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124화 (124/200)
  • < 권속 1 >

    강하진은 젝스터 일당을 밀폐된 공간에 각각 격리시켰다.

    그리고 그들을 명인혁에게 맡겼다.

    명인혁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심문을 진행했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동생인 명인수와 강하진이었다. 둘 다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중요했다.

    한데 그런 강하진을 기습한 놈들이었다.

    명인혁은 그들을 절대 그냥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또한, 그들의 배후 역시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명인혁은 차근차근 그들의 정신을 무너뜨렸다.

    심문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깨우쳤다.

    아니, 명인혁에게 있어서는 그 역시 정보 획득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젝스터의 부하들에게서 얻은 정보는 거의 없었다. 그들은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

    다만, 그들은 누군가에게 피의 세례를 받았다고 했다.

    문제는 그게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들에게 뽑아낼 수 있는 정보는 딱 그거 하나였다.

    정신이 무너지면서 그들의 눈빛이 달라졌고, 뭔가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하지만 명인혁은 그게 뭔지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분명한 건, 그렇게 되자 무너졌던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또한, 그 변화가 일어나자, 젝스터의 감정이 흔들렸다.

    젝스터의 눈빛이 당황으로 물든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동안은 좀처럼 정신이 무너지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 방벽이라도 쌓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정보도 뽑아내지 못했다.

    한데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서로 격리되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직접 확인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명인혁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바로 보고서를 작성해 강하진에게 보냈다.

    강하진에게 보고서를 전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하진이 명인혁을 찾아왔다.

    “뭔가 변한 거 같다고?”

    “네. 그런데 그게 정확히 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좀 더 확인이 필요합니다.”

    명인혁의 솔직한 말에 강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한 번 보자.”

    강하진은 젝스터의 부하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원래는 각각 격리되어 있었는데, 변화가 생긴 이후 한데 모아놨다.

    그들은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는데, 강하진은 그들에게 일어난 변화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엿보기가 통한다.’

    젝스터의 부하들에게 엿보기 스킬을 쓸 수 있었다. 마치 가림막이 치워진 것처럼 말이다.

    이름은 사무엘, 레벨은 232였다. 능력치는 평범했다. 한데 눈길을 끄는 정보가 몇 가지 있었다.

    일단 칭호가 그랬다.

    [칭호 : 피의 세례를 받은 자, 스스로 피를 부정한 자]

    강하진은 칭호에 있는 ‘피의 세례’라는 것에 주목했다.

    아마 그게 엿보기 스킬을 막은 듯했다.

    [피의 세례를 받은 자]

    [블러디나이트로부터 피의 세례를 받아 권속이 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주인을 관할하는 시스템으로 강제 이양된다.]

    [스스로 피를 부정한 자]

    [자신의 의지로 피의 세례에서 벗어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권속의 계약이 끊어지고, 관할 시스템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강하진은 칭호를 확인하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관할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여기서 처음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해 유추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다른 시스템에 속한 자라서 엿보기가 통하지 않은 거였어.’

    그렇다면 그동안 엿보기를 쓸 수 없었던 제이슨이나 윌리엄, 제니퍼는 다른 시스템에 속해 있다는 뜻이다.

    조원영은 아마 누군가의 권속이 되었을 것이고.

    ‘제이슨일 가능성이 높지.’

    블러디나이트의 권속이라고 했는데, 명인혁의 보고에 따르면 이들에게 변화가 생겼을 때 젝스터가 당황했다고 하니, 그가 블러디나이트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 역시 제이슨의 권속일 테고.

    강하진은 나머지 사람들의 정보도 모두 확인했다. 전부 같은 칭호를 갖고 있었다. 또한 전부 같은 상태였다.

    ‘자신의 의지로 피의 세례에서 벗어났다고 했는데, 그럼 피의 세례를 받은 것 자체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는 뜻인가?’

    그게 아니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

    어쩌면 피의 세례라는 걸 받아 권속이 되면 주인의 명령에 절대복종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강하진은 그 중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자에게 다가가 그 앞에 앉아 눈을 마주쳤다.

    그는 처음 강하진이 정보를 확인했던 사무엘이라는 자였다.

    “사무엘? 정신이 좀 드나?”

    사무엘은 천천히 고개를 들고 강하진을 바라봤다. 눈동자에 사라졌던 초점이 서서히 돌아왔다.

    “그냥 죽여주면 고맙겠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사무엘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난······ 타락했다. 괴물이 되어 버렸어. 지금 죽지 않으면 안 돼.”

    사무엘의 말에 강하진은 뭔가 서늘한 느낌이 들어 엿보기 스킬을 다시 썼다. 이번엔 좀 더 집중해서 더욱 깊은 정보를 확인했다.

    [피의 세례를 받은 자가 피를 부정하면서 혼돈의 씨앗을 품게 되었다. 혼돈의 씨앗이 발아하면 정신과 육체가 부정함에 물들게 된다.]

    정신과 육체가 부정함에 물든다는 건 괴물로 변한다는 뜻이었다.

    두 번째 재앙의 시작을 알렸던, 실종자가 변이해서 만들어진 괴물처럼.

    이건 약도 없었다. 그저 미리 죽이거나 아니면 가둬 놨다가 괴물로 변한 다음에 죽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렇게 될 걸 알았으면서 왜 피를 부정한 거지?”

    사무엘이 자조적으로 피식 웃었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오히려 더한 괴물이 됐을 테니까.”

    사무엘은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강하진은 몸을 일으키며 사무엘을 내려다봤다.

    “원하는 대로 해주지.”

    돌아서서 밖으로 나간 강하진이 명인혁에게 말했다.

    “젝스터라는 자를 봐야겠어.”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명인혁은 강하진을 젝스터를 가둔 방으로 데려갔다.

    젝스터는 제법 멀쩡한 상태였다.

    그의 부하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애초에 정신조차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아마 정신이 무너졌다면 젝스터도 스스로 피를 부정했을지 모른다.

    강하진은 젝스터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다짜고짜 말했다.

    “블러디나이트?”

    젝스터의 눈이 순간적으로 커지려다가 말았다. 정말 깜짝 놀랐지만 초인적인 인내로 그걸 참아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강하진의 눈썰미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지만.

    강하진은 젝스터를 가만히 노려봤다.

    엿보기가 통하지 않으니 대체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강하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다른 시스템에 관한 거였다.

    이 젝스터라는 놈은 다른 시스템의 관할에 있다.

    그게 의미하는 게 대체 뭘까?

    강하진은 다른 시스템이라는 것이 다른 차원의 시스템을 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마르바스가 보낸 괴물과 마족들은?’

    분명히 마족의 정보도 엿보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는 건 같은 시스템에 속해 있다는 뜻이었다.

    ‘시스템이 같아서 지구로 침입이 가능해진 건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었다.

    ‘이 젝스터라는 놈이 속한 차원은 다른 시스템의 관할인 건가? 몇 개의 차원이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는 건가?’

    대충 그런 식으로 가정을 해봤다. 물론 그게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만일 그렇다면 이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죽이는 건 가장 하책이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안 떠오르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놈은 강하진을 죽이려고 했고, 이대로 살려둬 봐야 결국은 해악만 끼칠 테니까.

    하지만 그 전에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볼 생각이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강하진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강하진에게는 과거의 잔재를 현 시스템에 연결시킬 수 있는 힘과 자격이 있지 않은가.

    그걸 어떻게 이용해볼 수는 없을까?

    과거의 잔재라는 건, 과거에 지구를 지배했던 시스템을 말한다.

    즉, 지금 지구를 관할하는 시스템과는 다른 시스템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시스템을 이용하는 이 젝스터라는 놈 역시 현 시스템으로 편입시키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잘 모르겠고, 확신도 없지만, 그래도 해봐서 손해 볼 건 없었다.

    강하진은 즉시 젝스터에게 집중했다.

    과거의 잔재를 편입시키는 건 잔재에 남은 패턴을 읽고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데 젝스터에게는 그런 패턴이 존재하지 않았다.

    난감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손쓰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젝스터도 각성자였기에 마력을 품고 있었으니까.

    마력이라는 것 역시 사람 몸에 안정적으로 잠들어 있을 때는 일정한 패턴을 가진다.

    안정된 상태가 한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상태를 패턴으로 규정하고 그걸 분석하면 뭔가 되지 않을까?

    강하진의 집중력이 점점 더 높아졌다.

    그리고 그제야 젝스터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뭐 하는 거지?”

    뭐라도 반항하고 싶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말뿐이었다.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바닥에 붙은 의자에 고정되어 있었으니까.

    젝스터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이젠 이상한 걸 넘어서 몸속에서 뭔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무슨 짓이냐니까!”

    젝스터의 외침이 터진 순간, 강하진은 젝스터의 마력을 시스템에 편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타 차원의 시스템으로부터 단말기를 가로챘습니다. 칭호 ‘시스템 침략자’를 획득합니다.]

    [본래 현 차원 시스템의 소유였던 단말기를 되찾아왔습니다. 칭호 ‘시스템 방어자’를 획득합니다.]

    ‘단말기? 각성자가 시스템에서는 그런 취급을 받는 건가?’

    그리고 두 개나 되는 칭호를 동시에 얻었다. 이건 오직 젝스터를 시스템으로 편입시켰기에 얻을 수 있는 성과였다.

    강하진은 젝스터의 정보를 다시 확인해봤다.

    레벨과 이름, 능력치는 대충 넘겼다. 보아하니 제법 뛰어나긴 하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스킬 몇 가지가 신경 쓰였는데, 그건 이쪽 시스템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비활성화 되어 버렸다.

    그 부분에 좀 더 집중해 보니, 저쪽 시스템에 편입되면서 받은 스킬이었다.

    강하진이 원하는 건 좀 더 깊은 정보였다. 그리고 한동안 집중하자 드디어 정보가 망막에 떠올랐다.

    [피의 군주로부터 피의 세례를 받아 권속이 되었던 자. 적법한 절차에 따라 타 차원 시스템에 편입되어 블러디나이트의 힘을 얻었으나, 시스템 방어자에 의해 강제로 되돌려졌다.]

    ‘피의 군주라······.’

    아마 저것이 제이슨의 정체이리라.

    ‘대체 어떻게 타 차원 시스템에 연결된 걸까?’

    떠오르는 가정이 몇 가지 있었다.

    아마 제이슨이 타 차원에서 넘어온 존재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그건 제니퍼 역시 마찬가지이리라.

    제니퍼는 서큐버스 퀸이었다. 또한 이쪽 시스템이 아닌 다른 시스템을 쓰는 자였다.

    그녀의 권속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래 이쪽 차원의 사람들을 권속으로 만들어 가져간 건지, 아니면 애초부터 그쪽 차원 사람들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또 다른 사람도 있을까?’

    윌리엄이나 스팬서도 의심스러웠다.

    강하진은 고개를 저어 상념을 털어냈다. 좀 더 제대로 확인한 다음 생각해도 늦지 않다.

    그래서 일단 새로 얻은 칭호부터 확인해봤다.

    [시스템 침략자]

    [타 차원 시스템의 링크를 끊은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정신력+10, 절단.]

    정신력을 소폭 올려주고, [절단]이라는 스킬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칭호였다.

    [절단]

    [타 차원 시스템의 링크를 잘라낸다. 성공률은 링크에 걸린 존재의 능력치 합과 스킬 보유자의 정신력의 비교에 의한다. 차이가 현저하더라도 반드시 성공하거나 무조건 실패하는 건 아니다. 12시간에 한 번 쓸 수 있다.]

    제이슨 일당을 상대할 때 아주 유용한 스킬이었다. 문제는 성공률이 정신력에 의존한다는 건데, 비교 대상이 상대의 능력치 합이라면 문제가 컸다.

    강하진이 아무리 레벨을 많이 올리고, 레벨을 올릴 때마다 능력치 성장폭이 크다고 해도, 제이슨 같은 놈들의 능력치 합보다 정신력이 높아지는 건 거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다만 그의 권속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문제는 하루에 달랑 두 번 쓸 수 있다는 점인데, 어쨌든 좋은 무기였다.

    [시스템 방어자]

    [타 차원 시스템에 빼앗긴 단말기를 되찾아온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정신력+20, 거절]

    침략자보다 정신력이 좀 더 오르고, 거절이라는 스킬을 얻었다.

    [거절]

    [타 차원 시스템의 연결을 막을 수 있다. 성공률은 타이밍과 정신력에 따른다. 1분에 한 번 쓸 수 있다.]

    쿨타임이 1분밖에 안 되지만, 이걸 성공하려면 정확한 타이밍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그건 강하진의 특기 아닌가.

    갈취 역시 정확한 타이밍에 정보를 가로채야 하는 스킬인데,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을 정도로 예술적인 타이밍 감각을 갖고 있었으니까.

    강하진은 정보를 모두 확인한 다음 젝스터를 내려다봤다.

    젝스터의 눈빛이 텅 비어 있었다.

    아마 정신을 차리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했다.

    치료폭탄을 써도 되지만, 오래 걸릴 것 같지 않아 그냥 기다렸다.

    이내 젝스터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그는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린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대체······ 여긴 어디입니까? 그리고 난 왜 이러고 있는 겁니까? 당신은 누구고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