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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56화 (56/200)
  • < 각성을 원하는 이유 1 >

    최대길은 왠지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했다.

    “아직 멀었나? 왜 속도가 이것밖에 안 나오는 거야?”

    그 불편함을 이렇게 쏟아내선 안 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을 도저히 다스릴 수가 없었으니까.

    “최대한 서두르고 있습니다. 안전에 치중한 차라서 더 속도가 나지 않습니다.”

    최대길도 그건 잘 알고 있었다.

    “후우. 함정 쪽 상황은?”

    “암흑가 놈들이 너무 많이 와서 제압에 시간이 걸리는 듯합니다. 일단 대기 중인 애들이 돌입할 타이밍을 재는 중입니다.”

    “강하진, 그놈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A-마켓만 끌어들이고 자기는 발을 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파악한 그놈 성향이라면 분명히 현장에 있을 텐데······. 좀 더 잘 살펴보라고 해.”

    “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잠시 후, 조수석에 앉은 사내가 최대길을 돌아보며 신중하게 말했다.

    “A-마켓이 물러났다고 합니다.”

    “피해는?”

    당연히 A-마켓 측 피해가 아니라 DM이 끌어들인 외국인 각성자들의 피해를 말함이다.

    “총 50명 중에서 15명이 전투불능, 5명이 큰 부상, 20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A-마켓 쪽은?”

    “30명 투입해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자가 15명입니다. 정확히 절반이 다친 순간 몸을 뺐습니다.”

    “그럼 다시 투입될 일은 없겠군.”

    “하지만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기 때문에 DM쪽도 상황을 제대로 수습하기 전에는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시간은 제대로 끌었어. 그쪽이 할 일은 다 했군.”

    이제 남은 건 자신이 각성 던전을 차지하는 것과 뒤늦게 투입될 DM측 각성자들을 막아내는 일이었다.

    이미 중간 중간 손을 많이 써뒀다. A-마켓을 굳이 끌어들인 이유는 중간에 손 쓴 일을 A-마켓이 한 짓으로 위장하기 위함이었다.

    그래야 더 효과적이고 이쪽의 전력을 최대한 노출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한 가지 아쉬운 건 강하진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강하진이 가디언스의 각성자들을 이끌고 직접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일 그들이 나섰다면 일이 훨씬 더 쉬워졌을 것이다.

    ‘생각 이상의 강자들이니까.’

    그리고 그들이 나서면 던전 브레이커도 한 발 걸칠 가능성이 있었다.

    사실 그쪽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했는데,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게 됐다면 이렇게 불안할 이유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도착했습니다.”

    차가 멈췄다. 최대길은 차에서 내려 천천히 몸을 풀었다.

    “암흑가 놈들이 아주 작정을 했네?”

    대체 왜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최대길에게 도움이 되니까 상관이 없었지만.

    “내가 다녀오는 동안 선호랑 선우 찾는 거 잊지 말고. 찾으면 강하진한테 위치 보내줘. 그놈 능력도 한 번 점검을 해야지.”

    “예. 다녀오십시오.”

    조수석에 있던 사내가 90도로 허리를 꺾었다.

    최대길은 미리 준비한 열 명의 각성자들과 함께 아수라장이 펼쳐진 곳으로 이동했다.

    어찌나 싸움이 치열했는지 그 튼튼한 창고 곳곳이 부서져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구멍이 뚫리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문은 좀 아슬아슬했다.

    경첩이 반쯤 떨어진 문이 대부분이었다. 아마 조금만 더 충격을 받으면 사람 하나 정도 들어갈 틈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좀 서두르지.”

    최대길은 속도를 높였다. 이미 각성 던전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기에 다른 창고를 뒤지는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도 없었다.

    열 명의 각성자가 최대길을 빈틈없이 보호하며 이동을 시작하자, 그때까지 주변에 숨어 있던 각성자들이 갑자기 나타나 달려들었다.

    수십 명이나 되는 각성자들이 달려드니 그 위압감이 어마어마했다.

    최선호와 최선우가 최대길을 잡기 위해 보낸 각성자들이었다.

    그들이 이번 함정의 핵심 중 하나였다.

    원래는 여기에 DM이 지원한 SE 용병대가 함께 있어야 완성인데, 그들은 A-마켓의 각성자들에게 발이 묶여 오지 못했다.

    최대길은 그들을 보고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애초에 예측했던 일이기에 충분히 대비도 했다.

    “일단 문부터 열지.”

    각성자 하나가 나서서 철문을 손으로 꽉 잡더니 그대로 뜯어 버렸다.

    까드드득!

    안 그래도 경첩이 아슬아슬했기에 문짝이 그대로 떨어져 나왔다.

    그 사내는 달려오는 각성자들을 향해 문짝을 냅다 던졌다.

    빙글빙글 회전하며 날아가는 거대한 철문은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몇몇은 거기에 휘말려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달려오는 각성자들의 발걸음을 늦추지는 못했다. 그들은 상당한 실력자였다.

    최대길은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열 명의 각성자들이 입구를 막고 섰다.

    그들은 작은 방패를 하나씩 들고 있었는데, 방패 한가운데 커다란 마석이 박혀 있었다.

    방패를 일제히 앞으로 내밀자, 마석에서 마력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투명한 막을 만들어냈다.

    달려온 각성자들이 막을 마구 두드렸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걸 부수려면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그렇게 부하들이 입구를 막고 있는 사이 창고 안으로 들어간 최대길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어, 없어? 없다고? 그럴 리가! 창고를 잘못 찾았나?”

    최대길의 표정이 무너졌다.

    그는 얼른 다시 창고에서 뛰쳐나갔다.

    “여기가 아니야! 다른 창고를 확인해야 돼!”

    최대길의 말에 그의 부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건 금방 끝났다. 이곳을 멀리서 포위하고 있던 최대길의 부하들이 추가로 투입된 것이다.

    그들은 나중에 상황을 정리하고 혹시 나타날지도 모를 최선호와 최선우를 잡기 위해 준비한 자들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도착할 DM의 각성자들을 막을 때도 써먹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생겼으니 이리로 올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몰려오자 최대길이 움직일 여유가 생겼다. 더 이상 최대길만 노리고 덤벼들 수 없게 된 것이다.

    최대길은 침착하게 창고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그리고 결국은 절망에 빠졌다.

    “대체 어떤 놈이!”

    여기에 각성 던전이 있었던 건 확실하다. 자신이 그것까지 속았을 리는 없었다.

    몇 번이고 확인했으니 절대 틀릴 리 없었다.

    하면 누군가 선수를 쳤다는 뜻이다.

    최대길의 눈이 분노로 타올랐다.

    상황은 점점 더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들고 있었다.

    * * *

    최대길이 절망에 빠진 순간, 강하진은 이미 그곳을 벗어나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도시에 들어섰다.

    이번 일로 얻은 것이 너무 많아서 일단 차분히 쉬면서 정리를 한 번 할 생각이었다.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발견한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마음을 정리하는 사이 주문한 커피가 나왔고, 그걸 한 모금 마신 다음, 오늘 새로 얻은 것들을 확인했다.

    일단 각성 던전을 클리어하고 얻은 아이템, 시스템 접속권이 있지만, 그건 굳이 꺼내지 않았다.

    처음 얻을 때 충분히 확인했고, 어떻게 쓸지만 결정하면 되니까.

    중요한 건 새로 얻은 스킬들이다.

    수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확인을 해둬야만 했다.

    [벼락주먹(A)]

    [주먹에 벼락의 힘을 싣는다. 속성 부여와 중복된다.]

    눈이 번쩍 뜨였다. 역시 각성 던전이라는 말을 뱉을 뻔했다. 속성 부여와 중복되는 스킬이라니.

    [피뢰침(P)]

    [전격 속성을 방어한다. 보유 속성력보다 낮은 공격이나 영향을 완벽히 튕겨낸다.]

    “이게 있었으면 각성 던전 클리어가 훨씬 쉬웠을 텐데.”

    강하진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번 각성 던전에 나온 괴물은 전부 전격 속성을 가졌다. 아마 저게 있었다면 웬만한 공격은 신경 쓸 필요도 없었으리라.

    [낙뢰(A)]

    [원하는 지점에 벼락을 부른다. 공격력은 속성력에 따른다. 한 번 쓰면 10분 동안 쓰지 못한다.]

    벼락 거인이 쓰던 스킬이었다.

    “그놈은 쿨타임 없었던 거 같은데······.”

    하지만 아마 이걸 자주 쓸 일은 없을 것이다. 벼락 거인과 싸울 때 이 스킬이 얼마나 많은 마력을 잡아먹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직감이 뛰어난 각성자나 예민한 괴물에게는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강하진이 그러했듯이.

    [에너지 전환(A)]

    [마력을 체력으로 대체할 수 있다. 그 역도 가능하다.]

    이 스킬이 언젠가 한 번 목숨을 구해줄 수도 있으리라. 다만 효과를 보려면 마력을 지금보다 훨씬 높여놔야 할 것이다.

    더 성능이 뛰어난 마력 포션도 만들면 좋고.

    [전뇌화(A)]

    [육체를 벼락으로 바꾼다. 착용한 장비도 육체로 간주한다. 물리 공격을 무시하며 모든 속도 500% 증가, 공격과 방어에 전격 속성력 300% 추가의 효과가 적용된다. 속성이 들어가지 않은 모든 스킬의 위력이 100% 상승한다. 하루에 한 번 1분간 쓸 수 있다.]

    강하진은 [전뇌화]의 정보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무슨 이런 사기 같은 스킬이 있단 말인가. 비록 쿨타임이 하루나 되고 그나마도 1분밖에 못 쓰는 스킬이지만, 그 외의 패널티가 없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잠깐 동안 벼락 거인의 몸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니, 그것도 장비를 착용한 벼락 거인이 되는 셈이니 얼마나 대단한가.

    이제 마지막 남은 칭호를 확인할 차례였다.

    [각성 던전 강탈자]

    [특정한 조건을 충족해 타인에게 주어진 각성 던전을 가로챈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모든 스킬의 위력과 효율 +10%]

    강하진은 칭호를 확인하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몇 가지 애매한 표현 때문이었다. 일단 특정한 조건을 충족했다고 하는데, 그 조건이 뭔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아마 두 번째 각성 던전 정복이 조건일 거 같긴 한데······.’

    그저 짐작일 뿐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럴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나저나 위력과 효율 +10%라······. 위력이야 공격력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효율은 뭐지?’

    이건 직접 사용하면서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짐작하는 바가 있었다. 효율이 증가한다는 건 아무래도 쿨타임 문제 아닐까?

    ‘쿨타임이 짧은 스킬로 확인을 해봐야겠네.’ 강하진이 가진 스킬은 대부분 쿨타임이 없고 마력이 많이 들어가는 종류였다.

    하지만 쿨타임이 존재하는 스킬도 몇 개 있었다. 당장 [전뇌화]만 해도 하루의 쿨타임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성장에 관계된 스킬들의 효율이 높아지면 레벨업 할 때마다 성장에 걸린 패시브 스킬로 올라가는 능력치도 10% 증가할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거 정말 굉장한 칭호인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며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문자가 도착했다.

    -최선호, 최선우 위치 확인했습니다.

    명인혁의 문자였다. 강하진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최대길이 그들의 위치를 먼저 파악했으면 아마 강하진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다.

    한데 명인혁이 먼저 위치를 보냈다는 건, 최대길보다 더 먼저 두 사람을 찾아냈다는 뜻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명인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어차피 할 일도 사라져서 허전할 텐데 일거리라도 줘야지.”

    강하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최대길에게 두 사람의 위치를 보내주었다.

    이제 최선호와 최선우는 최대길이 알아서 할 것이다. 그들의 신병을 확보하고, 암시장의 지분을 빼앗는 것부터 처리하는 일까지 전부다.

    강하진은 그걸 구경만 하다가 나중에 최대길에게 슬쩍 알려주면 된다.

    각성자가 될 방법이 있다고.

    과연 그때 최대길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너무나 궁금하고 기대됐다.

    강하진의 입가에 빙긋 미소가 맺혔다.

    * * *

    최선호와 최선우는 피투성이가 된 채 의자에 묶여 있었다.

    두 사람은 고통과 공포에 덜덜 떨면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최대길을 바라봤다.

    “혀, 형님······.”

    “누가 네 형님이냐? 내 목을 치기로 작정한 순간부터 더 이상 형 동생이 아니지. 너도 내 입장이었으면 똑같이 했을 거잖아. 그렇지? 선우야.”

    최대길은 의자 하나를 끌어와 두 사람 앞에 놓고 턱 걸터앉았다.

    “형님, 살려주십시오. 감추는 거 없이 싹 드리겠습니다. 그냥 목숨만 붙여주십시오.”

    최선호의 말에 최대길이 피식 웃었다.

    “그냥 감춰. 그거 찾아내는 것도 재미니까. 뭐, 넌 아프기만 하고 재미없겠지만.”

    최선호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직감적으로 지금까지보다 훨씬 힘든 시간이 될 거라는 느낌이 든 것이다.

    “그나저나 정말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최선호와 최선우가 침을 꿀꺽 삼키며 최대길을 바라봤다.

    “너희 정말로 각성 던전을 찾은 거 맞아?”

    “마, 맞습니다. 그거 각성 던전 맞아요. 전격 속성의 각성 던전입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최대길은 몸을 일으켰다. 이제 더 볼일은 없었다. 남은 건 그 각성 던전을 털어간 놈을 잡아 응징하는 것뿐이었다.

    돌아선 최대길의 눈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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