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121화 (121/200)
  • < 두 번째 재앙 3 >

    러시아에 나타난 던전의 공략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던전은 결국 폭발했고, 어마어마한 마력 폭풍이 주변을 싹 밀어 버렸다.

    전 세계의 눈이 러시아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그들은 정말 크게 놀랐다.

    던전이 폭발하면서 생긴 마력 폭풍이 예측했던 것보다 몇 배나 더 컸기 때문이다.

    만일 러시아에서 주변 도시에 대피령을 내리지 않았다면 무지막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앙이었다.

    몇 개의 도시가 싹 날아가 버렸다. 그 안에 있던 건물과 물자, 기반시설이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

    그걸 지켜본 다른 나라에서는 자국에 그런 던전이 생겼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러시아 던전이 폭발함과 동시에 무수한 뉴타입 던전이 사방으로 쏘아져 나가는 광경이 관측되었다.

    그 던전들은 전 세계로 흩어져 각 나라에 자리를 잡았다.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다들 그 상황을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안 그래도 갑자기 나타난 괴물과 일반 던전 때문에 혼란스러운 와중인데, 거기에 이런 던전이 날아왔으니 얼마나 신경이 쓰이겠는가.

    그러니 각성자들을 그곳에 파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응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날아온 뉴타입 던전은 굉장히 빠르게 터져 버렸으니까.

    마력 폭풍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쏟아져 나온 괴물은 달랐다.

    수가 많은데다가 강했다.

    괴물들은 특유의 흉포함을 앞세워 주변을 말 그대로 초토화 시켜 버렸다.

    그 혼란의 와중에 가장 빛나는 존재는 바로 가디언스였다.

    마치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신속하게 움직여 괴물 사냥을 시작한 것이다.

    가디언스 소속 각성자는 강하고 경험이 많았다.

    그들은 모여든 각성자의 중심이 되어 괴물을 처리해 나갔다.

    지금까지 쌓아온 가디언스의 이미지가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물론 피해는 컸다. 하지만 가디언스가 아니었다면 그 피해가 수십 배는 더 커졌을 것이다.

    거기에 이견을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러시아 던전이 터지면서 일어난 마력 폭풍의 중심지에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은 던전 안에서 치열하게 싸우던 강하진과 가디언스, 그리고 러시아 각성자들이었다.

    미하일은 침중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던전을 닫는 건 실패했군요.”

    사실 예견된 실패였다. 그도 드론을 통해 던전 안에 괴물 무리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했으니까.

    “이 근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미하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강하진은 담담히 대답했다.

    “아마 더 이상 이 주변에는 도시가 없을 겁니다.”

    미하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많은 괴물들이 밖으로 튀어나왔으니······ 러시아는 이제 끝장입니다.”

    강하진은 굳이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사실 러시아가 감당해야 할 건 마력 폭풍뿐이었다.

    던전 안에 있던 괴물들은 전 세계가 골고루 나눠서 감당하게 될 테니까.

    강하진은 그걸 위해 미리 준비를 해뒀다.

    던전이 떨어질 나라를 선별해서 가디언스를 파견 보냈고, 그 나라에 있는 가디언스의 서포터를 파악해서 미리 대비하게 했다.

    그러니 회귀 전에 비하면 피해가 훨씬 가벼울 것이다.

    회귀 전에 두 번째 재앙이라 부르던 사태였다. 첫 번째 재앙보다 두 번째 재앙이 훨씬 더 무서웠다.

    쏟아져 나온 괴물의 수가 정말 어마어마했으니까.

    당시 가디언스가 맹활약 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강하진은 좀 더 확실히 대비했다.

    “일단 상황부터 좀 파악해 봅시다.”

    강하진은 아공간에서 전화기를 꺼내 미하일에게 내밀었다.

    미하일은 침중한 표정으로 그걸 받아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상대와 몇 마디를 나누는 사이 미하일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그의 시선은 어느새 강하진에게 꽂혀 있었다.

    이내 전화를 끊은 미하일이 그걸 강하진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러시아에는······ 괴물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군요.”

    “던전이 터지면서 전 세계로 쪼개져 흩어졌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터져 버렸다는군요. 당연히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고 말입니다.”

    일단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미하일은 그렇게 나온 괴물들이 러시아 던전 안에 있던 괴물들이라고 확신했다.

    미하일은 강하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강하진 씨께서는······ 혹시 이런 사태를 예견하셨습니까?”

    강하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솔직히 던전 안에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어차피 터질 거라면 이 정도로 강행군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한 시간에 몇 번이나 들 정도였지요.”

    미하일이 눈을 빛냈다.

    “그렇게 강행군 하신 이유가 세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함이었습니까?”

    강하진은 미하일을 보며 말했다.

    “세계를 지키는 데 러시아가 큰 역할을 한 셈이로군요.”

    미하일은 굉장히 복잡한 표정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이제 저는 다시 세계로 나갈 겁니다. 러시아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미하일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러시아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와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당신과 함께 세계로 나가겠습니다. 이왕 시작한 일, 끝을 보고 싶습니다.”

    강하진이 빙긋 웃었다.

    * * *

    “막아! 여기까지 뚫리면 끝장이야!”

    각성자 하나가 온몸으로 마력을 쏟아내며 외쳤다. 그의 온몸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 각성자들이 다 비슷한 상태였다.

    하나만 있어도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갈 수 있는 상처를 몇 개나 달고서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희망은 없었다. 괴물 무리는 끝없이 몰려오고 있었으니까.

    다른 나라에 터진 던전에 비해 이곳, 이탈리아에 터진 던전에서는 유독 괴물이 많이 나왔다.

    강하진은 러시아 던전에 있던 괴물무리 중 절반 이상을 해치웠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만 해도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나머지가 조각조각 나뉘어 세계로 흩어졌지만, 개중에는 거의 온전한 괴물무리 하나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탈리아가 바로 그러했다.

    가디언스에서 파견 나온 각성자들을 중심으로 무수한 각성자들이 괴물과 싸웠지만, 괴물의 수가 너무 많아 계속해서 밀리고 있었다.

    제법 오랫동안 어떻게든 막아냈지만, 이제 한계에 달했다.

    남은 각성자들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건 오직 가디언스 덕분이었다.

    가디언스에서 이탈리아로 파견 온 각성자들은 던전이 처음 터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싸웠다.

    이틀이 지나는 동안 자지도 먹지도 않고서 싸웠기에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었다.

    아니, 끝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이 모두의 머리 위에 드리운 바로 그 순간, 새하얀 빛이 터졌다.

    퍼엉!

    그 빛에 닿은 각성자들의 상처가 급속도로 아물었다.

    피가 보충되었고, 뼈가 제자리를 찾아가 붙었다. 찢어진 근육과 피부가 재생되었고, 바닥났던 체력이 급격히 차올랐다.

    이건 기적이었다.

    하지만 기적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온몸에 새로운 힘이 솟아났다. 모든 능력이 뻥튀기 되었고, 스킬의 위력까지 높아졌다.

    “마스터가 오셨다!”

    가디언스의 누군가가 격동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강하진 말고 누가 있겠는가.

    가디언스는 익숙한 버프와 치료가 쏟아지자, 더욱 힘을 내서 무기를 휘둘렀다.

    그렇게 모든 각성자의 치료와 버프가 마무리 되자마자, 강하진이 괴물 무리 한가운데로 파고들었다.

    꽈르르르릉!

    강하진을 중심으로 무수한 벼락이 쏟아져 나갔다.

    벼락의 구체가 된 강하진이 종횡무진 괴물무리 속을 휩쓸고 다녔다.

    고작 한 사람 가세했을 뿐인데, 전황이 180도 달라져 버렸다.

    그렇게 이탈리아의 던전 사태가 마무리 되었다.

    그것이 벌써 세 번째 나라였다.

    * * *

    젝스터는 태블릿을 확인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제이슨의 심복 중 하나였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칼이었다.

    제이슨이 키우는 은밀한 칼은 그 하나가 아니었다. 하지만 젝스터는 자신이 제이슨의 칼들 중에서 가장 날카롭다고 자신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한데 이번 임무가 문제였다.

    이번 임무는 사실 젝스터에게 분기점이었다.

    어떻게 성공하느냐에 따라 디펜더스의 진짜 멤버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임무였으니까.

    그건 제이슨이 직접 언급했다. 그 정도로 중요한 임무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성공하려고 했는데, 일이 꼬여 버렸다.

    원래의 계획은 러시아 던전에 들어갔을 때, 따라 들어가서 은밀하게 칼을 꽂는 거였다.

    한데 그건 실패했다.

    “그놈은 그냥 미친놈이야.”

    젝스터가 예상치 못한 건, 강하진과 가디언스의 사냥 속도였다.

    사냥과 이동이 너무 빨라서 뒤를 잡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거대한 무리를 이룬 괴물들과 싸우니 싸움 자체가 요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요란함은 강하진이 지나간 길에 괴물을 끌어들였다.

    그래서 강하진을 추적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던전 내의 괴물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계속 헛되이 힘만 쓰고 목표의 뒤를 잡을 수가 없었다.

    강하진이 싸우는 괴물무리도 위험하지만, 그 때문에 모여든 자잘한 괴물들 역시 쉽지 않았다.

    젝스터가 이끄는 각성자의 수는 총 30명.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괴물의 수가 많지 않으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지만, 수가 조금만 많아져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했다.

    하물며 강하진이 지나간 자리를 쫓다보면 100마리 가까운 괴물과 한꺼번에 싸워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결국 포기하고 던전에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강하진을 쫓다가 다섯의 부하를 잃었고, 다시 거기서 빠져나오다가 다섯을 잃었다.

    쫓으면서 부상당한 사람이 많아서 피해가 커진 것이다.

    던전에서 빠져나온 젝스터는 이대로 임무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한데 강하진은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곧장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재앙을 막고 다녔다.

    젝스터는 거기에서 희망을 봤다.

    “드디어 손쓰기 좋은 나라로 오는구나.”

    젝스터가 노리는 곳은 강하진이 네 번째로 선택한 나라, 멕시코였다.

    그리고 멕시코는 젝스터가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아주 많은 나라이기도 했다.

    “운명의 신이 내 손을 들어줬어.”

    마침 젝스터가 있는 곳이 바로 멕시코였다.

    강하진이 도착하기 전에 미리 준비를 마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멕시코는 이번 재앙의 피해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였다.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으니까. 가디언스가 파견되지 않은 나라였기 때문이다.

    강하진도 가디언스가 위험에 처한 나라부터 처리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멕시코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그걸 이제 처리하게 된 것이다.

    현재 그가 확인하고 있는 태블릿에 강하진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찍히고 있었다.

    강하진을 안내하는 멕시코 각성자 협회의 직원도 젝스터의 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가 모는 차량에 위치 추적기를 비롯해 도청장치까지 달려 있었다. 또한 블랙박스가 촬영하는 영상도 확인이 가능했다.

    젝스터는 차량 내부에 있는 강하진의 모습을 가만히 확인했다.

    경로를 보니 조만간 멕시코에서 괴물이 날뛰는 도시에 도착할 듯했다.

    젝스터는 미리 그 도시 근처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나도 슬슬 그쪽으로 가볼까?”

    젝스터는 20명의 부하, 그리고 멕시코에서 조달한 30명의 갱을 이끌고 괴물이 날뛰는 도시로 향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강하진이 죽은 다음의 일이 펼쳐지고 있었다.

    ‘드디어······ 디펜더스의 멤버가 되는구나.’

    그의 머릿속을 가장 크게 차지하고 있는 건, 제이슨이 아니라 제니퍼의 아름답고 요염한 자태였다.

    젝스터의 입가에 잔혹한 욕망이 비틀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