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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55화 (55/200)

<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3 >

강하진은 몸을 잘 숨긴 채,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봤다.

암흑가를 움직인 건 명인혁이었다.

사실 이번 작전에 들어가기 직전, 명인혁이 한 보고 때문에 강하진은 크게 놀랐다.

그가 명인혁에게 원했던 건 암흑가의 발을 묶어놓는 정도였다.

한데 명인혁은 그보다 한 술 더 떠서 아예 암흑가를 움직일 수 있도록 치밀하게 엮어놓은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최대길, 그러니까 암시장의 손길까지 파악해냈다.

명인혁이 조치를 취하지 않았어도 암흑가는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최대길이 이미 손을 써 놓은 것이다.

강하진은 그 보고를 받으며 상당한 위화감을 느꼈다.

최대길은 대체 왜 자신을 끌어들인 걸까?

정말로 A-마켓 때문일까?

솔직히 최대길 정도면 굳이 강하진을 통하지 않고서도 A-마켓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서 명인혁에게 연락해 암흑가를 움직이게 했다.

이제 곧 암흑가 놈들이 여기에 몰려올 것이다.

그리고 그 암흑가 놈들은 누구의 편도 아닌 자신들을 위해서 싸울 것이다.

암흑가 놈들 중에는 각성자도 제법 포함되어 있고, 각성자를 상대할 만한 무기를 든 놈들도 있었다.

강하진이 굳이 암흑가 놈들을 끌어들인 이유는 그 틈을 타서 각성 던전에 도전하기 위함이었다.

속성 각성 던전이 어떤 건지도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고 말이다.

‘창고는 10개. 저 중 하나에 각성 던전이 있다 이거지?’

이 근처는 지금 복마전이었다.

최선호, 최선우가 보낸 각성자들이 쫙 깔려 있었다.

그리고 더 멀리 떨어진 곳에는 최대길의 각성자들이 언제든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최대길 입장에서는 각성 던전에서 각성만 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 뒤의 안전까지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만반의 준비를 갖췄을 것이다.

아무리 강하진을 끌어들였다고 해도 말이다.

강하진의 목표는 저들이 아니라 최선호와 최선우였다.

그 둘을 잡아야 암시장이 DM에 넘어가는 걸 막을 수 있을 테니까.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순하게 풀고자 하면 아주 단순해지는 상황이기도 했다.

‘딱 목표만 생각하면 돼.’

각성 던전을 먹고, 최선호와 최선우를 처리하면 된다.

산을 돌아 이어진 도로에 버스와 승합차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암흑가 놈들이 도착한 것이다.

이내 산기슭에 차가 섰고, 그 안에서 시커먼 옷을 입은 사내들이 우르르 내렸다.

차가 워낙 많은지라 내리는 사내들의 수도 어마어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암흑가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든 조직에서 사람을 보냈으니 당연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은 물론이고 지방에 있는 조직들까지 모조리 참여했으니 그 수가 얼마나 많겠는가.

그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산기슭에 있는 창고로 향하는 장면은 마치 검은 물결이 산을 뒤덮는 듯했다.

강하진은 그 검은 물결이 창고를 지키고 있던 각성자들과 접촉한 순간 움직였다.

강하진의 목표는 먼저 각성 던전에 들어가는 거였다.

검은 물결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멀찍이 돌아서 이동한 강하진은 재빨리 창고 지붕으로 올라갔다.

창고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각성자들을 암흑가의 조직원들이 당해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암흑가 특유의 독기로 똘똘 뭉친 자들이 무더기로 덤비니 금방 결판을 낼 수는 없었다.

창고를 지키는 각성자들 사이에서도 제법 큰 피해가 속출하고 있었고.

아무튼 난리가 났기에 강하진이 몰래 움직이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창고는 두꺼운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강하진에게는 [분쇄]라는 이럴 때 쓰기 좋은 스킬이 있었다.

강하진은 몸을 숙여 거의 엎드리다시피 했다.

아무리 아래가 난장판이라도 혹시 모를 일이다. 누군가 위를 쳐다봤다가 눈이라도 마주치면 진짜 난감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숨바꼭질]스킬을 써서 이쪽으로 시야각이 나올만한 사람들의 사각은 꾸준히 확인하고 있기에 조금만 조심하면 걸릴 일은 없을 것이다.

강하진은 [분쇄]를 써서 천장에 구멍을 뚫었다.

후두두두둑!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가 바닥으로 우수수 쏟아졌다.

‘빙고!’

열 개나 되는 창고를 일일이 다 확인할 각오로 올라왔는데, 첫 번째 창고에 던전이 있었다.

강하진은 얼른 창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제법 커다란 포탈이 창고 한가운데 있었다.

‘이래서 각성 던전이라는 걸 알았나보구나.’

포탈을 전류의 회오리가 휘감고 있었다.

전격 속성을 가진 각성 던전이라는 뜻이었다.

강하진은 심호흡을 한 다음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젤리를 통과하는 듯한 던전 특유의 감각과 함께 다른 세상이 확 열렸다. ‘들어왔다!’

강하진은 깜짝 놀랐다. 혹시나 하면서도 사실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봤다.

한데 놀랍게도 각성 던전에 들어온 것이다.

강하진은 주위를 둘러봤다.

사방에 크고 작은 벼락들이 무수히 떠 있었다. 각성 던전의 속성에 걸맞은 풍경이었다.

“딱 얘기 들었던 대로네.”

다른 각성 던전에 대한 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속성을 가진 각성 던전에 대한 정보는 제법 많았다.

사방에 각 속성에 해당하는 원소가 잔뜩 떠 있고, 이내 그것이 모여 괴물을 만든다고 했다.

그리고 그 괴물을 몇 마리나 처리하느냐에 따라 생성되는 스킬의 종류나 위력이 결정되고.

파지지직!

작은 벼락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환한 빛무리와 함께 괴물 한 마리가 나타났다.

강하진은 반사적으로 정보를 확인했다.

[벼락 고블린]

[체력 : 1500, 마력 : 90]

[벼락주먹(A), 벼락폭발(P)]

[각성 던전의 최하급 괴물. 3분간 접촉을 허락하지 않으면 동료를 부른다. 최대 30마리.]

강하진은 정보를 확인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벼락폭발이라는 패시브 스킬 때문이었다. 이름으로 유추하면 분명히 액티브 스킬이어야 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내용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죽는 순간 자동으로 발동하는 스킬이었다. 죽음과 동시에 시체를 제물로 써서 반경 5미터를 벼락으로 휩쓸어 버리는 스킬이었다.

강하진이 다음으로 주목한 건, 3분 동안 접촉을 허락하지 않으면 동료를 부른다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30마리를 다 모아서 없애는 편이 낫겠지?’

각성 던전은 어떤 식으로 버티느냐, 혹은 클리어 하느냐에 따라 얻는 것이 달라진다.

당연히 더 어려운 쪽으로 버티고 해결해야 더 좋은 걸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인데······.’

그 부분은 일단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각성 던전은 1인용이다. 일단 강하진이 있는 동안은 절대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내부의 시간 흐름이 외부와 다를 수도 있었다.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벼락 고블린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 다녔다.

* * *

“후우우우.”

강하진은 호흡을 골랐다.

벼락 고블린 30마리를 처리한 다음에 나타난 건 벼락 멧돼지였다.

그것 역시 벼락 고블린에 붙은 것과 똑같은 옵션이 있었기에 30마리를 모아서 사냥했다.

그 다음에 나타난 건 벼락 고릴라였다.

그런 식으로 점점 더 강력한 괴물이 나타났다. 당연히 30마리 모아 사냥하는 옵션은 똑같이 붙어 있었고.

이제 허공에 남은 벼락들도 거의 없었다. 강하진은 직감적으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꽈르르릉!

남은 모든 벼락들이 모여 거대한 벼락을 구성했다. 그 벼락이 바닥에 내리꽂혔다.

파직! 파직! 파지지직!

마지막 괴물은 딱 한 마리였다. 하지만 생긴 것이 심상치 않았다.

마치 벼락으로 이루어진 사람 같았으니까.

[벼락 거인]

[체력 : 20000, 마력 : 3000000]

[낙뢰(A), 물리공격 무효화(P), 에너지전환(A)]

가진 스킬만 봐도 심상치 않았다.

낙뢰는 말 그대로 벼락을 내리 꽂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물리공격 무효화는 이름과 정확히 똑같은 능력을 가진 스킬이었고.

마지막으로 에너지전환은 마력을 체력으로 혹은 그 역이 가능한 스킬이었다.

“마력이 300만이니까······ 결론은 체력이 302만이라는 뜻이네.”

게다가 저놈의 능력은 저게 전부가 아니었다. 벼락으로 이루어진 거인이니 그 속도와 위력이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굳이 스킬을 쓰지 않아도 웬만한 상대는 압살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물리공격 무효니 반드시 마력을 섞어서 공격을 해야 한다.

굉장히 까다로운 괴물이었다.

“각성 던전 만만치 않은데?”

솔직히 지금까지 겪은 괴물들도 보통이 아니었다.

심지어 처음 등장한 벼락 고블린조차 무서운 괴물이었다.

“여기 각성 던전 아니었어?”

각성 던전이라는 건 일반인이 각성하기 전에 들어와 각성의 힘을 얻어가는 곳이다.

한데 물리 공격 무효가 말이 되는가.

그제야 강하진은 뭔가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더 고민하고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벼락 거인이 달려들었으니까.

꽈르릉!

그저 돌진하는 것뿐인데 천둥소리와 함께 거대한 벼락이 쏟아지는 듯했다.

강하진은 간신히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해냈다.

꽈릉! 꽈릉! 꽈릉!

벼락 거인은 그 뒤로 별다른 스킬을 쓰지도 않고 그저 주먹질과 발길질만 했다. 진짜 벼락처럼 빠르진 않았지만 눈으로 보고 반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빨랐다.

강하진은 그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벼락 거인을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했다.

일단 당장 할 수 있는 건 마력이 담긴 공격을 적중시키는 거였다.

강하진은 손에 냉기 속성을 부여했다.

현재 강하진이 쓸 수 있는 속성 중에서 가장 숙련도가 높은 속성이었다.

‘던지듯이.’

강하진은 손에 깃든 냉기를 외부로 약간 발출시켰다.

그렇게 하니 마치 냉기가 강하진의 손을 막처럼 둘러쌌다.

꽈릉!

마침 벼락 거인의 주먹이 얼굴로 날아왔다.

강하진은 냉기를 던지듯이 그 주먹을 비스듬하게 빗겨냈다.

쩡!

냉기와 충돌한 주먹의 궤적이 틀어졌다. 그러면서 냉기도 터져 버렸다.

강하진은 그 순간 벼락 거인의 체력이 줄어든 걸 분명히 확인했다.

‘먹힌다!’

강하진은 사라진 냉기를 다시 손에 둘렀다.

그 순간 정수리에서 꼬리뼈까지 뭔가 섬뜩한 기운이 관통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강하진은 다급히 옆으로 몸을 던졌다.

꽈르릉!

방금 강하진이 있던 자리에 벼락 한 줄기가 내리 꽂혔다.

벼락 거인의 스킬 [낙뢰]였다.

강하진은 바닥을 한 바퀴 굴러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 벼락 거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쩡! 쩡! 쩡!

냉기 덩어리가 벼락 거인의 몸에 연달아 적중했다.

체력이 눈에 띌 정도로 급격히 내려갔다. 그리고 곧장 마력이 체력으로 전환되었다.

강하진이 옆으로 몸을 날리고 벼락이 떨어졌다.

이번엔 마력이 쭉 줄어들었다.

강하진의 얼굴이 자신감으로 차올랐다.

공략법을 알아낸 보스는 더 이상 두렵지 않은 법이다.

그 뒤로도 계속 아슬아슬한 싸움이 이어졌다. 하지만 강하진은 단 한 번도 실수하지 않고 꾸준히 벼락 거인의 체력과 마력을 갉아냈다.

그렇게 얼마나 싸웠을까.

결국 벼락 거인이 모든 체력과 마력을 소진하고 연기 처럼 사라져 버렸다.

벼락 거인이 사라진 자리에는 황금빛 구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강하진은 구슬을 집어 들고 엿보기 스킬로 정보를 확인했다.

[시스템 접속권]

[칭호, ‘천 리길도 한 걸음부터’를 부여한다. 3/3]

강하진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천 리길도 한 걸음부터]

[자격 없는 이가 첫 걸음을 뗐을 때 얻는 칭호. 레벨 1을 부여한다.]

강하진은 그 정보를 한동안 가만히 쳐다봤다.

일반인을 각성자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인 셈이다.

그리고 최대길을 새로운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물건이기도 하고.

강하진은 황금구슬을 아공간에 넣었다.

그러자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창고 한 가운데로 다시 나온 강하진은 바깥쪽에 귀를 기울였다.

여전히 싸우는 모양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일단은 여길 벗어나야 한다.

막 천장의 구멍으로 점프하려는 순간 눈앞에 정보가 주르륵 나타났다.

[스킬 ‘벼락주먹’을 얻었습니다.]

[스킬 ‘피뢰침’을 얻었습니다.]

[스킬 ‘낙뢰’를 얻었습니다.]

[스킬 ‘에너지 전환’을 얻었습니다.]

[스킬 ‘전뇌화’를 얻었습니다.]

[칭호 ‘각성 던전 강탈자’를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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