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139화 (139/200)
  • < 라파시드의 서 1 >

    ‘라파시드의 서?’

    강하진은 망막에 떠오른 정보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엿보기 스킬을 이용해 라파시드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확인해 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세레트로프와 마찬가지 경우인 듯했다.

    강하진이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검색 난이도가 높거나, 아니면 아예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았거나.

    하지만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랬다면 저렇게 망막에 정보가 떠오를 일도 없었을 테니까.

    ‘그렇다는 건 검색 난이도가 높다는 건데······.’

    가장 합리적인 추론은 다른 시스템의 정보이기 때문에 현 시스템을 엿보는 걸로는 정보를 뽑아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미 다른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다.

    과거의 잔재라는 것 역시 과거에 지구를 장악했던 시스템의 일부일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추론일 뿐이지만, 강하진은 거의 확신했다. 돌아가는 정황이 그랬으니까.

    어쨌든 이 라파시드의 서라는 것 역시 과거 시스템의 일부일 것이다.

    그리고 강하진은 현 시스템에 그것을 등록해야 하고.

    강하진은 일단 라파시드의 패턴이라는 걸 확인해봤다. 등록했다고 하니 확인이 가능할 것이다.

    [라파시드의 패턴]

    [생명의 군주 라파시드가 개발한 마력 운용법. 완벽하게 이해하면 근원의 힘까지 다룰 수 있다.]

    강하진은 설명에 나온 ‘근원의 힘’이라는 부분에 관심을 가졌다.

    더 집중해서 정보를 확인했지만, 이 역시 더 알아낼 수 없었다.

    아마 시스템의 힘이라고 강하진이 파악하고 있는 것이 근원의 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파시드의 서]

    [라파시드의 패턴이 기록된 책.]

    [1장 - 은폐]

    [패턴을 이용해 존재를 감춘다. 완벽하게 패턴을 구성하면 어떤 것이든 감출 수 있다.]

    아마 어떤 것에 마력이나 근원의 힘까지 포함되는 모양이었다.

    강하진은 직감적으로 아직 자신이 라파시드의 서 1장을 완벽하게 얻은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걸 완벽하게 얻으려면 근원의 힘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이 라파시드의 서라는 것이 근원의 힘을 다룰 수 있게 해주는 훈련서가 아닐까?

    시스템에 그런 정보는 나오지 않지만,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제 생명의 샘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끝났다.

    두 번째 단계는 샘을 둘러싼 여섯 유적에 펼쳐진 마력 패턴을 분석하고 해제하는 일이었다.

    이미 패턴을 획득했기에 주변을 정리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강하진은 눈앞에 있는 검은 기둥 주변에 흐르는 마력 패턴을 역으로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렵지 않았다.

    일단 패턴이 등록된 이상, 그걸 응용하는 것 역시 가능했으니까.

    물론 그러려면 뛰어난 마력 컨트롤 능력이 필요하지만.

    결국 패턴이 낱낱이 해체되었다. 마력 흐름이 풀려 패턴을 그리고 있던 마력이 흩어져 버린 것이다.

    그러자 아주 선명한 시스템의 힘이 느껴졌다.

    “이걸 마력으로 감추고 있었던 거라고?”

    마력 패턴으로 시스템의 힘을 감추고 있었다.

    강하진은 감탄하며 주변에 똘똘 뭉친 시스템의 힘을 파악했다.

    그것은 일견 굉장히 많아 보였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어딘가로 계속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그 어딘가가 바로 중심의 유적이라는 건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강하진은 힘의 중심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고 바로 현 시스템에 편입시켰다.

    [첫 번째 의지를 시스템에 등록했습니다.]

    [첫 번째 의지]

    [생명의 샘을 지탱하는 여섯 의지 중 첫 번째. 체력+100, 생명의 의지]

    시스템에 등록한 대가로 체력을 100이나 얻었다. 거기에 생명의 의지라는 스킬도 얻었다.

    [생명의 의지(P)]

    [치료 효율을 5% 증가시킨다.]

    아마 나머지 다섯 군데 역시 비슷할 듯했다.

    모든 곳을 등록시키면 체력이 무려 600이나 증가하는 셈이다.

    강하진은 나머지 기둥을 차례대로 돌면서 마력 패턴을 풀었다.

    예상했던 대로 각각 100의 체력과 5%의 효율을 올려줬다.

    강하진은 모든 곳을 돌아본 다음 마지막으로 중심에 있는 생명의 샘으로 향했다.

    패턴이 해제되어서 그런지 생명의 샘으로 흘러가는 시스템의 힘이 훨씬 명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생명의 샘이 있는 곳에 오니, 아무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벽하게 시스템의 힘을 감춘 것이다.

    물론 주변의 패턴을 풀어냈기에 힘이 이곳으로 모이는 걸 감추지는 못했다.

    이제 이곳의 패턴만 풀어 버리면 된다.

    강하진은 심호흡을 한 다음, 패턴을 해석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패턴이 달라져 있었다.

    아까의 그 패턴이 아니었다. 그 패턴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라 훨씬 다양한 흐름이 추가되어 있었다.

    아마 지금 당장 추가된 게 아니라, 감춰져 있던 흐름이 이제야 존재감을 드러낸 게 확실했다.

    여섯 군데에 설치된 패턴이 이것을 가리고 있었던 것이다.

    강하진은 새로 나타난 패턴의 흐름을 차근차근 파악했다.

    아까 했던 걸 다시 하는 것에 불과했기에 제법 능숙하게 패턴을 기억할 수 있었고, 그걸 따라하는 것도 금방 해냈다.

    [라파시드의 패턴을 등록했습니다.]

    [라파시드의 서 제 2장을 획득했습니다.]

    * * *

    [생명의 샘]

    [근원의 힘이 모이는 장소.]

    모든 패턴을 풀어내고 결국 생명의 샘을 시스템에 등록한 강하진은 약간 허탈해졌다.

    사실 풀어내는 과정이 워낙 힘들었기에 제법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한데 막상 풀어내고 나니 정말 별 게 없었다.

    이곳에 설치된 모든 것은 저 생명의 샘을 감추기 위한 장치였다.

    세레트로프의 훈련소에서처럼 천 명의 병사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에 버금가는 무언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산산이 부서졌다.

    정말 딱 저 샘 하나였다.

    그리고 저 샘물이 특별한 포션이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물이었다. 아주 평범한.

    저곳은 그저 근원의 힘이 모이는 장소일 뿐이었다. 사람의 몸을 생각하면 단전이랄까.

    어쨌든 등록을 마쳤고, 생명의 샘을 등록하면서 체력과 마력을 각각 200씩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근원의 힘에 대한 이해가 좀 올라갔다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게 어떤 역할을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와서 얻은 것 중 가장 큰 것은 단연 라파시드의 서였다.

    [2장 - 왜곡]

    [패턴을 이용해 존재를 왜곡한다. 완벽하게 패턴을 구성하면 근원의 힘을 왜곡할 수 있다.]

    강하진은 이제 패턴이 해제되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생명의 샘을 쳐다봤다.

    근원의 힘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마 이곳의 특별함을 모를 것이다.

    ‘제이슨은 과연 근원의 힘에 대해 알고 있을까?’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런 존재가 여기 오면 혹시 이 힘을 이용할 방법이 있는 게 아닐까?

    일단 강하진은 당장 저 근원의 힘을 이용할 수 없었다.

    저걸 이용하려면 근원의 힘에 대해 좀 더 많은 걸 알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곳의 존재를 다시 감춰야 하는 것 아닐까?

    강하진은 라파시드의 서를 이용해 생명의 샘을 은폐했다.

    역시 시스템에 등록을 해서 그런지 패턴을 그리는 속도가 상당히 빨라졌다.

    “완벽한 은폐는 안 되네.”

    강하진은 은폐 위에 왜곡까지 펼쳤다.

    그렇게 하고 나니 비로소 안을 들여다보기 어려워졌다.

    전혀 엉뚱한 곳에 패턴이 나타났으니까.

    아마 왜곡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엉뚱한 곳만 계속 살펴보다가 실패하고 돌아가게 될 것이다.

    문득 여길 둘러싼 여섯 개의 기둥이 떠올랐다.

    ‘대체 그 기둥은 뭐였을까?’

    그 기둥들은 이곳을 은폐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존재였다.

    만일 그 기둥들이 없이 오직 이 생명의 샘만 존재했다면, 과연 여기 펼쳐진 왜곡과 은폐를 풀어낼 수 있었을까?

    아마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여기 펼쳐진 은폐와 왜곡은 완벽에 가까운 수준이었으니까.

    지금 강하진의 수준보다 훨씬 위에 있었다.

    ‘아니, 아예 라파시드의 패턴을 익히지도 못했겠지.’

    마치 차근차근 풀어나가면 모든 걸 얻을 수 있도록 누군가가 설계해 놓은 것 같았다.

    강하진은 다시 아까의 그 기둥으로 가봤다.

    놀랍게도 여섯 개의 거대한 기둥은 사라졌다. 아무래도 생명의 샘에 걸린 패턴을 풀어내면 기둥도 사라지도록 설계된 모양이었다.

    그곳은 마치 원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풀과 나무만 무성했다.

    강하진은 그제야 이곳에도 왜곡이 펼쳐져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이곳의 원래 모습은 바로 지금 강하진이 보고 있는 광경이었다. 풀과 나무가 무성히 자라 아무도 지나다닌 적 없는 것 같은 광경 말이다.

    강하진은 한동안 그곳에 서서 사라진 기둥의 흔적을 파악해 봤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 * *

    유적을 시스템에 등록했다고 아마존에서의 일이 끝난 게 아니다.

    이제 보물찾기를 할 차례였다.

    강하진은 아공간에 보관해뒀던 지도를 꺼냈다.

    이제부터 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창공의 눈]을 이용해 아마존의 지형을 세밀히 살펴야 하니까.

    지도가 제법 낡은 걸로 봐서 상당히 오래 전에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강의 모양으로 기준을 정하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강하진은 강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만나는 괴물들은 남김없이 처리했다.

    유적을 찾으러 갈 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괴물을 만났다.

    그 중에는 그물괴물처럼 특이한 능력을 가진 놈들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반탄충이라는 괴물이 있었다.

    온몸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단단한 각질로 이루어진 괴물이었는데, 이놈은 모든 공격을 튕겨내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자신이 쓴 스킬이 반사되어 자신을 덮쳤으니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크기도 제법 커서 바위가 굴러가는 것처럼 움직였다.

    감각은 또 어찌나 예민한지 제법 멀리서 지나가도 어느새 데굴데굴 굴러와 공격을 한다.

    반탄충의 약점은 사냥감을 죽인 후, 그것을 먹을 때 드러난다.

    사냥감을 먹기 위해 입을 벌리는데, 각질 내부는 정말 연한 살로 이루어져 있었다.

    강하진이 반탄충을 상대할 때 쓴 방법은 [환영살포]였다.

    예전 일본 던전에서 마족 카르난을 상대로 얻어낸 스킬이었는데, 제물을 이용해 환영을 보여주는 스킬이었다.

    강하진이 쓴 제물은 마석 조각이었다.

    반탄충 근처에 먹잇감을 환영으로 뿌려서 입을 벌리게 만든 다음 사냥했다.

    환영이 잘 안 먹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사실 [환영살포]를 다른 괴물에게도 써먹어 봤다. 하지만 크게 효과적이진 않았다.

    괴물에 따라 잘 걸려드는 놈도 있긴 하지만, 환영에 안 속는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한데 반탄충은 잘 걸려드는 희귀한 놈이었다.

    반탄충의 사체는 잘 챙겨뒀다. 이건 잘 살려내면 굉장히 유용한 특성이었다.

    유동훈에게 연구를 맡기면 아마 특별한 장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반탄충을 계속 잡다보니 문득 그물괴물이 떠올랐다.

    그물괴물은 유적에서 비교적 가까운 지역에 서식했다.

    ‘혹시 이 근처에 다른 유적이 또 있는 거 아닐까?’

    강하진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왠지 라파시드의 흔적이 아마존 내에 또 있을 것 같았다.

    이 근처에 라파시드의 흔적이 있다면 아마 거기에서는 ‘반사의 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 강하진은 보물찾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다시 유적 사냥꾼이 되었다.

    그리고 세 시간에 걸친 수색 끝에 새로운 유적을 찾아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