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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88화 (88/200)
  • < 페이크 던전의 비밀 1 >

    강하진은 사실 일본 내륙에서 이동하는 일을 생각보다 대단치 않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가진 장비가 워낙 훌륭했고, 은폐라는 사기 스킬이 있었으니까.

    평지는 장비로 빠르게 달리고, 장애물이 많은 곳은 [은폐]를 쓰면서 지나가면 되니까.

    던전이 굉장히 많이 터지는 바람에 괴물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지만, 일본 정부의 주도로 방어선을 구축하고 버티는 바람에 한 쪽으로 괴물들이 쏠려 있었다.

    그래서 정작 내륙에는 괴물이 많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위성을 통해 확인해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그래서 크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방심만 안 하면 사고가 일어날 일은 없다고 여겼다.

    실제로도 그랬고.

    그렇게 거대 던전에 도착했다.

    막상 와서 보니 다른 던전과는 다르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꾸준히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감각을 수련한 결과였다.

    이 던전은 그동안 봤던 다른 뉴타입 던전들에게서 느껴지는 그 특유의 힘이 없었다.

    마치 모든 힘이 차단된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아마 페이크 던전이기 때문이리라.

    강하진은 망설이지 않고 던전에 들어갔다.

    내부의 분위기는 다른 던전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던전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한 마력의 흐름도 그랬고, 사방에 도사리고 있는 괴물들로부터 느껴지는 난폭한 마력도 그랬다.

    강하진은 일단 던전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다.

    여기 온 건 이 안에 뭔가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게 신경이 쓰여서 확인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건 좀 이상한 일이었다.

    강하진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충동 때문에 이런 일을 벌이지 않는다. 상황이 그쪽으로 몰아간다면 모를까, 이렇게 고작 신경 쓰인다는 이유로 일본까지 건너오는 건 강하진답지 않다.

    강하진은 오히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과연 이 던전 안에 뭐가 있을지 말이다.

    일단 괴물들과 드잡이 질을 할 생각은 당분간 없었기에 [은폐]를 썼다.

    이제 무리하지만 않으면 괴물들 눈에 띌 일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확인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은폐] 상태로 한창 던전의 중심부를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늑대 형태의 괴물 다섯 마리가 앞쪽에 보였다.

    강하진은 그놈들과 싸울 생각이 없었다. 싸우더라도 지금은 아니었다.

    그래서 무리를 관통하지 않고 옆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별 거 아닌 놈들이긴 했지만, 저놈들과 싸우면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있는 괴물 무리를 자극해 그놈들과도 싸워야 할 테니까.

    그 순간, 무언가가 강하진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마력은 아니었다. 강하진이 최근 계속 심취하고 있는 마력보다 상위에 있는 힘이었다.

    그리고 스킬이 풀려버렸다.

    마치 사방을 둘러싼 유리가 깨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들리진 않았지만 귓가에 ‘챙!’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강하진은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응했다.

    자신을 발견하고 달려오는 늑대 형태의 괴물들을 향해 [낙뢰]를 일단 선물해 주고, 양 손에 전격 속성을 부여하면서 괴물들을 맞이했다.

    꽈르르릉!

    달려든 괴물의 미간에 정확히 뇌격을 박아 넣었다.

    지금 강하진을 발견하고 달려든 괴물의 수는 모두 다섯, 그 중 하나를 주먹 한 방으로 정리하고 뒤이어 점프해서 날아든 괴물 아래로 파고들어 그대로 주먹을 올려쳤다.

    꽈르르릉!

    괴물의 뱃가죽이 터지며 위로 쭉 솟구쳤다.

    전격에 의해 구워진 살점과 피가 사방으로 폭발해 쏟아졌다.

    강하진은 빠르게 앞으로 돌진했다.

    그가 있던 자리에 괴물이 쿵 떨어졌고, 그 사이 세 마리 괴물의 중심에 섰다.

    강하진은 돌진하면서 아공간에서 검을 꺼냈다. 그리고 괴물들 중간에서 빙글 회전하며 크게 휘둘렀다.

    검에는 냉기 속성이 부여되어 있었다.

    쩌저저적!

    괴물들이 큰 상처를 입으며 살이 쩍 갈라졌다. 갈라진 살이 얼며 냉기가 내부 깊은 곳으로 스며들었다.

    쿠구궁!

    괴물들이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졌다.

    강하진은 하나하나 확실하게 급소에 검을 찔러 괴물의 목숨을 끊었다.

    반사적으로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괴물 무리를 확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놈들이 이쪽으로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강하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이렇게 모습이 완벽하게 드러나 괴물들의 표적이 된 이상, [은폐]를 써도 효과가 많이 떨어진다.

    [은폐]의 단점이기도 했다.

    강하진은 할 수 없이 싸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괴물들과 격돌했다.

    * * *

    싸움은 굉장히 치열했다.

    이 던전의 괴물들은 아주 강했다. 그래서 일본이 더 정신을 못 차린 것이기도 했다.

    이 던전이 터지면 정말 큰일 날 것 같았을 테니까.

    아무튼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좀 묘한 느낌이 들었다.

    싸우는 와중이어서 처음에는 신경 쓰기가 어려웠는데, 차츰차츰 익숙해지면서 완벽한 느낌을 포착해냈다.

    그건 시선이었다.

    강하진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주시하는 시선을 느낀 것이다.

    그것도 그냥 시선이 아니라 스킬을 통해 무언가를 확인하는 시선이었다.

    강하진은 싸움에 대한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애쓰면서 시선이 오는 쪽을 힐끗 확인했다.

    상당히 멀리 떨어진 언덕 위에 누군가가 서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람이 아니었다.

    일단 뿔이 두 개나 나 있었고, 온몸이 그림자처럼 새까맸다. 그리고 그 표면을 비늘이 촘촘하게 덮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과연 정보 확인이 될지 확신이 안 섰지만 그래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카르난의 꼬리]

    [레벨 : 376]

    [체력 : 170000, 마력 : 1500000]

    [이상감지(P), 은신탐색(A), 탐색강화(A), 검술(P)]

    [마족 기사 카르난이 마르바스에게 바친 충성 서약의 대가. 카르난의 스킬 일부가 깃들어있다.]

    ‘꼬리? 저런 게 있었던가?’

    강하진도 처음 보는 괴물이었다.

    마족 기사의 꼬리가 괴물로 등장할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

    어쨌든 중요한 건 저놈이 마르바스가 보낸 놈이고, 강하진은 저놈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거였다.

    [은폐]를 깨뜨릴 수 있는 놈을 활보하게 놔둘 수는 없었으니까.

    괴물들과의 싸움은 막바지로 치달았다.

    수는 여전히 많았지만 다들 크게 상처를 입어서 움직임이 굉장히 굼떠졌다.

    강하진은 그들을 더 빨리 처리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

    이대로 이놈들을 정리하면 싸움이 끝나기도 전에 저 카르난의 꼬리라는 놈이 가버릴 테니까.

    강하진은 괴물들의 빈틈을 만들고 [숨바꼭질]을 써서 사각을 파악했다.

    카르난의 꼬리에게도 분명한 사각이 있었다.

    강하진은 일단 그 사각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땅을 박차고 카르난의 꼬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꽈앙!

    바닥에서 벼락이 터지며 강하진의 몸을 가속시켰다.

    카르난의 꼬리는 강하진의 모습을 놓친 순간 도망쳤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괴물들에게 가려져 잠깐 안 보이는 거라고 여긴 것이다.

    강하진이 자신을 잡으러 달려온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 버렸다.

    뒤늦게 도망쳤지만 강하진의 속도가 훨씬 빨랐기에 얼마 도망치지도 못하고 뒤를 잡히고 말았다.

    카르난의 꼬리는 도망갈 수 없다는 걸 깨닫자마자 돌아서서 검을 휘둘렀다.

    달려가다 급제동 후, 몸을 돌려 검을 휘둘렀는데, 그 일련의 과정이 어찌나 자연스러웠는지 순간적으로 이놈이 도망친 게 아니라 이 한 수를 위해 함정을 판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강하진은 완갑의 방어막을 작동시켜 검을 막았다.

    쩌어어어엉!

    순간적으로 방어막이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일격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방어막은 깨지지 않았고, 강하진은 공격 후 드러날 수밖에 없는 빈틈을 포착해냈다.

    꽈득!

    벼락처럼 뻗어나간 강하진의 손이 가슴을 강타했다. 심장이 있는 위치였다.

    마족의 꼬리라서 심장이 제 위치에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제일 치기 좋은 위치였으니까.

    가슴이 움푹 들어가더니 무릎을 휘청거렸다.

    강하진은 그걸 놓치지 않고 연속 공격을 넣었다. 양 손에 전격 속성을 부여하고서.

    빠직! 빠직! 빠직! 빠직! 빠지지지직!

    어찌나 많이 맞았는지 나중에는 건드리지 않는데도 온몸에서 스파크가 마구 튀었다.

    그 지경이 되고 나서야 카르난의 꼬리가 쓰러졌다.

    강하진은 그놈의 목을 꽉 움켜쥐고 마력을 몸 안에 쭉 밀어 넣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잠시 후, 강하진과 싸우던 괴물들이 그 자리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놈들은 결국 강하진을 잡지 못하고 흉포한 괴성을 마구 내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물론 그래봐야 달라지는 건 없었다.

    * * *

    강하진은 괴물이 없는 조용한 장소를 찾아냈다.

    그리고 거기에서 카르난의 꼬리를 더 집중해서 살폈다.

    이놈이 죽기 전에 정보를 확인하려면 이렇게 사로잡을 수밖에 없었다.

    [마르바스의 충성스러운 기사 카르난의 꼬리를 배양해서 만든 마력 생명체. 가상 던전을 지탱하는 여섯 기둥 중 하나이다.]

    정보를 확인한 강하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가상 던전이라는 건 분명히 지금 강하진이 들어와 있는 이 던전을 말한다.

    강하진은 좀 더 집중해봤다. 이놈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이렇게 엿보기를 통해 정보를 뽑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마르바스와 관계되어 있고, 집중력도 거의 한계에 달해서 더 정보를 뽑아내는 게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해볼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 한다.

    한계에 이른 집중력이 깨지기 직전, 추가 정보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가상 던전을 지탱하는 여섯 기둥은 각각 카르난의 꼬리, 양 팔, 양 다리, 몸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까 카르난이라는 마족 기사를 조각내서 이 가상 던전을 유지하는 축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이런 놈을 다섯이나 더 잡아야 한단 말이지?”

    어쩌면 이 가상 던전, 닫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놈들을 다 잡으면 좀 더 많은 정보를 뽑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마르바스가 이 던전을 만든 목적 같은 것들 말이다.

    강하진은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카르난의 꼬리를 가만히 내려다봤다.

    이걸 과연 죽이고 가야 할지, 아니면 다른 놈들을 다 잡을 때까지 살려둬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확실한 정보가 없을 때는 오직 직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강하진은 살려두기로 했다.

    왠지 저 여섯이 모두 모이면 뭔가 얻을 수 있는 게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면 이놈을 잘 제압해 두는 것이 중요했다.

    다른 놈들을 사냥하면서 이놈을 달고 다니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또한 이놈을 어딘가에 감춰두고 다닌다고 해도 다른 괴물이 이놈을 발견하면 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강하진은 단순한 방법을 썼다.

    땅을 파고 묻어버린 것이다.

    물론 숨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이놈의 몸에서 마석을 뽑아버렸다.

    마석을 뽑는다고 괴물이 당장 죽지는 않는다. 마력을 보충하지 못해 서서히 죽어가긴 하겠지만.

    그렇게 한 다음 온몸을 꽁꽁 묶어서 땅에 묻었다.

    아마 이놈을 발견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강하진은 카르난 사냥에 나섰다.

    다른 놈들은 어떤 정보를 갖고 있을지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또한 이놈들을 다 죽이면 과연 이 페이크 던전을 닫을 수 있을 것인지도 궁금했다.

    다른 괴물들과는 굳이 싸울 필요가 없기에 아까처럼 [은폐]를 쓰고 카르난들을 찾아다녔다.

    카르난의 꼬리처럼 은폐를 깨뜨릴 수 있는 스킬이나 은신한 자들이 근처에 왔을 때 알아차릴 수 있는 스킬을 가졌을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미리 마음의 대비를 하고 있으면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돌아다니다보니 괴물들의 서식지를 다수 파악할 수 있었다.

    익숙한 괴물도 있고, 생소한 괴물도 있었다.

    강하진은 괴물을 볼 때마다 반사적으로 그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혹시 인간형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존재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한 시간쯤 돌아다녔을 때, 결국 카르난의 양 다리를 만날 수 있었다.

    둘이 함께 있었는데, 쌍동이처럼 똑같은 정보를 갖고 있었다.

    또한 생김새는 카르난의 꼬리와 같았다.

    다들 같은 생김새를 가졌다고 봐도 될 듯했다.

    어쩌면 저게 원래 카르난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카르난의 다리]

    [레벨 : 376]

    [체력 : 170000, 마력 : 1500000]

    [강철체력(P), 마법내성(P), 기합(A), 무투(P)]

    [마족 기사 카르난이 마르바스에게 바친 충성 서약의 대가. 카르난의 스킬 일부가 깃들어있다.]

    스킬만 다르고 나머지는 복사에서 붙인 것처럼 똑같았다.

    꼬리가 정찰과 탐색 위주의 스킬을 가졌고, 양 다리는 탱커라고 봐도 될 듯했다.

    두 놈이 함께 있기에 상대하기 까다로울 수도 있지만, 강하진은 걱정하지 않았다.

    일단 기습으로 시작하면 반은 먹고 들어갈 테니까.

    강하진이 카르난의 다리를 향해 빠르게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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