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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32화 (132/200)
  • < 산맥의 유적지 3 >

    [세레트로프의 1번 요새]

    [이종족을 막기 위해 세운 요새. 세레트로프의 힘이 일부 깃들어 있다. 적을 막기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번에 강하진이 목록에 추가한 과거의 잔재는 바로 세레트로프의 1번 요새였다.

    세레트로프가 뭔지는 시스템으로도 알 수 없었다.

    과거의 잔재이니 과거의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을 것이다. 현재의 시스템에는 그저 이름만 등록이 되었을 뿐이다.

    세레트로프의 요새를 특별 관리목록에 추가하면서 힘과 체력이 각각 100씩 증가했다.

    또한 철벽방어라는 스킬을 얻었다.

    이건 아까 디펜더스의 각성자들이 상대하던 산맥의 지배자가 갖고 있던 바로 그 스킬이었다.

    [철벽방어(P)]

    [방어력을 높인다. 올라가는 방어력의 상승률은 휘하 전투병사의 수에 따른다.]

    확실히 요새의 사령관에게 있으면 좋을 법한 스킬이었다.

    강하진은 세레트로프의 요새가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해봤다.

    전투요새다운 기능을 갖고 있었다.

    일단 시스템을 이용해 주변을 방어할 수 있었다.

    강하진은 바로 방어 시스템을 작동했다. 이제 이곳은 아무나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이 요새에는 전투병사를 의념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 깔려 있었다.

    요새의 관리자가 된 강하진은 요새에 등록된 전투병사들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은 것이다.

    ‘각성자가 전투병사로구나.’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물론 아직 이 안에 있는 각성자들을 전투병사로 등록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든 강하진이 원할 때 등록이 가능했다.

    이 안에 있다는 것 자체가 전투병사가 되겠다고 허락한 거나 다름없기에 저들이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강하진이 원하는 순간 그렇게 된다.

    물론 강하진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더라도 완벽하게 이 시스템에 대해 파악한 뒤에나 그렇게 할 것이다.

    ‘방어와 지휘, 그리고 교란까지 가능하구나.’

    요새 자체에 공격 가능한 시스템은 없었다. 하지만 적을 교란하는 정도는 가능했다.

    ‘그리고 전투병사로 등록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간 순간부터 다시 들어올 수가 없어.’

    강하진은 세레트로프 요새의 시스템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파악해 나갔다.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오직 방어만을 위해 세워진 요새였다.

    설명으로 확인했듯이 적은 이종족이었다.

    이종족이라는 말에 대번에 떠오른 것이 바로 제이슨과 제니퍼였다.

    제이슨은 피의 군주였다. 아마 인간은 절대 아닐 것이다.

    제니퍼는 서큐버스이니 그녀 역시 인간이 아니었고.

    아마 그런 존재들의 공격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이 요새를 만들었으리라.

    그렇다면 대체 무엇을 지키는 걸까?

    강하진의 의문은 자연스럽게 거기까지 이어졌다.

    지켜내야 할 존재가 요새 내부에 있을 수도 있고, 요새 외부에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요새가 1번 요새라는 걸로 미루어, 지켜야 할 것이 요새 외부에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번이 있으면 2번도 있을 테니까.

    아마 몇 개의 요새를 요지에 세워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려 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는 건······ 이곳에 다른 요새도 있을 거라는 뜻이로군.’

    혹시나 하고 왔다가 대박 정보를 건져냈다.

    강하진은 중심에서 뒤로 물러났다.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다가 그걸 확인한 레나트가 얼른 다가왔다.

    “구경은 다 끝나셨습니까?”

    강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서 전 이제 슬슬 가보려고 합니다.”

    레나트가 깜짝 놀랐다.

    “예? 벌써 가신다고요?”

    “볼 건 다 봤으니까요. 그리고 괜히 들켜서 서로 얼굴 붉힐 일 만들고 싶지도 않고 말이죠.”

    “아······!”

    레나트도 가디언스와 디펜더스의 관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사실 디펜더스가 워낙 열심히 포장을 하고 홍보를 해서 두 조직의 경쟁 관계에 대해 제법 많이 알려져 있었다.

    여길 구조하는 건 디펜더스에게 주어진 의뢰였다.

    실제로 강하진이 아니었다면 전부 죽었겠지만, 그래도 디펜더스를 마주친다면 굉장히 껄끄러울 것이다.

    물론 그건 레나트의 생각이었고, 실제로 강하진은 그들을 만나든 말든 껄끄러울 건 없었다.

    디펜더스는 가디언스를 경쟁자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가디언스는, 아니, 적어도 강하진을 비롯한 가디언스의 수뇌부는 디펜더스를 적으로 규정했으니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다들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하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우린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렇죠?”

    “물론입니다.”

    강하진이 씨익 웃었다.

    잠시 후, 강하진은 요새에 있는 일행들과 인사를 나눴다.

    다들 굉장히 아쉬워했지만 레나트와 마찬가지로 강하진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긍했다.

    강하진은 떠나기 전에 일단 이 요새의 각성자들을 전투병사로 등록했다.

    혹시 외부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지 못하면 곤란한 일을 겪을 테니까.

    슬슬 요새 바깥쪽이 소란스러워지는 걸 보면 디펜더스의 구조대가 도착한 모양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도움을 좀 주고 갈까?’

    강하진은 요새의 시스템을 움직여 바깥쪽의 적을 교란시켰다.

    그리고 바로 그곳을 떠났다.

    다들 강하진이 안 보일 때까지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 * *

    스티븐은 미칠 지경이었다.

    “대체 입구는 어디 있는 거야!”

    스티븐은 분명히 요새의 입구가 여러 개 있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왔다.

    한데 아무리 요새 주변을 돌아다녀도 입구를 발견할 수 없었다.

    아니,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왠지 요새에 다가갈 수가 없었다. 요새를 뭔가 기이한 힘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 힘을 뚫고 들어가려고 하면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처음에는 요새 내부에 있다는 각성자 중 한 명의 스킬인 줄 알았다.

    한데 아니었다. 안에 있던 각성자들과 무전으로 연락을 시도했는데, 그들 중에 그런 이상한 스킬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말투를 들어보면 뭔가 짐작이 가는 바가 있는 듯했다.

    실제로 요새 내부의 각성자들은 강하진이 자신들을 위해 뭔가 특별한 스킬이나 장비를 써주고 갔다고 여겼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괴물이 더 이상 요새에 다가오지 못했다.

    요새로 다가오던 괴물들이 갑자기 제멋대로 움직이다가 멀어졌다.

    요새 안쪽에서 보기에는 그저 우왕좌왕 하다가 뭔가에 홀려 달려가는 것 같았다.

    그것이 요새에 내장된 교란 시스템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게 당연했다. 강하진이 오기 전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

    어쨌든 돌아가긴 돌아가야 하니, 요새 내부에 있던 탐사대는 출발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와 스티븐이 이끄는 구조대에 합류하기로 했다.

    괴물이 요새의 교란 시스템 때문에 혼란에 빠져 있는 이 상황이 가장 효과적으로 도망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스티븐은 자신이 요새에 못 들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그 안에서 탐사대가 우르르 나오자 차라리 반색했다.

    그리고 얼른 보호 진형을 구축하고 그곳을 빠져나갔다.

    100명이 넘는 각성자로 이루어진 보호 진형은 혼란에 빠진 괴물들 사이를 거침없이 뚫고 지나갔다.

    그 과정에서 몇몇 괴물을 사냥했고, 각성자 몇 명이 다치기도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괴물이 포위한 지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요새를 빠져나와 다시 산맥 아래쪽으로 향하는 탐사대는 가는 내내 몇 번이나 아쉬운 눈으로 요새 쪽을 바라봤다.

    * * *

    강하진은 일단 세레트로프의 1번 요새 주변을 면밀히 살폈다.

    바로 근처에 다른 요새가 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그러니 다른 요새를 찾기 위해 그런 행동을 한 게 아니었다.

    강하진은 요새의 시스템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최근 감각이 더욱 예민해진 데다가 요새의 관리자가 되면서 아주 선명하게 요새의 시스템을 감지할 수 있었다.

    ‘범위가 정확히 원을 이루는 게 아니네.’

    원형이 아니라 길쭉한 타원형이었다.

    시스템 영향권의 모양을 확인하고 나자, 다른 요새가 어디쯤 있을지 대충 알 수 있었다.

    옆으로 길쭉하다는 건, 그 길쭉한 양 옆에 요새가 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일 테니까.

    강하진은 바로 예상 지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보이는 괴물들은 족족 사냥했다.

    요새 시스템의 교란 때문에 혼란에 빠진 괴물을 사냥하는 건 정말 간단했다.

    아예 전투다운 전투가 없었다. 그저 죽이면 끝이었다.

    확실히 시스템의 힘이 들어간 요새의 힘은 대단했다.

    정확한 예상 지점에서는 좀 벗어났지만, 그래도 그 근처에서 다른 요새를 발견할 수 있었다.

    1번 요새와 똑같은 모양의 구조물이었다.

    이번에는 요새 입구를 막고 있는 벽을 볼 수 있었다. 레나트가 보내준 사진과 비교해 보니, 문양이 좀 달랐다.

    ‘그러니까······ 이 부분이 다르구나.’

    문양이 다루는 힘과 전혀 관계없는 부분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거기에만 전혀 아무 힘도 흐르지 않았으니까.

    ‘이게 숫자인 모양이네.’

    강하진은 문양 한가운데, 힘의 공백 안에 있는 기이한 문자를 기억하고는 거기에 손을 댔다.

    시스템의 힘이지만 또 시스템의 힘이 아닌 듯한 묘한 기운이 문을 훑고 지나가더니 그대로 풀썩 사라져 버렸다.

    강하진은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 구조도 1번 요새와 아주 똑같았다. 그래서 중심을 찾는 것도 쉬웠다.

    강하진은 요새를 시스템에 편입시켰다.

    역시나 이것이 2번 요새였다.

    힘과 민첩이 각각 100씩 올랐고, 창공의 눈이라는 스킬을 얻었다.

    [창공의 눈(A)]

    [시야를 극단적으로 확장한다.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야를 얻을 수 있다.]

    이 역시 철벽방어와 마찬가지로 요새의 사령관에게 어울리는 좋은 스킬이었다.

    아마 다수대 다수의 전투를 할 때, 굉장히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전투 상황을 넓게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힘이 될 테니까.

    이걸 보니 다음 요새에서 어떤 스킬을 얻을 수 있을지 대충 감이 잡혔다.

    2번 요새 역시 1번과 같은 시스템을 쓰고 있었기에 요새의 교란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3번 요새를 찾나 나섰다.

    당연히 가는 길에 혼란에 빠진 괴물들을 남김없이 처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하나하나 요새를 찾아 시스템에 편입시켰다.

    세레트로프의 요새는 모두 다섯 개가 있었다.

    3번 요새를 등록하니 민첩과 정신력이 각각 100씩 올랐고, 4번 요새를 등록하니 정신력과 마력이 각각 100씩 올랐다. 마지막으로 5번 요새에서는 마력과 체력이 100씩 올랐고.

    결과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각각 200씩 오른 셈이었다.

    3번 요새에서 얻은 스킬은 예상했던 대로 [지휘하달]이라는 스킬이었다.

    4번과 5번에서는 각각 [전장의 함성]과 [일점돌파]라는 스킬이었다.

    전장의 함성은 전투병사의 사기와 모든 능력치를 올리는 버프 스킬이었다.

    역시나 전투병사의 수에 따라 올라가는 능력치의 폭이 달라진다.

    [일점돌파]는 공격 스킬이었다. 강력한 공격력을 통해 돌격하는 힘을 부여해주는 스킬이었다.

    본인에게 쓰는 것도 가능했고, 전투병사가 쓰게 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 역시 위력은 전투병사의 수에 따라 달라진다.

    요새에서 얻은 모든 스킬이 마치 제대로 쓰려면 전투병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라고 하는 듯했다.

    아무튼 5개의 요새를 등록하고 나자, 요새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지 알 수 있었다.

    5개 요새의 중심부에 있는 무언가였다.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니 이제 그걸 확인할 차례였다.

    강하진은 5번 요새의 교란 시스템도 작동시켰다.

    그리고 천천히 모든 요새가 지키는 중심부로 향했다.

    워낙 서둘러서 요새들을 등록하고 다녔더니 이제야 1번 요새에 있던 유적 탐사대가 요새에서 나가고 있었다.

    “이런 것도 알 수 있구나.”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전투병사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과연 언제까지 저들이 전투병사로 인정될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창공의 눈]으로 주변을 확인해보니 100명의 디펜더스 구조대가 유적 탐사대를 둘러싸고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강하진은 문득 저들에게 버프를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즉시 [전장의 함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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