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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92화 (92/200)
  • < 제이슨의 초대장 >

    초대장의 크기는 손바닥 세 개를 나란히 놓은 정도였다.

    봉투는 밀봉되어 있었는데, 그냥 밀봉한 게 아니라 마력을 이용해서 밀봉했다.

    보아하니 봉투의 재질도 특이했다.

    만들 때 마석 가루를 섞어 넣은 듯했다. 봉투 전체에 마력이 균일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이 초대장을 만들 때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었다.

    아무나 열 수 없고, 본인만 열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시스템의 힘이 개입되어 있었다.

    “정말 대단한데?”

    강하진이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그 말을 들은 명인혁과 윤경민이 눈을 빛냈다.

    “그 초대장이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강하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봉투를 개봉했다.

    봉투 안에는 카드가 들어 있었는데, 그 카드 역시 봉투와 마찬가지로 마석 가루와 시스템의 힘이 얽혀 있었다.

    카드의 내용은 길지 않았다.

    그저 초대한다는 단어 하나와 시간과 장소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강하진은 카드에 마력을 살짝 흘려 넣었다.

    그러자 그 위에 금빛 글자가 떠올랐다.

    디펜더스.

    강하진은 그 단어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아마 원래 저놈들이 쓰고 싶었던 단어는 분명히 가디언스였으리라.

    하지만 그건 이미 강하진이 선점을 했으니 저들이 다른 이름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그나저나······ 이것도 빠르네.’

    강하진은 초대장에 적혀 있는 장소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예전 강하진도 자주 가본 적이 있던 곳이었다.

    회귀 전, 가디언스의 멤버 중 하나였던 윌리엄 소유의 호텔이었으니까.

    그곳은 공개된 호텔이 아니었다.

    선택받은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비밀 호텔이었는데, 그 안에서는 별의 별 일이 다 벌어진다.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철저한 비밀이 유지되는 장소였다.

    장소로 여길 선정한 걸 보니, 벌써 윌리엄과 제이슨이 만나 손을 잡은 모양이었다.

    “이걸 누가 전해줬습니까?”

    강하진의 물음에 윤경민이 고개를 저었다.

    “제 책상 위에 메모와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이 메모입니다.”

    강하진은 윤경민이 건넨 메모를 확인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한 모임으로부터.

    그것이 메모에 적힌 내용이었다. 아주 친절하게 한글로 쓰여 있었다.

    강하진이 피식 웃으며 초대장을 윤경민에게 내밀었다.

    윤경민이 얼른 그걸 받아 확인해봤다. 옆에 있던 명인혁도 얼굴을 붙이고 초대장을 들여다봤다.

    “장소가······ 영국이로군요?”

    윤경민이 초대장과 강하진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걸 보낸 제이슨이라는 사람, 제가 아는 그 사람 맞습니까?”

    제이슨은 제법 유명했다.

    미국에는 이레귤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았는데, 그 이레귤러들의 리더였다.

    또한 미국에서 던전에 관계된 일이 터지면 언제나 앞장서서 그걸 막아냈다.

    “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윤경민이 기대에 찬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당연히 참석하실 거죠?”

    “글쎄요.”

    고민하는 것처럼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당연히 갈 것이다.

    가서 과연 현재의 제이슨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힘이 어떤지 확인할 생각이다.

    제이슨 주변의 사람들이 회귀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알아봐야하고.

    지창기도 죽었고 조원영도 반쯤 무너졌으니 그 두 사람의 빈자리를 다른 사람이 채울 것이다.

    그게 누구일지 궁금했다.

    아마 예전 가디언스에 있던 사람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회귀 전에 활동했던 가디언스에는 강하진을 중심으로 최전선에서 싸우는 일곱 명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들을 조력하는 서포터의 수도 엄청났고, 거대한 던전을 닫기 위해 함께 싸우던 각성자들도 많았다.

    가디언스에 얽힌 기업과 가문의 수도 굉장했다.

    그러니 그 중에서 인재를 뽑으려 한다면 얼마든지 뽑아낼 수 있었다.

    강자이면서도 부자인 각성자들이 우글거리던 곳이 바로 팀 가디언스였다.

    그 틈바구니에서 지창기와 조원영이 받은 스트레스는 말도 못한다.

    그나마 조원영은 지창기보다는 상황이 나았었다.

    그래도 제영 그룹에서 개발한 버프 포션이 있었으니까.

    제영 그룹은 가디언스에 특별한 버프 포션을 제공했다. 생산량이 너무 적어 판매하지 않는 버프 포션이었다.

    또한 조원영은 꿀리기 싫어서 독을 품고 싸웠다.

    가디언스 최고 레벨은 제이슨이었지만, 두 번째 레벨이 바로 조원영이었다. 지창기는 조원영보다 근소한 차이로 세 번째였고.

    아무튼 그런 가디언스가 이제 디펜더스로 바뀌어서 세상에 나왔다.

    그들이 강하진을 초대한 이유는 너무나 명확했다.

    ‘날 영입하려고 하는 건가? 아직은 그럴 이유가 없을 텐데?’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 외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강하진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윤경민이 말했다.

    “뭘 그렇게 고민하십니까? 당연히 참석해야지요.”

    이렇게까지 말하니 문득 궁금해졌다.

    “혹시 뭔가 알고 계시는 거라도 있습니까?”

    “그냥 소문을 좀 들었을 뿐입니다.”

    “소문이요?”

    “제이슨이라는 사람이 모임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전 세계 유수의 재력가들이 포함되어 있다더군요.”

    “그래요?”

    “확실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봅니다.”

    강하진이 계속 말하라는 듯 바라보자, 윤경민은 더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

    “그런 사람들과 얼굴을 트고 명함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아십니까?”

    강하진이 묘한 눈으로 윤경민을 쳐다봤다.

    “설마······ 같이 가시겠다는 건 아니겠지요?”

    윤경민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혼자 가시려고 하셨습니까?”

    말투와 표정과 눈빛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외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만일 여기서 혼자 가겠다고 말하면 자신이 쓰레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같이 가시죠. 초대장에는 몇 명이나 같이 갈 수 있는지 안 쓰여 있지만, 내가 데려가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안 된다고 하면 그냥 돌아오죠 뭐. 아쉬울 것도 없는데.”

    “전 아쉽습니다. 안 된다고 하면 바짓가랑이라도 잡을 겁니다.”

    윤경민의 단호한 말에 강하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된 건지······.”

    강하진은 지금 영국에 있었다. 그리고 뒤쪽에서 윤경민이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따라오는 중이었다.

    윤경민과 나란히 걷는 사람이 둘이나 있었는데, 한 명은 황수영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아연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황수영과 정아연을 데려올 생각이 요만큼도 없었다.

    아니, 그녀들은 강하진이 데려온 게 아니었다.

    저 두 사람은 영국에서 만났다.

    황수영과 정아연 역시 제이슨의 초대를 받은 것이다.

    우연인지 아니면 윤경민이 따로 손을 쓴 건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동 중에 만났고, 그때부터 쭉 함께였다.

    원래 강하진의 계획은 도착하자마자 목적지인 호텔로 가는 거였다.

    하지만 저 두 사람을 만난 후부터 목적이 관광으로 바뀌었다.

    그냥 자기만 따로 호텔로 갈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그냥 함께 다니기로 했다.

    일단 호텔에 들어간 순간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할 것이다.

    곳곳에 도청과 도촬 장비가 설치되어 있기에 그곳에서는 말과 행동을 언제나 조심해야만 한다.

    그러니 할 말이 있으면 호텔에 도착하기 전에 해야 한다.

    영국에는 회귀 전에 굉장히 자주 왔기에 어딜 가서 구경해도 새로운 느낌은 없었다.

    다만 그때와 달리 자신의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것은 좀 새로웠다.

    강하진은 그렇게 관광을 하면서도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주변을 살폈다. 혹시 제이슨 측에서 사람을 붙이지 않았는지, 또 의뢰를 받은 정보꾼들이 미행하는 건 아닌지 말이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의심스러운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절대 방심하지 않았다. 아마 별다른 짓을 안 하려나보다, 하고 생각한 순간 은밀히 손을 뻗어오는 것이 제이슨이나 윌리엄의 방식이었으니까.

    강하진이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때, 뒤쪽에 있는 세 사람은 다음 코스를 정하는 중이었다.

    “이제 어디로 갈까요?”

    정아연의 물음에 황수영이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박물관이요! 영국에 굉장히 유명한 박물관 있지 않았나요?”

    그러자 윤경민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쉽게도 지금은 거기 갈 수 없습니다.”

    “예? 왜요?”

    “문을 닫았거든요.”

    “닫아요? 설마 던전 때문에?”

    “아뇨. 거긴 지금 특별 관리에 들어갔습니다.”

    “특별 관리요?”

    “박물관에 전시한 유물 중에서 아이템이 다수 발견되었거든요.”

    “정말요? 그럼 우리나라에 있는 유적이나 박물관도 조사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당연히 조사를 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감정사들이 몇 번이나 확인했다고 하더군요.”

    “그럼 다른 유명한 박물관은요?”

    “프랑스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도 현재 특별 관리 중입니다. 그리고 몇몇 박물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지만 특별 관리를 할 정도는 아니라더군요.”

    “아무튼 아깝네요. 무슨 아이템이 있는지 구경하면 재미있을 텐데.”

    “아이템은 전부 영국 정부에서 회수해서 따로 보관 중입니다. 특별 관리를 하는 이유는 여전히 그곳에 있는 유물이나 예술품 중에서 아이템으로 변하는 것들이 있어서라더군요.”

    “아이템으로 변한다고요?”

    “예. 이유는 알 수 없지만요. 뭐······ 그 근처에 생겼던 던전 때문이라고 추측만 할 뿐입니다.”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네요. 몰래 들어갈 방법 없을까요?”

    앞장서서 걷다가 거기까지 들은 강하진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어쩌면 우리를 초대한 사람에게 부탁하면 그 정도는 들어줄지도 모르죠.”

    강하진의 말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그 분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요?”

    “대단하죠.”

    정확히는 이들을 초대한 제이슨이 아니라, 장소를 제공해준 윌리엄이 대단한 것이다. 적어도 영국 내에서는.

    영국 각성자 협회의 회장을 윌리엄이 임명했을 정도니까.

    황수영과 정아연이 갑자기 성큼성큼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화들짝 놀란 윤경민이 얼른 두 사람을 따라가며 물었다.

    “어디긴 어디에요. 숙소로 가야죠. 가서 정중히 부탁해보려고요. 구경 한 번 한다고 닳는 것도 아니잖아요? 설마 안 들어주겠어요?”

    결국 박물관에 대한 얘기 한 마디에 그날의 관광 일정이 끝났다.

    * * *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 호텔은 진짜 처음이네요.”

    황수영의 말에 정아연도 크게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솔직히 밖에서 볼 때는 호텔인 줄도 몰랐어요.”

    “저도요.”

    두 사람은 평소와 달리 죽이 척척 맞았다.

    “아무튼 객실은 어떨지 정말 기대되네요.”

    그들은 모두 한 방에 머물기로 했다. 혼자서 방을 쓸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른 손님의 경우 수행원을 수십 단위로 데려오는 것이 보통이기에 웬만한 방은 고작 넷이서 머물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넓었다.

    그럼에도 호텔 측에서는 함께 방을 쓴다고 하니 그 중에서도 넓은 방을 배정해 주었다.

    방에 들어간 일행은 그 규모와 화려함에 압도되었다.

    물론 강하진은 제외하고.

    회귀 전에 강하진이 이 호텔에 올 때마다 머물던 방은 지금 배정 받은 방의 딱 두 배였다.

    그걸 혼자서 썼으니 고작 이 정도에 놀랄 이유가 없었다.

    다들 호텔의 시설을 충분히 구경하고 즐긴 후에 거실에 모였다.

    “이제 우릴 초대한 사람을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아서 찾아올 겁니다.”

    강하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초인종이 울렸다.

    황수영이 벌떡 일어나 달려가 문을 열었다.

    강하진은 고개만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두 사람이 거기 서 있었다.

    잘 아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드디어 회귀 후, 제이슨과 윌리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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