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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79화 (79/200)
  • < 던전 공습 3 >

    거대한 구름독수리의 위용은 정말 대단했다.

    그저 천천히 하강하고 있는 것뿐인데도 지켜보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구름독수리가 내뿜는 위압에 압도된 것이다.

    강하진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정보부터 확인했다.

    [구름독수리의 왕]

    [레벨 : 961]

    [체력 : 1000, 마력 : 9000000]

    [국소시공간왜곡(P), 벼락의 비(A), 돌풍(A), 물구슬탄(A), 안개생성(A), 에너지드레인(A), 위압(P), 냉각(A), 폭풍(A)]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다.

    마력이 900만인 것도 문제였지만, 체력이 1000인 것도 문제였다.

    저 말은 몸을 이루고 있는 구름을 불과 바람으로 싹 날려버렸을 때 드러나는 코어에 1000의 체력이 있다는 뜻이었다.

    코어 자체의 방어력까지 뚫고 남은 공격력으로 1000의 체력을 깎아내야 하니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럴 때 확실하게 끝내버릴 수 있는 카드가 [전뇌화]인데 그건 창원 던전에서 마족을 잡느라 써버렸다.

    ‘그래도 버프가 있으니까 어떻게든 한 방에 죽일 수 있을 거야.’

    강하진은 버프에 [분쇄]를 쓰면 가능할 거라 판단했다.

    자체 방어력이 얼마나 되느냐가 문제인데, 아까 구름독수리를 상대할 때의 경험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거의 없다시피 할 것이다.

    하긴 국소시공간왜곡이라는 스킬로 보호되고 있으니 굳이 방어력이 높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저놈의 구름을 어떻게 싹 날려버리느냐였다.

    일단 손발에 거는 속성부여 정도로는 절대 저놈의 구름을 날려버릴 수 없었다.

    아무리 마력을 쏟고 힘을 써봐야 한쪽 날개의 절반도 없애지 못할 것이다.

    절반이 뭔가. 그 절반의 반도 못 없앨지 모른다.

    강하진은 여전히 구경 중인 각성자들을 돌아봤다.

    “혹시 불 관련된 스킬 가진 분 있습니까?”

    강하진이 마력을 담아 물었다.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왔다. 수가 제법 됐다.

    강하진은 손 든 사람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다들 꽤 쓸 만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근접전에서만 쓸 수 있는 사람은 뺐다.

    나머지를 모았는데 그래도 20명이 넘었다.

    어느새 구름독수리의 왕이 절반쯤 내려왔다.

    저놈은 절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내려왔다. 위압을 비처럼 뿌리면서.

    하지만 강하진은 서둘러야 했다.

    “투척 관련된 스킬이나 힘 위주로 성장하신 분들은 없습니까?”

    또 여기저기서 손을 들었다.

    이번엔 제법 많았다. 강하진은 그 중에서 쓸 만한 사람들을 뽑았다.

    그렇게 모으니 제법 수가 많았다.

    “제가 싸우는 걸 봤으면 저놈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아시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구름을 날려버리고 코어를 부수면 된다.

    “저놈의 구름을 날려버리려면 불과 바람이 필요합니다.”

    “아, 그래서 불 스킬을······ 그런데 투척 스킬은 왜 필요합니까?”

    강하진이 미리 아공간에서 꺼내 놓은 화염 폭탄을 우르르 바닥에 쏟았다.

    예전 괴물 모기를 사냥할 때 썼던 그 화염 폭탄이었다. 물론 그때보다 훨씬 더 개량해서 위력과 범위가 더욱 확장된 물건이었다.

    “불 속성이 깃든 돌입니다. 던져서 저놈을 맞추기만 해도 불이 일어날 겁니다. 크진 않겠지만 수가 많으니 어떻게든 될 겁니다.”

    강하진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 화염 폭탄을 하나씩 집었다. 그들은 신기한 눈으로 그걸 이리저리 살폈다.

    솔직히 이런 아이템은 각성자 생활을 하면서 처음 봤다.

    “이건 어디서 구할 수 있는 겁니까?”

    “일단 저놈부터 처리하고 나중에 얘기하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자 다들 강하진에게 집중했다.

    “불과 바람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불은 스킬도 있고 이걸 써도 되는데 바람은 어디서 구합니까? 스킬 보유자를 빨리 뽑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바람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타이밍이 중요해서요.”

    다들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다. 강력한 바람 스킬을 갖고 있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강하진은 다시 시선을 구름독수리의 왕에게로 돌렸다. 어느새 거의 다 내려와서 뭔가 거대한 스킬을 쓰려고 하는 중이었다.

    “자, 기회는 한 번뿐이니까 신호에 맞춰서 던지고 스킬을 쓰세요. 준비 됐습니까?”

    강하진은 그렇게 말하며 구름독수리의 왕을 살폈다. 몸에 전류가 짜르르 흐르는 걸 본 순간 외쳤다.

    “지금입니다!”

    그 순간 무수한 스킬이 구름독수리의 왕을 향해 날아갔다.

    펑! 펑! 펑!

    화르르륵!

    동시에 화염 폭탄이 구름독수리의 왕을 뒤덮었다.

    꽈과과과광!

    화르르르륵!

    그렇게 불이 일어났을 때, 구름독수리의 왕의 몸에서 강렬한 뇌전이 일어났다.

    빠지지지지직!

    원래 각성자들이 있는 곳에 쏟으려던 스킬인데 화염 때문에 그 자리에서 터진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강하진이 그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강하진의 손에는 바람 속성으로 만든 바람폭탄이 잔뜩 있었다.

    강하진은 그걸 일제히 터트렸다.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폭풍이 일어나 화염을 집어 삼켰다.

    그리고 화염과 바람이 뒤섞이면서 거대한 구름 덩어리를 그대로 증발시키며 날려 버렸다.

    여러 속성의 마력이 무수히 뒤엉키며 혼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강하진은 그 혼돈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어느새 손에 [분쇄]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자신이 가진 마력을 있는 대로 쏟아 부었다.

    국소시공간왜곡이 풀려나간 그 찰나의 순간 강하진의 주먹이 구름독수리 왕의 코어를 직격했다.

    쩡!

    쩌저저적!

    파삭!

    코어에는 예상과 달리 제법 강력한 방어막이 있었다.

    [분쇄]가 그 방어막을 부수고 코어에 큰 타격을 주었다. 그리고 이어서 강하진의 주먹이 [분쇄]가 만든 코어의 약점을 직격했다.

    그렇게 코어가 부서졌다.

    콰아아아아아!

    부서진 코어에서 무지막지한 마력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그 마력은 주변을 안개로 뒤덮어 버렸다.

    지독한 안개였다. 마력까지 담겨 있어서 각성자의 강화된 시력으로도 꿰뚫어보는 게 불가능했다.

    심지어 몇몇 스킬은 안개의 간섭 때문에 제대로 발동하지도 않았다.

    강하진은 온몸에 차오르는 힘을 만끽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강하진조차 안개를 꿰뚫어볼 수 없었다.

    구름독수리의 왕을 잡은 대가로 레벨이 툭툭툭 오르고 있었다.

    강하진은 최대한 경험치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집중했다.

    이 던전 안에는 각성자가 굉장히 많다. 아마 이대로 경험치가 던전에 균일하게 퍼져 나가면 강하진이 얻는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사냥에 참여하면 경험치를 더 많이 받긴 하지만,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경험치를 아예 안 받는 건 아니었다.

    일단 던전 내에 있기만 하면 어떤 식으로든 혜택을 받았다.

    강하진은 최근 그렇게 흩어지는 경험치를 빨아들이는 기술을 개발했기에 그걸 써먹고 있었다.

    물론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원래라면 흩어져 버릴 경험치 중 절반 정도는 다시 가져올 수 있었다.

    경험치를 수습한 강하진은 안개가 몸을 숨겨주는 사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한데 막 움직이려고 할 때, 뭔가 반짝이는 걸 발견했다.

    구름독수리 왕의 코어가 있던 자리였다.

    원래 구름독수리는 코어를 부순다고 해서 아이템이 나오거나 하지 않는다. 부산물도 아예 없다.

    그러니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기에 하마터면 못 보고 가버릴 뻔했다.

    강하진은 바닥에 떨어진 반짝이는 걸 주웠다.

    그건 반지였다. 백금으로 만들어진 듯한 반지였고, 표면에 굉장히 복잡한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다.

    특별한 힘이 깃든 것 같긴 한데, 그게 마력은 아니었다.

    강하진은 일단 그걸 아공간에 넣고 자리를 떴다. 확인은 나가서 해도 되니까.

    * * *

    부산 던전의 안개는 무려 두 시간 동안 농도를 유지했다.

    각성자들은 시야가 사라졌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서로서로 뭉쳐서 자리를 지켰다.

    안개는 서서히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마치 누군가 태워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순식간에 증발해 버렸다.

    안개가 사라지자, 각성자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자신들의 목숨을 구해준 거나 다름없는 강하진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없었다.

    대신 구름독수리가 사라지는 바람에 다시 모여들고 있는 괴물들이 보였다.

    “일단 던전부터 닫읍시다!”

    누군가의 외침을 신호로 각성자들이 우르르 움직였다.

    그들의 움직임은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보다 훨씬 의욕적이었다.

    이내 부산 던전이 닫혔다.

    * * *

    한국에 벌어진 던전 공습은 굉장히 순조롭게 정리되어갔다.

    위기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리고 위험한 상황도 여러 번 벌어졌지만, 한국의 각성자들은 그 모든 걸 훌륭하게 막아냈다.

    일단 세 개의 던전이 터졌다.

    그 중 하나는 뉴타입 던전이었고, 두 개는 일반 던전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뉴타입 던전은 마침 근처에서 일반 던전을 닫은 가디언스가 있었기에 곧장 투입되어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할 수 있었다.

    던전이 터지는 순간 가디언스가 있었다면 어쩌면 피해를 훨씬 더 줄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가디언스가 투입되었을 때는 이미 각성자와 일반인이 여럿 죽거나 다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디언스는 정말 훌륭하게 터진 던전을 마무리했다.

    물론 원래 던전을 사냥하던 각성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가디언스가 얼마나 강력한 길드인지, 그곳에 있던 사람들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되었다.

    한국에 피해가 적은 이유는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가 앞장서서 일반 던전을 닫았기 때문이었다.

    일반 던전이 두 군데 터지긴 했지만, 그로인한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것 역시 마찬가지로 가디언스 덕분이었다.

    마침 가디언스가 그 던전을 닫기 위해 이동 중이었고, 거의 도착할 무렵 던전이 터졌기에 별 피해 없이 던전에서 튀어나온 괴물들을 정리했다.

    그리고 나머지 던전 하나는 던전 브레이커가 정리했고.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가 그렇게 일반 던전과 터진 던전을 마무리하면서 큰 공헌을 하고 있을 때, 강하진은 뉴타입 던전을 돌아다녔다.

    명인혁을 통해 각 던전의 사냥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그 중 위태롭다고 판단한 던전으로 가서 공략을 도왔다.

    강하진은 주로 강력한 괴물을 혼자서 처리했는데, 그렇게 급한 불만 딱 끄고 사라지는 일을 반복했다.

    덕분에 각성자들 사이에서 강하진이라는 존재가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은 강하진이 누군지, 어디 소속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나서 무시무시한 괴물을 혼자서 쓰러뜨리는 모습이 그들의 뇌리에 화인처럼 박혔다.

    아마 가디언스가 여기서 더 유명해지는 순간, 강하진의 존재도 폭발적으로 알려질 것이다.

    그렇게 한국의 던전 공습이 막바지로 치달아갔다.

    * * *

    마지막 뉴타입 던전이 닫힌 순간, 근처에 모여 있던 모든 각성자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그리고 곧장 파티가 시작되었다.

    순식간에 푸짐한 요리가 차려졌고, 각종 술이 준비되었다.

    세상의 모든 각성자를 다 모아놓은 듯했다.

    수백 명이나 되는 각성자들이 곳곳에서 와글와글 떠들며 먹고 마셨다.

    던전 공습을 훌륭하게 막아낸 각성자들을 위해 각성자 관리청에서 미리 준비한 파티였다.

    그들은 이렇게 즐길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물론 각성자 관리청의 의도는 이번 기회에 관리청의 이미지를 한 번 잘 포장해 보려는 것이었지만.

    각성자들의 파티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곳곳에 끼어 있었다. 또한 방송국에서 나온 카메라도 여기저기 보였다.

    이번이 첫 번째 던전 공습이었고, 향후 다른 나라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만큼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음 던전 공습은 어디일지도 굉장한 관심사였다.

    예측한 대로 차례차례 돌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인지, 아니면 한국만 예외고 한꺼번에 던전이 쏟아질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파티를 즐길 뿐이었다.

    그리고 파티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 한 가지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두 번째 던전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에는 일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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