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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01화 (101/200)
  • < 북극성 던전 1 >

    강하진은 윤경민의 손가락이 짚은 곳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일명 북극성 던전이라 불리는 거대 뉴타입 던전이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던전이기도 했다.

    저 던전에서의 활약으로 제이슨과 윌리엄에게 강하진이 제대로 알려졌고, 그로인해 팀 가디언스에 들어가게 되었으니까.

    또한 저 던전에서 얻은 스킬 덕분에 제대로 된 전투를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

    ‘그러고 보니까 이제는 굳이 그 스킬이 없어도 되려나?’

    강하진이 북극성 던전에서 얻은 스킬은 [초감각]이라는 전투스킬이었다.

    [초감각]은 강하진의 목숨을 무수히 구해준 스킬이었다.

    초감각은 전투를 할 때 감각의 영역을 한 차원 확장시킨다. 그로인해 예상외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도 있고, 적의 빈틈을 효과적으로 찾아낼 수도 있었다.

    그때는 정말 구세주 같은 스킬이었는데, 지금은 굳이 얻을 필요가 없었다.

    이미 전투경험이 엄청나게 쌓인 데다, 초감각 자체가 몸에 달라붙어서 지금은 항상 초감각 상태나 다름없었으니까.

    액티브 스킬이 패시브로 변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까.

    이건 굳이 회귀 때문에 그렇게 된 게 아니라, 강하진이 초감각 스킬을 계속 달고 사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였다.

    즉, 회귀 전에 이미 이룩한 경지였다.

    그래서 [초감각]이 있으나마나한 스킬이 되었다. 물론 그건 [초감각]을 가졌었기에 얻을 수 있는 힘이었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번 북극성 던전에 가야만 한다.

    그 던전에는 [초감각]말고도 다양한 스킬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당시 북극성 던전에 들어갔던 사람들 중에 스킬을 얻어 나온 사람이 무려 100명이었다.

    다양한 상황에서 스킬이 나왔고, 거의 운에 의해 스킬이 분배되었다.

    또한 모든 각성자들이 [초감각]처럼 대단한 스킬을 얻은 게 아니었다.

    개중에는 이걸 대체 어디에 써야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쓸모없는 스킬도 있었고, 어떤 건 [초감각]에 비견될 정도로 좋았다.

    그리고 [초감각]보다 더 대단할 것 같은 스킬도 몇 개 있었다.

    그 대단한 스킬을 이번에 얻어야 한다.

    그리고 가디언스의 각성자들에게도 스킬을 얻어주고 싶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북극성 던전에서 얻는 스킬이 운으로 돌아가겠지만, 강하진은 좀 얘기가 다르다.

    운으로 얻을 수밖에 없는 스킬들을 잘 피해가기만 하면, 정보를 통해 얻는 스킬을 획득할 수 있을 테니까.

    게다가 당시 북극성 던전은 완벽하게 클리어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자 던전 자체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리 계획을 잘 세우고 가면 어쩌면 더 많은 스킬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마스터? 왜 그러고 계십니까? 슬슬 던전을 골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윤경민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얼른 레벨을 올리고 다시 일을 하고 싶었다. 강하진과의 약속을 최대한 빨리 지켜내고 바로 일로 투입할 작정이었다.

    그래서 미리 확인을 해둬야 한다.

    “그래서 제 레벨은 몇까지 올리실 계획이십니까? 제 생각에······ 15정도면 딱 좋을 거 같은데.”

    만일 평범한 각성자였다면 각성과 동시에 몸이 깨어나며 능력치가 상승하기에 15레벨만 해도 그저 건강하게 살아가기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윤경민은 다르다.

    “딱 각성만 한 상태라서 15레벨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아직 마력 스탯도 없죠?”

    “어······ 그러네요? 왜 각성했는데 마력이 없는 걸까요?”

    “원래 자격이 없는데 간신히 각성만 한 거니까요. 그러니까 레벨업을 통해 자격을 강제로 만들어야 합니다.”

    윤경민은 왠지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듯했다.

    “그래서 얼마나······.”

    강하진이 손가락 다섯 개를 쫙 폈다.

    “오, 오십 레벨이요? 그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최소 50레벨, 가능하면 70레벨까지 올릴 계획입니다.”

    윤경민의 입이 쩍 벌어졌다.

    “예? 그,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전 아무 스킬도 없는데요?”

    “어차피 싸움은 다른 사람이 다 합니다. 윤경민 씨는 그냥 따라오다가 기회 봐서 돌이나 하나씩 던지면 됩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50레벨은 너무 오래 걸릴 거 같은데······.”

    “최소 50이라고 했습니다. 상황을 봐서 70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워낙 어설프게 각성을 했으니 그 정도는 감수하세요.”

    윤경민이 울상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최대길이 떠올랐다. 과연 지금쯤 어쩌고 있을까? 레벨 30을 만들었을까?

    ‘표정이 좀 궁금하긴 하네.’

    30레벨이 되어서 아이템을 착용했는데 원하던 효과가 나오지 않으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강하진은 생각난 김에 명인혁에게 물었다.

    “요즘 암시장 상황은 좀 어때?”

    그 질문을 받은 명인혁의 표정이 갑자기 확 밝아졌다. 마치 기다리던 질문을 받은 듯한 얼굴이었다.

    “최대길이 가능한 각성자들을 몽땅 데리고 던전에 들어가 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작업?”

    “암시장 장악하려고 하신 거 아니었습니까? 대부분 장악했습니다. 이제 주인만 바꾸면 됩니다.”

    강하진이 멍하니 명인혁을 쳐다봤다.

    명인혁이 신 나서 말을 이었다.

    “암시장이 일본에 끼어든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때를 기점으로 무너지기 시작했으니까요.”

    그것도 강하진이 벌인 일이었지만, 그걸 이렇게 잘 이용해 먹을 줄은 몰랐다.

    사실 그때 이후로 신경을 거의 끊고 있었으니까.

    “지금 우리 가디언스의 유통망과 암시장의 유통망을 연결시키는 작업 중입니다. 아마 완성되면 한국 내에서는 A-마켓 부럽지 않을 겁니다.”

    “······잘했네.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했어.”

    “감사합니다.”

    명인혁이 뿌듯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마치 부모에게 칭찬받은 아이 같았다.

    강하진은 고개를 휘휘 저어서 상념을 털어냈다.

    “아무튼 이왕 이렇게 된 거, 마무리까지 잘 부탁해. 그리고 인수는 좀 데려갈게.”

    “예? 인수 말입니까?”

    명인혁이 고개를 돌려 한쪽에 서 있는 명인수를 바라봤다.

    명인수는 자신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하진과 명인혁을 번갈아 바라봤다.

    “레벨 좀 더 올려주려고. 이번에 윤경민 씨도 각성했거든. 겸사겸사 가능한 사람 싹 데리고 같이 사냥이나 할까 해서. 마침 괜찮은 던전도 준비될 거 같고.”

    강하진은 북극성 던전을 떠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명인수의 얼굴이 환해졌다. 안 그래도 최근 마력이 좀 더 올랐으면 했는데, 마침 이렇게 기회가 왔으니 더없이 기분이 좋았다.

    강하진은 명인수를 데리고 나와 길드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모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북극성 던전을 도모하기엔 좀 모자랐다.

    북극성 던전은 거대한 뉴타입 던전이다.

    회귀 전에는 거기 한꺼번에 들어간 사람이 거의 천 명에 달했다.

    하지만 가디언스는 고작 100명에 불과하다.

    강하진이 있다고 해도 윤경민이나 명인수처럼 반드시 보호해야 하는 사람이 따라가니 100명으로는 너무 모자랐다.

    이럴 때 써먹기 가장 좋은 패가 바로 던전 브레이커였다.

    가디언스 만큼은 아니지만, 소속 길드원의 평판과 인성이 비교적 괜찮고, 마스터인 황수영은 확실히 믿을 만하고 말이다.

    강하진은 바로 황수영에게 연락한 후, 북극성 던전을 향해, 아니, 북극성 던전이 나타날 장소를 향해 움직였다.

    * * *

    황수영은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던전이 나타날지도 모르니 미리 준비하고 기다리자 이건가요?”

    “네.”

    “그래서 길드원을 잔뜩 데려오라고 하신 거고요?”

    “네.”

    “저 무려 200명이나 데려왔어요.”

    “저도 거의 100명이나 데려왔습니다.”

    “합하면 300명이나 되네요?”

    “네.”

    황수영은 답답한지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

    “아니, 그러니까 여기 무슨 던전이 나올 줄 알고 사람을 이렇게 잔뜩 데려왔냐고요.”

    강하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지도를 펼쳤다.

    갑자기 커다란 지도를 꺼내 바닥에 펼치자, 황수영이 황당한 표정으로 지도와 강하진을 번갈아 바라봤다.

    “자, 여기 표시된 거 보세요.”

    “그게 뭔데요?”

    “던전 위치죠. 이 모양 보세요. 꼭 별자리 같지 않습니까?”

    “그러네요.”

    황수영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북두칠성이랑 카시오페이아 사이에 북극성이 있으니 그 위치에 던전이 생길 거라는 얼토당토않은 얘기가 아니길 빌어요.”

    “어? 그건데요?”

    황수영이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자신이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불만을 살짝 안고 따라온 길드원들이 보였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강하진을 바라봤다. 아니, 노려봤다.

    황수영은 강하진에게 바짝 붙었다. 그리고 이를 악문 채 말했다.

    “즈금, 증는흐스으?”

    “예?”

    “지금. 장난하시냐고요.”

    “장난이라뇨?”

    강하진은 문득 어쩌면 지금 상황이 장난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북극성 던전만 생각하고 무작정 달려오는 바람에 벌어진 일이었다.

    강하진이 난감한 표정을 짓자, 황수영이 놀란 눈으로 입을 쩍 벌렸다.

    “설마 진짜 장난이었어요? 그럼 제가 데려온 사람들한테 뭐라고 그래요!”

    “장난일 리 없잖습니까.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거의 다 된 거 같으니까.”

    강하진의 말에 황수영이 안절부절못했다.

    아무리 장난이 아니라고 해도 이 상황에서 그걸 받아들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강하진은 지그시 눈을 감고 감각을 집중했다.

    예전 던전이 나타나던 순간을 확인한 경험이 있다. 그때 던전 발생의 전조현상을 분명하게 기억해뒀다.

    “이제 다들 모이라고 해주세요.”

    “예?”

    “다들 제 주위로 모여야 한다고요. 좋은 일이 있을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마시고요.”

    황수영은 좀 미적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길드원들을 불러 모았다.

    200명이나 되는 길드원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주위에 모였다. 굉장히 불편해 보였지만 강하진은 오히려 더 가까이 오라고 주문했다.

    “다들 더 오세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가디언스의 길드원들은 이미 더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바짝바짝 붙어 있었다.

    던전 브레이커의 길드원들은 그걸 보고 마지못해 자신들 역시 비슷하게 맞출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반복해서 강조하던 강하진이 결국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잠시만 기다리세요. 길어도 5분을 넘기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요.”

    “아마도요?”

    황수영이 또 황당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내친걸음,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이게 헛수고가 되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그리고 그녀의 기도가 먹혔는지, 1분이 채 지나기 전에 그 자리에 던전이 열렸다.

    화아악!

    원래 뉴타입 던전은 생성과 동시에 주변에 마력이 휘몰아친다.

    당연히 그 범위에 휘말리면 아무리 뛰어난 각성자라고 해도 낭패를 면치 못한다.

    한데 만일 정확히 던전이 생기는 위치에 서 있으면 어떻게 될까?

    그 답은 지금 막 생성된 북극성 던전 안에 들어온 사람들이 몸으로 직접 확인했다.

    “레벨이······ 올랐어요!”

    황수영이 황당한 표정으로 강하진을 바라보며 외쳤다.

    두 사람이 워낙 가까이 붙어 있었기에 거의 얼굴에 대고 소리친 셈이 되었다.

    황수영은 화들짝 놀라 민망한 표정으로 외쳤다.

    “다들 이제 좀 떨어져요!”

    그 말에 오른 레벨을 확인하고 있던 사람들이 약간 민망한 표정으로 후다닥 멀어졌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자리를 잡자, 던전 브레이커의 길드원들이 경외의 시선으로 황수영을 바라봤다.

    그리고 가디언스는 비슷한 시선으로 강하진을 바라봤고.

    이렇게 간단히 레벨을 하나 올릴 수 있다니.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다음에도 또 불러주세요.”

    황수영의 말에 강하진이 묘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으흠, 으흠.”

    황수영은 민망했는지 강하진의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헛기침을 했다.

    “아까 일은 잊어주세요. 다음에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그냥 믿을게요.”

    황수영은 그 말을 끝으로 민망한 감정을 털어버렸는지 힘찬 표정과 말투로 강하진에게 물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하면 되나요? 지시를 내려주시죠. 아무리 봐도 평범한 던전은 아닌 것 같은데.”

    확실히 황수영의 감각이 뛰어나긴 했다. 어쩌면 레벨이 높아서인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이 던전에 흐르는 마력이 다른 던전과 좀 다르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었다.

    “일단 공략법은 다른 던전과 다를 게 없습니다. 이 안에 있는 모든 괴물을 죽이고 코어를 부수면 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황수영은 강하진에게 던전과 관계된 정보를 얻는 비법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어쩌면 그게 강하진이 가진 스킬이나 칭호의 힘인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자신에게 ‘가이아의 선택을 받은 자’라는 칭호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열심히 싸우다보면 스킬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황수영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스킬을 얻는다고요? 이 던전에서요?”

    “다만 시간제한이 있으니 사냥을 서두르는 편이 좋을 겁니다.”

    “시간제한이요?”

    “제가 알기로는······ 12시간 정도인데, 확실치는 않군요. 그때까지 최대한 많은 괴물을 사냥하시면 됩니다.”

    강하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황수영이 던전 브레이커를 지휘하기 시작했다.

    무려 200명이나 되기에 적절히 인원을 나누고, 상황에 따라 거기서 인원을 더 나누도록 미리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던전 브레이커가 우르르 던전 안쪽으로 들어갔다.

    스킬은 한 사람당 하나 이상 얻지 못한다는 말은 굳이 해주지 않았다. 그걸 알면 스킬을 얻은 사람은 사냥에 집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 정보는 100% 확실한 것도 아니었고.

    강하진은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가디언스를 보며 말했다.

    “자, 우리도 갑시다.”

    가디언스도 강하진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킬 사냥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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