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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04화 (104/200)
  • < 아낌없이 주는 던전 2 >

    던전이 사라진 자리,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의 각성자들이 가만히 서서 한동안 자신에게 막 주어진 힘을 만끽했다.

    던전이 닫히는 그 마지막 순간, 정수리를 통해 막대한 힘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다들 그게 뭔지 확인하는 중이었다.

    일단 레벨이 하나 올랐다.

    처음 던전에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각각 1레벨을 올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이 들어왔다.

    그리고 던전에서 얻은 스킬이 강화되었다. 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평균 5%정도 강화되었다고 보면 된다.

    이 던전은 정말 모든 걸 남김없이 각성자에게 선물했다.

    강하진은 특히나 얻은 게 많았다.

    마지막에 코어를 직접 부쉈기 때문에 레벨도 제일 많이 올렸고, 던전이 닫히면서 받은 스킬 강화의 비율도 가장 높았다.

    ‘그래도 아직 모자라.’

    강하진은 여전히 목말랐다. 아예 모르고 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겠지만, 회귀 전에 마르바스를 직접 만나봤다.

    그가 얼마나 강력한 마왕인지 너무나 잘 알기에 절대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아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간절한 사람이 바로 강하진일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만 해.’

    아직 버프의 숙련도도 꽉 채우지 못했다. 치료 스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천참만륙]은 이번에 써봤더니 상당히 쓸 만했다. 이것 역시 더더욱 연마해서 숙련도를 꽉 채워야 한다.

    강하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황수영이 다가왔다.

    “또 무슨 생각을 하느라 그렇게 심각해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 이제 사냥도 끝났으니 집으로 돌아가야죠. 며칠 푹 쉬는 게 좋을 겁니다.”

    며칠 동안 던전을 헤매며 괴물들과 싸웠다. 잠도 거의 못 자고, 먹는 것도 굉장히 대충 먹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 던전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곳이었으니까.

    그 사정을 아는 강하진이야 서두르는 게 당연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던전에서 얻은 게 워낙 많아서 이젠 안에서 어떤 고생을 했는지 안중에도 없었지만.

    결국 나중에는 강하진이 서두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여겼다.

    만일 서두르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걸 얻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강행군을 하면서 부상도 많이 입었다. 치료 스킬을 통해 상처야 완벽하게 치료했지만, 그 후유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다치고 치료하는 걸 반복하다보면 꾸준히 몸에 스스로 느끼기 어려운 데미지가 쌓인다.

    그 데미지를 없애려면 시간을 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잘 먹고, 잘 자면서 편안히 쉬면 된다.

    황수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뒤풀이로 술잔치를 하고 싶었지만, 그녀도 지금은 쉬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중에 몸 좀 추스르고 한 잔 해요.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 다 모여서. 알았죠?”

    황수영은 그 말을 끝으로 던전 브레이커를 이끌고 떠나갔다.

    그렇게 북극성 던전 사냥이 끝났다.

    * * *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가 북극성 던전을 닫은 일은 한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두 길드만 입 다물고 있으면 사실 알아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거기 참여한 각성자의 수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사람이 많아지면 그 중에 꼭 사고를 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사실 사고라기에는 좀 그랬다.

    그저 술자리에서 동료에게 북극성 던전에서 사냥했던 얘기를 한 게 전부였으니까.

    자랑을 들은 동료도 같은 던전 브레이커 소속이었다.

    거기서 스킬을 얻었지만, 그 얘기는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같은 길드의 동료이긴 했지만, 북극성 던전에는 함께 들어가지 않았으니까.

    그저 평소 나타나던 수준의 던전이 아니라 지름이 훨씬 큰 거대한 던전이라는 것과, 안에서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에 대한 얘기가 전부였다.

    며칠 동안 잠도 거의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강행군을 했으니 술자리 얘깃거리로는 아주 쓸 만했다.

    다만 그 와중에 북극성 던전이라는 말을 몇 번 꺼냈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좀 떨어진 곳에서 그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그가 바로 각성자의 기사를 전문으로 쓰는 기자였으니까.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숨죽이고 대화를 듣고 녹음하고 정리하던 기자는 두 사람이 일어나자 즉시 따라붙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당연히 두 사람은 기겁을 하고 자리를 피했다.

    물론 기자도 굳이 인터뷰까지 욕심내지는 않았다.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하는 심정으로 얘기를 꺼냈을 뿐이었으니까.

    이미 쓸 만한 소스는 잔뜩 얻었다.

    이 정도면 제법 괜찮은 기사를 쓸 수 있었다.

    기자는 그날 바로 회사로 돌아가 기사를 작성했다. 그리고 데스크의 허락을 받아 바로 기사를 올렸다.

    그리고 다음 날, 그가 쓴 기사의 조회수가 폭발했다.

    * * *

    “아우, 골치 아파 죽겠네. 어차피 닫아야 할 던전 알아서 닫아준 건데 왜들 난리인지, 원.”

    황수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지금 던전 브레이커에서 나와 가디언스로 피신을 온 상황이었다.

    다행히 기사에서는 던전 브레이커만 언급되었고, 가디언스는 빠져 있었다.

    사고를 친 자들이 가디언스 얘기를 하지 않았기에 그에 관한 정보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가 가디언스 얘기를 하지 않은 건, 왠지 모를 꺼림칙함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가디언스의 마스터인 강하진이 무서웠다.

    왠지 그에 관해서 함부로 얘기하고 다니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에 되도록 가디언스에 관한 얘기는 피했다.

    가디언스 얘기를 하다보면 자칫 강하진 얘기가 나올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조심한 것이다.

    그래서 모든 집중포화를 던전 브레이커가 감당하고 있었다.

    “그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강하진의 물음에 황수영이 씨익 웃었다.

    “뭐라고 하긴 뭘 뭐라고 해요. 혹시나 해서 가봤더니 우연히 던전이 열렸고, 그냥 들어가서 닫아 버렸다고 했죠.”

    지금 각성자 관리청에서는 뒤늦게 정보를 파악 중이었다.

    뒤늦게 위성 촬영 영상의 기록을 뒤지고 있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워낙 외진 곳이어서 촬영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장소였던 데다, 그나마 몇 장 찍은 사진도 화질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얻은 사진이 거대 던전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지름은 30미터, 일본에 나왔던 던전보다는 못해도 기존 던전의 15배나 되는 크기였다.

    “솔직히 던전 위치 찍어본 사람 중에서 북극성 자리에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다들 자기 차례에 던전이 안 나왔으니 배 아파서 저러는 거예요.”

    북극성 위치라는 것이 굉장히 애매한데,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이번 던전도 정확히 북극성 위치가 아니라 거기에서는 좀 벗어난 곳에서 나왔다.

    강하진이 미리 그 던전을 겪어봤으니 정확히 위치를 찍었지, 아마 북극성 자리만 생각하고 거기 갔으면 던전을 발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무튼 그걸 우리가 먹었으니 그 대가라고 여겨야죠.”

    황수영은 그걸로 북극성 던전에 대한 얘기는 치워버리고,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다른 소식은 뭐 좀 없어요? 요즘 우리 쪽은 각성자 관리청이랑 거대 길드들 상대하느라 다른 데 눈 돌릴 여력이 없어서 장님에 귀머거리 신세네요.”

    북극성 던전 때문에 정보가 막혔으니 자잘한 정보라도 좀 풀어보라는 뜻이었다.

    “디펜더스가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디펜더스라는 말에 황수영이 눈을 반짝였다.

    “그래요? 그때처럼 또 이상한 짓을 벌이려는 건가요?”

    그들에게 뭔가 구린 구석이 있다는 건 이미 겪어 봐서 알고 있다.

    “은밀히 파티를 준비 중입니다.”

    “그때 그 손님들은 아니겠죠?”

    강하진이 씨익 웃었다.

    “당연히 아니죠. 그들은 이미 디펜더스에서 마음이 떠났으니까요.”

    돌아선 마음을 되돌리는 것보다는 새 사람을 구하는 게 훨씬 편하다.

    세상에 돈과 권력을 쥔 사람들이 그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디펜더스의 서포터는 정말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그걸 알기에 제이슨과 윌리엄도 서두르지 않는 것일 테고 말이다.

    사실 파티가 실패한 상황에서 디펜더스를 확 공개해 버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제이슨의 성향에 맞지 않는다.

    그는 모든 준비가 완벽한 상황에서 디펜더스를 공표해야 효과가 가장 좋다고 믿는 사람이었으니까.

    회귀 전에도 그랬고.

    “그래서 이제 어쩌실 건가요? 파티를 방해하실 건가요? 그놈들이 또 이상한 수작을 부릴 게 뻔한데.”

    “아마 그런 수작은 이제 더 이상 안 통할 겁니다.”

    슬슬 제이슨도 자신이 가진 피스네리프의 등불이 망가졌다는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저 말로 설득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제이슨이라고 해도 그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아마 그가 원하는 완벽한 준비가 되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누굴 초대할지 미리 알아내서 우리가 먼저 공략하는 건 어때요?”

    “이미 약간씩 진행 중입니다.”

    “역시. 이번에도 윤경민 씨인가요?”

    “당연한 걸 물으시는군요.”

    “또 신 나셨겠네요.”

    그것도 당연하다는 듯 강하진이 빙긋 웃었다.

    이번에 아공간 사업까지 시작하면서 그걸 이용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데, 그야 말로 자기 세상이 왔다는 듯 신 나서 움직이고 있었다.

    더구나 이번에 북극성 던전에서의 사냥을 통해 레벨을 무려 68까지 올렸다.

    사실 그 정도로 기대한 건 아니었는데, 거기서 얻은 스킬을 통해 기록적인 성장을 했다.

    윤경민은 좀 특이한 버프 스킬을 얻었다.

    [회복]

    [체력과 기력, 활력을 회복시킨다. 피로를 없앤다.]

    어떻게 스킬을 얻어도 저렇게 자신과 어울리는 스킬을 얻었는지 모른다.

    저 스킬을 얻고 어찌나 좋아하던지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슬금슬금 피할 정도였다.

    북극성 던전에서 사냥을 할 때 윤경민은 저 스킬을 달고 살았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레벨업이 이뤄지지만, 기여도가 높으면 레벨업에 더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윤경민은 사냥도 일하는 것처럼 했다.

    근처에서 윤경민의 회복 스킬에 당한 사람들이 나중에 하소연까지 할 정도였다.

    물론 씨알도 안 먹혔다.

    아무튼 그렇게 레벨을 올리고, 강하진이 강화석으로 강화까지 해주는 바람에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저러다 쓰러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그런데 그래도 되나 모르겠네요. 그 사람들 가만히 있을 거 같지 않은데······.”

    “나름 잘 선별해서 움직이고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안전에도 제법 신경을 썼고요.”

    물론 아무리 신경을 써도 제이슨이나 제니퍼가 직접 움직이면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은, 아니, 디펜더스의 메인 멤버들은 결코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결점이 있어선 안 되니까.

    “그나저나 언제까지 여기 계실 겁니까?”

    황수영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벌써 제가 지겨워 지셨어요?”

    “그게 아니라 슬슬 사냥을 시작할 타이밍인 것 같아서요.”

    황수영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어쩌겠어요. 밖에 나가면 기자들이고 각성자들이고 득달같이 달려드는데. 그나마 안 들키고 몰래 왔으니 여기서 있을 수 있는 거지, 들켰으면 아마 외국으로 날랐어야 할 걸요?”

    그러자 강하진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외국에 한 번 다녀오는 건 어떻습니까?”

    황수영이 놀란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예? 외국이요? 저랑 강하진 씨랑 둘이서요?”

    “슬슬 가디언스도 외국에 눈을 돌려보려고요. 이번에 프랑스 쪽으로 가려는데, 어떻습니까? 생각 있으시면 같이 가는 걸로 추진하고요.”

    황수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번쩍 들었다.

    “가고 싶습니다! 꼭 가게 해주십시오!”

    역시나 그녀는 사냥에 잔뜩 목말라 있었다.

    흥분을 살짝 가라앉힌 황수영은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프랑스요? 갑자기 프랑스는 왜요? 헉! 설마!”

    강하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자, 황수영이 말을 이었다.

    “설마 박물관 때문에 프랑스에 가시려는 건 아니죠?”

    박물관에서 강하진에게 질린 경험이 있기에 생각만으로도 경기가 일어났다.

    “뭐······ 겸사겸사······.”

    황수영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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