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78화 (78/200)
  • < 마르바스의 창 2 >

    강하진의 두 번째 목표는 부산에 나타난 던전이었다.

    이번 던전 공습에서 강하진의 목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방금 처리한 창원 던전이었다. 거기서 세 마리 용을 처리하고 그 용들이 지키는 아이템을 얻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그것은 아주 훌륭하게 마무리했다.

    용 대신 마족을 처리했고, 아이템도 찾았다.

    두 번째는 부산 던전에서 구름독수리 무리를 처리하는 것이다.

    목적은 레벨업이었다.

    구름독수리는 싸우기 굉장히 까다로운 괴물이지만, 공략법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정말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게다가 레벨도 엄청나게 높아서 그야 말로 경험치 덩어리라 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부산 던전을 두 번째로 둔 이유는 구름독수리가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나타나는 괴물이었기 때문이다.

    용부터 처리해서 각성자의 피해를 줄이고 혹시라도 중요할지 모를 아이템이 다른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는 것도 막아야하기에 창원 던전에 먼저 간 것이다.

    그렇게 두 가지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때부터는 상황을 봐서 위태로운 곳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런 곳이 없으면 일반 던전에 들어가고.

    강하진은 창원에서 부산까지 이동하는 동안, 창원 던전에서 얻은 세 아이템을 확인했다.

    [부러진 창]

    [하나의 창을 이루는 첫 번째 조각. 봉인되어 있다.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연결된 인간의 피가 필요하다. 0/1000]

    이런 식이었다. 나머지 아이템도 설명은 대동소이했다.

    저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뭔지는 모르지만, 무려 1000이라는 숫자를 채우려면 한두 명의 희생으로 이뤄질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럼 그때는 어떻게 한 거지?’

    회귀 전에 나타난 아이템이 이것과 동일하다는 보장은 없었다. 아니, 여러모로 생각했을 때, 이것의 하위 버전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각성자의 피가 필요하다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굳이 죽이지 않고 해결했을 수도 있지.’

    예를 들면 헌혈이라거나.

    무수한 각성자로부터 피를 뽑아 모으면 아이템 세 개 정도 봉인을 푸는 게 대수겠는가.

    각성자의 피를 모은다고 해서 이상한 시선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연구 목적이라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적절한 대가까지 지불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강한 각성자만 있는 게 아니니까.

    ‘어쩌면 강한 각성자의 피는 저 숫자를 더 많이 채워줄지도 모르지.’

    그래도 상관없다. 질로 안 되면 양으로 때우면 되니까.

    강하진은 세 아이템을 꺼내서 하나로 맞춰봤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마치 자석처럼 서로 착착 붙어 버렸다.

    “당황스럽네.”

    봉인을 안 풀면 안 붙을 줄 알았다. 한데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붙을 줄이야.

    강하진은 다시 한 번 아이템을 확인해봤다.

    [마르바스의 창]

    [마르바스의 갈비뼈와 송곳니, 등가죽의 일부를 재료로 만든 창. 마르바스의 권능이 깃들어 있다. 봉인되어 있다.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연결된 인간의 피가 필요하다. 0/3000]

    “그냥 하나로 모인 것뿐이네.”

    어차피 결과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봉인되어 있고, 창을 제대로 쓰려면 봉인을 풀어야 한다.

    강하진은 과연 어떤 권능이 봉인되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지만 거기까지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마치 벽에 꽉 막힌 것처럼.

    아무래도 마르바스와 관계 되어서 그런 것 같은데, 확인하려면 봉인을 풀어야 할 듯했다.

    그렇게 창에 대해 알아보는 사이 부산 던전에 도착했다.

    부산 던전 주변은 창원 던전보다 훨씬 북적거렸다.

    들락거리는 각성자의 수도 많았고 그 각성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모여든 사람의 수도 엄청났다.

    이 던전에 대한 소문이 주변에 퍼지면서 점점 더 많은 각성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일반 던전을 기웃거리던 비교적 약한 각성자들도 어느새 전부 여기로 와서 던전을 들락거리는 중이었다.

    부산 던전에는 약한 괴물이 잔뜩 나온다는 소문이 퍼진 것이다.

    그냥 약하기만 한 게 아니라, 약하면서 레벨업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되는 괴물이었다.

    게다가 처음 등장하는 괴물이었다.

    처음 등장하는 괴물은 부산물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쪽박일 수도 대박일 수도 있는 일종의 도박이었다.

    이렇게 도박 심리까지 곁들여져서 부산 근처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각성자가 이쪽으로 몰려들었다.

    강하진은 바글바글한 인파를 뚫고 던전으로 향했다.

    딱히 등록을 하거나 확인을 하는 절차도 없었다. 하고 싶어도 각성자가 너무 많아서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괴물의 부산물을 각성자 관리청이 나서서 회수하지도 못했다.

    지금도 끊임없이 각성자들이 던전에 들어가고 있었다. 또한 그와 비슷한 수의 각성자들이 던전에서 나오고 있었다.

    다들 뭔가 잔뜩 든 자루나 가방을 들고 있었는데, 그걸 들고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금방 다시 나타나 던전으로 들어갔다.

    그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되니 혼잡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강하진은 그 광경에도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이건 회귀 전에도 거의 흡사하게 벌어졌던 상황이었다. 직접 와서 확인한 건 아니지만, 당시 워낙 이슈가 되었기에 방송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지금 모습은 그때 방송으로 봤던 장면과 굉장히 흡사했다.

    강하진은 그런 각성자들과 섞여서 던전으로 들어갔다.

    더없이 상쾌한 공기가 폐부로 스며들었다.

    강하진은 들어오자마자 반사적으로 하늘부터 올려다봤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가득했다.

    태양은 없었지만 빛이 가득했는데, 하늘에 뜬 뭉게구름이 정말 인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강하진은 마력을 이용해 시력을 강화했다. 그러자 멀리 뜬 구름이 코앞에서 보는 것처럼 확대되었다.

    “역시나.”

    저 구름 자체가 구름독수리였다.

    아래에서 그냥 올려다보면 뭉게구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구름이 아니라 괴물인 것이다.

    구름으로 만든 독수리가 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여러 마리가 한데 뭉쳐 있으니 진짜 구름 같았다.

    강하진은 고개를 내려 이번엔 사냥 진행 상황을 파악했다.

    이곳의 괴물은 각종 동물 형태의 괴물이었다.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동물이 있었다. 그들은 생각보다 약해서 레벨이 낮은 각성자들도 수월하게 사냥했다.

    숫자도 어찌나 많은지 그 많은 각성자들이 던전 내부 깊숙한 곳까지 쫙 퍼져 있었는데도 전부 여러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다.

    사방에 죽은 동물 괴물의 사체가 널려 있었다.

    당연히 쓸모 있어 보이는 부산물과 마석은 꼼꼼히 빼먹은 사체였다.

    각성자들이 신 나서 사냥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 구름독수리가 움직일 때가 머지않은 듯했다.

    구름독수리가 움직이는 조건은 던전 내부에 괴물 사체가 잔뜩 쌓이는 것이다.

    구름독수리는 구름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괴물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본능은 각성자를 공격하는 것이다.

    구름독수리가 아래에 내려오는 이유는 사체를 흡수하기 위함이지만, 일단 내려오면 무조건 각성자를 공격한다.

    구름독수리의 공격은 에너지를 응축해 방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구름독수리 근처에는 상당히 강력한 벼락이 무수히 쏟아진다.

    그뿐 아니라 강력한 바람과 물 계열 공격도 병행한다.

    당연히 많은 마력이 소모되지만, 바닥에 있는 사체에서 에너지를 뽑아서 쓰기에 얼마든지 다시 채울 수 있었다.

    회귀 전에는 거기에 무수한 각성자들이 당했다.

    일단 쓰러지면 구름독수리가 달려들어 에너지를 쪽 빨아먹는다.

    그리고 그 에너지가 다시 다른 각성자를 공격하는 마력이 된다.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마터면 좀 늦을 뻔했네.’

    강하진은 각성자들이 거의 광기에 젖은 걸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보다 괴물 사체가 훨씬 많이 쌓였다.

    이제 슬슬 구름독수리가 내려올 때가 된 것이다.

    어쨌든 구름독수리가 내려와야 공격할 수 있다. 그리고 구름독수리를 모두 잡아야 이 던전을 닫을 공략의 길이 열린다.

    강하진은 심호흡을 하며 전투 준비를 했다.

    마음 같아선 여기 있는 각성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싶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나가라고 한다고 저들이 순순히 나가겠는가.

    아마 광기에 젖어서 덤벼들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그러니 첫 번째 공격은 그냥 맞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구름독수리의 첫 번째 공격은 대부분 전격이다.

    강하진은 [피뢰침]스킬이 있기에 영향을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다.

    구름독수리의 약점은 불과 바람이었다.

    회귀 전에는 이걸 알아내기 전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당했다.

    그냥 불만 써도 안 되고 그냥 바람만 써도 안 된다.

    불과 바람이 동시에 들어가야, 그것도 두 속성에 마력이 잔뜩 들어가야 효과가 있었다.

    마력이 깃든 불과 바람이 구름독수리를 휩쓸면 구름으로 이루어진 몸체가 흩어져 버린다.

    그렇게 흩어진 몸 중심에 구름독수리를 이루는 코어가 있는데, 그걸 파괴하면 된다.

    몸체가 있을 때는 아무리 공격을 쏟아도 코어가 상하지 않기에 순서가 중요했다.

    구름독수리의 코어에는 시공간왜곡의 힘이 담겨 있는데, 그 힘을 멈추는 순간이 바로 다시 구름 몸체를 만들어낼 때였다.

    그래서 평소에는 물리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데, 몸체가 사라지면 순간적으로 코어에 물리력 행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강하진은 그렇게 구름독수리의 공략법을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슬슬 구름독수리가 내려올 기미가 보였다.

    그냥 내버려두면 다들 너무 허무하게 당할 테니 경각심 정도는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강하진은 목소리에 마력을 담아 외쳤다.

    “위에서 괴물 내려온다! 조심해!”

    강하진의 외침이 던전 구석구석에 퍼져 나갔다.

    다들 깜짝 놀라 위를 쳐다봤다.

    그리고 거대한 구름 덩어리들이 훅훅 내려오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뭐, 뭐야 저거······!”

    구름으로 이루어진 날개를 쫙 펼치고 활강하듯 날아 내려오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리고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아래로 내리꽂히는 구름독수리의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그래도 미리 긴장하고 대비한 덕분에 다들 그 자리를 벗어날 수는 있었다.

    퍼버버버벅!

    구름독수리들이 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바닥에서 납작하게 퍼졌다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걸 본 각성자들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구름독수리들이 일제히 전격을 내뿜었다.

    빠지지지지지직!

    세상이 온통 전격의 바다에 잠겼다.

    웬만한 각성자는 근거리에서 이런 전격 공격에 당하면 몸이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몸이 경직된 각성자들은 암담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몸이 움직이는 각성자들은 간신히 움직여 구름독수리를 향해 스킬을 쏟아냈다.

    사방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때, 강하진은 이미 구름독수리 무리 한가운데서 열심히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한 손에는 불속성을 부여하고 다른 한 손에는 바람속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열심히 손을 번갈아 휘둘렀다.

    불을 뿌리고 그걸 바람으로 날리면 구름독수리의 몸이 훅 하고 벗겨졌다.

    그렇게 드러난 코어를 발차기로 파괴하면 한 마리가 끝난다.

    강하진은 거의 기계적으로 손과 발을 휘둘렀다.

    구름독수리는 나타날 때의 위압감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고 손쉽게 사라져갔다.

    본능만 남은 구름독수리는 그렇게 당하는데도 강하진에게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도망친 각성자들이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 경이로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 대박.”

    “저 사람 누구지? 유명한 사람인가?”

    “아니, 난 처음 보는데?”

    “어디 유명한 길드에서 키우는 사람 아닐까?”

    다들 넋을 놓고 강하진이 싸우는 모습을 바라봤다.

    끊임없이 손과 발이 움직이는데, 그 유기적인 움직임이 정말 아름다울 지경이었다.

    어느새 강하진의 발에서도 불과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불과 바람을 손과 발에 번갈아 적용시키며 불, 바람, 타격을 순차적으로 쏟아내고 있었다.

    구름독수리가 소멸해가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졌다.

    그리고 이내 던전 안에 더 이상 남은 구름독수리가 없었다.

    각성자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쥐 죽은 듯이 서서 사방으로 흩어지는 구름 한가운데 서 있는 강하진의 모습을 바라봤다.

    문득 강하진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지켜보던 각성자들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헉!”

    “저, 저게 뭐야!”

    다들 경악했다. 하늘에서 지금까지 해치운 모든 구름독수리를 다 합친 것만큼 거대한 구름독수리가 내려오고 있었다.

    강하진은 서늘한 눈으로 거대한 구름독수리를 올려다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예정에 없던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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