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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36화 (136/200)
  • < 유적 사냥꾼 2 >

    강하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돌아가는 레나트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레나트는 곧 이곳 베이스캠프를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했던 모든 연구자료를 넘겨주겠다고 했다.

    더불어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말도 했다.

    레나트가 가디언스에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 밤, 강하진은 레나트만 데리고 세레트로프의 요새에 다녀왔다.

    요새의 방어 시스템이 잘 돌아가고 있었고, 전투병사가 주변 정찰을 철저히 하고 있었기에 요새를 돌아다니는 건 별 문제없었다.

    현재 강하진이 부릴 수 있는 전투병사의 수는 총 57명이었다.

    지금은 요새 주변만 돌고 있지만, 부릴 수 있는 전투병사의 수가 더 늘어나면 로키산맥을 괴물로부터 되찾을 수도 있었다.

    천 명이나 되는 전투병사가 버프까지 안고 싸운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괴물도 현재로서는 절대 대적하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레나트 덕분에 레벨업을 하지 않고도 전투병사의 수를 늘일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찾아냈다.

    아무튼 레나트는 모든 요새를 돌아보고 요새의 중심에 있는 병사의 훈련소까지 확인했다.

    훈련소로 들어간 순간 레나트가 지었던 표정을 강하진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온갖 감정이 휘몰아치는 표정이었는데, 한동안 말도 못 걸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이 레나트가 가디언스에 들어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에게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실제로 증명해줄 증거가 필요했는데, 그 증거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셈이 되었으니까.

    아무튼 레나트는 그동안 자신이 연구한 모든 걸 들고 한국에 있는 가디언스 본부로 가겠다고 했다.

    아마 그의 연구가 가디언스의 각 부분에 의미 있는 활력을 불어 넣어줄 것이다.

    일단 새로운 유적을 찾아내는 일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명인혁과 윤경민이 열심히 찾고는 있지만, 그 분야의 전문가가 투입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을 테니까.

    또한 그동안 유적을 연구하면서 얻은 과거의 잔재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유동훈에게 중요한 영감을 줄 거라 확신했다.

    아무튼 레나트는 합류 선물로 세레트로프의 요새에서 얻은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넘겼고, 강하진이 꼭 가봐야 할 또 다른 유적, 아마존에 있는 생명의 샘에 대해 알려주었다.

    강하진은 레나트가 베이스캠프에서 떠나는 걸 끝까지 확인한 다음, 다시 세레트로프의 요새로 향했다.

    그러면서 레나트가 알려준 세레트로프에 대한 얘기를 떠올렸다.

    철벽의 군주 세레트로프는 이종족으로부터 세상을 지켜내려면 무엇보다 강하고 철저하게 훈련된 뛰어난 병사를 많이 보유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병사를 양성할 동안 그들을 철저히 보호할 요새를 짓고, 그 안에서 병사를 훈련시키는 것이었다.

    이곳 로키산맥은 이종족과의 전투가 수시로 일어나는 최전선 중 하나였는데, 다른 군주들의 도움으로 세레트로프의 요새와 훈련소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

    이 요새와 훈련소에는 철벽의 군주가 직접 부여한 권능이 깃들어 있었다.

    그 권능을 이용해 전투병사를 양산해 철저히 훈련 시켜 이종족의 공격을 훌륭하게 막아냈다.

    거기까지가 요새에 기록된 문자를 통해 도출해낸 내용이었다.

    강하진이 관심을 가진 문구는 그런 세레트로프의 역사가 아니었다.

    ‘다른 군주라······.’

    다른 군주들의 도움으로 요새를 만들었다고 했다.

    즉, 둘 이상의 군주가 더 존재한다는 뜻이었다. 또한 그 군주들이 남긴 유산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만일 그것을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마르바스와의 싸움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밤의 산맥을 타고 올라가다보니 어느새 요새에 도착했다.

    사실 지금 강하진이 하려는 건 일종의 편법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레벨이 10000으로 오르지 않는 한, 아무 문제도 없을 편법이었으니까.

    또한 언제든 그 편법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었다.

    물론 되돌리기 위해 제법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지금 하려는 건 그 정도 가치가 있었다.

    강하진이 가장 먼저 찾은 건 1번 요새였다. 어차피 다른 요새에도 다 들러야 한다. 그러니 베이스캠프에서 가장 가까운 1번부터 차례대로 돌면 된다.

    강하진은 일단 요새의 중심으로 갔다. 이 요새를 시스템에 편입시켰던 바로 그 자리였다.

    그 자리는 아주 특별했다. 시스템과 이 요새가 연결된 곳이기 때문이다.

    강하진은 그 연결에 손을 갖다 댔다.

    그리고 집중했다.

    요새의 정보가 머릿속으로 차근차근 들어왔다.

    그리고 훈련소의 주인이라는 자격 덕분에 훈련소의 상황도 머릿속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된다!’

    훈련소의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한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일단, 그 중에서 강하진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57명의 전투병사는 따로 배치했다.

    나머지 병사 중 한 명을 이쪽 요새로 끌어왔다.

    요새 내부에 전투병사 한 명이 불쑥 솟아났다.

    강하진은 그렇게 두 번째 병사도 요새로 소환했다.

    그런 식으로 한 명씩 소환하다보니 딱 100명이 된 순간부터 더 이상 병사를 소환할 수 없었다.

    ‘요새 하나당 100명씩 배치가 가능한 모양이군.’

    이제부터 저 100명의 전투병사는 1번 요새 소속으로 활동을 시작할 것이다.

    강하진은 요새 사령관의 권한으로 전투병사들에게 주변 정찰을 지시했다.

    10명씩 조를 이루고, 괴물이 보이면 사냥을 하되, 열 명이서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나면 다른 병사들이 합류해 싸우도록 자세히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병사들이 일제히 주변으로 흩어졌다.

    이렇게 요새 소속으로 만들면 이 병사들은 나중에 따로 소환할 수 없게 된다는 단점이 생긴다.

    또한 일정 범위 이상을 벗어날 수 없었다.

    요새를 중심으로 반경 10킬로미터 정도의 활동범위를 가지는데, 현재로서는 그 정도면 아주 충분했다.

    모든 로키산맥을 커버할 수는 없지만, 상당한 범위의 괴물을 처리할 수 있을 테니까.

    괴물의 밀도가 크게 줄어들면 이쪽에 투입한 가디언스를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을 테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주 훌륭했다.

    병사를 요새 소속으로 만드는 것이 꼭 단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요새 소속이 되면 요새 자체의 버프를 받을 수 있었다.

    강하진이 [전장의 함성]을 주기적으로 써주는 것이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그와 별개로 요새의 버프가 적용된다.

    각 요새마다 특성이 다르고 주어지는 버프도 달라진다.

    1번 요새의 버프는 방어력을 크게 올려준다.

    강하진은 주변을 정찰하는 전투병사들의 움직임을 마음만 먹으면 바로바로 알 수 있었다.

    “진짜 신기하긴 하네.”

    뇌에 과부하가 걸릴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전투병사들은 주변을 정찰하며 요새의 효과 때문에 혼란에 빠진 괴물들을 빠르게 정리해 버렸다.

    강하진은 그걸 확인하며 두 번째 요새로 향했다.

    * * *

    다섯 요새에 각각 100명씩의 병사를 등록한 강하진은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꼬박 밤을 새야 했지만, 그래도 뿌듯했다.

    캐나다 쪽 로키산맥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될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가디언스를 잔뜩 끌고 한 번 휘몰아치듯 사냥을 하고 나면 미국 쪽 로키산맥과 비슷한 정도로 깨끗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슬슬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

    그리고 그 전에 할 일이 하나 있었다.

    강하진은 베이스캠프 중심으로 갔다. 그곳은 연병장이었다.

    그곳에서 요새를 소환했다.

    강하진을 중심으로 요새가 나타났다. 아니, 요새의 힘이 소환되었다.

    범위는 정확히 산맥에 요새가 있던 위치와 일치했다.

    그 범위 안에 요새의 힘이 꽉 채워진 것이다.

    다행히 베이스캠프 전체가 범위 안에 포함되었다.

    강하진은 일단 가디언스의 각성자들을 전투병사로 등록했다.

    수백 명의 전투병사가 새로 생겨났다.

    그걸로 끝이 아니라 이번엔 디펜더스 쪽의 각성자들도 전투병사로 등록했다.

    어차피 자신이 전투병사가 되었다는 걸 모를 테니 해도 상관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뭐지? 왜 등록이 안 되는 거야?’

    디펜더스 쪽 각성자들은 한 명도 전투병사로 등록할 수 없었다.

    강하진은 몇 번이고 다시 해봤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혹시 디펜더스 쪽은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뭔가 조치를 해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부터 전투병사를 등록할 수 있는 수에 한계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또, 레벨이 모자라서 그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하지만 다 생각일 뿐이고 진실은 아직 알 수 없었다.

    이 부분에 대한 건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전투병사로 등록하는 데 어떤 조건 같은 게 있다면 확실히 파악해 둬야 하니까.

    ‘좋다 말았네.’

    전 세계의 모든 각성자를 자신의 전투병사로 만들어서 괴물을 휩쓸어 버리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결국 그건 쓸 수 없게 되었다.

    어쨌든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이제 가디언스에 합류해서 매일 소리 지르고 있는 각성자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아마존으로 떠나면 된다.

    * * *

    다음 날, 평소와 마찬가지로 가디언스의 각성자들은 사냥 준비를 했다.

    오늘은 산맥 초입에서 안쪽으로 더 들어가 좀 더 많은 괴물을 사냥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유적 발굴팀에 소속되었던 각성자들이 도움을 주기로 했다.

    제프리를 비롯한 발굴팀 각성자들은 그동안 답답함이 많이 쌓였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스트레스도 좀 날려버리고 답답함도 풀어버릴 겸 괴물 사냥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가디언스의 각성자들이 출발할 때, 디펜더스 쪽에서도 각성자들이 나섰다.

    양측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함께 모여 있지만 결코 함께 움직이는 법이 없었다.

    또한 매일 매일 사냥 결과를 놓고 서로 비교했다. 아직까지는 가디언스가 약간 우세했다.

    하지만 언제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디펜더스 쪽에서 꾸준히 인력을 추가하고 있었으니까.

    그들은 이곳 로키산맥에서의 경쟁을 승리로 장식한 다음, 그걸 계기로 가디언스의 후발주자라는 프레임을 벗어던질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곳의 인력을 조금씩 빼서 이쪽으로 돌리고 있었다.

    매일 조금씩 격차가 줄어들었고, 비로소 오늘 가디언스를 넘어설 준비가 되었다.

    어제 상당한 수의 각성자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실력도 뛰어났다.

    오늘의 사냥은 가디언스를 압도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그날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디펜더스 쪽의 사냥은 지난 유적 구조대의 리더였던 스티븐이 이끌고 있었다.

    스티븐은 오늘 새벽부터 왠지 기분이 계속 좋지 않았다.

    새벽에 잠을 설쳐서 그런가 싶어서 아침도 거르고 푹 쉬었다.

    하지만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스티븐은 어제 새로 합류한 각성자들을 보며 기분을 풀었다.

    저들이 있으니 아마 오늘은 크게 홍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가디언스와의 경쟁은 홍보도 굉장히 중요했다.

    그리고 홍보를 하려면 홍보를 할 만한 소스를 만들어야 한다.

    오늘의 승리는 아주 좋은 소스가 되어줄 것이다.

    저 멀리서 괴물 무리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막 공격을 명령하려는 찰나, 아주 먼 곳에서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우와아아악!

    수백 명이 동시에 내지르는 소리였다.

    스티븐은 이런 비슷한 소리를 들었던 경험이 있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 미친놈들한테 전염이라도 된 건가?”

    그렇게 중얼거린 스티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가디언스와 함께 사냥에 나선 제프리는 산맥에 들어가 괴물 무리를 발견한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뭔가가 간질간질했다.

    기묘한 자극이었다. 제프리는 눈을 번쩍 떴다.

    ‘그거다! 바로 이거였어! 이 느낌이었다고!’

    제프리는 그 간질거림을 참지 않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우와아아악!”

    한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 괴성을 자신과 동료들만 내지른 게 아니라, 가디언스의 각성자 전원이 그렇게 한 것이다.

    어마어마한 함성이 산맥을 쩌렁쩌렁 울렸다.

    당연히 괴물들이 거기에 반응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어떤 싸움이든 승리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마음을 꽉 채웠다.

    그리고 온몸에서 힘이 끓어 넘쳤다.

    제프리는 환희에 찬 표정으로 괴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지금 넘치는 힘은 예전에 처음 함성을 내질렀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수백 명의 가디언스가 산맥의 괴물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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