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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27화 (127/200)

< 디펜더스의 음모 2 >

미국 LA 근처에 있는 광활한 숲에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무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무언가를 찾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굉장히 조심스러우면서도 은밀했다.

하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멀리서 낱낱이 확인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놈들 정체는 확인 했나?”

제이슨의 물음에 스팬서가 어깨를 으쓱 했다.

“각성자라는 거 빼고는 모르겠던데?”

“뒤를 캐내지 못한 건가?”

“캐긴 했는데······ 좀 애매해.”

“애매하다고?”

“한둘이 엮인 게 아니야.”

“더 자세히 말해봐.”

“일단 일본놈들이 얽혀 있어.”

제이슨이 눈살을 찌푸렸다.

“일본? 일본 어느 쪽?”

“당연히 신정부지. 늙은이들은 저런 짓 안 해. 자기들 몸보신하느라 바쁘지.”

“일본 놈들이 대체 저기엔 왜 관심을 가지는 거지? 설마 정보가 샌 건가?”

제이슨이 섬뜩한 눈으로 스팬서를 노려봤다.

만일 정보가 샜다면 그럴 구멍은 오직 스팬서뿐이었다.

윌리엄이나 제니퍼는 절대 그럴 리 없으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 그런 거 아니니까. 너, 가끔 나 의심하는데 진짜 짜증나는 거 알아?”

“그 점은 미안하군. 요즘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가디언스만 처리하고 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화끈하게 해치워 버리자니까.”

제이슨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 화끈한 게 한국에 핵을 쏘자는 거라면 다신 말도 꺼내지 말도록.”

“농담이야, 농담. 그런 건 구분할 줄 알아야지. 내가 설마 핵을 쏘자고 하겠어? 그리고 아직 우리한테 그 정도 힘은 없다고. 하여튼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여서 뭔 말을 못하겠다니까.”

“아무튼 하던 얘기나 마저 해.”

“일본 놈들은 솔직히 그냥 이용당하고 있는 것 같고, 그 뒤에 무언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아직 파악이 안 돼.”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자세히 설명해.”

“미국에 있는 무수한 정치와 경제 주체가 얽혀 있다고. 각성자 협회도 얽혀 있고.”

제이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말도 안 되는 일이로군. 대체 그들이 왜?”

스팬서가 답지 않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음······ 이상한 정보를 문 모양이야.”

“이상한 정보?”

“거기 무슨 대단한 아이템이 숨겨져 있다는 정보야.”

제이슨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대단한 아이템? 그런 말도 안 되는 정보를 그들이 믿는다고?”

“어······ 그게 꽤 그럴듯해.”

“그럴듯하다고?”

“거기에 혼돈의 마물이 나타났었던 거 알지?”

첫 번째 재앙이 터졌을 때, 미국에도 혼돈의 마물이 나타났었다.

한데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미국에 나타난 혼돈의 마물은 두 마리였다.

하나는 진짜 혼돈의 마물이었고, 다른 하나는 작은 혼돈의 마물이었다.

그 작은 혼돈의 마물이 나타난 곳이 바로 지금 저들이 수색하는 저 지역이었고.

이번에 디펜더스의 작전 역시 그걸 이용하는 것이다.

사실 잘 알려지지 않긴 했지만, 권력의 상층부에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저런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건 없었다.

“혼돈의 마물이 왜?”

“그 마석, 우리가 챙겼잖아.”

“설마 지금 마석을 찾고 있는 거라고?”

“장비 보면 알잖아.”

제이슨이 눈에 힘을 주고 그들을 확인했다. 다들 마력 측정 장치를 들고 있었다.

“일이 꼬이려니······.”

짜증이 확 올라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저따위 상황이 된 것을.

스팬서는 제이슨의 표정이나 감정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꺼냈다.

“그래서 말인데, 위치를 바꿔야 할 것 같아.”

“위치를 바꾸자고?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면서 그러는 건가?”

“어렵지만 불가능하진 않잖아.”

이번 계획은 작은 혼돈의 마물이 죽기 전까지 하던 일과, 그놈이 죽으면서 남긴 마석을 이용해서 벌이는 일이었다.

사실 제이슨이 하려는 일은 굉장히 위험한 시도였다.

자칫하다간 이쪽 세상을 통째로 넘겨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거야 잘 조절하면 된다. 또한 이곳에 나타났던 혼돈의 마물은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마물이었기에 완벽한 통로를 뚫을 만한 힘이 없었다.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어.”

“에이, 피의 군주씩이나 되는 놈이 엄살은. 할 수 있는 거 다 알아. 그러니까 위치를 조금만 수정하자고. 좀 더 안쪽으로. 그게 임팩트도 더 확실하지 않겠어?”

“도시 안쪽에 통로를 뚫자는 건가? 예전부터 생각하던 거지만, 너 진짜 제정신이 아니로군.”

“여기나 거기나 위험한 건 마찬가지 아냐?”

“여기서 뚫으면 우리가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다.”

“완벽하게 막기 전에 반드시 피해를 입어야지. 그래야 우리한테 고마워할 테니까. 어차피 벌어질 일을 조금 더 키우는 것뿐이야.”

제이슨은 스팬서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또한 사람들이 많이 죽건 말건 제이슨이 신경 쓸 일도 아니었고.

“좋아. 일단 해보지. 하지만 장담은 못한다. 실패할 수도 있어.”

“밑밥은 그만 깔아. 실패해도 뭐라고 안 할 테니까. 뭐, 당연히 성공하겠지만.”

스팬서는 그렇게 말하고 낄낄댔다.

제이슨은 한숨을 내쉬며 그곳을 떠났다.

어쨌든 이제 터트릴 때가 되었다. 디펜더스도 나름대로 충실히 준비를 마쳤으니까.

* * *

“터졌습니다!”

명인혁이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며 외쳤다.

강하진은 날카로운 눈으로 명인혁을 쳐다봤다.

“위치는?”

“LA입니다!”

그것은 강하진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명인혁은 그걸 알기에 얼른 말을 덧붙였다.

“LA 안쪽입니다. 예측하셨던 지점과는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강하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명인혁은 서둘러 설명을 이어갔다.

“전혀 새로운 형태의 던전입니다. 나타나자마자 그 안에서 괴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던전이 터졌을 때와는 달리 괴물이 쏟아져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비교적 천천히 한 마리씩 안에서 나왔는데, 어쨌든 괴물은 괴물, 나오자마자 난동을 부리며 주변 건물과 도로를 파괴하고 사람들을 해치고 있었다.

“그쪽에 대기 중인 가디언스는?”

“대기하던 100명 바로 투입했습니다. 한데 디펜더스보다 약간 늦었습니다.”

강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예상하던 일이었다.

디펜더스는 작정하고 이번 일을 벌였다. 그러니 그들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빠른 것만이 다가 아니다.

“미리 띄운 드론 영상입니다.”

명인혁은 태블릿을 내밀었다. 그 안에서는 LA에 뚫린 통로와 그 안에서 나오는 괴물, 그리고 그 괴물과 싸우는 각성자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나오고 있었다.

가디언스는 길드를 상징하는 회오리치는 방패 문양이 등에 커다랗게 그려진 점퍼를 입고 있었다.

100명이나 되는 가디언스가 통로 주변을 철통 같이 막고 괴물이 나올 때마다 싸워서 쓰러뜨리니 멀찍이 떨어진 구경꾼들이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회귀 전보다 괴물 나오는 속도가 좀 느린데?’

그때는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정도는 아니었어도 제법 빠른 속도로 나와서 막아내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한데 지금은 나오는 속도가 느려서 오히려 가디언스가 통로를 지키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디펜더스가 섞여 있었다.

제이슨과 윌리엄, 스팬서와 제니퍼를 비롯해 그들이 서포터로 받아들인 각성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 역시 드래곤이 불을 뿜는 듯한 화려한 문양이 등에 그려진 점퍼를 입고 있었다.

이번에 단단히 준비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가디언스와 저렇게 섞여 있으니 임팩트가 모자랐다.

“저걸 사람들이 보면 누가 지켰다고 여길까?”

“당연히 가디언스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러려고 계획한 일이었으니까.

‘열 좀 받겠네.’

강하진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 * *

“이 무슨 황당한······.”

제이슨은 지금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번 일은 자신들의 화려한 데뷔 무대가 되었어야 한다. 한데 대체 이 많은 가디언스는 뭐란 말인가.

“윌리엄, 분명히······ 가디언스가 이 근처에 없다고 하지 않았나?”

“분명히 그랬지. 현 가디언스의 길드원을 내가 전부 파악해서 위치를 확인했는데, 아무도 미국에 없었어. 특히 LA에는 더 면밀히 살폈지만 아무 이상도 없었고.”

윌리엄의 표정도 심각했다.

스팬서는 아예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저러다가 가디언스를 공격할까봐 걱정이었다.

지금 갑자기 일어난 사태 때문에 구경꾼도 많았고, 위에서는 방송국에서 나온 헬기가 몇 대나 떠 있었다.

여기서 악수를 두면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

“임팩트를 빼앗겼어. 아무래도······ 힘겨운 시간 싸움을 해야 할 것 같군.”

“아니면 싹 쓸어버리거나.”

윌리엄은 원래 저렇게 극단적인 말을 잘 안 하는 사람이었다. 한데도 저러는 걸 보니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윌리엄이 이번 일에 들인 노력은 상당했다. 아마 사업을 하면서도 이 정도로 신경을 쓴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으니 화가 나는 게 당연했다.

짜증과 화를 삭이는 사이 통로에서 괴물이 또 나왔다.

싸움은 길지 않았다. 가디언스의 각성자들이 쏟아내는 공격을 괴물은 얼마 버티지 못했으니까.

“별로 대단한 놈들은 아니야.”

제이슨의 말에 윌리엄도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가디언스의 위명에는 좀 모자랐다. 하지만 모든 가디언스가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건 아니었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스팬서는 생각이 좀 달랐다.

“저놈들 진짜 가디언스 맞아?”

그 말에 제이슨과 윌리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스팬서의 말을 듣고 다시 확인하니 뭔가 좀 이상했다.

“인종이 아주 다양한데?”

가디언스는 한국의 길드다. 그렇다면 길드원 역시 한국인이어야 한다.

한데 저들 중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은 스무 명 남짓이었다. 그나마 그 중에서 한국인은 절반도 안 되는 듯했다.

“저놈들······ 대체 정체가 뭐지?”

윌리엄의 중얼거림에 제이슨이 차가운 눈으로 가디언스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확인해 봐야지.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철저히 조사해. 만일 가디언스가 아닌데 가디언스를 사칭한 거라면 그건 그것대로 써먹을 만하니까.”

제이슨이 말하는 사이 괴물이 또 등장했다.

괴물이 나타나는 간격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슬슬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뜻이었다.

원래 계획은 이렇게 괴물이 우르르 나오면 압도적인 힘으로 그걸 짓눌러서 강력한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아직 늦은 건 아니야. 이들 중에서 우리가 최대한 돋보이면 돼.”

충분히 가능할 거라 여겼다. 이곳에 있는 가디언스는 힘이 좀 모자랐으니까.

지금 당장이야 괴물이 드문드문 나오고 있으니 어마어마한 화력을 쏟아 부어서 해결하고 있지만, 간격이 좀 더 줄어들면 아마 괴물이 죽기 전에 다음 괴물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디펜더스가 활약하는 건 그때부터였다.

제이슨의 눈짓에 윌리엄을 비롯한 디펜더스들이 슬쩍 뒤로 빠졌다.

이제 그들의 화력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 괴물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테니까.

디펜더스가 뒤로 한 발 물러나자, 괴물이 쓰러지는 속도가 확연히 느려졌다.

괴물이 쓰러지자마자 다음 괴물이 나왔다.

제이슨은 그걸 보며 눈을 빛냈다. 이제 다음 괴물은 분명히 겹쳐질 것이다.

디펜더스가 나설 타이밍이 온 것이다.

그 순간, 일단의 무리가 우르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괴물을 향해 그대로 몸을 날렸다.

“하아압!”

꽈득!

거대한 창이 괴물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 한 방에 괴물이 쓰러져 버렸다.

제이슨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던전 브레이커가 나타났다.

거대한 창을 든 황수영은 압도적인 활약을 펼치며 줄줄이 나오는 괴물을 박살 냈다.

물론 던전 브레이커와 가디언스의 서포트도 아주 훌륭했다.

이번 사태의 주연은 단연 황수영이었다.

디펜더스는 오연하게 빛나는 황수영을 보며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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