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54화 (54/200)
  • <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2 >

    최선호와 최선우는 초조하게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번 일의 핵심은 함정으로 최대길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한데 그게 아직 확실치 않았다.

    충분한 함정을 마련했다고 자신했는데, 막상 결행 당일이 되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안해졌다.

    최대길은 정말 대단한 놈이었다. 아무리 친척이라고 해도 정이 가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눈치 챈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니까.”

    최선호가 투덜거리자 최선우가 맞장구치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두 사람이 최대길을 없애고 한국 암시장을 집어삼키고자 마음먹은 건 훨씬 오래 전 일이었다.

    한데 그걸 어떻게 알아냈는지, 두 사람이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최대길이 암살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그것뿐이면 그런가보다 하는데, 두 사람이 암살을 계획할 때마다 그 계획의 근간이 되는 조직이나 사람이 사라졌다.

    최선호와 최선우는 자신들 둘이 힘을 모아도 최대길의 역량을 넘어서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일찌감치 인정했다.

    아니, 인정해야만 했다.

    최대길을 없애려면 일단 그놈을 잡아야 한다. 한데 그게 불가능했다.

    최선호와 최선우의 능력으로는 최대길이 어디 있는지 도저히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찾아낸다 하더라도 그를 잡아낸다는 보장이 없었다. 아니, 아마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외부의 힘을 빌렸다.

    애초의 계획은 최대길을 없애는 데까지만 외부의 힘을 이용하고, 그 뒤로는 그들과의 관계를 딱 끊어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외부 세력을 접하고 나니, 더 정확히는 DM이라는 거대한 힘을 보고 나니 더 큰 욕심이 생겼다.

    암시장은 그들이 가진 것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했다.

    “그놈이 과연 그쪽으로 갈까?”

    “그동안 그렇게 원하던 건데, 당연히 갈 거야.”

    “함정인 거, 눈치 못 채야 할 텐데······.”

    “당연히 눈치채지. 우리가 누굴 상대하는지 잊었어? 최대길이야, 최대길.”

    “그럼 함정인 걸 알면서도 그리로 간다는 거야?”

    최선호가 피식 웃었다.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게 거기 있으니까.”

    “확실히 대단한 미끼이긴 하지만······.”

    최선우가 회의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긍정적으로 생각해. 만일 최대길이 안 낚이면 우리도 좋은 꼴 못 보니까.”

    그 말에 최선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렇지. 그리고 우리한테 운이 있으니까 아마 이번 일도 잘 될 거야.”

    “바로 그거야. 그게 중요해. 운이 우리한테 있다는 거. 이게 보통 운이야?”

    최선호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최선우를 바라봤다.

    “최대길은 암시장이 제대로 자리 잡은 이후부터 남은 모든 여력을 쏟아서 그걸 찾아왔어. 얼마나 간절히 바라는지 난 아주 잘 알지. 그러니까 믿어.”

    “믿지, 나도 아니까. 그냥······ 그냥 좀 불안해서 그랬어. 지금까지 100%라는 건 없다고 믿고 살아와서······.”

    최선호가 최선우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기운 내라는 듯이. 그리고 그때 문자가 도착했다.

    “왔다!”

    드디어 최대길이 미끼를 물었다. 아니, 미끼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 * *

    강하진은 최대길을 있는 그대로 믿지 않았다. 그가 분명히 꿍꿍이를 숨겼을 거라고 여겼다.

    그래서 최대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최대길은 강하진에게 많은 정보를 주었다. 어디에 자신을 유인할 함정이 마련되어 있고, 그걸 위해 어떤 놈들이 나섰고, 또 자신은 어떤 대책을 세워 두었는지 세세히 알려줬다.

    아무 생각 없이 정보를 보고 최적의 해법을 찾아나가면 분명히 최대길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이 이뤄질 것이다.

    그래서 명인혁을 통해 최대길이 준 정보가 아닌, 다른 정보를 모았다.

    최대길은 평소에도 정말 신중하게 움직였다.

    특수 분장을 통해 얼핏 봐서는 절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한 가짜를 여럿 만들어 곳곳에서 활동하게 만들었다.

    그들 역시 개개인이 뛰어난 호위를 데리고 굉장히 조심해서 활동하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어려웠다.

    그러면서 정작 진짜 최대길은 꽁꽁 숨어 있어서 찾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아마 웬만한 미끼였으면 최대길이 직접 움직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최대길은 자신이 어떤 함정을 향해 달려가는 건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함정이 어디쯤에 있고, 자신이 거길 향해 정확히 언제 어느 지점을 지나서 어디까지 가는지에 대해서만 알려주었다.

    그리고 작전을 짜는 데에는 그 정도 정보만으로도 충분했기에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 최대길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정보를 넘겨준 셈이었다.

    최대길이 한 가지 예상하지 못했던 건, 명인혁의 능력이었다.

    명인혁은 최대길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뛰어났다.

    최대길은 예전 제영 그룹 산하 흥신소에서 활동하던 정보까지 싹 훑어서 현재의 명인혁이 어느 정도 능력을 가졌는지 정확히 계산했다.

    그 정도 정보력으로는 절대 미끼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없다고 확신했다.

    그 뒤로 아무리 발전했어도 한계가 있으니까.

    하지만 명인혁은 강하진 덕분에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어쨌든 명인혁은 미끼가 무엇인지 밝혀냈다.

    “설마 각성 던전을 미끼로 쓸 줄이야.” 미끼가 바로 각성 던전이었다. 그러니 최대길이 직접 올 수밖에 없는 것이고.

    최대길이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 것이 바로 각성이었다.

    명인혁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상당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각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였다.

    실제로 그 비슷한 일을 몇 번이나 시도하기도 했고. 물론 다 실패했지만.

    한데 각성 던전이 나타났으니 아무리 그게 함정이라고 해도 어떻게 안 가볼 수 있겠는가.

    “대체 왜 각성에 그렇게 집착을 하는 거지?”

    강하진은 회귀 전에 이 근처에서 나타났던 각성 던전이 혹시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봤다.

    하지만 강하진의 기억 속에는 없는 던전이었다.

    ‘생각해보니 회귀 전에 암시장을 넘긴 놈이 최선호였지? 최대길이 아니라.’

    그러니까 그때는 이 작전이 대성공 했다는 뜻이다.

    여기서 최대길을 죽이고 암시장을 꿀꺽 삼켰으리라.

    강하진은 멀찍이 떨어져서 각성 던전이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곳을 살펴봤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있는 산자락이었는데, 산기슭에 커다란 창고 같은 건물이 일곱 개나 서 있었다.

    “그나저나······ 각성 던전이라는 걸 들어가 보지 않고 알아냈다는 뜻이니까······ 속성 형 각성 던전이겠군.”

    각성 던전은 겉보기에는 일반 던전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각성 던전 중에서 속성이 깃든 것들이 있는데, 그 던전은 겉으로 확실히 표가 났다.

    각 속성이 던전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불 속성이면 포탈이 희미하게 타오르고 있거나 하는 식이었다.

    던전에 들어가면 각 속성에 맞는 스킬과 칭호를 얻어서 나올 수 있었다.

    그 외 나머지 각성 던전에 대해서는 강하진도 아는 게 없었다.

    자신이 겪었던 두 번의 각성 던전 외에는 말이다.

    ‘내 경우에는 벼락이 꽂히면서 포탈이 열렸는데, 다른 각성 던전도 다 그런 식인가?’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어 털어버렸다. 지금 그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강하진은 다시 저 멀리 우뚝우뚝 서 있는 창고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각성자들이 과연 끝까지 욕심을 버릴 수 있을까?’

    각성자가 각성 던전에 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 아닌가.

    ‘아니, 어쩌면 해봤을 수도 있어.’

    시도했는데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무리 그래도 각성 던전을 발견했는데, 그걸 그냥 고스란히 내버려 뒀을 리가 없지 않은가.

    강하진은 다시 한 번 창고 근처에 있는 각성자들을 살펴봤다.

    표정을 집중적으로 살폈는데, 누구의 얼굴에도 탐욕이 없었다. 그저 긴장감만 가득했다.

    ‘저놈들도 분명히 다 한 번씩 시도해 봤어.’

    그게 아니라면 각성자가 각성 던전을 앞에 두고 저렇게 초연할 수는 없다.

    그래서 또 호기심이 일었다.

    ‘과연 나는 어떨까?’

    두 번의 각성 던전을 클리어한 각성자라면, 어쩌면 저 각성 던전에도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속성 스킬이야 지금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강하진은 홀린 듯이 조금씩 창고들이 서 있는 쪽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 * *

    최대길은 특수하게 제작한 승합차 안에서 편안히 누워 있었다.

    아마 지금쯤 자신의 행적이 그 괘씸한 두 놈에게 전해졌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딱 계산 대로였다.

    그냥 대충 하는 것 같지만, 계획에 맞추기 위해 지금도 최대길의 수하들이 물밑에서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 계획에서 조심해야 할 건 딱 하나였다.

    “각성 던전을 엉뚱한 놈이 채가지만 않으면 돼.”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각성 던전을 찾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다.

    “아주 하찮은 재능이라도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아.”

    요즘은 예전과 달리 각성자가 쏟아지듯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희망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제 확실히 알았다.

    “재능이 꽝이야.”

    최대길 자신에게는 재능 따위 1도 없다는 것을. 자신은 절대 각성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그런 사람이라도 각성자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각성 던전이었다.

    원리 따위 모른다. 아니, 몰라도 된다. 그저 그걸 이용해 각성만 할 수 있으면 된다.

    최대길은 자신의 거처 가장 깊고 은밀한 곳에 숨겨둔 보물을 떠올렸다.

    굳이 그 보물을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는 건, 오히려 그게 더 안전하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아무도 모르는 곳에 철통같은 보안 속에 잠자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보물이 바로 최대길이 각성하려는 이유였다.

    ‘그것만 쓸 수 있게 되면······!’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해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보물을 쓰기 위해선 최소한 30레벨이 넘어야 한다.

    사용 제한이 걸린 물건이라는 뜻이다.

    “지금 다들 어디쯤인지 위치 파악 좀 해봐라.”

    최대길이 침대에 가까운 의자에 누운 채 말하자, 조수석에 앉은 사내가 얼른 대답했다.

    “DM측 용병들이 3킬로미터 뒤에 있고, A-마켓 각성자들이 그놈들을 따라붙었습니다.”

    “좋아. 거기까진 딱 계획대로로군. 깡패 새끼들은?” “지금까지 별 움직임 없다가 지금 갑자기 어딘가로 우르르 달려가고 있습니다.”

    “뭐? 그놈들이 갑자기 왜?”

    첫 번째 변수가 생겼다.

    “알아보고 있습니다.”

    잠시 후, 사내가 다급히 보고했다.

    “그 깡패들이 우리 목적지 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이대로라면 우리보다 더 빨리 거기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사내의 다급한 어조에도 최대길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깡패 새끼들 움직인 거, 강하진이야?”

    “일단은 아닙니다.”

    “일단은? 무슨 그런 애매한 말이 있어?”

    “아시잖습니까. 그쪽에 제영 애들 붙은 거.”

    “뭐야, 그럼 조원영 그놈이 냄새를 맡은 거야?”

    조원영을 중심으로 하는 재벌과 거대 길드 연합이 암시장을 노리고 움직였다는 건 안다.

    그리고 암흑가를 들쑤시고 다녔다는 것도 안다.

    “못 움직이게 미리 손썼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DM이 데려온 외국인 용병들과 최선호, 최선우 그 두 놈만 상대하면 된다고 여겼다.

    또한 암흑가 놈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손 쓴 이유는 그쪽에는 각성자보다 일반인이 훨씬 많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놈들이 우르르 몰려들면, 과연 각성 던전이 남아날까?

    “아직 거기까지는 파악이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됐어.”

    최대길은 손을 휙 내저었다. 어차피 보고만 받는 입장이다. 저놈이 잘못한 건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의 계산이 틀어졌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시작부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