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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28화 (128/200)
  • < 디펜더스의 음모 3 >

    강하진은 태블릿을 통해 황수영의 활약을 보면서 빙긋 웃었다.

    처음 나타났던 100명의 가디언스는 사실 현지에서 새로 고용한 각성자들이었다.

    즉, 원래 한국에 있던 가디언스가 아니었다.

    제이슨이 가디언스를 견제할 게 뻔했기에 가디언스를 미국으로 보내는 대신, 인력을 현지 조달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막 뽑은 건 아니었다.

    사실 제법 오래전부터 조금씩 진행하던 일 중 하나였다.

    미국을 비롯한 인구가 많고 중요한 나라에 가디언스의 지부를 세우기로 한 것이다.

    가디언스 미국 지부는 며칠 전에 만들었지만, 각성자는 제법 오랫동안 은밀히 모아왔다.

    그걸 이번에 써먹은 것이다.

    디펜더스가 가디언스 소속 길드원들을 감시하지 가디언스 자체를 감시하진 않을 거라고 판단해 벌인 일이었다.

    그리고 아주 멋지게 성공했고.

    하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다. 현지에서 각성자를 모을 때도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이 인성이었기에 실력은 좀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자란 실력을 장비로 채웠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던전 브레이커를 보냈다.

    황수영은 괴물과 싸울 수 있다는 말에 신 나서 미국으로 갔다.

    디펜더스가 지나칠 정도로 가디언스에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던전 브레이커는 놓친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도록 명인혁이 유도하기도 했고.

    사실 던전 브레이커는 그동안 해외 활동을 거의 안하고 한국 장악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신경을 안 쓰는 게 당연했다.

    어쨌든 이번 일로 가디언스의 위상이 또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아직 회귀 전의 가디언스 만큼은 안 되지만 그래도 거의 근접할 정도로 따라갔다.

    현 가디언스가 회귀 전 가디언스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서포터가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처음 윤경민이 끌어들인 자들도 서포터라기보다는 비지니스 파트너 정도의 관계였다.

    그리고 향후 가디언스로 끌어들일 조직이나 사람들도 가디언스의 하위조직이라는 개념이 아니라 파트너의 개념으로 모을 계획이었다.

    그렇게 해도 실질적인 힘은 가디언스에 집중되기 마련이었다.

    “아, 그리고 전에 보내주셨던 영입 리스트에 기록된 인물 전부 영입 완료했습니다.”

    갑자기 훅 들어온 명인혁의 말에 강하진이 깜짝 놀랐다.

    “벌써 그 많은 사람을 다 영입했다고?”

    명인혁이 씨익 웃었다.

    “가디언스의 명성이 높아져서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말을 꺼내자마자 수락했습니다.”

    “까다로운 사람들이 제법 있었을 텐데?”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니 금방 넘어오더군요. 몇몇은 그조차 소용이 없었습니다만······ 제가 알아서 처리했습니다.”

    강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어떤 방법을 써서 영입했는지까지 듣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중요한 건 그 인재를 전부 영입했다는 점이었다.

    “어때? 괜찮아 보여?”

    “솔직히 놀랐습니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인재가 숨어 있는지 아셨습니까?”

    명인혁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마스터를 보고 있으면 가끔······ 우주의 모든 일이 기록되어 있다는 허공록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강하진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 그저 몇 가지 특별한 스킬 때문에 남들이 찾지 못하는 정보를 가끔 얻을 수 있는 정도야.”

    명인혁은 그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냥 넘어갔다.

    어차피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중요한 건 강하진이 시킨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 했다는 것이다.

    “윤경민 씨는 어때? 좋아하지?”

    윤경민 얘기를 꺼내자, 명인혁이 질린 눈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오는 행동이었다.

    “인재를 영입하니 일거리를 더 늘렸습니다. 어쩌면······ 아예 잠을 자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강하진은 윤경민이 아니라 윤경민 아래에 들어간 인재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아마 지금쯤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왔을지도 모른다.

    [회복] 스킬이 있으니 좀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가 또 고개를 저었다.

    ‘그게 더 힘들지도 모르겠네.’

    어쨌든 이제 제대로 날아오를 토대를 다 만들었다.

    새로 영입한 인재 중에는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각성자도 있고, 사업적 역량이 뛰어난 사람도 있었다.

    그밖에 다양한 방면에서 큰 성과를 거둘 사람을 미리 선점했다.

    회귀 전에도 각각의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걸 미리 선점한 것이다.

    윤경민이나 명인혁, 유동훈처럼 말이다.

    물론 저 세 사람을 능가할 정도로 대단한 인재를 구하는 건 어렵겠지만, 다들 그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진 자들이었다.

    이제부터는 가디언스를 본격적으로 확장할 타이밍이었다.

    * * *

    제이슨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디펜더스의 본부가 있는 빌딩으로 향했다.

    뉴욕에 위치한 높은 빌딩을 통째로 디펜더스가 쓰고 있었다.

    그 안에서는 디펜더스와 관계된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디펜더스는 단순히 각성자들을 모아 만든 각성자 길드가 아니었다.

    훨씬 더 큰 조직이었다.

    지금 가디언스가 그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젠장.”

    가디언스를 생각하니 속이 쓰려왔다.

    진짜 제대로 한 방 먹었다.

    그동안 먹었던 펀치도 매서웠지만, 이번에 먹은 펀치가 제일 아팠다.

    디펜더스에게서 선택의 여지를 빼앗아 버렸으니까.

    이번 일에 가디언스가 끼어들 거라고는 아예 예상을 못했기에 디펜더스가 전면에 나서 버렸다.

    그냥 나서기만 한 게 아니라, 디펜더스의 주축이 되는 네 명의 멤버가 같은 문양이 그려진 복장을 입고 나섰다.

    그들을 돕기 위해 함께 출동한 서포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디펜더스 멤버와는 분명히 차별화 되어 있지만, 똑같은 모양의 문양이 그려진 점퍼를 입고 있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그냥 나섰다고 하면 모양새가 너무 나빠진다. 아예 이 일을 안 할 거라면 모를까, 어차피 시작할 거였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

    제이슨은 자신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떠밀려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불쾌했다.

    ‘분명히······ 나무랄 데 없는 계획이었어. 한데 이렇게까지 꼬일 줄이야.’

    사실 가이아의 선택을 받았다는 이상한 놈들이 나타났을 때도 식겁했다.

    계획에서 벗어난 존재들이 나타나면, 그들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아주 훌륭하게 처리했다. 그들을 끌어안으면서 말이다.

    그들은 특이한 존재였다. 또한 이용해 먹기 딱 좋은 놈들이기도 했다.

    그에 대한 분석과 연구도 아주 철저히 했다.

    가이아는 지구에 깃든 거대한 의지가 분명했다.

    사실 이런 식으로 차원의 의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경우는 기록에서도 본 적이 없기에 흥미롭긴 했다.

    ‘어쨌든 한계가 분명하니까 크게 걱정할 건 없어.’

    강한 능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레벨업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 그리고 가이아의 의지가 약간 개입해서 던전과 괴물을 소탕하게 만든다는 것 외에는 별로 특이할 것도 없었다.

    그들을 열심히 포섭한 덕분에 디펜더스의 전력이 더욱 강화되었다.

    물론 그들이 원래 있던 나라는 좀 더 힘들어질지도 모르겠지만, 그거야 애초에 디펜더스가 원하던 상황이니 상관없었다.

    세계는 더 많은 위기를 겪어야 하고, 그걸 디펜더스의 이름 아래에서 해결해야만 한다.

    그렇게 해서 디펜더스가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야 한다.

    무슨 일을 해도 아무도 이견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젠장.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군.”

    제이슨이 분통을 터트리자 윌리엄이 차분히 달랬다.

    “진정해. 이미 벌어진 일에 화를 내봐야 달라지는 건 없어. 그 시간에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자고.”

    정론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하지만 사람 감정이라는 게 어디 그렇게 마음대로 되나.

    아무리 마음을 가라앉히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첫 단추를 가디언스 때문에 잘못 채웠는데, 여기서 화를 안내면 대체 언제 이 지독한 화를 풀어낸단 말인가.

    “그놈들에게 한 방 제대로 먹여주지 않으면 화가 풀릴 것 같지 않아.”

    “같이 방법을 고민해 보자고.”

    윌리엄은 그렇게 말하며 함께 있는 제니퍼와 스팬서를 힐끗 쳐다봤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뭔가 골똘히 생각 중이었는데, 당연하지만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한동안 생각하던 스팬서가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이 상황은 당장 해결할 수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아. 그리고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일 거야.”

    내가 안 되는데 너희가 될 리 없다는 오만한 의미가 깃든 말이었지만, 다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스팬서의 말에 일일이 신경 쓰면 자기만 손해다.

    “그래서 말인데, 이 상황을 그냥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상황을 이용하자고?”

    “어차피 크게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가디언스가 맡아서 해주고 있는 셈이잖아?”

    “그거야 그렇지. 우리가 가져와야 할 인기나 명분까지 싹 가져가고 있다는 점을 빼면.”

    스팬서가 피식 웃었다.

    “길게 보자고, 길게.”

    더 말해보라는 듯 세 사람이 스팬서를 쳐다봤다. 다들 눈이 어찌나 이글거리는지 마치 먹잇감을 노려보는 맹수 같았다.

    물론 스팬서는 그런 눈빛 따위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고.

    “관계 설정을 다시 하자고. 선의의 경쟁자가 되는 거지.”

    “선의의 경쟁자?”

    “어차피 초반에 해야 할 일은 비슷하잖아. 그러니 함께 지구를 지키는 선의의 경쟁자로 포장하는 거지.”

    제이슨이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가 왜 계속 선점하고 더 튀어 오르려고 했는지 전혀 이해를 못 한 건가?”

    “나도 다 알아. 우리 중심으로 판을 짜려고 그러는 거잖아.”

    “맞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제동이 걸릴 테니까. 가디언스와 쓸데없는 정치 싸움을 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그럴 필요가 없다니까? 그때가 되면 가디언스는 사라지고 우리만 남을 테니까.”

    “그게 무슨 말이지?”

    스팬서가 씨익 웃었다.

    “우린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가디언스 쪽으로 일을 몰아주기만 하면 돼.”

    “빼앗는 것도 아니고 밀어주라고?”

    “그렇지. 그 사이에 우리는 뒤에서 찌를 수 있는 칼을 준비하는 거지. 아주 오랫동안.”

    “역량을 던전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쪽으로 돌리자는 거로군.”

    꽤 구미가 당겼는지 제이슨이 조금 밝아진 표정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스팬서의 미소가 더욱 음흉해졌다.

    “사실 우리는 그런 쪽이 훨씬 더 강력하잖아. 안 그래?”

    확실히 그렇다.

    피의 군주인 제이슨이나 서큐버스 퀸인 제니퍼는 말할 것도 없고, 윌리엄도 마찬가지였다.

    “계획을 다듬어 보자고. 그럼······ 전면에 나서는 건 네가 하는 건가?”

    스팬서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런 셈이지. 나만 별 거 없는 놈이니까. 큭큭큭큭.”

    제이슨이 살짝 못마땅한 눈으로 스팬서를 노려봤다. 하지만 이내 피식 웃었다.

    아무리 날고 뛰어봐야 스팬서는 자신을 벗어나지 못한다. 아니, 이곳에 있는 세 사람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는 제이슨과 제니퍼, 윌리엄이 동시에 힘을 써서 만든 권속이나 다름없으니까.

    누구에게도 속해 있지 않지만, 또한 모두에게 속해 있기도 하다. 배신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완벽한 복종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 정도 관계면 충분했다.

    스팬서 같은 자는 다시 찾을 수 없을 테니까.

    세 존재 모두의 권속 적합자인 사람을 어디서 또 찾겠는가.

    스팬서는 즐겁게 손바닥을 비볐다.

    “자······ 그럼 이제부터 나한테 쏟아지는 관심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 말에 나머지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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