반사의 장’, ‘절단의 장’, ‘평온의 장’, ‘폭발의 장’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그 중에서 ‘절단의 장’과 ‘폭발의 장’은 굉장한 살상력을 자랑한다.

    아마 강하진이 펼칠 수 있는 수준보다 월등히 뛰어날 테니 각오를 단단히 하고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몸이 싹둑 잘리거나 폭발에 휘말려서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강하진은 패턴을 풀어내는 작업을 쉬지 않았다.

    완벽에 가깝게 펼쳐진 패턴이 하나하나 풀려 나갔다.

    처음 ‘은폐의 장’을 풀어냈을 때보다 뒤에 나온 패턴을 푸는 시간이 점점 더 줄어들었다.

    패턴을 풀어내면서 강하진의 실력과 감각이 더 성장한 것이다.

    마치 강제로 패턴을 훈련시키는 듯한 기분을 여기서도 분명히 느꼈다.

    ‘절단의 장’과 ‘폭발의 장’을 풀어낼 때는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강하진은 그걸 훌륭히 극복하고 모두 풀어냈다.

    그러자 비로소 새로운 패턴이 나타났다.

    강하진은 그 패턴 역시 하던 대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하는 일이 아니었다. 이 유적 자체가 가진 의지가 강하진의 행동에 미약하게 깃들어 있었다.

    강하진은 굳이 그 의지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지에 그것을 담았다.

    [제 7장 - 관통]

    [패턴을 이용해 벽을 뚫는다. 완벽하게 패턴을 구성하면 어떤 벽이든 뚫을 수 있다.]

    드디어 일곱 번째 장을 얻었다. ‘관통의 장’이었다.

    하지만 패턴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직 남아 있었다.

    강하진은 반쯤 무아지경에 빠져 패턴을 풀어냈다.

    이제 유적의 의지와 강하진의 의지가 뒤섞여 누가 상황을 주도하는지 경계가 모호해졌다.

    하지만 그래서 더 완벽하게 패턴을 풀어낼 수 있었다.

    [제 8장 - 흡수]

    [패턴을 이용해 힘을 흡수한다. 완벽하게 패턴을 구성하면 근원의 힘을 흡수할 수 있다.]

    [제 9장 - 분해]

    [패턴을 이용해 힘을 분해한다. 완벽하게 패턴을 구성하면 근원의 힘을 분해할 수 있다.]

    그렇게 쭉쭉 새로운 장을 열었고, 이내 마지막 장이 열렸다.

    [제 10장 - 융합]

    [패턴을 이용해 힘을 융합한다. 완벽하게 패턴을 구성하면 어떤 힘이든 하나로 융합할 수 있다.]

    강하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고 있었다.

    라파시드의 서에 담긴 힘이 이리저리 뒤섞였다가 나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것은 라파시드의 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었다.

    굉장히 고통스러웠지만 강하진은 그걸 꾹 참아냈다.

    이보다 더한 고통도 참아봤는데, 고작 이 정도쯤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

    예전 영국 박물관에서 처음 갈취 스킬을 얻었을 때의 고통에 비하면 지금 느끼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내 고통이 끝났다.

    청량감이 정수리에서 시작해 발끝까지 온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몸의 노폐물이 싹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완벽한 라파시드의 서를 얻었다.

    [라파시드의 서]

    [생명의 군주 라파시드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낸 책. 은폐, 왜곡, 반사, 절단, 평온, 폭발, 관통, 흡수, 분해, 융합의 힘이 깃든 패턴의 제작법이 기록되어 있다.]

    그동안 얻었던 것이 하나로 모였다.

    지난 한 달 동안 열심히 모았던 라파시드의 서는 말 그대로 겉핥기에 불과했다.

    진짜는 하나로 모아 진짜 라파시드의 서를 만든 후에야 쓸 수 있었다.

    비로소 라파시드의 서가 진짜 강하진의 것이 되었다.

    그 말은 그 안에 있는 열 가지 힘의 패턴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다만, 강하진은 라파시드의 서와 상성이 그리 좋지 않았다.

    강하진은 이 힘을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이건 유동훈에게 훨씬 더 어울리는 힘이었다.

    하지만 라파시드의 서는 이미 강하진의 것이 되었다. 이걸 유동훈에게 줄 수는 없었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라파시드의 서를 줄 수는 없지만, 패턴에 대해 알려줄 수는 있었다.

    유동훈이 과연 그걸 배우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향후 가디언스에서 만들어내는 장비의 질은 다른 모든 아이템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하진은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고, 이곳을 은폐와 왜곡으로 감춘 후, 동굴에서 나갔다.

    이제 보물만 찾으면 아마존에서 나갈 것이다.

    솔직히 좀 지긋지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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