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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33화 (133/200)

< 산맥의 유적지 4 >

스티븐은 산맥을 중간쯤 내려가자 비로소 좀 안심할 수 있었다.

유적 발굴팀을 무사히 구해냈고, 그들을 철통같이 보호하면서 이동 중이었다.

디펜더스 구조대 중에서 다친 각성자가 많긴 했지만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고, 중상자도 없었다.

이 정도면 굉장히 성공적이었다.

유적지 근처의 괴물들이 갑자기 이상 행동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놈들이 조직적으로 전투를 수행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

조금도 뚫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그 괴물들을 지휘하는 걸로 보이는 거대한 괴물은 어떤 공격도 아예 안 통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스티븐이나 디펜더스의 각성자들이 느끼기엔 그랬다.

그렇게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리자, 그제야 유적 발굴팀 쪽으로 시선이 갔다.

남녀가 섞여 있었는데, 디펜더스의 각성자들과는 확연히 구분이 되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전혀 섞이지 않고 따로 있었으니까.

디펜더스의 보호를 받으면서 이동하는데도 그랬다. 그들은 중심부에 똘똘 뭉쳐서 자기들끼리만 있었다.

‘왠지······ 기분이 좀 그러네.’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어쨌든 저들을 안전하게 산맥 아래로 데려가기만 하면 되니까.

산맥 아래쪽에는 가디언스와 디펜더스의 각성자들이 괴물을 사냥하고 있었다.

그곳에 합류하기만 하면 더 이상 위험할 일은 없었다.

전부 뛰어난 실력을 가진 각성자들이었으니까.

그렇게 안심하고 있을 때, 중심에 있는 유적 발굴팀 각성자들의 표정이 일제히 살짝 일그러졌다.

그들은 무언가를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일제히 입을 벌렸다.

“우와아아아악!”

수십 명의 각성자들이 일제히 내지르는 괴성에 다들 깜짝 놀랐다.

“뭐, 뭐야!”

“괴물인가?”

“어디야! 무슨 일이야!”

디펜더스의 각성자들이 무기를 쥐고 사방을 살폈다.

이동은 이미 멈춘 상태였다.

다들 극도로 긴장한 상태였다.

스티븐 역시 놀랐지만, 어쨌든 리더였기에 무슨 일인지 확인해야만 했다.

그는 얼른 유적 발굴팀에게 달려갔다.

“무슨 일입니까.”

유적 발굴팀의 각성자들 역시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기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미안합니다. 갑자기 참을 수가 없어서······.”

“예에?”

스티븐이 황당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지금 이들이 하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참을 수가 없어서 괴성을 질렀다고? 그것도 마치 합을 맞춘 듯 전부 동시에?

스티븐이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다들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그 말은 못했다.

함성을 지르고 나니 온몸에 힘이 끓어 넘친다고 말이다.

왠지 어떤 괴물을 만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덤이었고.

그들의 함성 때문에 괴물 몇 마리가 달려오긴 했지만, 금세 쓰러졌다.

고작 괴물 몇 마리가 날뛰기엔 여기 모인 각성자의 수가 너무 많았다.

디펜더스의 각성자들이 괴물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던 유적 발굴팀의 각성자들은 당장 뛰쳐나가 괴물을 공격하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참아냈다. 여기서 더 문제를 키울 수는 없었으니까.

잠시 후, 디펜더스는 다시 산맥 아래를 향해 출발했다.

이번엔 다행히도 아래에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얼토당토않은 괴성을 내지른다거나 하는 문제 말이다.

* * *

강하진은 창공의 눈을 통해 각성자들의 행동을 확인하고는 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싸우다 말고 저러면 좀 곤란한 거 아닌가?”

아무래도 쓸 때는 상황을 잘 살피고 써야 할 듯했다.

그나저나 요새에서 제법 멀어졌는데도 버프가 먹히는 걸 보니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제법 넓은 모양이었다.

아직까지 강하진도 시스템을 통해 단단히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연결이 언제쯤 끊어질지 알아보는 것도 제법 의미가 있을 듯했다.

‘그리고 전투병사로 받아들이려면 반드시 요새 내부여야 하는지도 확인해야 하고.’

만일 그렇다면 가디언스의 길드원들을 전부 이리로 데려와서 전투병사로 등록시킬 작정이었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전투병사의 수가 늘어나면서 강하진의 힘이 더욱 늘어날 테고, 또 그들에게 전혀 새로운 형태의 버프를 줄 수도 있다.

만일의 상황에서 그들을 지휘할 수도 있고 말이다.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요새로 둘러싸인 곳의 중심지로 걸어갔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이내 중심지에 도착했다.

강하진은 의아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좀 당황했다. 얼른 [창공의 눈]으로 위에서 이쪽을 샅샅이 살펴봤다.

하지만 그래도 딱히 특별한 걸 발견할 수는 없었다.

감각을 집중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강하진은 중심지에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겼다.

왜 아무것도 없을까? 아무것도 없는데 요새를 왜 그렇게 지었을까?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골똘히 생각하던 강하진이 문득 고개를 숙여 바닥을 내려다봤다.

강하진의 몸에 바람속성이 깃들었다.

쐐애애액!

맹렬히 회전하는 바람이 주변 땅을 마구 파헤쳤다.

파바바바바박!

강하진이 일으키는 바람은 그저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마력이 깃들어 날카로운 물리력을 가진 바람이었다.

그런 바람이 맹렬히 회오리치니 주변 땅이 남아날 리 없었다.

강하진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흙더미가 날아갔다.

중간에 제법 커다란 돌이 잔뜩 섞여 있었지만 칼날 같은 바람은 그런 바위조차 쪼개서 날려 버렸다.

강하진은 일으킨 바람을 넓게 퍼트렸다. 그래야 더 깊이 파고들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얼마나 땅을 파헤쳤을까.

이내 단단한 바닥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거대한 바위인 줄 알았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강하진이 만든 마력이 담긴 바람도 바닥에 흠집을 내지 못했다.

“찾았다.”

유적은 지하에 있었다.

강하진은 바닥을 통통 두드려 봤다. 돌로 이루어진 바닥이었다. 시스템의 힘이 바닥에서 느껴졌다.

힘으로 뚫고 들어가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강하진은 다시 바람을 불렀다.

그리고 천천히 주변을 거닐었다.

콰콰콰콰콰콰콰!

아까보다 더욱 거칠고 강력해진 바람의 칼날이 주변을 싹 쓸어서 날려 버렸다.

유적이 점점 더 많이 모습을 드러냈다.

“모양 자체는 다른 요새랑 크게 다를 게 없군.”

하지만 입구는 요새와 달랐다.

넓적한 판 중심이 입구였는데, 그곳에 아까 요새의 문에서 봤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 자리에 선 강하진은 여기 들어가려면 자격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격이라는 것이 요새의 사령관이라는 것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강하진은 요새의 관리자였고, 그건 사령관과 동급이었다.

입구에 서서 아래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강하진은 유적 내부에 서 있었다.

시스템의 힘을 이용한 공간이동이었다.

정말 깜짝 놀랐다. 그 어떤 전조나 느낌도 없이 몸이 아래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강하진은 주위를 둘러봤다.

거대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강하진이 선 곳은 그 공간의 중심이었다.

지하이긴 했지만, 공간 전체에 희미한 빛이 존재했기에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는 빛이었다.

빛이 아주 밝지는 않았기에 멀리 떨어진 곳은 시야가 흐려졌다. 물론 강하진은 그조차 꿰뚫어볼 수 있었지만, 아마 일반인이 들어왔다면 끝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산맥 아래에 이 정도로 넓은 공간이 존재할 수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산맥의 중턱 정도에 이런 공간을 만드는 건 불가능했다.

최소한 산맥 아래쪽은 되어야 이 정도 공간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리라.

‘생각보다 깊이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겠어.’

아니면 공간이 왜곡되었거나.

이 공간이 신기한 이유는 이렇게 넓은데도 기둥 하나 없다는 점이었다.

위에서 산맥이 짓누르는 하중을 공간 자체가 그냥 버티고 있는 것이다.

강하진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봤다.

그냥 밋밋한 돌을 깎아서 만든 듯한 천장이었다. 아무 문양도 없었다.

그저 강하진이 지금 선 자리와 정확히 일치하는 곳에 작은 원 하나가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아마 위치를 표시하기 새겨놓은 듯했다.

강하진은 눈에 마력을 살짝 집중해 사야를 좀 더 확보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봤다.

이 공간을 둘러싼 벽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아주 멀었지만 마력이 가미된 강하진의 시력은 그 벽을 세심히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

천장과 달리 벽은 빼곡하게 부조로 채워져 있었다.

병사를 조각한 부조였다.

각 병사는 전부 칼과 방패를 들고 있었는데, 복장과 장비가 다 똑같았지만 얼굴은 전부 달랐다.

또한 키나 체격도 전부 조금씩 달랐다. 마치 실존인물을 모델로 조각해 놓은 부조 같았다.

어쨌든 사방을 병사가 둘러싸고 있는 셈이었다.

“뭔가 지나치게 사실적인데?”

누가 조각한 건지 모르지만 실력이 정말 뛰어났다. 모든 부조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얼굴의 주름 하나, 복장의 주름 하나 허투루 만든 게 없었다.

천천히 한 바퀴 돌며 모든 부조를 찬찬히 살펴본 강하진의 표정이 살짝 달라졌다.

“음?”

뭔가 좀 이상했다.

“아까랑 좀 달라진 거 같은데?”

강하진의 정신력은 정말 높았다. 그리고 정신력이 높아질수록 기억력도 점점 좋아졌다.

아까 처음 봤던 부조의 얼굴과 자세를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미묘하게 달라진 것 같았다.

착각이 아니었다. 분명히 달라졌다. 칼의 각도도, 방패의 위치도, 시선이 향하는 방향도, 그리고 다리의 자세도.

잠시 지켜보니 그게 착각이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부조가 정말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건 꼭······ 벽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치는 것 같은데?”

갑자기 소름이 쫙 돋았다.

* * *

유적 발굴팀은 무사히 산맥 아래에 있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레나트는 묘한 표정으로 함께 했던 각성자들을 바라봤다.

그가 각성자들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중간에 갑자기 한꺼번에 소리를 질렀을 때부터였다.

그때는 대체 왜 다들 그랬는지 호기심이 일어서 잠깐 지켜봤을 뿐이었다.

한데 보면 볼수록 뭔가 좀 묘한 위화감이 들어서 계속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 사이에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듯했다.

마치 오랫동안 함께 해온 팀 같았다.

그건 굉장히 이상한 일이었다.

유적 발굴팀의 각성자들은 다섯 개의 각각 다른 팀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유적에서 함께 괴물과 싸우면서 동료애가 깊어진 거라고 여겼다.

한데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공감대가 계속 느껴졌다.

각성자가 아닌 일반인은 들어갈 수 없는 공감대가 말이다.

‘잘 모르겠군.’

뭔가 눈에 확 띄게 드러나는 거면 알 수 있을 텐데, 그런 게 아니라서 너무 애매했다.

아무튼 이제 저들과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 일단 유적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나면, 모든 게 끝난다.

아마 다시 저 산맥 안에 있는 유적에는 갈 수 없을 것이다.

‘그나저나······ 가디언스의 마스터는 잘 있는지 모르겠군.’

산맥을 잠시 바라보던 레나트가 몸을 돌렸다.

이제 이 산맥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었다.

그렇게 막 떠나려던 레나트의 눈에 신기한 광경이 보였다.

유적 탐사대의 각성자들이 가디언스 진영으로 가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들과 어우러지고 있었다.

마치 같은 길드원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건······ 뭐지?’

함께 내려오던 디펜더스의 각성자들과는 칼 같은 거리감을 유지했는데, 대체 왜 가디언스와는 저렇게 친밀하단 말인가.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원래부터 가디언스와 친하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아니었다. 저들은 가디언스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가디언스에 대한 묘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

자신들이 가디언스보다 더 뛰어난데, 가디언스는 인기를 등에 업고 능력 이상의 평가를 받는다고 투덜거리곤 했다.

‘아무래도 여기 좀 더 머물러야겠어.’

어쩌면 여기서 기다리다보면 강하진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레나트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가디언스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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