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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68화 (68/200)
  • < 작은 변화 2 >

    “최대길이 더미로 쓰는 모든 가짜의 위치를 파악하고 위치추적기를 붙였습니다. 진짜 최대길 역시 마찬가지입이다.”

    강하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거 정말 대단한데?”

    암시장을 상대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최대길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다.

    “일단 이 근처에 커피전문점으로 위장한 거처는 폐쇄했습니다. 건물을 팔지는 않았지만 내부의 물건을 다른 곳으로 옮긴 걸 확인했습니다.”

    “옮긴 위치도 파악했고?”

    “네.”

    명인혁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는데, 그게 오히려 더 대단해 보였다.

    정말 대수롭지 않아서 그렇게 대답했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최대길이 무언가를 찾기 위해 굉장히 무리한 일을 자주 벌이고 있습니다.”

    “무리할 만하지. 그래서?”

    “그 빈틈을 이용해 암시장에 사람 몇을 심을 수 있었습니다. 원하실 때 언제든 쓰시면 됩니다.”

    강하진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명인혁을 쳐다봤다.

    “그리고 최대길이 호위로 각성자 하나를 영입했는데, 아무래도 그 각성자가 예전 지창기 아래에 있던 자 같습니다.”

    “지창기?”

    지창기는 이제 죽고 없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확인해서 나쁠 건 없었다.

    “차후 조사가 완료되면 다시 보고하겠습니다.”

    “그래. 정말 대단하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명인혁이 또 쑥스러운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저······ 그런데 일본 쪽 말입니다.”

    “응? 일본? 왜?”

    “그쪽에서 손 떼라고 하신 이유를 제가 알 수 있겠습니까?”

    강하진은 설마 명인혁이 그런 질문을 할 줄은 몰라 잠시 멍하니 쳐다봤다.

    하지만 그의 눈을 보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궁금했던 것이다. 명인혁은 자신이 모은 정보와 상황을 종합해서 판단했을 때 굳이 손을 뗄 이유를 못 찾았기에 혹시 다른 가능성을 자신이 놓친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조만간 일본에 난리가 날 거야.”

    그리고 그건 아무리 강하진이라고 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가이아인지 뭔지도 그걸 아는지 일본 쪽에는 이레귤러가 하나도 없었다.

    대신 일본은 지난 번 재앙 때 던전이 그리 많이 터지지 않아 피해가 크지 않았다.

    굳이 이레귤러가 나서서 뭘 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었기에 이슈가 되지도 않았다.

    “무슨 난리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강하진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명인혁이나 윤경민에게 그 정도는 말해줘도 상관없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둘 다 다른 곳에 말을 흘리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뉴타입 던전이 우리나라에 일곱 개 나왔지?”

    “네. 그리고 일본에는 하나가 나왔습니다.”

    각 나라마다 수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 다섯 개 이상은 나왔다. 아무리 작은 나라라고 해도 말이다.

    한데 일본에만 유독 하나뿐이었다.

    “애초에 일본에서는 던전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고 잘 터지지도 않아. 그렇지?”

    “맞습니다. 그래서 일본 쪽은 아직도 던전을 유지하면서 부산물과 마석을 뽑아내는 기업이나 길드가 제법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맞아. 지금까지는 그랬지.”

    강하진의 의미심장한 말에 명인혁과 윤경민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지금까지 안 나왔던 건 어쩌면 힘을 응축했다가 한꺼번에 쏟아내려고 그랬던 건 아닐까?”

    물어보듯이 말했지만, 그렇게 된다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정말······ 일본에 그렇게 많은 던전이 나타날까요? 처리할 수 없을 만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냥······ 정황이 그렇다는 거지.”

    명인혁과 윤경민의 눈빛이 깊어졌다.

    강하진은 지금까지 마치 미래를 예지하는 것처럼 말하거나 움직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도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일단 그렇게만 알고 있어. 아무데도 말하지 말고. 윤 이사님도요.”

    “네. 인수한테도 말 안하겠습니다.”

    “저도 입에 지퍼 채우겠습니다.”

    윤경민은 입을 지퍼로 닫는 시늉을 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저······.”

    명인혁이 또 말을 꺼내려고 하자 강하진이 그를 쳐다봤다.

    “인수 일입니다.”

    “인수?”

    “네. 인수가 요즘 몸이 달았습니다.”

    무슨 말인지 더 설명해 보라는 듯 강하진이 눈짓했다.

    “계속 다른 길드원들을 따라다니면서 레벨을 올리고 있긴 한데, 최근에는 그게 너무 미안해서 잘 안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원래는 황수영의 일방적인 호의로 던전 브레이커에서 버스를 태워줬다.

    하지만 어느 정도 레벨이 오르자, 슬슬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되었다.

    사냥에는 아무 도움이 안 되는데, 보호는 받아야 하니 함께 하기가 점점 버거워진 것이다.

    그래서 던전 브레이커와 함께 던전에 가는 걸 중지했다.

    마침 가디언스에도 길드원이 여럿 늘어나서 길드 자체적으로 버스를 태워줄 수 있게 되었다.

    한데 이제 그것도 미안한 지경이 되었다.

    명인수는 다른 사람에게 너무 민폐가 되는 것 같아 던전에 따라가는 걸 그만뒀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려면 스킬을 써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었으니까.

    성장하는 동안에는 어떻게든 참을 수 있었는데, 이제 그것도 불가능해지니 마음이 흔들렸다.

    스킬을 쓰기가 무서운 것도 있고, 강하진이 절대 스킬을 쓰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던 것도 있어서 지금 굉장한 갈등에 휩싸여 있었다.

    “그래도 마스터의 지시를 어길 수가 없어서 참고 있긴 합니다.”

    “레벨은 좀 올랐고?”

    “43까지 올렸는데, 그 뒤로는 사냥을 하지 않아서 더 올리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안 그래도 요즘 쉬는 중이니까 내일 나한테 보내.”

    명인혁의 표정이 환해졌다.

    “네! 내일 아침에 바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명인혁이 고개를 꾸벅 숙이고 물러가자, 윤경민이 묘한 눈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런데 인수가 가진 스킬이 뭔데 못 쓰게 하신 겁니까? 굉장히 위험한 스킬입니까?”

    강하진은 그 말을 듣고 윤경민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명인수의 스킬에 대해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김지혜나 이지영에게도 제대로 말해주지 않아서 아마 다들 짐작만 하고 있을 것이다. 굉장히 위험한 스킬이라고.

    “마력을 대가로 정보를 얻어내는 스킬입니다.”

    “예? 정말요? 그거 진짜 좋은 스킬이네요.”

    “문제는 정보의 대가로 마력을 얼마나 요구하는지 모른다는 거죠.”

    “아······! 왜 못 쓰게 하셨는지 이제 이해했습니다.”

    “그래도 이제 마력도 제법 높을 테고, 마력 포션도 좋은 걸로 개발해 놨으니 목숨을 잃을 가능성은 낮을 겁니다.”

    윤경민이 화들짝 놀랐다.

    “목숨까지 내놔야 하는 스킬이었습니까?”

    “대가로 마력을 갖다 썼는데 현저히 모자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글쎄요······ 마력 대신 비슷한 다른 걸 가져가나요?”

    그리고 그 비슷한 다른 건 생명력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정말 목숨 걸어야 하는 스킬이었군요.”

    윤경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신이라면 아무리 긴박하고 간절한 상황이 오더라도 그런 스킬은 절대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아, 그리고 아공간 판매는 언제쯤부터 시작하실 겁니까? 아니, 아공간 제작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윤경민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 같은 표정과 눈빛으로 강하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마 오늘 찾아온 진짜 목적은 이거였던 모양이다.

    “마석 광산은 얼마나 확보했습니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석 광산은 전부 우리 소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해외 쪽은요?”

    “아시다시피 마석 광산이 쓸모없다고 판명난 지 오래인지라 광산 확보에 어려움은 없습니다. 굉장히 많은 광산을 확보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금도 계속 확보 중이고요.”

    윤경민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솔직히 우리나라 마석 광산이 너무 비쌉니다. 우리나라에서 광산 하나 살 돈으로 외국에서는 수십 개 살 수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가격이 1%밖에 안 하니까요.”

    한국에서 마석 광산을 사려면 싸게는 수억에서 비싼 건 수십억까지 한다.

    위치와 규모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대부분 창고로 쓴다고 여기고 판매한다.

    그리고 그건 외국도 마찬가지였다.

    그 맹점을 이용해 마석 광산을 무더기로 구입했고, 또 여전히 구하는 중이었다.

    “광산에서 일할 사람도 잔뜩 물색해 뒀습니다. 막상 구하기 시작하면 말이 새 나갈 거 같아서 준비만 철저히 해뒀습니다. 언제든 말씀만 하시면 채광이 가능합니다.”

    윤경민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그걸 보고 있으니 더 미루기가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럼 슬슬 시작하죠. 시제품은 제가 몇 개 만들겠습니다. 이건 보안이 생명인 거 아시죠?”

    “아우, 그럼요. 보안문제는 저한테 맡겨주십시오. 제가 아주 완벽하게 처리하겠습니다.”

    윤경민은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듣고 신 나서 돌아갔다.

    “또 바빠지겠네. 슬슬 두 번째 뉴타입 던전이 나올 때가 됐는데······.”

    * * *

    명인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무진 애를 쓰며 강하진을 찾아갔다.

    강하진은 담담하게 명인수를 맞이했다.

    ‘마력이 많이 늘었네.’

    레벨업을 통한 능력치 증가가 대부분 마력과 정신 쪽으로 모인 것이다.

    체력이나 민첩, 힘은 레벨에 비해 많이 낮은데, 정신과 마력은 굉장히 높았다.

    “일단 이리 와서 앉아.”

    “네.”

    명인수는 강하진 앞에 냉큼 앉았다. 무릎을 가지런히 모으고 손을 그 위에 놓은 얌전한 자세였다.

    “이거 챙기고.”

    강하진이 테이블 위에 마력 포션을 툭툭 내려놨다.

    모두 열 개나 되는 마력 포션이었다.

    명인수는 그걸 주섬주섬 챙겼다.

    “혹시 모르니까 스킬 쓰기 전에 그거 먼저 마시고 써.”

    “네.”

    마력 포션은 마력을 단숨에 올려주는 약이 아니다. 포션에 담긴 마력을 서서히 몸에 밀어 넣어준다.

    그렇기에 명인수처럼 마력을 쭉 빨아먹는 스킬을 쓰려면 포션을 먼저 먹어주는 것이 낫다.

    “일단 가벼운 정보부터 뽑아볼까?”

    “네.”

    명인수가 긴장한 표정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 담긴 호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향상심이 고스란히 보였다.

    강하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한 쪽 방향의 벽이 통유리로 되어 있기에 바깥 도로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포션 하나 들고 이리로 와.”

    “네.”

    명인수가 창가에 나란히 서자, 강하진이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저기 저 여자 보이지?”

    “빨간 자켓 입은 여자 말입니까?”

    “그래.”

    “네. 보입니다. 예쁘네요.”

    그래도 각성자라고 시력이 좋아서 여자의 얼굴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스킬 써서 저 여자 이름 알아내봐.”

    “예?”

    “포션 먼저 마시는 거 잊지 말고.”

    명인수가 어색한 표정으로 강하진과 창밖의 여자를 번갈아 바라봤다.

    “어······. 네.”

    뭔가 김이 팍 샌 명인수는 어정쩡한 표정과 자세로 포션을 마시고 스킬을 썼다.

    사실 처음 쓰는 거나 다름없었는데, 막상 써보니 원래 자주 쓰던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다.

    “최유나입니다.”

    “소모 마력은?”

    “아차.”

    마력 소모를 확인 안 했다. 한데 마력 포션을 마시는 바람에 마력은 아주 꽉 차 있었다.

    “차근차근 해. 이번엔 마력 소모량 꼭 확인하고.”

    명인수는 다시 한 번 지나가는 사람의 이름을 확인했다.

    ‘이름 확인에 마력 소모 3.’

    그리고 아까 확인했던 최유나라는 여자의 이름을 다시 확인했다.

    아는 이름을 확인하는 건데도 마력은 똑같이 3이 소모되었다. 자신이 그 정보를 원래 아는지 모르는지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자, 이번엔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알아내는 거야.”

    “모르는 사람이요?”

    “예를 들어 DM의 주인.”

    “네.”

    “마력 포션 마시는 거 잊지 말고.”

    명인수는 스킬을 썼다.

    “스팬서요. 마력 소모는 20이고요.”

    생각보다 마력 소모가 컸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현재 명인수의 마력은 무려 87이나 되니까.

    강하진은 태블릿을 들고 DM을 검색해봤다. 이미 A-마켓과 경쟁하겠다고 시장에 뛰어든 상황인지라 제법 자세한 자료가 나와 있었다.

    “여기 보면 DM의 대표이사는 케이진이라고 나와 있어.”

    “예? 정말요? 그럼 제 스킬이 틀린 건가요?”

    “가장 주식을 많이 가진 사람을 주인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

    “아······ 그렇겠네요.”

    “그럼 대주주를 스킬로 찾아봐.”

    “네.”

    명인수는 재미있는 표정으로 다시 스킬을 썼다. 물론 마력 포션을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주주는······ 제이크? 그런 사람인데요?”

    강하진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제이크는 얼마 전 조원영과 만나 수작을 꾸미던 DM측 사람이었다.

    “이상하네? 그럼 이 스팬서라는 사람은 대체 뭐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DM의 진짜 주인. 네 스킬 진짜 끝내주는구나.”

    강하진이 감탄스러운 눈으로 명인수를 쳐다봤다.

    명인수는 명인혁과 똑같은, 쑥스럽고 어색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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