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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77화 (77/200)
  • < 마르바스의 창 1 >

    마족, 제무르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저 겁 없는 인간이 감히 자신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척 봐도 격의 차이가 명확했다. 수치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레벨이 저놈보다 최소 300이상 높으리라.

    레벨이 강함을 나타내는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지만 이 정도로 차이가 나면 충분히 상하를 가릴 수 있었다.

    제무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어둠의 마력이 주먹에 넘실거렸다.

    이걸 한 방 코에 콱 찍어주고 바닥에 처박은 다음, 가슴을 꽉 밟아 옴짝달싹 못하게 해주리라.

    강하진이 제무르 앞에 도달한 순간 제무르의 주먹이 공간을 가르고 뻗어 나갔다.

    그리고 그 순간 강하진의 온몸에서 강렬한 빛이 터졌다.

    화아악!

    제무르는 순간적으로 눈에 쏟아지는 빛 때문에 시야가 흐려졌지만, 그 정도는 전혀 개의치 않고 하던 일을 마저 했다.

    쐐애애액!

    뻐엉!

    공간이 갈라지고 터져 나갔다.

    어둠의 힘이 담긴 제무르의 일격은 눈앞에 있는 빛 덩어리를 그대로 갈라 버렸다.

    제무르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손맛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주먹을 내 뻗은 자세를 채 회수하기도 전에 발밑이 무너졌다.

    우르릉!

    [분쇄]가 제무르의 발밑에서 터졌다.

    강하진이 그곳에 발을 디딘 순간 스킬을 쓴 것이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로 제무르의 균형을 흔들 수는 없었다.

    제무르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몸을 돌려 막 눈앞에서 멀어지려고 하는 강하진의 뒤통수에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장 빠른 공격을 쏟아냈다.

    그의 눈에서 새빨간 빔이 쏘아져나갔다.

    찌이잉!

    정말 어이없게도 그 순간 그 자리에서 강하진이 사라졌다.

    제무르는 벼락이 되어 지그재그로 움직여 자신의 공격을 피해내고 땅에 꽂혀 있는 창을 향해 날아가는 강하진의 모습을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이내 강하진이 창을 뽑고, [전뇌화]를 유지한 채로 멀어졌다.

    “팔다리를 뽑아 네놈 입에 처넣어주마.”

    제무르가 강하진이 달려간 곳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그의 속도는 무시무시했다.

    강하진은 전뇌화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가늠했다.

    [전뇌화]는 하루에 한 번 1분 동안 쓸 수 있는 스킬이다.

    그 효과는 속도가 증가하고 전격 속성력이 300% 증가하며, 모든 스킬의 효과가 100% 증가하는 스킬이다.

    그 1분이 끝나기 전에 효과를 최대한 봐야 한다.

    강하진은 자신의 몸에 버프를 걸었다.

    [용의 축복]과 [사신의 축복] 두 가지 버프가 있었는데, 그 효과 역시 전뇌화의 적용을 받아 두 배의 효과가 나왔다.

    혹시나 해서 쓴 방법이 아니었다. 이미 수련을 통해 이 방법을 시도해봤고, 굉장히 성공적이었기에 써먹은 것이다.

    버프가 걸렸으니 남은 건 시간이 끝나기 전에 저 마족 놈에게 한 방 먹이는 것뿐이었다.

    강하진이 처음 선택한 건 [낙뢰]였다.

    꽈르릉!

    아주 정확히 달려오는 마족의 뿔에 낙뢰가 꽂혔다.

    “키에에엑!”

    마족이 벼락에 맞아 그대로 고꾸라졌다.

    전뇌화에 버프까지 적용해 내리친 낙뢰의 힘은 굉장했다.

    마족의 몸에 깃든 어둠의 마력을 살라버렸고, 거기에 출혈과 쇠약의 저주가 깃들었다.

    죽음의 힘이 마족의 체력과 마력을 깎아먹기 시작했다.

    강하진은 속성부여를 통해 주먹에 전격 속성을 덧씌웠다.

    그리고 [벼락주먹]을 준비했다.

    속성부여도 그렇고 벼락주먹도 마찬가지로 전뇌화 때문에 300% 위력이 올라가는데다가 두 스킬은 중복 적용이 가능했다.

    거기에 버프까지 깃들었으니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강하진은 벼락이 치듯 제무르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꽈르르릉!

    낙뢰의 충격에서 막 벗어나는 순간 들이닥친 강하진의 주먹에 제무르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제무르의 코에 강하진의 [벼락주먹]이 정확히 꽂혔다.

    꽈르르릉!

    “꾸엑!”

    어찌나 충격이 컸는지, 제무르의 코가 얼굴 안으로 쑥 들어갔다.

    강하진은 거기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공격속도도 500%증가하기에 끊임없이 [벼락주먹]을 쏟아냈다.

    꽈릉! 꽈릉! 꽈릉! 꽈릉! 꽈르르릉!

    제무르의 몸 곳곳에 작은 벼락이 떨어졌다. 마치 벼락의 비가 쏟아지는 듯했다.

    이내 전뇌화가 풀렸다.

    강하진은 제무르의 뿔을 꽉 쥔 다음, [속성부여]를 동원해 얼렸다 녹이는 걸 반복했다. 그러면서 중간에 [분쇄]를 섞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내 제무르의 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뿔에서 쏟아지는 극심한 고통에 제무르가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뜬 제무르가 아연한 눈으로 외쳤다.

    “아, 안 돼!”

    강하진은 대답 대신 [분쇄]를 선물해 주었다.

    쩌어엉!

    제무르의 뿔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러자 제무르가 온몸의 힘이 쭉 빠진 듯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부서진 뿔에서 나온 막대한 힘이 강하진의 몸에 쏟아져 들어갔다.

    망막에 떠오르는 무수한 레벨업 알람에 강하진이 잠시 그것을 만끽했다.

    첫 번째 마족 사냥에 성공했다.

    * * *

    “야, 깨어난 거 다 알아. 눈 안 떠?”

    강하진이 발끝으로 바닥에 엎어져 있는 제무르를 툭툭 건드렸다.

    그냥 건드린 게 아니라 마력을 살짝 실었기에 아마 뼛속까지 찌르르 울릴 것이다.

    “크허어어!”

    제무르가 고통을 이기지 못해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두려운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어차피 죽을 거 아프지 않게 가는 게 낫지 않겠어?”

    강하진의 물음에 제무르가 눈에 떠오른 공포를 지우지 못하고 덜덜 떨었다.

    “대답 안 하네? 그럼 아프고 싶어?”

    제무르는 맹렬히 고개를 저었다.

    강하진은 그제야 만족한 표정으로 제무르의 정보를 확인했다.

    [이름 : 제무르]

    [레벨 : 0]

    [힘의 원천인 뿔이 완벽하게 부서진 상태. 모든 레벨과 칭호, 스킬을 잃었다.]

    좀 더 집중하니 다음 정보가 떠올랐다.

    [마르바스가 보낸 정찰병. 계획이 너무 많이 어그러져 무리해서 보낸 정찰병이다.]

    ‘내가 계획을 다 들쑤셔 놔서 벌어진 일이구나.’

    강하진은 제무르에게 물었다.

    “용은 어떻게 했어?”

    강하진의 물음에 제무르가 눈에 독기를 철철 흘리며 말했다.

    “그걸 내가 왜 알려줘야 하지?”

    “안 그러면 아플 테니까.”

    강하진이 발끝으로 제무르의 옆구리를 툭 건드렸다.

    “우와아아아악!”

    제무르가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아까 뼛속까지 울리던 그 고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통증이 강하진에게 맞은 곳에서 시작해 온몸을 몇 차례나 훑었다.

    강하진이 [치료폭탄]을 썼다.

    화아악!

    빛이 스며들며 제무르의 몸에 났던 상처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바닥났던 체력과 기력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난 이걸 백 번이고 만 번이고 반복할 수 있는데. 넌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제무르가 악마를 바라보는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그의 표정과 눈빛은 이미 굴복의 단계를 넘어서 있었다.

    강하진이 한 발 다가가자, 제무르가 발작 적으로 외쳤다.

    “용은 못 왔다! 용을 보낼 때 쓸 자원으로 내가 왔으니까!”

    “용이 한 마리도 안 왔다고? 그런데 저 많은 이무기를 관리했고? 너 혼자서?”

    제무르가 강하진의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 네가 뽑아간 창이 있으면 할 수 있다.”

    강하진이 피식 웃었다.

    “창만 있어선 안 되는데 그건 말 안 하네. 역시 아직 정신을 못 차렸어.”

    “으악! 잘못했다! 지금 말 하려고 했다! 말 하려고 했다고! 끄으아아아아악!”

    제무르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이번엔 강하진이 옆구리와 허벅지를 때렸는데, 아까의 딱 두 배만큼 고통스러웠다.

    데굴데굴 구르는 시간도 두 배가 필요했다.

    제무르는 [치료폭탄]이 자신의 몸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 걸 지켜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걸 반복한다고 생각하니 정말로 끔찍했다.

    그동안 마왕을 모시면서 별의 별 꼴을 다 당하고 무수한 고통 속에서 살아왔지만, 지금 겪는 고통은 그 어떤 경험과 상상보다 무시무시했다.

    제무르가 두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저쪽에 창날이 있고, 저쪽에 창의 하단부가 있다.”

    강하진이 물끄러미 쳐다보자 얼른 말을 이었다.

    “제, 제물이 필요했다. 여기 들어오는 사람들을 갈아서 창의 제물로 써먹는 계획이었다.”

    “제물? 그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데?”

    제무르는 강하진의 얼굴을 힐끗 살펴봤다. 워낙 표정이 없어서 알면서 묻는 건지 몰라서 묻는 건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다, 당연히 큰 힘을 얻기 위함이다.”

    강하진이 피식 웃고 제무르에게 한 발 다가갔다.

    “으악! 다 알면서 왜 물어보는 거야!”

    강하진은 기어코 제무르의 옆구리와 양 허벅지를 발끝으로 찍었다.

    제무르는 처음보다 딱 세 배 더 큰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그리고 확실히 결심했다. 앞으로 절대 속이거나 거짓을 말하지 말자고.

    훨씬 고분고분해진 제무르가 열심히 설명했다.

    “마왕께서는 계획이 계속 어긋나는 상황을 바로잡고자 날 보내셨다. 내 목표는 충분한 제물을 모아서 그 창을 깨우는 거였다.”

    “창을 깨운다고?”

    “그건 마왕께서 직접 몸의 갈비뼈를 뽑아 만드신 창이다. 왕의 권능이 깃든 창이지.”

    강하진이 눈을 빛냈다.

    회귀 전에 이 창원 던전에서 막대한 희생 끝에 세 조각으로 나뉜 창을 얻어냈다.

    유명한 감정사들이 모여 창을 감정했는데, 그 결과에 대해서는 철저한 비밀이 지켜졌다.

    그래서 강하진도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비밀로 한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마왕의 뼈로 만든 창. 아마 마왕의 권능이 깃든 창일 것이다.

    “그래서 이 창으로 뭘 하려고 했는데?”

    “던전에서 나가려고 했다.”

    “던전에서 나가? 누가? 너?”

    제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왕의 권능이 담긴 창이라면 나 하나 정도 여기서 나가게 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나가서 뭘 하려고? 살육이라도 벌이려고?”

    “그런 짓을 뭐하러 하는가? 나중에 마왕께서 여길 정벌하면 언제든 벌일 수 있는 축제인데.”

    강하진의 눈이 순간적으로 번득였다. 하지만 제무르를 건드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곳, 지구라고 하나? 여길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을 생각이었다. 계획이 계속 어긋나는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내 임무였다.”

    강하진은 제무르를 가만히 쳐다봤다. 왠지 압박을 느낀 제무르가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거점을 만드는 것도 내 역할이었다.”

    “거점? 마르바스의 영역을 구축하는 걸 말하는 건가?”

    제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러다가 뭔가를 깨달았는지 흠칫 놀랐다.

    “너······ 어떻게 마왕님의 진명을 아는 거지? 난 한 번도 그걸 말한 적이 없는데?”

    강하진은 그 질문은 무시하고 다시 물었다.

    “거점을 만들 때 권능이 깃든 창이 필요하고?”

    “그것도 맞다. 창에 담긴 권능이 바로 영역 선포니까.”

    강하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회귀 전에도 분명히 여기서 창이 나왔다. 그게 지금 강하진이 얻은 창과 같은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같지 않더라도 마르바스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설마 나중에 내 뒤통수를 때리게 되는 이유가 애초에 여기서 출발한 건 아니겠지?’

    강하진은 상념을 접었다. 창의 나머지 부분을 다 회수하는 것이 먼저였다.

    제무르의 목을 꽉 움켜쥔 강하진은 그대로 몸을 날려 다음 포인트로 향했다.

    이제 창을 모두 모아서 밖으로 나가면 된다. 그 전에 제무르를 조금 더 심문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얻고 말이다.

    * * *

    나머지 아이템을 얻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제무르의 뿔이 부서졌기 때문에 이무기들의 통제가 풀렸다.

    그래서 이무기들이 던전 전체에 골고루 퍼졌다.

    사냥하기 딱 좋은 진형이 된 것이다.

    입구에 모여 있던 각성자들이 그 변화를 알아차리고 사냥을 시작했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어쨌든 차근차근 이 던전을 닫을 수 있을 것이다.

    강하진은 그 사이 방치된 아이템들을 착착 챙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무르를 강도 높게 심문한 다음 던전에서 나갔다.

    이제 두 번째 목표로 향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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