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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46화 (46/200)
  • < 재앙이 끝난 후 2 - 여기까지 무료로 연재했습니다. >

    황수영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눈앞에 앉은 네 사람을 바라봤다.

    웃고 있는 건 분명한데, 분위기는 차갑기 그지없었다.

    지금 이곳은 던전 브레이커의 회의실이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회의실도 없었는데, 이번에 길드 본부를 옮기면서 회의실을 여러 개 만들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무실만 하나 달랑 있었는데, 지금은 아예 건물을 구입해서 쓰고 있었고.

    돈을 많이 벌어서 이렇게 한 게 아니라 투자를 받은 것이다.

    A-마켓이 투자를 했는데, 사실 그 뒤에는 강하진이 있었다. 강하진이 A-마켓을 통해 던전 브레이커에 투자를 한 것이다.

    해외에 있는 다른 이레귤러들에게도 투자를 해두고 싶었지만 그들은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나갔다.

    정부 차원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퍼붓고 있었으니까.

    유독 한국에서만 이번 재앙의 영웅들에 대한 대우가 박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지금 황수영 앞에 앉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니, 이들을 부리는 자들이 있었다.

    “음······ 그러니까 저희 길드에 투자를 해주시겠다는 말씀이시죠?”

    “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쩌죠? 저희는 벌써 투자를 받았는데······.”

    “A-마켓이 던전 브레이커에 투자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이쪽 업계에서 워낙 유명했던 일이라서요.”

    A-마켓은 가디언스를 시작으로 한국의 각성자 길드에 다양한 투자를 시작했다. 던전 브레이커도 그 중 하나였고.

    사실 A-마켓을 통해서 강하진이 하는 투자가 대부분이었지만, 그건 이들이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저희가 하는 투자는, 그냥 선물 같은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선물이요?”

    “이익배당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럼 투자가 아닌 건데요?”

    “음······ 그냥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고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황수영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대가 없는 돈은 함부로 받지 말라는 가훈이 있어서······.”

    그런 가훈 따위 없다. 하지만 이들과 엮이기 싫었다. 솔직히 돈이 궁한 것도 아니었고.

    그리고 강하진만 꽉 붙들고 있으면 아마 앞으로도 계속 돈 궁할 일은 안 생길 것 같고 말이다.

    “이것 참, 곤란하네요.”

    처음 대화를 주도해갔던 사내가 난감한 표정을 짓자, 그때까지 구경만 하고 있던 다른 사람이 나섰다. 이번엔 여자였다.

    “저희 의도를 의심하고 계시는군요.”

    “에이, 의심이라뇨. 제가 그럴 깜냥이나 되나요. 전 그냥 괴물을 족치는 게 좋아서 이 짓을 하고 있을 뿐이에요. 의심, 생각, 고민 같은 거 잘 안 해요.”

    워낙 밝게 웃으며 저런 말을 하니 그게 또 잘 어울렸다.

    “솔직히 저희는 황수영씨가 의심할 거라고 여겼습니다. 저희 길드가 던전 브레이커를 흡수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하고요.”

    황수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 흡수요? 정말 그렇게 하실 건가요?”

    여자의 눈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그럴 리가요.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건 따로 있으니까요.”

    “역시, 원하는 게 있긴 있었군요. 그런 큰 대가를 줄 정도라면 원하는 것 역시 보통이 아닐 것 같은데······ 제가 그걸 드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여자는 부드럽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일단 얘기나 들어보세요.”

    “뭐······ 그러죠.”

    “우리는 던전 브레이커가 현재 얼마나 대단한 영향력과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알고 있어요. 이 정도 되는 길드를 병합하려면 진통이 만만치 않죠. 어쩌면 실패할 수도 있고요.”

    만일 시도했다가 실패한다면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우리 같은 조직은 변화를 싫어하죠. 모험도 꺼리고.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안정이에요.”

    자신들은 기득권 세력이라는 말을 길게 늘여서 한 셈이었다. 황수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던전 브레이커와 같이 걸어가고 싶어요.”

    그러니까 문을 열어줄 테니 얼른 기득권으로 들어오라는 뜻이었다.

    황수영은 일단 의심의 시선으로 그들을 봤다. 아니나 다를까, 본격적으로 그들이 원한 얘기가 나왔다.

    “한데, 황수영 씨와 함께 사냥하던 분들 말인데요. 던전 브레이커 소속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황수영은 그제야 이들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우리 소속이 아니긴 하죠.”

    “아! 다행이네요. 혹시 그분들과 만남을 주선해 주실 수 있나요?”

    황수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만나고 싶으시면 직접 연락해서 만나시면 되잖아요? 제가 주선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은데······.”

    “연락을 안 받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데 조금만 도와주세요. 아직도 자주 만나시죠?”

    “만나기는 하죠. 하지만 걔들이 만나기 싫다는 걸 억지로 만나게 해줄 생각은 없어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저 말이나 한 번 전해주세요. 그래도 황수영 씨가 얘기하면 좀 달라지지 않겠어요?”

    “걔들 영입하려고요?”

    “부정하진 않을게요. 하지만 그게 꼭 우리만 좋자고 하는 일은 아니에요. 그분들 예전에 소속되었던 길드와 사이가 안 좋거든요. 우리 쪽으로 오시면 그 문제들이 단번에 해결 될 거예요. 그러니 꼭 좀 부탁드려요.”

    황수영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알았어요. 일단 말이나 전해볼게요. 하지만 만나게 될 거라고 약속은 못 드려요.”

    “그럼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네 사람은 밝은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황수영은 즉시 윤경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래는 강하진에게 해야 하지만, 요즘 자주 만나서 그런지 윤경민 쪽이 훨씬 편했다.

    그녀는 윤경민과 한동안 통화를 하고서야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 * *

    강하진은 천천히 걸어갔다. 설마 거리를 배회하다가 저놈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하긴, 회사가 여기서 멀지 않지.’

    제영 그룹은 본사 건물이 광화문 근처에 있었다.

    강하진이 발견한 사람은 바로 제영 그룹의 후계자이자, 회귀 전 강하진의 뒤통수를 거하게 때린 놈들 중 하나인 조원영이었다.

    조원영은 혼자서 인도를 걷고 있었다.

    얼핏 보면 혼자 같지만, 사실 열 명이 넘는 경호원들이 거리를 두고 그를 지키는 중이었다.

    조원영도 각성자였고, 그를 지키는 경호원들도 전부 각성자였다.

    그러니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하진은 계속 그 뒤를 따라갔다.

    거리를 제법 뒀기에 누군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도 계속 이렇게 쫓아가면 결국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그러니 중간에 한 번 길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그 다음부터는 더 조심해서 미행해야 하고 말이다.

    슬슬 빠질까 하는데, 앞장서서 가던 각성자 몇 명이 골목으로 들어갔다.

    강하진은 이 근처 골목길을 떠올리고는 바로 옆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거의 동시에 조원영도 각성자들이 들어간 골목으로 방향을 꺾었다.

    강하진은 빠르게 이동했다. 그래서 아까 그 골목으로 들어갔을 때 지날 수 있는 교차점에 먼저 도착했다.

    거기서부터는 [숨바꼭질] 스킬을 적절히 이용하면서 골목과 골목의 교차점을 확인하고 미리 움직이는 식으로 미행을 이어갔다.

    그렇게 열심히 움직인 끝에 조원영이 어딘가로 들어가는 걸 확인했다.

    작은 술집이었는데, 아마 저 안에는 조원영이 만나려는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경호원 몇 명이 술집 입구를 지켰다. 그리고 술집 안에도 경호원들이 들어갔다.

    2층짜리 작은 건물이었는데, 근처에 있는 모든 건물이 전부 같은 높이였다.

    양 옆 건물에도 경호원들이 들어갔기에 건물 뒤로 갔다.

    건물 뒤에도 다른 건물이 바짝 붙어 있었는데, 그래도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은 있었다.

    그리고 주방으로 들어가는 문도 있었고. 당연히 경호원 한 명이 서성이는 것도 보였다.

    [숨바꼭질]을 쓰면 주방으로 들어갈 수 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보아하니 조원영은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니 위로 올라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강하진은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2층에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는데 그 옆에 붙어서 슬쩍 안을 확인했다.

    그리고 조원영이 만나는 사람이 누군지 확인할 수 있었다.

    ‘지창기?’

    조원영이 만나는 사람은 틀림없이 지창기였다.

    요즘 한창 전쟁 중이라 바쁘고 위험할 텐데 여기까지 나와서 조원영을 만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지창기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보였다. 그 중에는 외국인도 한 명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엿보기를 통해 그들이 각성자이고, 이름은 어떻게 되며, 어떤 스킬을 가졌는지는 알 수 있었지만, 그들의 소속까지 알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강하진은 일단 대화부터 들어보기로 했다. 귀에 살짝 마력을 집중하니 안쪽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렸다.

    지금 거기에만 신경 써선 안 되고, 자신이 여기 있다는 걸 들켜서는 안 되기에 지속적으로 [숨바꼭질] 스킬에 신경을 써야만 했다.

    보아하니 아래에 있는 경호원은 굳이 열심히 지킬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래도 방심하지는 않았다.

    “요즘 많이 힘든 것 같은데, 괜찮겠어?”

    조원영의 말이었다. 지창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어려울 거 없습니다. 어차피 다 어중이떠중이 아닙니까. 각성자만 좀 지원해주시면 두 달 안에 마무리 하겠습니다.”

    “두 달이라······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함께 앉아 있던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대답했다.

    “그 정도면 괜찮겠군요. 제가 B급으로 열 명 지원하겠습니다.”

    “전 C급으로 30명 지원하죠.”

    “그럼 잡일할 사람도 있어야 할 테니 제가 D급으로 100명 지원하겠습니다.”

    조원영은 빙긋 웃으며 그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럼 제가 A급 세 명을 보내도록 하죠.”

    지창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부 허리를 꾸벅꾸벅 숙였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래야 할 거야. 우리가 인내심이 깊긴 하지만, 한계가 없는 건 아니거든.”

    “명심하겠습니다.”

    “그나저나 거성은 제대로 마무리 한 거 맞지?”

    조원영의 물음에 지창기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네. 거성의 영역을 다 접수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다른 조직들과 전쟁이 벌어진 것이고.

    결국 지창기는 조원영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혼자 처리하고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서울의 암흑가는 다섯 등분 되어 있었다. 태산과 거성을 제외한 세 곳이 동시에 덤벼드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거성과의 전쟁 전이었다면 어떻게든 해결했겠지만, 아니, 거성과의 전쟁이 이렇게 길어지고 피해가 심각하지만 않았어도 해결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불가능했다.

    ‘아니, 거성이 쥐고 있던 그 엄청난 자금만 손에 넣었어도 이런 꼴은 안 당했을 텐데.’

    지창기는 하마터면 이를 갈 뻔했다. 하지만 지금 그래선 안 된다. 그는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꿀꺽 삼켰다.

    ‘그 새끼들 돈줄만 찾아도 괜찮을 텐데.’

    거성은 다섯 조직 중에서 가장 돈이 많은 조직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도 그랬는데, 감춰진 게 그보다 훨씬 많다는 걸 생각하면 아마 상상 이상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 자금을 뽑아낸 방법만 알면 좋을 텐데, 결국 그걸 알아내진 못했다.

    마지막 순간 거성의 보스인 주명우가 짓던 그 비웃음이 아직도 뇌리에서 지워지질 않았다.

    그 생각을 하니 또 이가 갈렸다.

    “아, 지 대표. 이번에 잔챙이들 정리하고 난 다음에 말이야······.”

    “네. 말씀하십시오.”

    지창기는 얼른 감정을 추스르고 조원영을 바라봤다.

    저놈이 말한 잔챙이에 자신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거슬렸지만 지금은 그냥 얌전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간단한 일 하나만 도와줘야겠어. 괜찮지?”

    “물론입니다. 말씀만 하십시오. 어떤 일입니까?”

    “뭐 별 건 아니야. 우리가 인력을 좀 보강하려고 하는데 말이야.”

    “인력 보강 말입니까?”

    “그래. 괜찮은 애들이 좀 있는데, 얘들 영입에 힘을 좀 써줬으면 해서.”

    지창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굴 원하는 건지 몰라도 제영 그룹에서 제안을 하면 거절할 각성자가 거의 없을 텐데 말이다.

    그뿐인가.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들 대기업이나 거대 길드의 책임자들이었다.

    “나 혼자 다 먹겠다는 건 아니고, 여기 있는 분들과 나눠 가지려고.”

    “누굴 영입하려고 하시는지······.”

    “왜 요즘 핫한 각성자들 있잖아.”

    순간 지창기가 멍하니 조원영을 바라봤다. 하지만 얼른 표정을 수습했다.

    “화, 황수영 말씀하시는 겁니까?”

    조원영이 손을 휙 내저었다.

    “에이, 내가 황수영까지 원하면 욕심 때문에 오버하는 거지. 뭐, 얻으면 더 좋겠지만.”

    그렇다면 누굴 원하는지 확실해졌다.

    황수영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를 원하는 것이다. 그녀와 함께 사냥하던 아름다운 여자들 전부를 말이다.

    “어때? 가능하겠지?”

    “노력해보겠습니다.”

    확답을 해줄 수 없었다. 그녀들은 전부 상당한 실력자였다. 그리고 함부로 힘을 쓰다간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었다.

    ‘그래서 나한테 떠넘기는 거겠지만. 이 개새끼들, 진짜······ 상종 못할 새끼들이야.’

    조원영은 고개를 저었다.

    “노력 말고 결과를 가져와야지. 노력은 누구나 다 하는 거잖아? 중요한 건 잘 해서 좋은 결과를 내야지. 안 그래?”

    “예.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 알아볼 만큼 알아봤어. 지 대표가 충분히 처리할 수 있으니까 염려하지 말고.”

    “예?”

    “알아보니까 그것들 전부 같은 길드 소속이더라고.”

    “던전 브레이커 소속이었단 말입니까?”

    “아니, 가디언스.”

    “가디언스라면······.”

    “A-마켓이 길드 몇 개 후원하는 거 알지? 그 중 하나야. 하여간 그 새끼들 빠르긴 빠르다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승승장구하는 거겠지만 말이야.”

    지창기는 왠지 다음 말을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A-마켓과 관련된 길드를 좀 정리하자고. 슬슬 우리나라에서 그놈들을 몰아낼 때가 된 거 같으니까.”

    “A-마켓을······ 몰아낸단 말입니까? 그럼 반발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A-마켓은 그저 단순한 유통업체가 아니었다. 던전 관련한 물품을 한 손에 틀어쥐고 있는 슈퍼갑이었다.

    게다가 정부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이 한국에서 철수해 버린다면 한국의 각성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그건 우리가 알아서 해.”

    조원영은 그렇게 말하며 한 쪽에 앉아 있는 외국인을 힐끗 쳐다봤다.

    “그러니까 지 대표는 그냥 시키는 일만 처리해. 할 수 있어, 없어? 그것만 말해.”

    조원영은 그렇게 말하며 서류 몇 장을 툭 던졌다.

    A-마켓이 후원하는 길드에 대한 모든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서류였다.

    그걸 확인한 지창기가 자신 있게 말했다.

    “당연히 할 수 있습니다.”

    “거기 가디언스는 특별히 신경 좀 쓰라고. 거기 소속 애들이 다 우리한테 들어와야 하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 뒤로 소소한 대화가 이어졌다.

    밖에서 그 모든 대화를 듣고 있던 강하진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뒤이은 대화를 통해 안에 있는 자들의 정체를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

    ‘벌써 A-마켓을 쳐내려고 한다고?’

    사실 회귀 전에도 있었던 일이긴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강하진은 왠지 저 안에 있는 외국인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DM이 벌써 움직이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하지만 빨라진 게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강하진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며 저들의 대화에 다시 집중했다.

    뭐 하나라도 얻어갈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얻어가야 했다.

    ‘명인혁이 우리 정보를 얼마나 잘 가렸는지 모르겠군.’

    강하진은 안쪽에서 여자들이 우르르 들어와 거한 술판이 벌어지기 시작하자 조용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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