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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23화 (123/200)
  • < 기습 2 >

    젝스터는 괴물이 활보하는 도시에 들어와 조용히 숨어 있었다.

    그게 가능했던 건 그가 가진 스킬 덕분이었다.

    그는 일정 지역을 교란하는 [연막]이라는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연막]을 쓰면 일정 공간을 육안이나 감각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런 대규모 인원이 괴물이 장악한 지역을 지나갈 때 아주 유용한 스킬이었다.

    또한 누군가를 기습할 때 써먹기에도 좋은 스킬이었다.

    젝스터는 [연막]을 이용해 부하들과 멕시코 갱을 데리고 도시로 진입해 목표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건물에 들어왔다.

    그리고 조만간 목표가 포함된 각성자 부대와 교대하기로 되어 있는 각성자들을 지켜봤다.

    아주 평범한 각성자들이었다. 괴물과의 싸움이 버거운지 상처도 많았고, 체력도 바닥나서 헐떡이고 있었다.

    젝스터가 보기에 저 정도 각성자는 세상에 있으나 마나했다. 그러니 이번에 젝스터에게 잘 쓰이는 것이 오히려 그들에게는 좋은 일이리라.

    젝스터는 쿨타임이 끝날 때마다 [연막]을 썼다.

    아무리 주변을 교란한다고 해도 함부로 떠들거나 소란을 피우면 스킬이 깨질 위험이 있기에 다들 쥐죽은 듯 웅크리고 있었다.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괴물들에게 발견된다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으니까.

    젝스터의 부하들이야 각성자이니 어떻게든 도망친다고 해도 멕시코 갱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이 가진 거라고는 총과 수류탄뿐인데, 그걸로 괴물과 싸우는 건 자살행위였다.

    그러니 오히려 그들이 더 조용했다.

    평소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저 멀리 목표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했다.

    “다들 준비해. 슬슬 시작해야 하니까.”

    젝스터의 명령에 웅크리고 있던 자들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창가로 다가가 벽에 몸을 숨기고 밖을 내다봤다.

    각성자들이 치열하게 괴물과 싸우는 광경이 보였다.

    그리고 그 각성자들에게 다가가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그들이 이번 작전의 목표였다.

    “저기 가운데 있는 놈이야. 다들 얼굴은 미리 확인했으니까 알지?”

    “우리가 이런 일 한두 번 한 것도 아니니 걱정 마쇼.”

    멕시코 갱이 그렇게 말하고는 준비한 총을 꺼냈다.

    그들은 저격을 통해 목표를 죽이고자 했다.

    물론 지금 당장 쏘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는 각성자, 그것도 상당한 레벨의 각성자다.

    저격에 안 당할 수도 있고, 총에 맞아도 끄떡없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니 상대의 방어를 최대한 깎고, 그가 전혀 예상치도 못했을 때 총알을 박아 넣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려. 포탄 날아온다.”

    젝스터의 말에 다들 힐끗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 새까만 점이 무수히 박혀 있었다.

    “미친놈들. 대기 중인 포를 전부 쏜 모양이군.”

    젝스터의 중얼거림이 채 끝나기도 전에 포탄이 주변을 휩쓸었다.

    꽈과과과과과과과과광!

    젝스터 일당은 눈을 부릅뜨고 목표를 확인했다.

    거대한 폭연과 먼지가 시야를 가리고 있었기에 그게 어느 정도 가실 때까지는 기다려야만 했다.

    포탄이 떨어진 자리는 난장판이 되었다.

    살아남은 괴물들이 마구 날뛰었고, 사방에서 그 소리를 듣고 괴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덕분에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각성자 부대에 가해지는 부담이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그들은 자리를 지켜야 하기에 움직일 수 없었다.

    날뛰는 괴물들 사이에 각성자들의 모습이 군데군데 보였다.

    폭발 때문에 각성자들도 전부 흩어져 버렸다.

    제자리에서 폭발을 버티지 못해 여기저기 날아갔기 때문이다.

    물론 그 와중에 죽은 사람도 수두룩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각성자가 훨씬 많았다.

    그 엄청난 포탄세례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이다.

    그걸 본 젝스터는 강하진이 죽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른 각성자들도 살아남았는데 강하진이 죽었을 리 없으니까.

    밖을 쭉 살피던 젝스터가 눈을 빛냈다.

    “찾았다. 너무 멀쩡한데?”

    강하진은 멀쩡한 모습으로 괴물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러면서 쓰러진 각성자들을 하나하나 구해내는 중이었다.

    치료폭탄이 곳곳에서 터졌고, 그 때마다 각성자들이 하나둘 강하진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자, 우리는 나간다. 괴물이랑 싸우지 않게 조심해.”

    젝스터가 부하들을 이끌고 건물에서 나갔다.

    이제 진짜 기습을 할 차례였다. 괴물이 너무 많이 몰려들었기에 강하진은 정신없이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지금이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멕시코 갱들은 총구를 겨눴다.

    젝스터가 신호를 보내면 일제히 저격을 시도할 것이다.

    각자 맡은 부위가 있었다.

    강하진의 몸만 노리는 게 아니라, 혹시 피했을 때를 대비해 어디로 피하든 총에 맞을 수밖에 없도록 탄착군을 조성했다.

    강하진 주위로 모여든 각성자의 수가 점점 늘어났다. 그리고 젝스터 일당이 절묘하게 거기에 합류했다.

    의심 없이 강하진 주위에 파고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무지막지한 포탄 세례를 이용해서 말이다.

    멕시코 갱들은 머리를 울리는 젝스터의 신호를 들었다. [신호 전달]이라는 젝스터의 스킬이었다.

    30개의 저격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탄착군을 강하진 주변으로 형성했기에 필연적으로 주변에 있던 각성자들도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각성자들이 전부 쓰러질 거라고 확신했다.

    “어?”

    누군가 멍청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걸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다.

    아니, 쓰러지긴 쓰러졌다. 그 순간을 노려 기습을 시도한 젝스터와 그 일당이 말이다.

    정확히 젝스터 일당들만 쓰러졌다.

    멕시코 각성자들이 그들에게 달려들어 온몸을 꽁꽁 묶어 버렸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괴물이 여전히 몰려들고 있었으니까. 포탄 때문에 몰려든 괴물도 많았지만, 사실 강하진이 끌어들인 괴물이 더 많았다.

    강하진은 [매혹의 향]을 써서 괴물들을 끌어 모았다.

    레벨이 올라가고 스킬의 위력이 높아지면서 스킬이 미치는 범위가 극단적으로 높아졌다.

    또한 타인의 몸에 [매혹의 향]을 묻혀서 쓸 수도 있었다.

    지금 몰려오는 괴물들 중, 향을 묻힌 각성자들이 도시 내부를 돌아다니면서 끌어온 놈들도 제법 많았다.

    그렇게 많은 괴물이 몰려왔지만, 강하진 주변에 있는 각성자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일단 치료폭탄이 있기에 부상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또한 강력한 버프 덕분에 괴물을 압도할 수 있었다.

    지금 싸우는 각성자들은 대부분 이 싸움이 끝나지 않고 계속 되길 바라고 있었다.

    버프와 함께하는 전투 자체에 중독되어 버렸다.

    그 와중에 강하진의 지시를 받은 각성자 다섯 명이 따로 빠져 저격을 시도한 멕시코 갱을 제압했다.

    끝없이 싸우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도시에 있는 괴물의 수가 무한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멕시코에서의 전투가 끝났다.

    * * *

    괴물 사체 무더기가 곳곳에 산처럼 쌓였다.

    그리고 한쪽에 젝스터 일당과 멕시코 갱들이 꽁꽁 묶인 채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각성자들은 그들을 계속해서 괴롭혔다.

    그리고 일부가 따로 빠져 다른 각성자 무리를 찾아다녔다. 모두가 모여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 도시를 지키던 각성자의 수는 수백 명에 달한다.

    당장 싸우고 있던 자들만 해도 그렇고,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수가 교대를 위해 도시 밖에서 쉬고 있었다.

    이번 일은 정부의 요청으로 도시에서 괴물을 막고 있던 모든 각성자들을 분노케 했다. 또한 그들에게 상당한 위기감을 심어주었다.

    지금까지는 군대와 적절한 협조를 주고받았다.

    군대가 처리할 수 없는 괴물을 각성자가 상대하고, 군대는 그런 각성자의 백업을 철저히 해주었다.

    한데 각성자들이 군대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도시 내의 괴물들은 대부분 정리되었다. 이제 더 이상 멕시코를 위협할 괴물은 이곳에 없었다.

    남은 괴물이 몇 마리 있지만, 그건 수색과 정찰을 통해 확인한 다음 처리하면 된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이곳의 각성자들은 강하진을 중심으로 일어난 일을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이었다. 모두 똘똘 뭉쳐서 군대를 압박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더 이상 각성자를 소모품처럼 쓰지 못하게 말이다.

    강하진이 거기에 양념을 살짝 뿌려 주었다.

    약간의 자금을 지원해주기로 한 것이다.

    돈은 모든 일의 근간이 된다. 이들이 아무리 똘똘 뭉쳐봐야 그걸 유지할 수 없으면 헛수고다.

    강하진의 자금은 지금 막 결집한 그들이 유지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해 주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 다른 각성자들의 여론까지 조성하면 멕시코 각성자 협회의 근간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강하진은 딱 거기까지 해주고 뒤로 한 발 물러났다.

    잠시 후, 도시에 모인 수백 명의 각성자들이 일제히 군대를 지휘하는 사령관이 주둔하는 곳으로 몰려갔다.

    강하진은 그저 그들에게 약간의 버프를 추가해 주었을 뿐, 좀 떨어진 곳에서 사로잡은 젝스터 일당을 확보한 채 천천히 이동했다.

    잠시 후, 각성자들과 군대 사이에 격렬한 다툼이 일어났다.

    전투가 벌어진 건 아니었지만, 당장 일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고성이 오갔다.

    처음에는 사령관이 그런 일을 벌인 적이 없다고 딱 잡아뗐다.

    하지만 생존에 대한 절박함으로 무장한 각성자들을 고작 그 정도로 물러나게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사령관은 향후 다시는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각성자들은 사령관과의 싸움 과정 전체를 몰래 촬영했다. 즉, 군대가 도시 내에 있던 각성자들을 공격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영상을 확보한 것이다.

    그건 멕시코 내의 여론이나 각성자를 움직이기 위한 아주 훌륭한 자원이 될 것이다.

    강하진은 멀리서 그걸 지켜보면서 윤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멕시코 쪽에 새로 생겨날 각성자 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으니까

    * * *

    강하진은 젝스터 일당을 무사히 확보했다.

    그들이 강하진을 기습하려던 것을 주변 각성자들이 전부 확인했기에 강하진이 그들을 데려간다고 했을 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대신 저격을 시도했던 멕시코 갱들은 전부 각성자들이 데려갔다.

    강하진도 딱히 그들에게 미련이 없었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강하진이 젝스터 일당을 쉽게 파악하고 알아낸 것은 엿보기 스킬로 그들의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치 원래 도시 안에서 괴물과 싸우던 멕시코 각성자 부대 소속인 것처럼 위장했지만, 강하진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차라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오히려 속았을 수도 있다. 그저 좀 수상하다는 것 말고는 증거가 거의 없었으니까.

    하지만 수상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엿보기 스킬을 쓴 강하진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으니까.

    안 그래도 멕시코에서 디펜더스의 공격이 들어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더 그랬다.

    포탄을 쏟아 공격을 하고 그걸 이용해 괴물을 끌어들인 다음, 저격까지 하고 멕시코 각성자 부대로 위장해서 기습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차근차근 돌이켜보니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자리에 강하진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꼼짝없이 당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젝스터 일당을 용서할 수 없었다.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가 명인혁에게 심문을 맡길 생각이었다.

    강하진은 멕시코 각성자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을 무사히 한국으로 빼돌릴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일이 있었지만, 그 때마다 멕시코 각성자들의 도움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멕시코를 벗어났다.

    * * *

    러시아 던전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재앙이 드디어 끝났다.

    거기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한 것은 단연 가디언스였다.

    가디언스는 이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이번 일을 통해 명실상부한 세계의 구원자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다.

    디펜더스는 이번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가디언스에 한참이나 뒤쳐져 버렸다.

    이제 후발 주자가 되더라도 아마 가디언스를 없애 버리지 않는 한, 절대 그들의 위로 올라갈 수 없을 것이다.

    그 디펜더스의 수장인 제이슨이 홀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표정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제니퍼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렇게 심각해요? 뭐, 가디언스를 상대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기회는 많잖아요? 여유를 가져요.”

    그 말에 제이슨이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야. 방금 내 권속 하나와 링크가 끊어졌어.”

    제니퍼의 표정이 조금 전 제이슨이 짓고 있던 것과 똑같아졌다.

    “그 얘기, 좀 더 자세히 해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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