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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40화 (40/200)
  • < 그래도 재앙은 재앙이다 2 >

    다들 당황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아주 명확히 아는 자가 있었다.

    “여기 보이는 던전부터 정리합시다.”

    “예? 아, 예. 그, 그래야지요.”

    다들 여전히 멍했다. 그걸 본 강하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저 던전들이 터지기 전에 안에서 싹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 그래야지요. 맞아요. 저걸 방치하면 안 되죠.”

    저렇게 많은 던전이 터진다면 아마 그 여파는 아무리 대단한 각성자가 오고 아무리 많은 군대를 동원한다고 해도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만 할 것이다.

    다들 그런 생각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강하진만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게 말로만 듣던 각성자 던전이로군.’

    만일 재앙을 막기 위해 미리 움직이지 않았다면 무언가를 얻기가 거의 불가능했을 던전이다.

    저건 재앙이 일어날 때, 각성자 근처에 나타나는 던전이었다. 각성을 시켜주는 각성 던전과는 다르다.

    각성자에게 보상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던전이었다.

    당연히 저기 있는 던전 중에서 각성자 한 명당 하나의 던전만 각성자 던전이고 나머지는 괴물만 득실거리는 던전이었다.

    각성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던전이었기에 다른 각성자는 들어가 봐야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하지만 도와줄 수는 있었다.

    강하진이 회귀하기 전에는 사방에서 던전이 터져 괴물이 세상을 휩쓰는 와중에 저 던전들이 나타났다.

    그러니 저기서 제대로 무언가를 얻은 각성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아니, 거의 없었다.

    정확히 그들이 뭘 얻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기에 들어가서 무언가를 얻은 각성자들은 확실히 강해졌다.

    “보이는 순서대로 처리하죠. 다 함께 움직입니다.”

    “다 함께요? 강하진씨는 혼자 다니는 편이 낫지 않아요? 우리도 셋이면 던전 하나 처리하는 건 가능할 거 같은데.”

    황수영이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계속 그래 왔기에 의문을 갖는 게 당연했다.

    “이번엔 같이 하죠. 마음에 걸리는 것도 좀 있고.”

    강하진이 그렇게 하자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황수영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요. 강하진 씨랑 같이 하면 훨씬 빨리 닫을 수 있어서 좋긴 하죠.”

    강하진은 명인혁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가디언스 길드원들 근처에 나타난 던전들은 반드시 다들 힘을 모아서 전부 클리어 하라고.

    명인수와 유동훈은 전투형 각성자가 아니라서 같이 던전을 돌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꼭 그래야 한다.

    강하진은 간략하지만 최대한 정보를 압축해서 담아 문자를 보냈다.

    핵심만 파악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명인혁이 알아서 계획을 세우고 잘 해낼 것이다.

    ‘그나마 다들 길드에 모여 있어서 다행이네.’

    지금 가디언스의 길드원들은 길드 건물에 모여서 휴식을 겸한 대기 중이었다.

    최근 너무 강행군을 해서 살짝 페이스를 늦춘 것이다.

    강하진은 똑같은 문자를 윤경민에게도 보냈다. 던전 브레이커는 윤경민이 알아서 할 것이다.

    그들을 제대로 키우고 이끌어줄지 말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황수영이 얼마나 믿을 만한 사람이냐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던전 브레이커에 대해서 강하진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

    “끝난 건가요?”

    황수영이 눈을 빛내며 강하진을 바라봤다. 무슨 내용인지는 몰라도 지금 여기에 던전이 우수수 생겨난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이제 갑시다.”

    강하진이 던전을 향해 걸음을 옮기자, 황수영이 얼른 따라가며 물었다.

    “나중에 나한테도 다 알려줄 거죠?”

    강하진은 대답 대신 던전에 들어가 버렸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을 안 주네.”

    그렇게 중얼거리는 황수영 옆을 어색한 미소를 지은 김지혜와 이지영이 지나가 던전으로 들어갔다.

    결국 황수영도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던전에 들어갔다.

    * * *

    또 한 차례 난리가 났다. 전 세계가 요동쳤다.

    갑자기 쏟아지듯 나타난 던전들 때문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각성자 교육과 훈련이 더욱 강화되었고, 새로 생겨난 던전 주위에 군대를 배치했다.

    그리고 각성자들을 동원해 빠르게 던전 소탕에 나섰다.

    안 그래도 곳곳에서 터진 던전 때문에 여기저기 괴물들이 다양한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그나마 재앙이 터지기 전에 상당수의 던전을 닫았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뻔했다.

    어쨌든 일반인이 생활에 큰 지장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안심하고 있을 때, 이번 일이 터진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던전의 수가 너무 많아서 다들 공포에 떨었다.

    저 던전들이 다 터지기라도 하면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세계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각 나라마다 한두 명씩 있는 그 영웅들이 나섰다.

    그들 주위에는 상당히 많은 각성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 각성자들을 적당히 나눠 사방의 던전들을 공략하게 한 것이다.

    공략할 던전의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갔는데, 다들 그 우선순위에 들고 싶어서 로비가 난무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제 막 생긴 던전인데 다들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금세 꺼졌다.

    새로 생긴 던전들이 하나씩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던전들 중에서도 위험도가 높게 분류된 괴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각성자들과 군인들이 또 한 차례 홍역을 앓았다.

    하지만 최초로 던전이 터진 것과 새로 던전이 우르르 쏟아질 때까지는 그래도 나름 시간이 있었다.

    그 동안 새로 등장한 각성자들을 교육, 훈련 시켜 실전에 투입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어설프긴 했지만.

    아무튼 세상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각성자 관리청의 시스템도 자연스럽게 변화를 좇을 수밖에 없었고, 각 길드나 대기업들 역시 변화를 받아들여 빠르게 적응해 나가야만 했다.

    * * *

    강하진 일행이 새로 나타난 던전들을 닫고 있을 때는 아직 세상이 본격적으로 변화하기 직전이었다.

    이 던전들이 터지고 괴물들이 쏟아지면서 변화의 급물살을 타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급물살이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생각보다 던전 자체는 안 위험한데, 이 던전들이 터지면 아주 끝장나겠는데요?”

    황수영이 강하진과 함께 던전코어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이 던전에 있던 괴물은 독파리. 몸에 묻은 독을 뿌려 공격하는 괴물이었다.

    다만 이 괴물이 뿌리는 독은 부식독이었다. 특히 금속이나 시멘트를 부식 시키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이 독파리들이 세상에 나가면 건물이 얼마나 무너질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정작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진짜 파리처럼 민첩하고 경계심이 많지도 않았고, 방어력은 어이없을 정도로 낮았다.

    지금까지 닫은 던전들은 다 이런 식이었다.

    각성자들이 들어와 싸우기에는 좋은데, 막상 밖으로 나가면 세상에 끼치는 위험성이 장난 아닌 괴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들 레벨이 올랐다고 좋아하는데, 정작 가장 많은 괴물을 처리한 강하진은 딴 생각 중이었다.

    ‘여기도 아니네.’

    회귀 전에는 겪어본 적이 없기에 각성자에게 주어진 선물 같은 던전이 어떤지 전혀 모른다.

    ‘던전이 터지기 전에 해결해야 돼.’

    그게 가장 중요했다. 던전이 터지면 끝이다. 모조리 함께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서두르죠.”

    강하진이 걸음을 빨리했다. 그리고 스킬을 써서 손에 분쇄의 힘을 담았다.

    “뭘 그렇게 서둘러요?”

    황수영이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표정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터지면 다 끝입니다.”

    강하진은 그렇게만 말하고 던전코어를 부쉈다.

    세상이 일그러지더니 밖으로 나갔다.

    황수영은 물론이고 나머지 일행 전부 눈을 크게 뜨고 강하진을 바라봤다.

    하지만 강하진은 어느새 다른 던전 앞에 서 있었다. 좀 묘한 표정으로 그 던전을 보면서,

    ‘느낌이 좀 다른데?’

    그동안 열심히 던전을 들락거릴 때마다 감각을 집중했더니 마력이 아닌 그보다 격이 높은 종류의 힘을 약간이나마 감지하는 능력이 생겼다.

    물론 스킬로 등록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강하진이 가진 능력이었다.

    “이번엔 왜 그 던전이에요? 여기가 더 가까운데?”

    황수영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강하진 앞에 있는 던전과 아까 일행이 닫은 던전 사이에 무려 네 개의 던전이 더 있었다.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강하진의 말에 김지혜와 이지영이 곧장 강하진에게 다가갔다. 일말의 의문이나 질문도 없이 행동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황수영이 헛웃음을 지었다.

    “하, 진짜 대단들 하시네.”

    못마땅한 것 같은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부러움도 담겨 있었다.

    최소한 자기 곁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저 두 사람처럼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 아직까지는 한 명도 없었으니까.

    “알았어요, 거기 가면 되잖아요.”

    황수영이 그렇게 말하고는 거의 달리다시피 해서 강하진 앞에 있는 던전에 뛰어 들어가 버렸다.

    강하진도 서둘러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혹시라도 황수영을 위해 마련된 던전이라면 다른 사람은 같이 못 들어갈 수도 있었으니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그곳은 거대한 석실이었다. 황수영은 더 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제자리에 서서 석실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좀······ 이상한 던전인데요?”

    달랑 석실 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가로세로 1미터쯤 되는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듯한 석실이었다.

    그리고 그 벽돌마다 그림과 글씨가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이건 뭘까요?”

    그러는 사이 김지혜와 이지영도 안에 들어왔다.

    두 사람도 안의 광경에 깜짝 놀란 눈치였다

    “꼭······ 책을 페이지마다 떼서 베껴놓은 것 같네요.”

    김지혜의 말을 듣고 다시 살피니 과연 그렇게 볼 수도 있었다.

    “그나저나 여긴 뭘 어쩌라는 걸까요? 광산이랑 비슷한 건가?”

    절대 그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여기가 바로 각성자를 위해 마련된 던전이 분명했다.

    그때, 석실에 빛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벽돌에 새겨진 모든 글과 그림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이 허공으로 튀어나왔다.

    석실의 벽에 있던 그림과 글씨는 더 이상 없었다. 모두 맨질맨질한 그냥 벽돌로 바뀌어 있었다.

    허공에 튀어나온 빛이 한데 뭉치더니 그대로 이지영에게 쏟아졌다.

    뭘 어떻게 대처할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심지어 강하진조차 그랬다.

    “어?”

    다들 화들짝 놀랐는데, 정작 빛을 맞은 이지영만 멀쩡했다.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일행을 둘러봤다.

    “새······ 스킬이 생겼어요.”

    강하진은 반사적으로 이지영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기존의 스킬 하나가 새 스킬로 바뀌어 있었다. 저게 더 중요한 스킬이라는 뜻이었다.

    [성장(P)]

    [레벨이 오를 때마다 보너스 능력치를 받는다. 보너스 능력치는 0에서 3까지 임의로 정해진다.]

    강하진은 깜짝 놀랐다.

    말도 안 되는 사기 스킬 아닌가. 한편으로는 저런 스킬을 얻었으니 회귀 전에 여기서 뭔가를 얻은 각성자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볼일 끝난 거 같으니 이만 나가죠.”

    강하진의 말에 다들 뜨악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예? 벌써요? 우리도 뭔가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강해지는 것에 가장 큰 집착을 가진 황수영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렇게 말했다.

    강하진도 굳이 그걸 말릴 생각은 없었다.

    “전 나갈 겁니다. 내 건 밖에 있을 테니까.”

    강하진이 미련 없이 나가자, 이지영과 김지혜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바로 따라 나갔다.

    “와, 진짜 단호박.”

    황수영은 미련이 남았지만 왠지 강하진을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그녀를 더 크게 괴롭혔다.

    “에이, 나도 모르겠다.”

    결국 황수영도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던전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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