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67화 (67/200)

< 작은 변화 1 >

뉴타입 던전 폭발 사태가 마무리 되었다.

일단 파주 쪽과 청주 쪽 모두 제대로 막아냈다. 터진 상황에 비해서 일반인의 피해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같은 사고를 겪었는데도 상황을 방치해 두 번째 사고가 터지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여론이 나빠지고 있었다.

일반인의 피해가 전혀 없었다면 여론을 진정시킬 구실이라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었기에 아무리 애써도 여론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파주 쪽에 투입한 군부대가 괴물들에 의해 뭉개지는 바람에 피해가 극심했다.

일반인 피해는 없었지만, 한국에서 군대는 남자라면 누구나 거쳐 가는 곳이니 실질적으로는 일반인이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파주 쪽은 청주 쪽과 달리 투입한 각성자의 피해도 컸다.

막바지에 등장한 거인들은 정말 강했고, 그 거인들이 날뛰는 바람에 각성자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된 것이다.

이번 일로 인해서 던전 브레이커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특히 황수영의 인기가 쭉쭉 올라가고 있었다.

던전 브레이커가 아니었다면 청주 던전을 막을 수 없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면서 점점 위상이 높아지고 있었다.

그 다음은 가디언스였다.

파주 쪽 던전을 막아내는 데 가디언스가 정말 큰 역할을 했기에 이름이 계속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심지어 가디언스의 길드원들이 예전 첫 번째 재앙 때 황수영과 함께 싸우던 각성자들이라는 것까지 더해져 굉장한 시너지가 일어나고 있었다.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김지혜나 이지영이 던전 브레이커 길드 소속이라고 아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한데 이번 일이 터지면서 그녀들이 가디언스 소속이라는 사실이 사람들 머릿속에 확 박혔다.

가디언스의 이름값이 그렇게 쭉쭉 올라가고 있는 반면, 강하진은 그 반대의 상황이었다.

사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단연 강하진이었다.

강하진이 아니었다면 과연 충룡을 그렇게 아무 피해 없이 잡아낼 수 있었을까?

하지만 강하진에 대한 얘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청주에서 활약한 던전 브레이커와 황수영의 얘기에 살짝 묻혀버린 것이다.

그리고 충룡을 상대한 사람이 황수영이라는 소문까지 돌면서 더더욱 강하진에 대한 얘기가 깊이 파묻히다시피 했다.

진실을 아는 사람은 당사자와 청주 던전에서 괴물을 막아낸 각성자들뿐이었다.

그들은 그런 말이 들릴 때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강하진에 대한 얘기를 했지만, 별로 큰 효과는 없었다.

황수영이 굉장히 미안해했다. 그래서 자신이 나서서 분명하게 해명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강하진이 그러지 말라고 했다.

이제부터는 굳이 자신을 감추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애써서 이름값을 얻을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이럴 때는 차라리 황수영에게 미안한 감정을 하나쯤 심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강하진은 이번에 투입한 길드원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혹시 부상을 당한 사람은 없는지, 또 부상후 후유증을 겪는 사람은 없는지, 그리고 죽은 사람은 없는지.

일단 죽은 사람은 없었고, 부상자는 많았다.

대부분은 가벼운 부상이었기에 미리 준비한 포션으로 치료했고, 중상을 입은 사람이 네 명 있었는데,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각성자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각성자 관리청은 이번 사태에 대한 보상금을 책정해서 각 길드와 각성자들에게 전달했다.

물론 보상금은 대부분 이번에 터진 던전을 관리하던 대기업과 길드에서 뽑아냈고.

관리청에서 일방적으로 정했기에 형평성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문제로 불만이 나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어차피 전례라고는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던전 브레이커와 중소 길드 연합에 지급했던 보상금이 전부였다.

물론 내부로 들어가면 좀 더 복잡한 얘기들이 있지만, 각성자 관리청에서 신경 쓸 문제는 아니었다.

그래서 대기업에서 파견한 팀이나 거대 길드 쪽에는 보상금을 많이 몰아주고, 나머지는 생색만 내는 정도로 끝내 버렸다.

물론 그럼에도 액수 자체가 상당했기에 말이 나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한데 그 예상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 * *

“이, 이게 지금 무슨 일입니까. 빨리 대책 세워서 진화하지 않고 뭣들 하는 겁니까!”

각성자 관리청장이 회의실에서 호통을 쳤다. 아니, 호통이라기보다는 발광에 더 가까웠다.

그의 얼굴이 너무 시뻘게서 저러다가 터져 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관리청장은 무시무시한 눈으로 직원들을 노려봤다.

“입이 있으면 말들을 하세요! 얼른!”

“지, 지금 더 정확한 사태를 면밀히 파악 중이니······.”

“파악하긴 뭘 파악합니까! 이렇게 난리가 났는데!”

시작은 보상금에 대한 의문이었다.

누군가 보상금 지급 기준을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당연히 각성자 관리청에서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한데 누군가가 대체 어떻게 알아냈는지 보상금 지급 기준을 알아내서 대대적으로 공개해 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바짝 마른 들판에 불이라도 붙인 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지급 기준이었던 것이다.

각성자 관리청에서는 부랴부랴 그건 사실과 다르다고 진화를 시작했지만, 그게 오히려 악수가 되어 버렸다.

보상금 입금 내역을 누군가 공개해 버린 것이다.

그때부터는 진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범인이 누군지 잡아내는 건 아예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센 여론의 바람에 직격 당한 것이다.

각성자 관리청에 대한 어마어마한 불만이 마구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비단 이번 일에 관한 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각성자 관리청이 행한 무수한 갑질과 재벌 밀어주기, 그리고 막대한 세금과 헐값에 매입하는 마석과 던전 부산물, 아이템까지.

지금까지 꾹꾹 눌러왔던 불만과 부조리가 단숨에 폭발해 버렸다.

“그······ 누군가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종하는 것 같습니다.”

차장의 말에 청장이 또 불을 토해냈다.

“누가 여론을 조종하면 우린 왜 가만히 있는 겁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가마니야! 우리도 다른 걸 터트려서 맞불을 놓든 여론을 다시 돌리든 해야 할 거 아냐!”

차장은 물론이고 직원들도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이라고 아무 일도 안 하고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었다. 아니,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했다.

한데 아무리 애써도 이번 일은 너무 크게 터져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이제 정부와 국회에서도 슬슬 움직일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여론이 너무 거세서 안 움직이면 진짜 폭동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으니까.

심지어 이번에는 수많은 각성자들까지 걸려 있어서 자칫 각성자들 사이의 싸움으로 번지면 그 혼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이럴 때 잘 써먹는 방법 있잖아! 반대 의견 내서 싸움 붙여! 그동안 넙죽넙죽 받아먹던 재벌들, 큰 길드들은 다 뭐 하고 있답니까!”

청장은 너무 흥분해서 반말과 존댓말을 마구 뒤섞어 썼다.

차장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미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별 성과가 없습니다.”

청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번 일이 보통 크게 터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거······ 나 혼자 옷 벗고 끝날 거라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세요. 우린 전부 하나입니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아시죠?”

청장은 거기까지 말하고 회의실에서 휙 나가 버렸다.

아마 저 화를 다 풀어내려면 어디 가서 여자 여럿 끼고 술을 진탕 마셔야 할 것이다.

차장은 청장이 나가자 자신이 주도해서 회의를 이끌었다.

“질책은 다 들었으니 이제 대책을 세웁시다. 각자 진행하던 건 어떻게 됐습니까?”

다들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먹히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그놈 짓인 것 같은데, 꼬리도 못 잡았습니다.”

“은행 쪽도 알아봤는데, 거기서도 못 알아낸 모양입니다.”

계속 이어지는 보고가 전부 암울한 내용뿐이었다.

차장은 결단을 내릴 시기가 왔다는 걸 깨달았다.

“던전 할당제 폐지합시다. 일단 그걸로 여론 한 번 움직여 보고 후속 대책을 논의하죠.”

던전에 관한 모든 권한을 관리청에서 쥐고 흔들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애초에 할당제도 관리청에서 알아서 만든 규정이었다.

“저······ 그걸로 여론을 흔든다고 해도 후속 조치가 바로 이어지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힘들지 않을까요?”

직원 하나가 슬그머니 제시한 의견에 차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그랬다.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마석과 던전에서 나오는 물건들 가격을 조정해야죠.”

“그 가격의 대부분이 세금이라는 거 알고 하시는 말씀입니까?”

“그러니까 그 세금을 이쪽에서 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차장이 눈을 번득였다. 그러자 직원이 말을 이었다.

“앞으로 던전을 닫는 각성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면 어떻습니까? 이쪽으로 떨어지는 세금을 그렇게 충당하면 어떻게든 여론을 좀 잠재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어쨌든 던전은 이제 위험한 존재다. 무조건 닫아야 한다. 그리고 그러려면 무언가 미끼를 걸어야 한다.

제법 큰 액수의 보상금이라면 아무 가치도 없고 위험하기만 한 던전을 닫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약간의 강제성도 필요하겠지만, 그건 좀 더 시간을 두고 제시해야 한다.

일단 지금은 터진 여론을 다시 잠재워야 하니까.

“좋아. 그렇게 하죠. 그리고 이 회의에서 있었던 일은 당분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세요. 내 말 무슨 뜻인지 다들 알죠?”

“예.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모든 직원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차장이 한 말은 이제 아무에게도 새 나가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청장에게도.

* * *

명인혁과 윤경민이 강하진을 찾아갔다.

강하진은 마침 방치되다시피 한 던전 몇 개를 닫고 막 길드로 복귀한 상황이었다.

뉴타입 던전이 나타났다고 해서 기존 던전이 사라지거나 더 이상 안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빈도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던전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었다.

그걸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큰 문제로 발전한다. 강하진은 혼자서 그런 던전을 정리하고 다녔다.

레벨업을 제대로 하려면 사실 뉴타입 던전에 가는 것이 더 좋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거기에 사냥하러 가기가 만만치 않았다.

“피곤하시죠? 빨리 보고하고 가겠습니다.”

윤경민의 말에 강하진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지금은 쉬는 중이라 정말 가볍게 사냥을 하고 있으니까요.”

혼자서 던전을 몇 개나 닫고 왔는데 저런 말을 하니 새삼 강하진이 다른 세상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얼른 끝내드리겠습니다. 일단 각성자 관리청장이 경질됐습니다.”

“예상하던 대로군요.”

“예. 여기 명인혁 군이······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명인혁이 어색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고생 많았다. 정말 큰 힘이 되네.”

“저야 뭐······.”

윤경민은 그런 명인혁의 모습을 보며 빙긋 웃었다.

일을 할 때 보면 맹수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데 이럴 때 보면 영락없이 어수룩한 청년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앞으로 던전 할당제는 사라질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혼란스럽겠군요.”

할당제가 사라졌다고 해서 아무나 마구 던전에 들어가 사냥을 하게 되는 건 아니었다.

철저한 신고제로 바뀔 뿐이니까.

이제 던전을 유지하는 행위는 금지되었다.

그리고 남은 세 개의 뉴타입 던전을 닫기로 결정하고 거기 참여할 각성자의 신청을 받고 있었다.

“우리 길드도 뉴타입 던전 사냥에 참여하고자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렇게 하세요. 그것도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네. 그럼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이번 사냥에는 보상금도 책정되어 있어서 다들 기대가 큽니다.”

“보상금이요?”

“네. 앞으로 모든 던전에 보상금을 걸고 그걸 닫는 각성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인기 없는 던전에 보상금을 많이 거는 방식이겠군요.”

“정확합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좀 바뀌는 모양입니다.”

아직은 그 정도가 전부였지만, 아마 앞으로 계속 바뀌어 나갈 것이다.

윤경민의 보고가 끝나자, 강하진은 명인혁을 쳐다봤다.

“두 가지 보고가 있습니다.”

“두 가지나?”

“네. 일단 제영 그룹과 DM에 관계된 일입니다.”

제영 그룹과 DM이라는 말에 강하진이 눈을 빛냈다. 둘 다 아주 중요한 곳이니까.

“제영 그룹이 각성자와 던전 관련 사업 전체를 일본으로 이관 중입니다.”

“전부 일본으로 간다고?”

“예. 그룹은 그대로 여기 있고, 각성자 관련한 사업만 일본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제대로 자리를 잡은 모양이지?”

사실 회귀 전에는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다.

“네. 제대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제법 일본 각성자 협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화신 그룹이나 신라, ATG 길드도 전부 일본으로 간 건가?”

“네. 맞습니다.”

강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거긴 그냥 내버려 두고 가끔 현황만 파악해.”

“예?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지금까지 제법 공을 들여서 정보를 파악해 왔기에 좀 놀랐다.

“그렇게 해. 현황 파악은 꾸준히 하고.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어. 거기 들어갈 노력을 차라리 한국 쪽에 있는 제영 그룹에 집중해.”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좋아. 두 번째는?”

“암시장 관련 보고입니다.”

강하진이 흐뭇한 표정으로 명인혁을 쳐다봤다.

정말 잘 자라주었다. 회귀 전에 조사했던 명인혁의 성격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게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다.

“그래. 애기해 봐.”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