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75화 (75/200)
  • < 던전 공습 1 >

    강하진은 그림자 용인을 꺼내놓은 상태로 개인 수련실에서 스킬 몇 가지를 테스트 해보고 있었다.

    명인혁에게 넘겨주기 전에 데이터를 확실히 만들어 놔야 나중에 명인혁이 쓰기 편할 테니까.

    명인혁이 해도 되지만, 명인혁은 지금 다른 일로도 바쁘니 이런 간단한 건 강하진이 처리해 주는 편이 효율적이었다.

    어차피 당분간은 던전이 모자라서 사냥도 힘들다.

    조만간 던전 공습이 시작되면 그때부터 진짜 제대로 달릴 수 있을 테니 그때까지 좀 쉬면서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려 둬야 했다.

    그렇게 막 그림자 용인이 그림자로 숨어들었을 때, 묘한 느낌이 들었다.

    강하진의 개인 수련실에 둘러놓은 마력의 막이 뚫리는 느낌이었다.

    혼자 수련하고 있을 때 누군가 침입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조치해 놓았다.

    마석을 이용해 마력의 막을 수련실에 두르고 그 마력을 실처럼 뽑아 강하진의 감각에 이은 것이다.

    그렇게 하면 마력의 막에 문제가 생길 때 강하진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지금 느낀 감각이 딱 그거였다.

    누군가 수련실에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게 누구인지는 대충 짐작이 가능했다.

    ‘드디어 분신의 주인이 왔군.’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아직 분신과의 링크가 끊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건 또 그것대로 대단했다.

    충룡의 알을 통해 분신을 전혀 다른 존재로 진화시켰는데도 분신 스킬의 링크가 끊어지지 않았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끊어지는 걸까?

    어쨌든 일단 이 안에 들어왔다는 걸 알고, 무엇을 노리는지 아는 이상 상대하기 어렵지 않았다.

    게다가 놈의 스킬까지 대충 아는 상태 아닌가.

    강하진의 감각이 수련실 내의 그림자를 슥 훑었다.

    방금 그림자 용인의 스킬을 확인하면서 그림자에 숨었을 때 그걸 구분하는 법까지 파악했다.

    웬만한 사람은 거의 모를 테지만, 아니, 강하진도 미리 알고서 대비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정말 어렵지만, 지금처럼 미리 알고서 작정하고 찾으면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강하진은 그림자를 찾은 다음 그 경로를 파악했다.

    그리고 그림자가 튀어나오는 바로 그 순간 타이밍을 맞춰서 움직였다.

    꽈득!

    최영진은 경악과 고통이 뒤섞인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목이 붙잡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어, 어떻게······!”

    강하진은 씨익 웃었다.

    “만나서 반가워. 분신 찾으러 온 건가?”

    최영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스킬을 쓰려고 했다.

    물론 강하진이 그걸 내버려 둘 리 없었다.

    파지지직!

    이럴 때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전격을 최영진의 몸으로 흘렸다.

    “끄으으윽!”

    최영진이 쓰려던 스킬이 충격 때문에 풀렸다. 하지만 정신을 잃진 않았다.

    강하진이 적절히 조절했기 때문이다.

    ‘일단······ 정보부터 확인하고.’

    다른 건 다 대충 넘기고 스킬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분신(A), 분신추적(A), 동화(A), 그림자의 손(A), 그림자숨기(A), 지켜보기(A), 그림자이동(A), 그림자폭발(A)]

    정말 대단했다. 이렇게 많은 스킬을 가진 사람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건 그림자폭발 정도인가?’

    그림자에 마력을 넣어 폭발시키는 스킬인데 반드시 자신의 그림자와 연결된 그림자만 폭발시킬 수 있었다.

    거리가 멀면 멀수록 마력이 많이 들어가고 폭발의 위력은 낮아진다.

    딱 이럴 때 쓰기 좋은 스킬이었다. 자신의 그림자와 강하진의 그림자가 겹쳐 있으니까.

    최영진은 바로 스킬을 썼다. 아니 쓰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파지직!

    “큭!”

    가벼운 전격이 몸을 훑고 지나가 스킬이 취소되었다.

    최영진은 정말 미칠 지경이었다. 대체 어떻게 아는 건지 스킬만 쓰려고 하면 정확한 타이밍에 전격이 들어왔다.

    “슬슬 포기하지?”

    최영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죽는 건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복수를 못 하게 된다는 사실은 굉장히 괴로웠다.

    “그리고 저 분신,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저게 아직도 네 분신 같아?”

    “내 분신이다. 모습은 달라졌지만 분명히 내 분신이야.”

    “그럼 네가 움직여 봐.”

    “시체를 어떻게 움직이나?”

    “네 눈에는 저게 시체로 보여?”

    “그래. 저건 시체다. 내가 손만 대면 없앨 수 있는 시체.”

    최영진은 그렇게 말하고 도발했다.

    “왜? 내가 못 할 거 같아? 내기라도 할까?”

    강하진은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다른 말을 했다.

    “보아하니 분신이 너보다 더 강한 것 같은데? 분신에 너무 힘 준 거 아냐?”

    최영진은 피식 웃었다.

    “내가 분신에 힘을 주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

    강하진이 어깨를 으쓱 했다.

    “말하기 싫으면 관둬. 그보다 널 여기로 보낸 거 최대길이지?”

    최영진은 입가에 비웃음을 띠었다.

    “누가 보냈는지 내가 말할 거 같아?”

    최영진은 그렇게 말하며 분신 스킬을 준비했다.

    그가 시도할 수 있는 마지막 패였다.

    분신을 만들어 강하진을 기습하고 그 틈에 빠져나가 저기 멍청하게 서 있는 분신을 흡수하는 것.

    그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림자 속으로 숨어서 여길 빠져나갈 것이다.

    너무 준비가 부족했다. 그리고 분신체를 흡수해야 된다는 생각에 급하게 움직인 것이 패인이었다.

    게다가 설마 강하진이 분신체와 함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다음에는 다를 거다.’

    최영진은 혹시나 강하진이 또 알아차리고 스킬을 취소할까봐 굉장히 조심스럽게 분신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강하진의 신경을 분산시키기 위해 도발을 계속했다.

    “다음에는 내가 너 꼭 엿 한 번 먹인다.”

    최영진의 말에 강하진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스킬을 쓰는 데 성공했다. 위치 지정까지 끝났다. 이제 강하진 뒤에 분신이 나타날 것이다.

    최영진은 강하진이 눈치채지 못하게 최대한 평점심을 유지했다. 흔들리면 끝이다.

    순식간에 분신이 나타났다. 그리고 나오자마자 강하진의 등을 공격했다.

    꽈득!

    꽈르르르릉!

    어느새 분신의 목을 쥔 강하진이 강력한 뇌격을 통해 분신을 죽여 버렸다.

    최영진은 강하진의 움직임을 아예 보지도 못했다.

    그는 너무 놀라 입을 쩍 벌렸다.

    자신을 쥔 채로 그렇게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자, 분신 또 만들 수 있겠어?”

    최영진의 눈동자가 극심한 공포에 흔들렸다. 방금 정말 말도 안 되는 두려운 생각이 퍼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 설마······ 일부러 분신을 만들게 놔둔 건가?”

    “너 그림자 관련 스킬 쓸 때, 몸이 흐물흐물해지는 거 몰랐지?”

    최영진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절망했다.

    “그냥 죽여라.”

    보아하니 더 분신을 만들어 낼 여력도 없어 보였다.

    강하진은 분신 하나를 더 얻은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새로 얻은 분신은 아주 유용하게 써먹어줄 것이다.

    * * *

    “씨발, 여기 대체 뭐야!”

    암시장에서 나름 칼질 좀 한다는 각성자들만 30명이 왔는데, 제대로 힘을 쓰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일단 사방에서 쏟아지는 물로 만든 창이 너무나 위협적이었다.

    그걸 신경 쓰고 있으면 언제 날아온 건지도 모를 날카로운 바람이 몸에 상처를 내고 지나갔다.

    그리고 좀 움직이려고 하면 땅에서 뭔가가 튀어나오거나 바닥이 꺼지면서 균형을 흔들어 버렸다.

    그 와중에 싸우려니 싸움이 될 턱이 없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일단 가디언스 소속 각성자들이 너무 강해서 이런 방해가 없었어도 자신들이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한데 이런 식으로 위협적인 방해가 섞이니 아예 뭘 해볼 수조차 없었다.

    그들은 가디언스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적당히 상황 봐서 빠져나가는 건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점점 초조해지니 서두르게 되고, 서두르다보니 실수가 자꾸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실수를 할 때마다 몸에 상처가 하나씩 늘어났다.

    상처가 늘어나니 체력도 빠르게 빠졌고, 체력이 모자라니 마력을 끌어다 써서 마력도 급격히 소모되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최대길 이 개새끼.”

    결국 최종적인 원망은 여기로 자신들을 보낸 최대길에게 쏟아졌다.

    그리고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두 바닥에 눕는 데에는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오래 버텼다.’

    가디언스의 강함에 비하면 제법 버틴 셈이었다. 물론 죽이지 않고 사로잡기 위해 가디언스가 힘조절을 했기 때문이었지만.

    그렇게 최영진의 분신 탈환 소동이 일단락되었다.

    * * *

    강하진은 사로잡은 30명의 각성자를 심문해 원하는 정보를 뽑아냈다.

    역시나 그들은 최대길이 보낸 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암시장의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처리하던 사람들이기도 했다.

    강하진은 그들의 증언을 영상으로 확보했다. 나중에 혹시 최대길에게 써먹을 일이 있을지 모르니 일단 준비는 해뒀다.

    그 다음 그들의 마력회로를 망가뜨린 다음, 각성자 관리청에 넘겨 버렸다.

    각성자 관리청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서 마력회로를 망가뜨린 것이다.

    아마 그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신 각성자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받은 공격을 되돌려주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던전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

    * * *

    첫 시작은 경기도 일산의 번화가였다.

    하늘에서 검은 구체가 뚝 떨어졌다.

    뉴타입 던전이었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식의 던전 생성이었다.

    그 다음은 일산에서 좀 떨어진 종로 쪽이었다.

    역시나 새까만 뉴타입 던전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그 다음은 강남, 다음은 수원이었다.

    그렇게 마치 누군가 지나가면서 하나씩 던지는 것처럼 뉴타입 던전이 툭툭 내려왔다.

    그렇게 한국에 총 25개의 던전이 생겨났다.

    난리가 났다.

    일단 각성자 관리청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래도 한 번 해봤다고 제법 빠른 속도로 각 길드와 각성자들을 적절히 배분했다.

    하지만 그런 배분 자체가 의미 없어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뉴타입 던전을 중심으로 일반 던전이 쫙 퍼지듯 생겨난 것이다.

    하나의 뉴타입 던전이 일반 던전을 30개쯤 끌어온 듯했다. 물론 던전과 던전 사이의 거리는 상당히 멀었다.

    거의 한국 전체가 던전으로 뒤덮이는 듯한 상황이 되었다. 분포가 아주 균일했다.

    각성자 관리청은 비상을 선포하고 모든 각성자들에게 던전을 닫아 달라고 요청했다.

    보통 일이 아니었다.

    만일 이 던전들이 우수수 터져 버린다면 한국 전체가 괴물로 뒤덮이게 되는 상황이었다.

    군대와 경찰 병력까지 움직였다.

    혹시나 던전이 터지면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감시를 강화하고 모자라는 인력을 동원해 순찰까지 시작했다.

    이 모든 일은 오직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었다.

    다른 나라는 아직 평소와 전혀 다를 게 없었다.

    그래도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다들 경각심을 갖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의 각성자 관리청에서는 이번 일을 한국 단독으로 처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해 외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도 언제 이런 상황이 생길지 몰라 한국으로의 각성자 파견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일단 당장은 한국 내부의 각성자들로만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한국의 모든 길드와 각성자들도 평소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일단 각 길드 본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던전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가디언스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이런 일이 발생할 걸 미리 대비해왔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일단 가디언스 본부 근처에 발생한 던전을 순식간에 정리했다.

    그리고 종로에 나타난 뉴타입 던전은 던전 브레이커에게 양보했다.

    던전 브레이커가 맡은 뉴타입 던전은 입구인 검은 구체의 지름이 2미터 정도였다.

    예전에 나타났던 던전과 비슷했다. 그러니 규모도 비슷할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뉴타입 던전을 양보한 가디언스는 그때부터 일반 던전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다른 길드와 각성자들이 뉴타입 던전에 집중할 때, 가디언스는 나머지를 쓸어버리겠다는 각오로 움직였다.

    당연히 강하진이 내린 지시였다.

    처음에는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금세 마음을 다잡고 움직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길드 마스터인 강하진의 지시는 법칙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가디언스가 그렇게 남다른 행보를 할 때, 강하진은 그들과 따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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