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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37화 (137/200)

< 아마존의 유적 1 >

강하진은 [창공의 눈]으로 가디언스의 전투를 지켜봤다.

[전장의 함성]을 통해 강력한 버프를 등에 업은 가디언스의 전투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전원 전투병사로 등록되어서 그런 건지 전투의 합도 묘하게 잘 맞았다.

제프리를 비롯한 유적 발굴팀의 각성자들과는 자주 손발을 맞춰보지도 않았을 텐데 그들과의 호흡도 아주 잘 맞았다.

아무래도 같은 소속의 전투병사가 되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부가효과인 듯했다.

[전장의 함성]은 지속시간이 제법 길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쓸모 있는 스킬이었다.

강하진은 그걸 확인하고 베이스캠프를 떠났다.

물론 이동하면서도 산맥의 전투를 끝까지 지켜봤다.

버프가 떨어지는 순간마다 [전장의 함성]을 걸어주면서.

아마 오늘 가디언스는 그동안 산맥에서 했던 모든 사냥을 통틀어 다시는 깰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기록을 세울지도 모른다.

[전장의 함성]이 주는 버프 효과는 그 정도로 대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백 명이나 되는 가디언스의 각성자들이 전투병사로 등록된 것도 모자라 세레트로프의 훈련소에 있는 천 명의 병사까지 추가되었으니 그 효과가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그것도 모자라 모두의 전투호흡이 찰떡궁합처럼 맞아 떨어지니 더더욱 성과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가끔 신경 써주면 되겠어.’

사냥을 시작할 때쯤 버프를 한 번 걸어주기만 해도 앞으로 사냥 속도가 비약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물론 오늘처럼은 힘들겠지만.

어쨌든 그런 식으로 하다보면 결국 캐나다 쪽 로키산맥도 정리가 될 것이다.

‘요새의 병사들도 있고.’

강하진은 먹지 않아도 배부른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공항으로 가서 아마존의 나라 브라질로 향했다.

* * *

브라질에 도착한 강하진은 윤경민이나 황수영을 비롯해 아는 사람 전부에게 연락을 쫙 돌렸다.

안 그래도 캐나다에 갈 때 급하게 서둘러 가느라 아무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아서 원망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특히 요즘 서로 바빠서 거의 만나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는 정아연은 더더욱 서운해 했다.

그녀는 요즘 A-마켓보다 오히려 가디언스를 돕는 일이 더 많았다.

물론 그러면서도 A-마켓에서의 입지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아는 사람은 그런 그녀의 능력에 혀를 내둘렀지만, 정작 정아연 본인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무튼 그렇게 쫙 연락을 돌리고 원망을 대충 받아넘겨준 강하진은 아마존으로 향했다.

브라질 역시 던전 공습을 방어하는 데 실패한 나라 중 하나였다.

던전 공습뿐 아니라 두 번째 재앙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해서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브라질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아마존이었다.

아마존 밀림을 괴물들에게 빼앗긴 것이다. 캐나다의 로키산맥과 비슷한 케이스였다.

하지만 상황은 캐나다보다 훨씬 나빴다.

아마존에 퍼진 괴물들은 저마다 번식을 통해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마치 뉴타입 던전의 내부 같은 상황이 아마존 전체에 걸쳐 펼쳐진 것이다.

그나마 브라질은 인구가 많아 각성자도 많다는 점이 위안이었다.

2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나라답게 각성자의 수도 굉장히 많았다.

특히 브라질은 인구 대비 각성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높았다.

그것이 아마존 때문이라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었다.

여러모로 아마존의 상황은 굉장히 특수했으니까.

아마존은 전 세계 각성자들이 모인 곳이기도 했다.

브라질 역시 던전 공습에 실패한 다른 여러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사냥한 괴물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간섭이 전혀 없었다.

당연히 자체적인 시장이 형성되었고, 브라질 정부는 그 시장에 대해 약간의 세금과 수수료를 매기는 정도로 관망 중이었다.

아마존에 서식하는 괴물은 굉장히 다양했고, 그 중에는 거대한 개체도 제법 많았다.

그 거대한 괴물을 잡아서 나오는 마석이나 부산물은 당연히 엄청난 가치를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아마존에 도전하는 용병들이 끊임없이 브라질에 들어오고 있었다.

덕분에 브라질은 예상치 못한 활황기를 맞이했다.

괴물들에게 아마존을 잃은 대신 경기를 부흥시켜 돈을 얻은 것이다.

아마존 근처에는 거대하게 조성된 베이스캠프가 굉장히 많았다.

어떤 곳은 거의 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강하진은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목표인 유적은 아마존 깊은 곳에 있었는데, 그나마 이곳에서 가까웠다.

그래도 브라질의 수많은 각성자들이 아마존을 제외한 나머지에서 생겨나는 던전을 모두 처리하고 있기에 이동 중 위험할 일은 없었다.

베이스캠프 내에는 시설이 좀 열악하지만 숙박시설도 제법 많았다.

강하진은 그 중에서 그나마 가장 괜찮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낡은 침대에 누운 강하진은 태블릿을 꺼내 레나트가 보내준 자료를 살펴봤다.

아마존 깊은 곳에서 레나트가 발견한 유적은 생명의 샘이라는 유적이었다.

레나트가 직접 찍은 사진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유적 자체는 별로 특별할 게 없었다. 보아하니 신전인 모양인데, 워낙 부서진 곳도 많고 곳곳에 풀과 나무가 자라나 형태를 제대로 유지하고 있지도 못했다.

그 중에서 레나트가 따로 분류해 놓은 사진들이 있었다.

강하진은 그 사진을 보며 눈을 빛냈다.

세레트로프의 요새에서 봤던 것과 비슷한 형식의 문자들이 보였다.

친절하게 해석해 놓은 텍스트도 같이 있었다.

대부분 생명의 샘을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인상적인 내용도 있었다.

“이것도 하나가 아니었네?”

이 유적은 생명의 샘이 있는 곳이 아니라, 그 주변에 있는, 생명의 샘에 힘을 공급하기 위해 존재하는 유적이었다.

그 뒤로 레나트의 절절함이 담긴 글이 쭉 이어졌다.

이 사진을 찍었을 때만 해도 레나트의 실력이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이었다.

게다가 아직 첫 번째 재앙이 일어나기도 전이었다.

당연히 아마존에 괴물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아마존은 충분히 위험한 땅이었지만.

어쨌든 그때와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는 건 확실했다.

그래서 레나트는 나중에 이 글귀를 모두 해석한 다음에도 다시 아마존을 찾아가지 못했다.

그동안 이 사진을 볼 때마다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는 글과 강하진이 모든 곳을 다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생명의 샘에 대한 레나트의 자료가 끝났다.

“하여튼 이 사람도 정상은 아니야.”

유적에 미친 사람이라는 말이 맞으리라.

어쨌든 덕분에 유능한 유적 사냥꾼을 가디언스에 영입할 수 있었고, 강하진은 이렇게 좋은 유적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레나트는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이제부터 충분히 채워 나갈 수 있을 테니 이것이야말로 윈윈 아니겠는가.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숙소에서 나가 거대하게 조성된 베이스캠프를 둘러봤다.

가디언스는 아직 브라질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슬슬 분위기를 살펴보고 혹시 필요하다면 가디언스를 진출시킬 생각이었다.

가디언스의 규모는 아직도 쭉쭉 성장 중이었다.

시선을 세계로 돌린 이후부터 세계 주요 나라에 지부를 세우고, 그 지부를 중심으로 길드원을 모집 중이었다.

가디언스의 길드원 선발은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일단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인성을 확인하기 때문이었다.

인성이 모자란 사람은 절대 가디언스의 일원이 될 수 없었다.

예전에는 그 정도면 가디언스에 충분히 들어올 수 있었지만, 이제 가디언스가 커진 만큼 어느 정도 실력도 필요했다.

실력과 인성을 동시에 갖춘 사람만이 가디언스에 들어올 수 있으니 선발 과정이 얼마나 까다롭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가디언스의 성장은 굉장히 빨랐다. 전 세계에서 사람을 뽑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디펜더스는 가디언스보다 더했다.

그들은 오직 실력만으로 인재를 선별했다. 그래서 차라리 선별이 쉬웠다.

선발되는 인원의 평균 실력을 보면 디펜더스 쪽이 가디언스보다 월등했다.

그럼에도 가디언스가 디펜더스보다 더 인기도 높고 유명했다.

아직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미 윤경민이나 명인혁을 비롯한 수뇌부는 그런 위기감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얼른 다들 전투병사로 등록해야겠어.’

그리고 전투병사에게 줄 수 있는 다른 혜택이 없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전장의 함성]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저 전투병사로 등록되기만 해도 얻을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베이스캠프 내부를 돌아다니던 강하진의 눈에 좌판 상인들이 보였다.

그들은 던전과 관계된 물건을 팔고 있었다.

잠시 지켜보니 물건을 팔기만 하는 게 아니라 사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제대로 된 업체가 와서 뭘 하는 게 아니라 저들이 힘을 모아서 여길 장악한 모양이로군.’

아마 각 베이스캠프마다 저런 상인 연합이 있을 것이다.

암시장이 활동하기 딱 좋은 곳이었다.

안 그래도 유통 라인을 모조리 가디언스에 빼앗겨 쭉정이가 되다시피 한 한국 암시장이 떠올랐다.

그놈들을 여기로 보내면 아마 제법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겸사겸사 브라질 쪽 유통에도 손을 좀 뻗어보고 말이다.

그렇게 돌아다니는데 좌판 중에 특이한 물건이 하나 보였다.

그건 낡은 지도였다.

강하진이 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지도를 유심히 살펴봤다.

“이 지도는 뭡니까?”

지도를 파는 사람은 늙어서 주름이 자글자글한 남자였다.

“200달러짜리 지도지.”

“200달러? 고작 이 낡은 지도가요?”

“그냥 지도가 아니야. 보물지도지.”

“좀 봐도 되죠?”

노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심스럽게 그걸 펼쳐봤다.

아마존 안쪽 어딘가를 가리키는 지도였다.

“있어봐야 쓸모가 없는 지도네요. 여기까지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합니까?”

노인이 강하진을 빤히 바라봤다.

“있을 거 같은데.”

강하진은 반사적으로 엿보기 스킬을 썼다.

역시나 각성자였다. 레벨은 고작 89라서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어 보였는데, 그가 가진 칭호 하나가 좀 특이했다.

[예지 경험자]

[미래를 예지한 경험이 있는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불규칙한 조건에 따라 미래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예지에 관한 스킬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이 노인이 가진 고유의 능력인 듯했다.

설마 예언가를 만날 줄이야.

노인이 방금 강하진이 여기까지 찾아가는 모습을 본 모양이었다.

강하진은 지도를 집어 들고, 그 자리에 200달러를 내려놓았다.

“좋아요. 제가 사죠. 이 지도에 표시된 곳에 보물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노인이 멍하니 강하진을 바라봤다.

“보물을 찾겠군. 그리고······ 어쩌면 그 보물이 한 번쯤 목숨을 구해줄지도 모르지.”

강하진은 돌아서려다 그 말에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곳을 떠났다.

노인은 한참동안이나 멀어져가는 강하진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굉장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 * *

강하진은 철저히 준비를 한 다음 아마존에 들어갔다.

목표인 유적지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는 한, 금방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지도에 표시된 지점은 찾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듯했다.

지도가 명확하지 않고 좀 애매했기 때문이다.

정확한 자리를 찾으려면 [창공의 눈]을 통해 곳곳의 지형을 세밀히 파악하면서 위치를 대조해 봐야 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먼저 유적부터 찾아가기로 했다.

마음이 좀 급했다. 강하진은 아직도 강함에 목말랐다.

유적의 위치는 레나트가 워낙 자세히 표시해 뒀기 때문에 정말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강하진은 레나트가 사진을 찍었던 그 유적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여기가 바로 과거의 잔재가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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