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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76화 (76/200)
  • < 던전 공습 2 >

    강하진은 던전 공습이 일어나기 전부터 어떤 던전을 먼저 공략할지 계획을 다 세워뒀다.

    일단 뉴타입 던전이 무려 25개나 되기에 아무리 최근에 각성자가 많이 늘어났다고 해도 그걸 전부 동시에 닫을 수는 없었다.

    물론 골고루 분산되어 들어가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각성자들이 많이 몰린 던전도 있었고, 덜 투입된 던전도 있었다.

    각성자 관리청이 최대한 분산시켜서 골고루 배정하긴 했지만, 모든 각성자가 그 지시를 따르는 것도 아니고, 너무 급하게 배정해서 관리청에서도 완벽하게 배정을 마무리 짓지도 못했다.

    그리고 사실 각성자를 분산 배치한다고 좋은 게 아니었다.

    뉴타입 던전은 던전을 잘 관리한다고 해도 시기가 되면 그냥 터진다.

    언제 터질지는 몰라도 반드시 터지는 건 확실했다.

    그러니 각성자를 분산 배치해서 던전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보다 사실 집중시켜서 던전을 빨리 닫고 다음 던전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각성자들이 전부 가디언스처럼 던전을 확실하게 닫을 역량이 된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전력 차가 심각할 때는 선택과 집중이 훨씬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각성자 관리청이 선택한 전략은 분산배치를 통한 동시 공략이었고, 각성자들 중 상당수가 관리청의 의도대로 움직였다.

    강하진이 회귀하기 전과는 좀 다른 진행이었다.

    회귀 전에는 첫 번째 재앙이 워낙 큰 타격을 줬기에 그 이후부터는 던전을 대하는 자세가 지금과는 크게 달랐다.

    각성자 관리청도 그렇고 각성자도 그랬고, 심지어 일반인들도 그랬다.

    그래서 이렇게 던전 공습이라는 특별한 이벤트에도 최적화된 전략을 수립해서 움직였다.

    각성자들도 전략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해한 다음 움직였고.

    회귀 전에 던전 공습에 쓴 전략이 바로 선택과 집중이었다.

    당시 한국에서 그 전략을 통해 던전 공습을 아주 효과적으로 막아냈기에 다른 나라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도 같은 방법을 썼다.

    덕분에 회귀 전에는 던전 공습이 던전 산업의 덩치를 더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쏟아져 나온 질 좋은 마석과 괴물의 부산물, 그리고 각종 다양한 아이템들이 굉장히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습이 시작되었기에 그 효과를 가장 톡톡히 봤다.

    일시적으로 던전 산업의 중심지가 되었을 정도였다.

    물론 그 이후에 다른 나라도 차례대로 던전 공습을 맞이하면서 다시 평준화되었지만.

    던전 공습이라는 이벤트로 많은 나라가 큰 이익을 얻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도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던전 공습이 일어나지 않은 나라가 그랬고, 일본이 그랬다.

    아무튼 강하진은 각성자 관리청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들고 나오지 않을 경우에 쓸 계획대로 움직였다.

    아니, 사실 지금의 각성자 관리청은 분산배치 전략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뉴타입 던전에만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무수한 일반 던전은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으니까.

    사실 일반 던전도 뉴타입 던전 못지않게 위험하다.

    그리고 이번 던전 공습에서 굉장히 수익성이 좋은 괴물들이 나오는 던전이 많았다.

    그래서 가디언스를 일반 던전에 투입한 것이다.

    나중에 던전 브레이커도 일부를 떠맡기로 했다.

    한국에 새로 등장한 일반 던전의 수가 거의 750개가 넘는다.

    그 모든 던전을 가디언스가 단독으로 닫을 수는 없었다.

    물론 일반 던전을 노리는 다른 각성자도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강하진도 지금 하는 일을 마무리 하면 일반 던전을 닫으러 돌아다닐 계획이었다.

    이번에 강하진이 뉴타입 던전에서 얻으려고 하는 건 가장 중요한 몇 가지였다.

    생각보다 이번 뉴타입 던전의 괴물들은 레벨이 높고 위험하긴 한데, 막상 처리했을 때 얻을 만한 것이 많지 않았다.

    물론 부산물의 가치가 높은 괴물도 제법 있었고, 좋은 아이템을 얻을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위험도나 괴물의 레벨에 비하면 상당히 모자랐다.

    뉴타입 던전의 공략법은 이제 잘 알려져 있었다.

    가디언스와 던전 브레이커가 뉴타입 던전 공략법을 공개했으니까.

    그러니 다들 어떻게든 닫을 수는 있을 것이다.

    강하진이 첫 목표로 삼은 곳은 창원에 나타난 뉴타입 던전이었다.

    창원 던전은 다른 뉴타입 던전에 비해 굉장히 난이도가 높았다.

    그 안에서 출몰하는 것이 용종이었으니까.

    회귀 전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용이 등장하는 던전이 바로 던전 공습 때 창원에 나타난 뉴타입 던전이었다.

    그 안에 서식하는 건 사실 이무기였다. 총 세 군데의 이무기 서식지가 있었고, 각 이무기 무리를 한 마리의 용이 이끌었다.

    각각 화룡, 빙룡, 암룡이었는데, 갓 성룡이 된 놈들이긴 했지만 현재의 각성자 수준으로는 그들을 상대하려면 던전 브레이커나 가디언스 정도는 와야 할 것이다.

    회귀 전에도 이 던전에서 상당한 희생자가 발생했었다.

    그때만 해도 용종을 상대하는 방법을 아무도 모를 때였다. 말 그대로 체력을 깎아서 죽였다.

    한데 이무기도 그렇고 용도 그렇고 체력과 마력이 말도 안 되게 높고, 레벨도 굉장히 높은 놈들이었다.

    게다가 용종 특유의 에너지 전환 때문에 체력을 깎아 죽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만 해도 힘든데 창원 던전 안에 있는 용종은 무리 생활을 한다.

    이무기는 충룡의 유충보다 훨씬 강력했다.

    충룡보다는 못했지만 이무기 몇 마리가 모이면 충룡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니 이 던전에 들어간 각성자가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강하진은 여기 오기 전에 각성자 관리청이 배정한 각성자 상황을 확인하고 왔다.

    각성자들 중에서 비교적 수준이 낮은 자들이 대부분 여기로 배정되었다.

    아니, 여기뿐 아니라 몇몇 던전은 그런 식으로 좀 버려진 셈이 되었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지역에 강력한 각성자를 중점적으로 배정했다.

    각성자의 수는 한정되어 있으니 상대적으로 이런 곳은 버려질 수밖에 없었다.

    창원 던전은 그래도 창원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어서 터지더라도 피해가 적을 거라고 예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기가 터지면 정말 굉장한 재앙이 몰려올 것이다.

    수십 마리의 이무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난동을 부리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어느새 강하진이 창원 던전에 도착했다.

    처음 뉴타입 던전이 터졌을 때 얻은 데이터를 통해 폭발 반경을 계산하고 그 바깥쪽에 사람들이 빙 둘러 진을 치고 있었다.

    각성자들이 데려온 헬퍼들과 그들에게 장사라도 해보겠다고 온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각성자 관리청에서 파견한 직원도 있었다.

    강하진은 그들을 지나쳐 던전으로 향했다.

    아무도 강하진을 제지하지 않았다. 현재 상황이 그랬다. 던전에 가겠다는 각성자를 말리거나 딴죽을 걸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강하진 말고도 막 도착한 각성자들이 몇 명 더 있었다. 그들도 던전으로 향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각성자들이 꾸준히 도착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들 잠깐 쉬면서 기력을 보충한 다음 곧장 던전으로 들어갔다.

    강하진도 거기 섞여서 던전에 들어갔다.

    용종이 서식하는 던전 특유의 거칠고 짙은 마력이 훅 밀려왔다.

    들어와서 확인하니 각성자들이 바글바글했다.

    굉장히 많은 각성자가 있었는데, 굳이 엿보기 스킬로 확인하지 않아도 레벨이나 능력치가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이 그랬다.

    그들은 군데군데 무리를 짓고 모여 있었는데, 다들 심각했다.

    “이거 그냥 나가야 되는 거 아냐?”

    “그러게. 우리가 용을 무슨 수로 잡아? 용사냥꾼도 아니고.”

    “야, 용사냥꾼 길드도 한 마리씩 어그로 관리하면서 간신히 잡았어. 우리가 하려면 한 마리당 한 50명 붙어야 하지 않을까?”

    “한 마리씩 어떻게 끌고 오지?”

    “원거리 스킬로 공격해서 끌어오면 되지 않을까?”

    “야, 이게 무슨 게임이냐? 너 같으면 동료가 공격당했는데 그냥 가만히 있을 거 같아?”

    “그럼 어쩌자고.”

    “사람 더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래서, 모이면?”

    “바보냐? 팀 짜서 따로따로 용 끌고 가야지. 정확한 건 정찰조가 돌아와야 알 수 있겠지만, 한 무리 당 30마리쯤 있는 것 같더라고.”

    “미친. 그럼 1500명 필요한데? 여기서 1500명이나 모일 때까지 기다리자고?”

    “그럼 어떻게 해? 그냥 가서 용한테 목숨 꼴아 박아?”

    “누가 그러자고 했어? 그냥 다른 좋은 방법이 없나 생각해 보자는 거지.”

    “그래, 계속 생각해라. 아무리 생각해도 답 안 나올 테니까.”

    그런 식의 대화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아마 아직 정찰도 제대로 안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저런 식으로는 절대 여기 있는 이무기를 사냥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저들의 방법이 먹히게 만들어줄 수는 있었다.

    이무기를 다스리는 용을 처리하면 된다.

    세 마리 용을 처리하면 이무기들이 모이지 않고 사방으로 흩어질 것이다.

    애초에 이무기는 무리 생활을 하는 놈들이 아니었으니까.

    적당한 거리를 두고 멀어지면 이들도 충분히 어그로 관리를 하면서 한 마리씩 사냥할 수 있으리라.

    물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강하진은 [은폐]를 쓰고 안쪽으로 쭉쭉 들어갔다.

    여기서 강하진이 할 일은 딱 하나였다. 세 마리 용을 죽이는 것.

    그리고 그 용들이 지키는 아이템을 얻는 것.

    아니, 반대다. 그 용들이 지키는 아이템을 탈취하는 게 먼저고 용을 죽이는 건 그 다음이다.

    아이템을 탈취하는 데 성공하면 용이 알아서 강하진을 쫓아올 테니까.

    여기 있는 용들은 강하진이 상대했던 충룡과는 다르다.

    일대일 상황을 만들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운 싸움이 될 것이다.

    이 [은폐]라는 스킬은 이런 상황에서 굉장히 유용했다.

    물론 일단 테스트부터 해볼 것이다.

    이무기에게 통하면 용에게도 통할 가능성이 높을 테니까.

    강하진은 [은폐]를 쓴 상태로 이무기 무리가 있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여차하면 이무기들을 우르르 이끌고 다른 곳으로 가서 처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그렇게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이무기들은 강하진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역시 은폐에 집중하니 효과가 굉장했다.

    은폐라는 건 존재를 스킬로 덮어버린다. 아마 저 이무기들은 강하진을 전혀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바람 같은 것 말이다.

    “하! 이건 또 뭐지?”

    강하진은 갑자기 이무기 무리 안쪽에서 들려온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목소리가 향하는 대상이 자신이라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강하진이 알기로 용이 말을 하지는 않는다.

    말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확인한 바가 없지만, 사실 던전에 나타나는 용은 거의 괴물에 가까웠다.

    이성보다 본능에 더 충실한 존재였다.

    그러니 저 안쪽에서 말하는 놈은 결단코 용이 아니었다.

    “몸에 씌운 거적때기 안 벗어? 바람처럼 속인다고 내가 속을 거 같아?”

    정확히 은폐를 간파했다.

    강하진은 그럼에도 은폐를 벗지 않았다. 이걸 벗으면 이무기들과 먼저 싸워야 한다.

    안쪽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검붉은 피부를 가진 인간 형태의 괴물이었다. 하체와 심장만 간신히 가리는 강철 갑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커다란 뿔이 나 있었다.

    그리고 온몸에서 위험한 마력이 넘실거렸다.

    강하진은 이런 존재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마족? 왜 마족이 여기서 나와?’

    회귀 전과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여기서 용 대신 마족이 나올 줄이야.

    당연히 회귀 전에도 많은 마족을 만났고 그들과 싸웠다.

    마족은 굉장히 강력하지만 지금 앞에 있는 마족은 그 중에서도 최하급에 불과했다.

    사실 저 정도면 용이나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용에게는 역린이라는 명확한 약점이 있지만, 저놈에게는 역린이 없다는 점이었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힘들게 머리 쓰지 마. 어차피 넌 여기서 죽을 테니까.”

    강하진은 빠르게 마력을 훑었다. 마족의 언사에 휘둘리거나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마족이 있건 용이 있건 자신이 여기서 할 일은 딱 하나였으니까.

    ‘찾았다.’

    역시나 마족이 들고 있지 않았다.

    마족 뒤쪽으로 한참 더 지나가야 있는 곳에 볼품없는 창 하나가 꽂혀 있었다.

    강하진은 자신이 움직일 동선을 짜고 계획을 세웠다.

    순식간에 계획 하나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렇게 상황에 따른 빠른 계획을 세우는 건 회귀 전에 수백 수천 번이나 했던 일이었다.

    강하진이 마족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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