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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72화 (72/200)
  • < 충룡의 알 2 >

    충룡의 알이 충룡의 유충을 부르는 건 확실했다.

    강하진은 충룡의 알을 아공간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충룡의 유충을 이리저리 유인했다.

    그리고 알을 뺄 때마다 조금씩 정보를 확인했다.

    [충룡의 알]

    [암흑 파리가 용종이 되어 낳은 알. 어둠을 접하고 있을 때만 부화가 진행된다. 맹독과 바람의 숨결이 자라고 있다.]

    일단 여기까지가 바로 엿보기를 통해 확인한 정보였다.

    이놈이 자라면 예전 강하진이 잔뜩 사냥한 그 충룡의 유충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알을 낳은 놈은 뉴타입 던전의 폭발에서 나온 충룡이니, 그놈 역시 암흑 파리가 자라서 용이 된 놈이고.

    아무튼 수백 마리나 되는 충룡의 유충을 끌고 던전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예상했던 대로 다른 괴물들과 마주쳤다.

    원래 괴물끼리는 잘 싸우지 않는다.

    하지만 잘 안 싸울 뿐이지 아예 안 싸우는 건 아니었다.

    괴물끼리도 싸울 때가 있었다.

    그 중 가장 잘 알려진 건 이렇게 무리 생활을 하는 놈들이 우르르 다른 괴물의 영역으로 넘어갔을 때였다.

    수십 마리 정도가 들락거리는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이 정도 규모가 되면 이건 괴물들 사이에서도 굉장한 위협이 된다.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강하진은 충룡의 알을 들고 새로운 괴물 무리에 뛰어들었다.

    충룡의 유충이 알을 쫓는 본능은 영역에 대한 본능을 능가하는 게 분명했다.

    저렇게 미친 듯이 쫓아오는 걸 보면 말이다.

    또한 [은폐]스킬을 상쇄할 정도로 충룡의 알이 유충을 끌어들이는 힘이 강하다는 것도 알아냈다.

    지금 강하진은 [은폐]를 통해 자신과 알의 존재감을 감췄다.

    그런데도 충룡의 유충들이 미친 듯이 날아오고 있었다.

    강하진은 더 깊이 들어갔다.

    이내 이쪽 영역에 살고 있는 괴물, 얼음 거인들이 지축을 울리며 달려왔다.

    쿵쿵쿵쿵쿵!

    얼음 거인들은 충룡의 유충들을 향해 뭔가 기묘한 파장을 내뿜었다.

    아마 저게 괴물들이 서로 소통하는 방법인 모양이었다.

    한데 강하진은 그 묘한 파장에서 굉장히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히 어딘가에서 겪어본 적이 있는 파장이었다.

    그게 회귀 전인지 회귀 후인지도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쨌든 겪어봤다.

    아무튼 중요한 건, 그 파장이 아무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충룡의 유충들은 여전히 달려들었고, 결국 얼음 거인들 역시 주먹을 날렸다.

    꽈과과과과과광!

    연이어 폭음이 울렸다.

    충룡의 유충은 수백 마리나 된다. 반면 얼음 거인은 그 수가 적었다. 물론 많은 얼음 거인들이 이쪽으로 열심히 달려오고 있긴 했지만.

    강하진은 충룡의 알을 아공간에 넣었다.

    이대로 두면 유충들이 맹목적으로 알을 향해 달려들 테니 얼음 거인과 싸울 수가 없을 테니까.

    충룡의 알이 아공간에 들어간 다음 충룡의 유충들이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벌어진 싸움을 중지할 수는 없었다.

    이내 난장판이 되었다.

    충룡의 유충이 화염의 비를 뿌리고 바람의 숨결을 통해 그걸 증폭시켰다.

    얼음 거인은 충룡의 유충과 상성이 너무 안 좋았다.

    강하진은 충룡의 유충과 얼음 거인이 싸우는 동안 던전 내부를 더 탐색했다.

    그리고 총 세 종의 괴물 무리를 더 발견했다.

    강하진은 충룡의 알을 이용해 계속 충룡의 유충을 우르르 끌고 다니면서 괴물들 사이에 싸움을 붙였다.

    충룡의 유충은 이 던전 내부에서 압도적 강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어떤 괴물보다 약간씩 우위에 있는 건 사실이었다.

    강하진은 유충의 편이 되어 슬쩍 슬쩍 괴물들을 공격했다.

    놀라운 건, 충룡의 유충이 괴물들을 죽여도 레벨업을 위한 힘, 그러니까 경험치가 강하진에게 들어온다는 사실이었다.

    덕분에 이렇게 충룡의 유충들을 끌고 다니기만 해도 레벨이 하나씩 오르고 있었다.

    ‘회귀 전에 이 정도로 빠르게 레벨을 올렸으면 어떻게 됐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일 그랬다면 그렇게 뒤통수를 맞을 일이 없었을까?

    강하진은 고개를 저었다.

    회귀 전이라면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똑같이 당했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한 힘이 있었어도 마찬가지다.

    그때는 정말 바보 같은 호구였으니까.

    그런 일을 겪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행동하지도, 생각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강하진은 유충들이 나무 해파리들과 싸우는 걸 잠시 보다가 그곳을 떠났다.

    이제 나무 해파리들만 처리하면 던전의 소탕이 끝난다.

    하지만 던전의 괴물을 다 죽인다고 해서 던전이 닫히는 건 아니었다.

    던전을 닫으려면 던전 코어를 부숴야 한다.

    한데 이 뉴타입 던전에는 코어가 여러 개 있었다. 그 모두를 찾아 부수지 않으면 던전은 결국 처음 상태로 되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코어의 수는 던전에 서식하는 괴물의 종류와 관계있었다.

    이 던전에는 다섯 무리의 괴물이 있으니 일단 다섯 개의 코어가 있었다.

    그 다섯 코어를 모두 부숴야 나타나는 진짜 코어가 있는데, 그게 바로 던전 코어였고, 그걸 부숴야 던전이 닫힌다.

    강하진은 사라진 괴물 무리의 코어를 찾아 나섰다.

    코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괴물의 서식지에 있었고, 괴물이 모두 사라지면 코어가 맹렬히 마력을 내뿜는다.

    그 마력만 찾아가면 된다. 그래서 마력에 대한 감각이 중요했다.

    가까이 있다면 감각이 둔해도 얼마든지 감지할 수 있지만, 거리가 멀면 아무리 맹렬히 마력을 내뿜어도 그걸 감지하기 어려우니까.

    강하진은 마력에 대한 감각이 굉장히 뛰어났다.

    안 그래도 감각이 좋았는데, 회귀 하면서 훨씬 더 날카로워졌다.

    강하진이 코어를 하나하나 찾아 부수는 사이 나무 해파리들이 전멸했다.

    강하진은 다시 그곳으로 가서 충룡의 유충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했다.

    이제 진짜 중요한 걸 알아봐야 하는데, 충룡의 유충이 너무 많이 남았으면 적절히 숫자를 줄여야 한다.

    ‘혼자 던전에 들어와서 개체 수 조절까지 생각하다니.’

    회귀 전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아니, 솔직히 아무리 회귀를 했다고 해도, 그래서 전투 경험이 남다르다고 해도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한데 지금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염두에 둔다.

    달라지긴 정말 많이 달라졌다.

    강하진은 충룡의 유충들이 나무 해파리의 영역에서 배회하는 걸 보며 몇 마리나 되는지 확인해봤다.

    ‘몇 마리 안 되네.’

    딱 열세 마리 남아 있었다. 그나마도 다들 상처가 굉장히 심했다.

    더 약하다고는 해도 무려 네 무리나 되는 괴물들과 차례차례 싸웠으니 저 정도나마 남아 있는 것이 대단했다.

    확실히 아무리 충룡이고 유충이라고 해도 용은 용이었다.

    강하진은 충룡의 알을 꺼냈다.

    대번에 충룡의 유충들이 용틀임을 한 차례 하고는 강하진을 향해 돌진했다.

    강하진은 충룡의 알을 그대로 던져 버렸다.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충룡의 알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자, 충룡의 유충들이 즉시 방향을 바꿔 알을 향해 돌진했다.

    강하진은 [은폐]를 쓴 다음 유충들을 따라갔다.

    그 다음 벌어진 광경은 정말 놀라웠다.

    유충 한 마리가 알을 날름 삼켜 버린 것이다.

    그러자 나머지 유충들이 달려들었다.

    맹렬한 싸움이 벌어졌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남은 건 처음 알을 삼킨 그 유충이었다.

    “크워어어어어어!”

    충룡의 유충이 포효했다.

    강하진은 그걸 들으며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냥 포효가 아니라 스킬이었다.

    충룡이 가지고 있던 [포효] 스킬이 발동한 것이다.

    강하진은 반사적으로 정보를 확인했다.

    [성장중인 충룡의 유충]

    [레벨 : 221]

    [체력 : 157346, 마력 : 32000]

    [화염의 비(A), 바람의 숨결(A), 용의 포효(A), 비늘칼날(A), 위압(P)]

    레벨이 대폭 올랐다. 그리고 스킬도 늘어났다. 예전 충룡이 갖고 있던 스킬의 일부였다.

    강하진은 더 깊은 정보를 확인했다.

    [충룡의 알을 먹고 유충의 형태를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알을 하나밖에 먹지 못해 완전한 충룡이 되기에는 힘이 모자란다.]

    “그래서 그렇게 달려들었구나.”

    괴물들에게는 강해지려는 본능이 가장 컸다. 마력을 가진 각성자를 죽이고 잡아먹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한데 그 어떤 것보다 더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있으니 달려드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충룡의 알은 단지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좀 모자랐다.

    아무리 그래도 [은폐]를 뚫어버릴 정도라니.

    아무튼 강하진이 지켜보는 사이 알을 먹은 충룡의 유충이 성장을 끝냈다.

    [충룡]

    [레벨 : 324]

    [체력 : 160000, 마력 : 1000000]

    [에너지전환(A), 칼날폭풍(A), 용의 포효(A), 위압(P)]

    능력을 확인해보니 진짜 충룡의 반에도 못 미쳤다.

    일단 스킬도 몇 개 없었고, 레벨도 체력도 절반에 불과했다. 마력은 더 처참한 수준이었고.

    어쨌든 저놈만 죽이면 이제 이 던전에는 더 이상 남아있는 괴물이 없다.

    그나마 던전의 규모가 작아서 수월했다.

    강하진은 반쪽짜리 충룡에게 달려들어 단숨에 역린을 찔렀다.

    그리고 전격을 흘려 넣었다.

    꽈르르릉!

    예전에 싸웠던 충룡이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당하기 전에 벌써 비늘칼날을 쏴서 접근이 어렵게 만들었을 테니까.

    충룡이 거세게 몸을 뒤틀며 꼬리치기를 했다.

    하지만 강하진은 이미 뒤로 쭉 물러난 상태였다.

    충룡의 꼬리가 허공을 훑고 지나갔다. 그리고 꼬리가 지나간 자리에 다시 강하진이 나타났다.

    푸욱!

    강하진의 검이 아까보다 더 깊이 역린을 파고들었다.

    꽈르르르릉!

    그리고 아까보다 더욱 강력한 전격이 충룡의 내부를 바짝 구웠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니 어느새 충룡이 바닥에 누웠다.

    강하진은 남은 두 개의 코어를 부순 후, 진짜 코어가 나타나는 던전의 중심부로 향했다.

    어느새 던전의 중심부에는 땅을 뚫고 나타난 코어가 허공에 떠 있었다.

    코어는 마치 태양처럼 눈부신 빛을 쏟아냈는데, 그 빛이 전부 순수한 마력이었다.

    이렇게 마력을 뿌려 아까 강하진이 부순 코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니 이 코어는 얼마나 막대한 마력을 품고 있겠는가.

    만일 이걸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만 있다면 웬만한 마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에너지 보급원이 될 것이다.

    물론 그게 불가능하니 부숴야 하지만.

    강하진은 코어에 다가가 [분쇄]를 썼다.

    코어가 부서지면서 어마어마한 마력이 한꺼번에 풀려나 던전을 꽉 메웠다.

    그리고 그 마력과 함께 높은 격의 힘이 흘러 나왔다.

    강하진은 끝까지 그 힘에 집중했다.

    처음 코어를 깨기 전부터 준비했기에 상당한 양의 힘을 감각 안에 둘 수 있었다.

    그렇게 감각 안으로 들어온 힘은 고스란히 강하진에게 흘러들어왔다.

    강하진은 무수한 레벨업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어느새 던전 밖에 서 있었다.

    * * *

    강하진은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충룡의 알에 대해서 생각했다.

    지금 아공간에 보관 중인 충룡의 알은 총 593개 있었다.

    원래 594개였는데, 오늘 하나 써서 593개가 되었다.

    사실 좀 충격적이긴 했다. 고작 알 하나를 먹었다고 유충이 단숨에 용으로 변했으니 말이다.

    만일 그렇다면 왜 충룡은 유충들에게 자신의 알을 먹이지 않은 걸까?

    [산란]을 통해 수백 개의 알을 쏟아낼 수 있다면 그저 그걸 몇 개씩 먹이는 것만으로 완벽한 충룡으로 성장할 텐데.

    아마 할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 그 충룡은 왜 난데없이 알을 낳은 걸까?’

    만약, 알을 낳지 않았다면 좀 더 육체적이나 마력적으로 완벽한 상태로 싸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한데 굳이 알을 쏟아냈다. 그것도 사방으로.

    마치 일부러 찾기 어렵게 만들려고 한 행동 같지 않은가.

    어쨌든 이번 사냥으로 두 가지를 확실히 알아냈다.

    하나는 충룡의 알이 유충을 끌어들인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충룡의 알을 유충이 먹으면 성체로 성장한다는 것이었다.

    강하진은 왠지 충룡의 알에 더 많은 쓰임새가 있을 것 같았다.

    이건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었다.

    다만 연구 도중에 알이 부화해 유충이 튀어나온다면 정말 큰 사고가 터진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문제에는 해결책이 따르는 법이다.

    길드 본부로 향하는 강하진의 발걸음이 더욱 경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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