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61화 (61/200)
  • < 새로운 던전 3 >

    이번 뉴타입 던전 폭발 사고는 중소 길드의 영향력을 크게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던전 폭발로 튀어나온 괴물들을 막기 위해 나선 길드들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운 동지라는 의식이 생겨 길드 연합까지 결성했다.

    물론 아직 행정적 절차를 밟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심점이 되는 누군가가 하나라도 나오면 순식간에 이뤄질 일이기도 했다.

    사실 진작 생겼어야 할 단체였다.

    대기업과 거대 길드의 횡포에서 벗어나는 길은 다수가 힘을 모아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니까.

    여론은 중소 길드의 편이었다.

    아무리 언론을 장악해서 반대 여론을 형성하려고 해도 이번에 벌어진 일이 너무 컸고, 사고 초기에 대대적으로 공개되어서 작업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리고 여론이 이런 식으로 형성되면 아무리 각성자 관리청이 대기업의 편이라고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뉴타입 던전을 할당한 다음, 책임에 관한 서면 약속을 받아냈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 터진 던전 중 하나는 열 개 길드의 연합이었고, 그 열 개 길드는 말 그대로 폭삭 망했다.

    길드 재산은 각성자 관리청에서 책임 비용으로 탈탈 털어갔고, 혹시라도 은닉 자금으로 자산을 빼돌릴까봐 강도 높은 조사까지 들어갔다.

    괴물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인명 피해가 각성자에게 집중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물적 피해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물적 피해가 상당했다.

    던전 브레이커가 괴물을 막아낸 지점은 던전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거기까지 괴물이 이동하면서 논밭은 물론이고 건물까지 모조리 박살을 내 버렸으니 피해가 제법 컸다.

    그리고 괴물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던전 브레이커가 입은 피해도 문제였다.

    많은 각성자들이 부상을 입었으니까. 물론 죽은 사람은 없지만 치료에 상당한 금액이 들어갈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각성자 관리청은 그 모든 비용과 던전 브레이커에 지급해야 할 포상금까지 열 개 길드의 자산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그러니 열 개 길드가 버틸 수 있겠는가.

    길드원인 각성자 대부분이 죽은데다가 재산까지 탈탈 털렸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쪽은 문제 해결이 아주 간단했다. 어쨌든 열 개 길드를 털어서 던전 브레이커에 포상금을 지급하고 피해자들에게 돈을 지급하면 깔끔하게 끝나니까.

    반면 남은 한 쪽은 문제가 아주 심각했다.

    일단 얽힌 조직의 수가 너무 많았다.

    백 군데가 넘는 중소 길드가 이번 일에 얽혀 있었다.

    그 중에는 길드 인원이 고작 20명에 불과한 곳도 수두룩했다.

    그리고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가 운양 그룹이었다.

    당연히 운양 그룹은 아무리 각성자 관리청이라고 해도 쉽게 건드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중소 길드는 오히려 던전 브레이커보다 피해가 훨씬 컸다. 하지만 그 피해를 입으면서도 악착같이 괴물을 막아냈다.

    그러니 피해액이나 지급해야 할 보상금이 상당했다.

    하지만 운양 그룹은 물밑으로 움직여 어떻게든 보상금과 피해액을 줄이려고 애썼다.

    그 과정에서 별의 별 수를 다 썼다.

    운양 그룹은 그렇게 수작을 부리면서 시간을 질질 끌었다. 그들은 이런 싸움에서 시간을 가진 자가 무조건 이긴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오히려 던전 브레이커보다 중소 길드들이 돈에 목마른 상황인데 일이 이렇게 돌아가니 다들 힘든 상황에 처했다.

    운양 그룹은 그렇게 힘든 상황에 처한 길드에 은밀히 접근해 돈으로 회유를 시도했다.

    그게 가장 싸게 먹히는 방법이었다.

    그들의 수작은 거의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강하진의 지시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명인혁이 보고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운양 그룹 중소 길드 대응을 책임지고 있는 김경훈은 준비한 몇 가지 서류와 돈을 들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오늘 상대할 사람은 중소 길드 중에도 비교적 큰 길드인 하이클래스의 마스터인 최준혁이었다.

    그래서 오늘이 굉장히 중요했다.

    이 사람만 성공하면 앞으로 남은 작은 길드들을 설득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질 테니까.

    사방에 물밑 작업을 해뒀고, 이제 거둬들일 일만 남았다.

    오늘 결정되는 금액이 향후 남은 길드들에게 지급할 액수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일단 오늘 주는 돈보다 더 큰 돈이 나갈 일은 앞으로 없다. 오늘 만나는 길드가 가장 큰 곳이고 피해도 가장 많이 입은 곳이니까.

    김경훈은 사실 상황이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봤다.

    남은 건 길드들이 아니라 진짜 물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었다.

    물론 그건 운양 그룹이 단독으로 지급할 사항이 아니었다. 정부와 나눠서 지급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세금은 그런 데 쓰라고 내는 거지.”

    어느새 약속 장소에 도착한 김경훈은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자주 이용하는 고급 일식집이었기에 그를 보자마자 종업원이 알아서 안으로 안내해 주었다.

    상대는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김경훈은 그것 역시 당연하게 여겼다.

    “안녕하십니까. 김경훈입니다.”

    김경훈은 상대를 보자마자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명함을 내밀었다.

    최준혁은 받은 명함을 확인하고는 살짝 경직되었다.

    그 반응을 본 김경훈이 빙긋 웃었다.

    그의 명함에는 운양 미래전략 실장이라는 직책이 금색으로 찍혀 있었다.

    상대의 반응으로 보아 자신이 그룹 직계 중 한 명이라는 걸 아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얘기가 더 잘 풀릴 것 같았다. “자, 일단 앉으시죠. 어이, 여기 시작해.”

    종업원에게 음식을 내오라고 시키자, 최고급 재료로 정성스럽게 요리한 음식이 계속 들어왔다.

    옆에서는 여종업원이 무릎을 꿇고 앉아 식사 시중까지 들어줬다.

    김경훈은 아주 자연스럽게 상황을 즐겼고, 반면 최준혁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 식사가 모두 끝나고, 본격적인 얘기가 시작되었다.

    “저희가 굳이 이렇게 따로 만나 일을 처리하려는 이유는 아시다시피 저희가 시끄러워지는 문제에 굉장히 민감해서 그렇습니다. 이해하시지요?”

    “이해합니다.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그럼 얘기가 더 편해지겠군요. 저희는 앞으로도 물심양면으로 하이클래스 길드를 지원해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부디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건 1차로 지급하는 금액입니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시고 천천히 대화를 진행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김경훈이 하얀 봉투를 테이블에 놓고 슥 밀었다.

    아마 지금 한 말을 앞으로 몇 번이나 반복해서 하게 될 것이다. 소속 길드원의 수가 작은 소규모 길드는 부하직원을 보내서 처리하겠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길드는 직접 관리할 계획이었다.

    이는 미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중소 길드 연합이 결성되면 거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테니까.

    최준혁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는 김경훈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마 어제 이 시간의 자신이었다면 저 말에 냉큼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은 어제의 자신과는 달랐다.

    그는 하얀 봉투를 다시 김경훈 앞으로 밀었다.

    “받을 수 없습니다.”

    김경훈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제안을 거절하신다는 뜻입니까?”

    “시끄럽게 할 생각도 없고 이걸로 폭리를 취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저 던전 브레이커와 동등한 보상을 받으면 됩니다.”

    김경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던전 브레이커? 지금 거기랑 하이클래스를 같은 급이라고 착각하고 계신 건 아니겠지요?”

    “당연히 아닙니다. 같은 보상을 이번에 운양을 위해 나섰던 길드들이 나누면 됩니다. 그게 최소한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죽은 사람이 많으니까요.”

    “그쪽만 죽었습니까? 우리 운양의 각성자들이 이번에 얼마나 많이 죽어나간 줄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그 죽은 각성자들의 가족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하시겠지요?”

    김경훈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합니다. 그쪽에서 신경 쓸 일이 아닌 것 같군요.”

    “아뇨. 이제부터는 신경 써야 합니다. 죽은 각성자 가족들에게 부탁을 받았거든요. 우린 함께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뭐라고요?”

    김경훈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안 그래도 지금 유가족들에 대한 대책도 추진 중이었다. 당연히 그것 역시 물밑 작업을 통해 회사의 부담을 확 줄일 계획이었다.

    정부 지원도 좀 받고 말이다.

    한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골치 아파진다. 이런 사안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순간부터 여론이 들끓기 시작할 테니까.

    “후우. 얼마를 원하십니까?”

    “예?”

    “협상을 아주 잘 하시는군요. 원하는 금액을 불러보세요. 당연히 지금 하는 모든 일을 포기하는 조건입니다. 아니, 아예 그쪽이 뭉치지 못하게 방해해 주셔야겠습니다. 그러니 그걸 감안하고 액수를 불러보세요. 얼마면 됩니까?”

    최준혁이 김경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던전 할당제 폐지에 앞장서 주십시오.”

    김경훈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설마 이따위 말을 꺼낼 줄이야.

    “지금 내가 계속 저 자세로 나가니까 아주 우스워 보입니까?”

    김경훈은 코웃음을 쳤다.

    “하! 기가 막히는군. 할당제 폐지? 그게 가능할 거 같습니까?”

    김경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건 알았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합시다. 나중에 다시 연락드리죠.”

    김경훈은 대답도 듣지 않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하지만 최준혁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화를 꺼내 어딘가로 문자를 보냈다.

    오늘 만남에 대한 보고였다.

    * * *

    황수영과 밥 한 끼, 처 한 잔을 한 이후로 던전 브레이커와 가디언스의 사이가 좀 더 가까워졌다.

    물론 그건 강하진이 느끼기에 그럴 뿐이고, 사실 두 길드는 애초부터 굉장히 가까웠다.

    그런 분위기로 만드는 데, 황수영의 의도가 상당히 개입되긴 했지만.

    그리고 가디언스에서도 슬슬 본격적으로 각성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길드원을 뽑을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사항이 인성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실력이나 잠재력이 아예 꽝인 사람을 뽑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1차적으로 윤경민과 명인혁이 인성을 확인해 걸러내고, 남은 사람들은 강하진이 면접을 통해 뽑아내기로 했다.

    사실 기본적인 실력이 되는 사람만 남기려고 했는데, 강하진이 무조건 다 데려오라고 해서 그런 식으로 진행했다.

    덕분에 면접을 봐야 할 각성자의 수가 엄청났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면접일이었다.

    면접 장소는 길드 본부의 회의실이었다.

    회의실에 도착한 강하진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일찍 왔네요.”

    황수영과 정아연이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강하진을 맞이했다.

    “두 분이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도움 요청 받고 왔어요. 오늘 신입 길드원 면접 있다면서요?”

    “윤경민 씨가 부른 겁니까?”

    답은 뒤에서 들려왔다. “네. 제가 부탁드렸습니다. 아무래도 우리는 아직 이런 쪽으로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여겨서요.”

    확실히 황수영이나 정아연은 그런 쪽 경험이 많을 것이다.

    던전 브레이커는 끊임없이 신입 길드원을 받아들이면서 덩치를 불리는 중이었고, 황수영은 길드원 면접만큼은 무조건 자신이 직접 나섰으니까.

    그리고 정아연은 말할 필요도 없다. A-마켓의 중진인데 면접 경험이 얼마나 많겠는가.

    아마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의 면접을 진행한 경험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제가 알아보니까 두 분 다 아주 대단하시더라고요. 사실 보고서에 기록해 뒀는데, 안 보신 모양이네요.”

    윤경민의 말에 강하진은 며칠 전 윤경민이 잔뜩 건네준 서류더미가 떠올랐다.

    아직 그 중 절반도 다 못 읽었다.

    대체 그 많은 일을 언제 처리한 건지 보면 볼수록, 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놀라웠다.

    ‘일을 잘 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어쨌든 윤경민이 보고서까지 올린 사안인데 그걸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윤경민이 왜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는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같이 합시다.”

    물론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강하진이 모든 지원자를 다 살펴보겠다고 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때로는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이번에 복종의 팔찌를 확인하면서 그걸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냥 대충 지나치고 넘어간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다시 확인해봤다.

    모든 정신을 하나로 모을 정도로 집중해서.

    그리고 그 결과 엿보기 스킬의 숙련도가 대폭 올라갔다.

    오늘은 그 결과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날이었다.

    황수영과 정아연, 강하진과 윤경민이 면접관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가디언스의 첫 번째 신입 길드원 면접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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