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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58화 (58/200)
  • < 각성을 원하는 이유 3 >

    강하진은 최대길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혀를 내둘렀다.

    이 근방에서 사람이 가장 많은 거리에 있었다. 인파에 몸을 싣고 흐르는 대로 걸어가다가 거리 중간쯤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그 건물에는 세 개 층을 통째로 쓰는 커피전문점이 있었다. 최대길은 거기로 들어가 매장 내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매장에 손님이 정말로 많았다.

    위치추적기로 위치를 확인해보니 매장으로 쓰는 3층을 지나 4층에 있었다.

    3층까지가 매장이고 4층은 이 커피전문점의 사무실로 쓰는 모양인데, 거기가 최대길의 아지트였다.

    강하진은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 좀 떨어진 곳에서 지켜봤다.

    주위를 살펴보니 CCTV가 필요 이상으로 많았다. 아마 대부분 최대길이 관리하는 CCTV일 것이다.

    이제부터는 조심해서 움직여야 한다. 굳이 CCTV에 모습이 찍혀서 자신이 여기 있다는 걸 알려줄 필요는 없으니까.

    ‘확실히······ 번화가에 있으니 숨어 들어가기 불편하네.’

    최대길이 왜 굳이 여기에 자리를 잡았는지 알 것 같았다.

    여긴 밤에도 사람이 많은 곳이다. 근처에 24시간 영업을 하는 매장이 수두룩했으니까.

    심지어 이 커피전문점도 24시간 영업을 한다.

    근처에서 좀 살펴보니 굉장히 유명한 매장인 모양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대화에서 알바생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왔다.

    유리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니 확실히 직원들의 외모가 상당했다.

    남자고 여자고 과장 좀 보태서 아이돌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아마 야간에 일하는 사람도 다들 외모가 뛰어날 것이다.

    ‘노렸군.’

    아무리 커피 맛이 떨어져도 다른 요인이 있으면 손님이 많은 법이었다.

    하물며 저곳은 커피뿐 아니라 디저트도 유명했다.

    인적이 사라지길 기다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강하진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일단 CCTV의 위치부터 확인했다.

    ‘꼼꼼하게도 달아놨네.’

    보아하니 이 매장 근처에 있는 다른 빌딩도 최대길의 소유임이 분명했다.

    이 매장의 옥상을 찍는 CCTV가 다른 빌딩에 달려 있었으니까.

    아마 강하진처럼 시력이 뛰어난 사람이 세심히 살피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굉장히 은밀하게 감춰져 있었으니까.

    최대길이 들어간 건물은 비교적 낮은 5층 건물이었다.

    위치추적기를 수시로 살폈는데, 최대길은 5층이 아닌 4층에 머물렀다.

    어쩌면 옥상을 통해 침입하는 자들에 대한 방비가 5층에 집중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대비를 해뒀다.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건물 주위를 조심스럽게 돌면서 최대길의 위치를 계속 확인하고 있을 때, 변화가 생겼다.

    갑자기 최대길의 위치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엘리베이터라도 탄 것처럼 말이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위치가 아닌데?’

    유리벽을 통해 확인한 엘리베이터의 위치와 전혀 다른 곳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이것 봐라?’

    최대길은 계속 아래로 내려가 이내 지하로 내려갔다.

    이 건물의 지하는 1층이었다.

    절반은 주차장이고 나머지 절반은 기계실이나 관리실로 채워져 있었다.

    주차장이라고 해봐야 고작 몇 대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비좁아 거의 이용하지 않는 곳이었다.

    한데 최대길은 그런 지하1층에서 멈추지 않고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깊이로 생각하면 지하 5층은 될법한 위치였다.

    최대길이 그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기로군.’

    강하진이 눈을 빛냈다. 이제 저기에 들어가서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 * *

    최대길은 생각보다 그곳에서 오래 머물지 않았다.

    1시간쯤 지나자, 변장해서 알아볼 수 없는 최대길이 커피전문점 내부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매장으로 내려왔다.

    그는 직원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아마 최대길을 잘 아는 사람이 봐도 그가 최대길인줄 모를 것이다.

    강하진은 최대길이 1킬로미터 이상 멀어진 뒤에야 움직였다.

    후드티의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입에는 마스크를 찼다.

    옷 속에 솜 같은 것들을 채워 넣어서 체형도 다르게 만들었다.

    굳이 여길 들락거린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알려줄 필요는 없었으니까.

    [숨바꼭질] 스킬은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점점 유용해진다. 현재 사람들의 시선을 완벽히 파악할 수 있으니까.

    특히 아주 예민한 감각을 가진 사람은 일정 지역의 모든 사람들의 시야의 흐름을 예측해 완벽히 눈에 띄지 않고 그곳을 지날 수 있었다.

    지금 강하진이 하는 것처럼.

    강하진은 매장으로 들어가 완벽한 사각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교묘하게 이리저리 사각을 통해서만 움직여 매장 내 엘리베이터를 탔다.

    CCTV에는 노출될 수밖에 없지만, 그걸 대비해 후드도 쓰고 마스크도 찼으니 상관없었다.

    엘리베이터에는 4층이나 5층 버튼이 없었다. 3층까지만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였다. 아마 특별한 방법을 통해서만 4층이나 5층으로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강하진은 3층 버튼을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천장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위로 올라간 다음 뚜껑을 닫았다.

    엘리베이터가 안 데려다주면 직접 올라가면 된다.

    와이어가 보였지만 굳이 그걸 타고 올라갈 생각은 없었다. 강하진은 엘리베이터 천장 위에서 가볍게 점프했다.

    너무 힘을 강하게 주면 엘리베이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그래선 안 된다.

    탁탁.

    벽을 툭툭 찍으며 위로 올라갔다.

    밑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강하진은 3층 위, 4층에 있는 문에 착 달라붙었다.

    안쪽에서 어떤 소리나 기척이 느껴지는지 확인해봤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강하진은 문을 양손으로 잡고 강제로 열었다.

    4층에는 무수한 진열장과 책장이 있었다.

    아마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를 저걸 이용해 교묘하게 가려놓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강하진은 이미 그 위치를 파악한 뒤였다. 최대길이 직접 움직이면서 친절하게 알려준 셈이었으니까.

    최대길이 이용했던 통로의 위치는 기둥이었다.

    생각해보니 커피전문점에도 이 위치에 커다란 기둥이 있었다. 다만 그걸 인테리어를 통해 잘 꾸며서 보기 좋게 만들었을 뿐.

    그제야 최대길이 아래로 아주 천천히 내려갔던 것이 떠올랐다.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소리를 감추기 위함이었다.

    최대한 소음이 없도록 설계한 것이다.

    진열장과 책장은 확인해보지 않아도 무수한 CCTV화면을 가리기 위해 설치한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엘리베이터가 있음이 분명한 기둥 앞에 선 강하진은 이걸 어떻게 열어야 할지 잠시 살펴봤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지.’

    강하진은 기둥에 손바닥을 댔다. 그리고 [분쇄]를 썼다.

    파삭!

    마치 먼지로 만든 벽이 부서지듯 기둥 한가운데에 구멍이 뻥 뚫리며 사방에 가루가 휘날렸다.

    원래 던전 코어를 부수는 스킬인데 왠지 이렇게 쓰는 일이 더 잦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가 아니네.”

    엘리베이터의 문이 아니라 벽이 나타났다.

    강하진은 옆으로 이동해 다른 면을 부쉈다. 이번엔 제대로 부쉈다. 엘리베이터 문이 나타난 것이다.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번엔 버튼이 하나도 없었다.

    ‘철저하기도 해라.’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결국 강하진은 엘리베이터 바닥을 분쇄했다. 철판으로 만들어진 바닥에 구멍이 뻥 뚫렸다.

    다만 그동안 썼던 것과 다르게 가루가 되지는 않았다. 그냥 철판이 사방으로 찢어졌다.

    강하진은 구멍을 통해 아래로 내려갔다. 뛰어내리진 않았다. 아래에 어떤 방비가 되어있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

    이번엔 그냥 와이어를 타고 스르륵 내려갔다.

    아무리 와이어를 탄다고 해도 속도가 상당했다. 뛰어내리는 것보다 못할 뿐, 바닥까지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단단한 문이 있었는데, 이건 강제로 열리지가 않았다.

    할 수 없이 또 [분쇄]를 썼다.

    ‘이거 수리가 잘 안 되겠는데? 좀 미안해지네.’

    물론 미안하다고 해서 여길 확인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었다.

    안에 들어가니 거대한 금고가 보였다. 벽 하나가 금고로 꽉 채워져 있었다.

    지문과 홍채를 이용한 방식의 금고도 있는데, 이건 다이얼 방식이었다.

    솔직히 처음 보고는 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확인하니 왜 굳이 이걸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이건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이었다.

    ‘암시장 대단하네. 마력금고까지 갖고 있다니.’

    사실 이건 회귀 전에는 재력가들은 다들 하나씩 갖고 있었다.

    그만큼 안전한 금고였으니까.

    머릿속에 들어가 다이얼의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하면 절대 여는 게 불가능했다.

    안에서 마력이 서로 반응하는 방식을 이용하는 잠금이었으니까.

    하지만 고작 이런 시기에 이 금고를 구했을 줄은 몰랐다.

    크기는 상관없다. 던전에서 발견한 마력금고는 전부 이 크기였으니까.

    사실 아무리 강하진이라 해도 마력금고를 열 수는 없었다.

    마력금고는 굉장히 정교한 마력장치였다.

    또한 힘으로 부수는 것도 불가능하다. 마력금고가 부서질 정도의 충격을 받으면 금고 내에 존재하는 것들 역시 모조리 부서지니까.

    강하진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엿보기 스킬을 써봤다. 그냥 [엿보기]가 아니라 [당당하게 엿보기]니 뭔가 다르지 않을까?

    [예카 마력금고 3762]

    [예카가 3762번째로 제작한 마력금고. 마력교환, 마력간섭, 마력분해 세 가지 방식을 적용해 제작했다.]

    [좌352, 우17, 좌5, 우167, 좌291에 마력교환이 발생한다.]

    강하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설마 마력금고의 비밀번호까지 알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강하진은 홀린 듯이 다가가 마력금고의 다이얼을 꾹 눌렀다.

    다이얼 위에 0이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마치 붓으로 그린 듯한 글자였는데, 글자 자체가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강하진은 엿보기로 확인한 비밀번호대로 다이얼을 돌렸다. ‘352, 17······.’

    다이얼 위에 숫자가 표시되기 때문에 굳이 어렵게 계산하거나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좌우로 다이얼을 몇 번 돌리니 거짓말처럼 금고가 딸깍 열렸다.

    강하진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금고 안을 확인했다.

    의외로 금고 안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이렇게 커다란 금고를 갖다놓고 고작 저거 하나를 보관했다니 비효율의 극치였다.

    금고의 내부는 작은 방만 했다.

    그 한가운데에 작은 진열대 하나가 놓여 있었고, 그 진열대 안에는 팔찌 하나가 있었다.

    그리고 그 팔찌 옆에 둘둘 말린 종이 하나가 있었다. 아마 감정서이리라.

    강하진은 직감적으로 저 팔찌가 최대길이 각성하고자 하는 이유라는 걸 알아차렸다.

    일단 감정서부터 확인해봤다.

    [최상의 육체로 나이고정. 모든 질병 면역, 성장 잠재력 최상으로 유지. 레벨 30이상부터 효과 적용.]

    감정서만 봐도 깜짝 놀랄 정도의 아이템이었다. 강하진은 서둘러 엿보기 스킬로 팔찌를 확인했다.

    [영원한 봄(?)]

    [등급 : 영웅]

    [육체의 나이를 원하는 시기로 고정한다. 언제나 최상의 육체가 되도록 조절해준다. 각종 질병을 방어한다. 성장 잠재력을 최상으로 올려준다. 레벨30 이상이어야 효과가 적용된다.(?)]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대체 최대길이 왜 그렇게 각성자가 되고 싶어서 안달인지도 알 수 있었다.

    그는 늙어가는 것이, 그리고 건강을 잃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하긴, 나이가 많긴 하지. 그런데 저 물음표는 뭐지?’

    강하진은 심호흡을 하고는 좀 더 집중해서 스킬을 썼다.

    [당당하게 엿보기]로 볼 수 있는 정보임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예 물음표도 없었을 테니까.

    ‘떴다!’

    강하진은 정말 깜짝 놀랐다.

    물음표와 함께 원래 정보가 사라지고 다른 정보가 나타난 것이다.

    [복종의 팔찌]

    [등급 : 영웅]

    [착용자를 마르바스에게 귀속시킨다. 착용자는 힘을 제공받는 대가로 마르바스에게 절대복종한다. 마르바스의 명령이 입력되어 있다. 힘이 연결되었다고 해서 마르바스와 연락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마르바스는 바로 마지막 던전에 나왔던 최후의 마왕이다.

    설마 그놈이 이런 수작까지 부렸을 줄은 몰랐다.

    ‘과연 이 복종의 팔찌가 이거 하나뿐일까?’

    그리고 과연 회귀 전에는 이 팔찌가 없었을까?

    강하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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