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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66화 (66/200)

< 던전 폭발 2 >

충룡이 나타나 하늘을 향해 포효한 순간, 거대한 마력의 파동이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그것은 적아를 가리지 않고 막대한 물리적, 정신적 타격을 가했다.

충룡과 각성자 포위망 사이에 있던 괴물들 중 절반이 달려가다가 나뒹굴었고, 모든 괴물이 타격을 받아 크게 약해졌다.

그건 포위망을 구성한 각성자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각성자들은 괴물에게는 없는 걸 갖고 있었다.

그들은 미리 준비한 마력 포션을 마셨다.

충룡의 포효는 각성자들의 마력을 증발시켰다. 그리고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

마력 포션은 그럴 때 굉장히 효과적이다.

증발한 마력을 채워주고, 마력이 몸을 씻어내면서 상쾌한 기분을 전해준다.

그 상쾌함이 정신적 충격을 약간이나마 완화시키는데, 이런 순간에는 굉장한 도움이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런 충격에 정말 잘 버티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황수영이었다.

그녀는 얼른 마력 포션을 마셨다. 정신적 충격이 크지 않았는데, 마력 포션까지 마시니 아주 말끔해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창을 들었다.

“괴물들도 정신 못 차리고 있으니까 지금이 기회야!”

황수영은 포위망에서 빠져나가 괴물들을 향해 돌진했다.

꽈과과광!

그녀가 창을 휘두를 때마다 괴물이 척척 잘려 나갔다. 그리고 강력한 충격파가 그 뒤를 이어 쏟아져 나갔다.

황수영은 신 나서 쓰러진 괴물들을 공격했다.

그녀가 괴물들을 마구 썰고 있을 때, 정신을 차린 각성자들이 하나둘 합류했다.

지금이 기회라는 걸 굳이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충 분히 알 수 있었다.

절반쯤 괴물을 정리했을 때, 괴물들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흉포하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나머지 각성자들도 앞으로 달려들어 새 포위망을 구축한 뒤였다.

그렇게 줄어든 포위망은 괴물들을 더욱 압박했다.

포위망이 줄어들면서 잉여로 남게 되는 각성자들이 팀을 이뤄 안쪽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했다.

이제 남은 괴물들이 정리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황수영은 괴물들을 썰다가 저 멀리서 꿈틀거리는 용을 바라봤다.

“어우 무서워라.”

절로 무섭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충룡의 패시브 스킬인 위압의 효과였다.

그녀의 눈에 충룡의 눈높이까지 뛰어오른 강하진이 보였다.

“하여간 대단한 사람이야.”

황수영은 다시 시선을 괴물들에게로 돌렸다.

저쪽은 저쪽의 싸움을 하고, 자신은 자신의 싸움을 하면 된다.

황수영의 창이 괴물들을 다시 썰기 시작했다.

* * *

강하진은 충룡의 정보를 확인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기본적인 체력과 마력이 높은 것도 그렇지만 에너지전환 스킬을 갖고 있어서 저 마력까지 다 날려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예전 강하진이 잡았던 벼락거인은 마력이 300만이나 되는 놈이었지만, 체력이 고작 2만 뿐이라서 그래도 비벼볼 만했다.

한데 이 충룡은 마력이 400만인데다가 체력도 32만이나 되니 어느 세월에 저걸 다 깎을지 걱정이었다.

그리고 벼락거인보다 방어력도 높을 게 분명하니 시간이나 힘이 더 들어갈 것이다.

강하진은 일단 엿보기 스킬에 더 집중했다.

일단 용종의 약점은 역린이니 그걸 찾아 공격하는 건 기본이다.

하지만 그 외에 약점이 더 있다면 사냥 시간이 훨씬 단축될 것이다.

그걸 찾아보고자 함이었다.

[성충이 된 지 얼마 안 된 충룡이다. 유충일 때, 물속에서 지냈기에 물속성이 높다. 물과 관계된 속성의 공격이 무시될 확률이 높다. 전격 속성에 약점을 가진다.]

역시 확인하길 잘했다.

물과 관계된 속성을 무시한다는 건 냉기 공격의 효율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또한 불속성 공격을 하려면 저 충룡의 물속성보다 더 높은 불속성이 아니면 효율이 크게 떨어지거나 효과가 없을 수도 있었다.

일단 전격 속성에 약점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그걸 염두에 두고 싸우면 된다.

강하진은 충룡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데 충룡은 전혀 상상치 못한 행동을 했다.

꼬리를 크게 한 바퀴 돌리면서 알을 살포한 것이다.

투두두두두두!

마치 기관총을 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충룡의 알이 날아갔다.

어찌나 멀리 날아갔는지 찾는 것도 쉽지 않을 듯했다.

강하진은 반사적으로 충룡의 상태를 확인했다.

체력과 마력이 절반 이상 사라져 있었다.

[산란]스킬을 쓰려면 체력과 마력이 동시에 필요한 모양이었다.

“아, 이거 진짜 골치 아픈 놈이었네.”

설마 알을 살포할 줄이야.

강하진은 충룡의 몸에서 빠르게 이동하는 역린을 확인하고는 그대로 점프했다.

손에는 어느새 검이 들려 있었고, 검에는 새하얀 뇌기가 작열하고 있었다.

꽈르릉!

강하진의 검이 정확히 충룡의 역린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내부로 뇌기를 쏟아냈다.

서둘러야 한다. 충룡의 알에서 유충이 태어날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지만, 만일 그 시간이 짧다면, 정말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다.

아까 쏟아낸 충룡의 알은 수백 개가 넘었다.

그 알이 모조리 유충으로 변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충룡의 유충은 [맹독]과 [바람의 숨결]을 갖고 있다. 사방이 독으로 뒤덮여 어마어마한 사람이 죽어나갈 것이다.

이 주변은 말 그대로 폐허가 될 테고.

그 전에 알을 모두 찾아야만 한다.

충룡의 몸에서 칼날 같은 폭풍이 쏟아져 나왔다.

강하진은 그 순간 [공방전환]을 이용해 모든 공격력을 방어에 몰았다.

촤촤촤촤촥!

그렇게 했는데도 온몸에 생채기가 났다.

충룡의 스킬을 몸으로 막아낸 덕분에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역린에 검을 찌르며 이번엔 방어력까지 몽땅 공격에 올인했다.

꽈르르릉!

정확히 공격을 하고 스킬을 해제하며 뒤로 물러났다.

“크워어어어어!”

충룡이 고통스런 포효를 내질렀다. 고통에서 나온 거긴 하지만 그것 역시 스킬이었다. 하지만 강하진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고 마력만 낭비하는 스킬이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쓸모없는 스킬을 쓴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또 한 번 역린에 검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꽈르르릉!

“캬아아아악!”

이번엔 그냥 괴성을 내질렀다. 지독한 고통 때문에 스킬을 얹지도 못한 것이다.

강하진은 충룡과 싸우면서 끊임없이 엿보기 스킬로 체력과 마력을 확인했다.

그나마 충룡은 하위 용종인지라 강력한 회복스킬이 없어서 상대하기가 편했다.

이보다 더 상위 용종은 강력한 회복이 패시브로 걸려 있기 때문에 쉴 틈 없이 몰아쳐야만 한다.

하지만 충룡은 지금처럼 뒤로 빠져서 숨 돌릴 여유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강하진은 뒤로 빠져나오면서 [공방전환]으로 방어력을 높였다.

아니나 다를까, 충룡이 또 [칼날폭풍]을 썼다.

촤촤촤촤촤촥!

“크워어어어!”

이번엔 [용의 포효]도 함께 섞어서 썼다. 포효를 통해 마력을 증발시키고 정신을 흔들어 공격이 더 잘 먹히게 하려는 것이다.

강하진은 열심히 몸을 움직여 [칼날폭풍]을 최대한 피했다.

광역 공격 스킬이었기에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다. 몸으로 오는 몇 개 정도는 마력을 둘러 막아냈다.

온몸으로 공격을 받으면 마력이고 뭐고 둘러봐야 큰 효과가 없는데, 이런 식으로 피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

강하진은 빠르게 충룡에게 달려들었다.

충룡이 반사적으로 또 [칼날폭풍]을 썼다.

물론 강하진은 여전히 방어력을 높인 상태였다.

촤촤촤촤촥!

몸을 살짝살짝 비틀면서 마력까지 이용해 바람칼들을 흘려봤다.

생각보다 할 만 했다.

몸에 몇 개 안 맞고도 충룡에게 바짝 붙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충룡이 파놓은 함정이기도 했다. 아니,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전법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쓰지 않은 스킬 [비늘칼날]이 날아왔다.

온몸의 비늘을 세워서 사방으로 쏟아내는 스킬이었다.

충룡이 가진 스킬 중 가장 파괴력이 강한 스킬이기도 했다. 반면 비늘을 모두 쏟아내기에 온몸이 역린처럼 약점이 되어 버린다.

지나치게 접근해 절대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다음 스킬을 쓴 것이다.

그리고 강하진 역시 충룡이 이렇게 나올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전뇌화]를 썼다.

[비늘칼날]이 가진 유일한 약점 오직 물리적인 공격력만 가진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강하진이 인간 모양의 벼락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날카로운 용린들이 모조리 강하진을 통과해 지나쳐 버렸다.

강하진은 전격 속성력이 300% 증가한 위력에 500% 향상된 속도로 충룡을 향해 돌진했다.

꽈르르르릉!

강하진이 충룡을 관통하고 지나갔다.

그것이 마지막 공격이었다. 충룡은 쏟아낸 비늘을 채 회수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쿠웅!

충룡이 쓰러지자 전뇌화를 푼 강하진이 아공간에 충룡의 시체와 사방에 쏟아낸 비늘을 모조리 담았다.

마침 비늘이 회수되는 와중이었기에 전부 근처에 흩어져 있었다.

망막에 레벨이 올랐다는 글귀가 툭툭 올라갔다.

충룡을 죽였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강하진은 주위를 슥 둘러봤다. 괴물들과 열심히 싸우고 있는 각성자들이 보였다.

이제 여긴 더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 저들만으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테니까.

“그럼······ 알을 회수하러 가야지.”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 놓쳤다가 유충으로 부화하면 정말 난리가 날 테니까.

강하진은 빠르게 그곳을 벗어나 충룡의 알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워낙 멀리까지 날렸고, 날린 거리도 전부 제각각이어서 찾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강하진은 특유의 마력 감각과 엿보기 스킬의 힘을 동원해 충룡의 알을 하나하나 찾아냈다.

처음에는 그냥 깨 버릴까 하다가 혹시 몰라서 아공간에 담았다.

나중에 연구해서 용종의 다른 약점을 알아내거나, 아니면 재료로 장비 제작에 써먹는 것도 괜찮을 듯했다.

강하진은 몇 번이나 꼼꼼하게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렇게 모두 589개의 알을 획득했다.

* * *

충룡의 알을 모두 회수한 다음 각성자들이 싸우는 곳으로 돌아왔을 때는 전투가 막 끝난 시점이었다.

강하진이 다가오자 황수영이 얼른 달려가 맞이했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황수영뿐 아니라 함께 있던 모든 각성자들이 호기심과 경외가 뒤섞인 눈빛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그들 역시 강하진이 충룡과 싸우는 장면을 간간이 본 것이다.

워낙 요란하게 싸웠으니 눈에 안 띌 수가 없었다.

강하진은 마침 잘 됐다 싶어서 충룡의 알 하나를 꺼내서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아까 제가 싸운 놈은 충룡이라는 괴물입니다. 그놈이 싸우기 전에 이렇게 생긴 알을 살포했습니다.”

다들 놀란 눈으로 알을 유심히 살펴봤다.

크기는 어른 주먹 세 개 정도 뭉쳐놓은 정도였는데, 표면이 비늘로 덮여 있었다.

“제가 최대한 회수하긴 했는데, 혹시 놓친 게 있을지 모릅니다.”

알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게 충룡의 알인가요? 그나저나 충룡이면 벌레? 벌레처럼 생기진 않았던데······.”

황수영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격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뜻입니다.”

“벌레 같은 용인가요?”

“다른 용들이 벌레 취급하는 용이라는 뜻이죠. 그래도 용은 용입니다.”

황수영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용은 용이다. 아까 강하진이 싸우는 모습을 보니 자신이 싸웠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당했을 것이다.

“그럼 일단 이것부터 수색하고 다들 어디 가서 술이나 마실까요?”

다들 좋다고 환호성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인원이 제법 많으니 샅샅이 뒤지면 분명히 강하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도 다 찾아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흩어졌는데, 황수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황수영 씨는 안 찾습니까? 알에서 유충이 나오면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전 힘들게 싸웠으니까 좀 쉬어도 돼요.”

황수영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정말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황수영이 그렇게 미쳐 날뛴 덕분에 각성자들의 피해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강하진이 아공간에서 손가락 두개 정도 크기의 병을 꺼냈다. 그 안에는 황금빛 액체가 들어 있었다.

“이거 마시세요.”

황수영이 그걸 받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뭔데요?”

“몸에 좋은 약입니다. 특히 각성자들한테.”

“그래요?”

황수영이 반색하며 얼른 그 안에 있던 액체를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리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효과가 즉각 나타났다.

“우와! 이거 대체 뭐예요!”

바닥났던 기력이 빵빵하게 차올랐다. 그리고 약간의 마력이 생겨났고, 몸에 났던 작은 생채기들도 깔끔하게 사라졌다.

“다음 달부터 판매할 새 포션입니다.”

“A-마켓에서요?”

“안타깝게도 포션 만드는 재주는 없는지라.”

“이번에도 로열티 받는 건가요?”

“맞습니다. 마력 포션이랑 비슷합니다.”

“갑부 되시겠네.”

두 사람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탐색을 나섰던 각성자들이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다섯 개의 알을 찾아서 가져왔다.

그렇게 몇 번이나 샅샅이 뒤졌는데도 발견되지 않은 알이 있는 것이다.

역시 숫자의 힘은 대단하다.

그렇게 알을 회수한 다음, 모두 청주로 향했다.

오늘 청주에 있는 모든 술을 마셔서 없애버리자고 호기롭게 외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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