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27화 (27/200)

< 이렇게 이어지네 >

강하진이 명인혁과 명인수를 건물에서 빼내는 건 아주 간단했다.

밤에 한 명씩 들고 옆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200레벨이 넘었기에 그 정도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강하진의 200레벨은 다른 각성자의 200레벨과는 많이 달랐다.

레벨이라는 것이 각성자의 격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기에 능력치만으로 수준을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능력치가 강함의 척도가 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하진은 능력치만으로는 250레벨을 훌쩍 넘는 각성자와 비교해도 뒤질 것 없을 정도였다.

보통 레벨이 하나 오를 때마다 능력치가 1에서 5까지 랜덤하게 성장한다. 평균은 3보다 조금 못하다고 보면 된다.

한 번의 레벨업에 5의 능력치가 성장할 확률은 지극히 낮으니까. 반면 1의 능력치만 성장할 확률은 그보다 좀 더 높았다.

한데 강하진은 레벨업 때마다 최소 5의 능력치가 올랐다. 가끔은 6이나 7이 오를 때도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강하진이 얻은 칭호 중 하나에 그런 효과가 있을 거라 짐작만 할 뿐이었다.

‘아마 스스로 각성한 자겠지.’

그 칭호 때문일 가능성이 제일 높긴 했다. 그건 확실히 특별한 칭호였으니까.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명인수를 옆구리에 끼고 15층 빌딩을 올라갔다.

발로 창가를 툭툭 디딜 때마다 몇 층씩 쭉쭉 위로 올라갔는데, 옆구리에 붙들려 있는 명인수의 눈은 그 때마다 커졌다.

이내 옥상에 도착한 강하진은 명인수를 내려주었다.

명인혁과 명인수는 긴장한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아까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막상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자신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강자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냥 이 건물에서 나가면 왠지 들킬 것 같은데······.”

지금 시각은 새벽 2시가 넘었다. 아마 다들 자고 있을 것이다. 혹시 잠을 안자고 지키는 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건물 밖까지 살필 리가 없었다.

“지하로 가면 내 차가 있으니까 그걸 타고 가면 돼. 들킬 일 없으니까 걱정 말고.”

그제야 두 사람은 살짝 안심했다.

사실 욱하는 마음에 갑작스럽게 결정을 내리고 움직였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좀 불안하긴 했다.

강하진은 서둘러 움직였다. 이럴 때는 여유를 주지 말고 몰아치는 편이 낫다. 딴 생각을 하지 않으면 불안할 이유도 없을 테니까.

어쨌든 강하진은 머지않아 손꼽히는 정보사냥꾼이 될 인재와, 언젠가 최고의 정보사냥꾼이 될 원석을 무사히 확보했다.

* * *

강하진은 명인혁, 명인수 형제를 경기도에 있는 적당한 도시로 데려가 당분간 그곳에서 지내도록 했다.

당분간은 조심하라고 지시한 다음, 다시 서울로 가서 두 형제가 붙잡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뭘 하든 확실히 마무리 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탈이 나는 법이니까.

명인혁의 말로는 이놈들은 그저 질 나쁜 흥신소 정도였다.

남의 비밀을 캐내서 그걸 팔아 장사를 하고, 때로는 그걸 빌미로 사람을 엮어서 나락으로 떨어뜨리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강하진이 보기에 이놈들은 그렇게 단순한 조직이 아니었다.

강하진은 옆 건물에서 그들의 동태를 살펴봤다.

능력치가 좋아지면서 시력과 청력이 훨씬 좋아졌기에 근처에서 감시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명인혁이라면 훨씬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보고 들을 수 있겠지만, 지금 명인혁을 움직이는 건 안 될 일이었다.

명인혁은 아직 좀 더 성장해야 한다.

강하진은 마력을 이용해서 시력과 청력을 증폭할 수도 있었다.

10년쯤 후의 각성자들 중에서도 마력에 대한 재능이 어느 정도 있으면 몇 달 정도의 노력으로 쓸 수 있는 기술이었다.

강하진은 집중해서 그들을 지켜봤다.

* * *

정 실장은 새파래진 얼굴로 사무실 안을 서성였다.

“실장님, 곽 사장입니다.”

근처에서 열심히 전화를 받던 부하가 식은땀을 흘리며 전화기 마이크를 손으로 꽉 막은 채 내밀었다.

“없다고 해!”

“전화 안 받으면 당장 쳐들어오신답니다.”

그때 반대쪽에 있던 다른 부하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전화기를 내밀었다.

“김 회장입니다. 안 받으면 알아서 하시라고······.”

정 실장이 인상을 쓰며 김 회장 전화부터 받았다.

“아이고, 김 회장님. 예예, 아닙니다. 금방 끝납니다. 이틀만 기다려 주십시오. 저희가 그동안 신경 많이 써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번 한 번만 사정 좀 봐주십시오.”

전화를 받으면서 허리가 문드러지도록 허공에 인사를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 다음에 받은 곽 사장 전화도 마찬가지였다.

정 실장은 전화를 끊고서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답이 안 나왔다.

“명인혁 이 개새끼를 찾아야 죽이든 살리든 할 텐데!”

정 실장은 번득이는 눈으로 부하들을 훑어봤다.

“병신 다 된 동생까지 끼고 있어. 그놈 혼자 벌일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분명히 조력자 있으니까, 그것부터 확인해. 사흘 내로 찾아. 못 찾으면······ 우린 다 죽어.”

“예. 서두르겠습니다.”

“그리고 상황 봐서 의뢰 온 것들 하나씩 취소해.”

“예? 그렇게 하면 위약금이······.”

정 실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래도 그게 싸게 먹히는 거야. 명인혁 그 새끼, 이번에 잡으면 아마 위에서 데려갈 모양이니까.”

“위······ 아, 알겠습니다.”

부하가 후다닥 물러가자 정 실장이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일이 꼬이려니까 이렇게 꼬여 버리네.”

이곳은 제영 그룹이 운영하는 흥신소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제영 그룹 정보실에 정보를 물어다 주는 하부 조직 중 하나였다.

그리고 동시에 제영 그룹 정보실의 요원 양성소이기도 했다.

명인혁은 제영 그룹 정보실 실장이 눈독 들이는 인재였다. 정 실장이 명인혁을 마구 굴린 이유도 빠르게 성장시키기 위함이었다.

물론 레벨업을 하지 않고 이렇게 스킬만 써서 성장하는 건 한계가 있었지만, 그거야 정 실장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어쨌든 제영 그룹 정보실에서 명인혁을 데려가겠다고 통보했다.

이쪽 일을 마무리할 시간을 적당히 줬지만, 그딴 건 할 생각도 없었다.

정 실장이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를 마구 쥐어뜯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아 안 나온다.

“하아. 일단······ 일단 사흘만 찾아보자. 그래도 안 되면······ 젠장, 보고해야지 내가 뭘 어쩌겠어.”

고개 숙인 정 실장의 한숨이 점점 깊어졌다.

* * *

강하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위? 보고? 마치······ 상위 조직이 따로 있는 것처럼 말을 하네?’

사실 처음 명인혁을 빼낼 방법을 찾느라 이곳을 좀 살핀 적이 있었다.

그때도 좀 이상하긴 했다.

명인혁을 굴리는 방식이 좀 특이했다. 많은 돈을 버는 것보다 명인혁의 스킬 숙련도를 올리는 걸 더 중요시 여기는 듯했다.

그리고 정보수집의 경험을 많이 쌓게 하려는 의도가 보였다. 다양한 상황, 여러 방식을 두루 경험하게 했다.

아마 굴려지는 명인혁은 잘 몰랐겠지만.

‘꼭 위탁 교육을 하는 것 같군.’

아마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강하진은 좀 더 지켜봤다. 정 실장은 지금 초조한 상태였고, 평정심을 잃은 사람은 생각보다 말이 많아진다.

그리고 몇 가지 정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위라고 부르는 곳이 바로 제영 그룹 정보실이라는 걸 알아낸 것이다.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명인수에게 먹였던 마력 억제제는 조잡하긴 해도 웬만해서는 만들어내기 어려운 약품이었다.

전문적으로 마력과 관계된 약을 오랫동안 연구하지 않고서는 나오기 어려웠다.

물론 그걸 개발하려던 게 아니라 얻어 걸렸을 확률이 높긴 했지만.

어쨌든 뒤에 제영 그룹이 있다면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제영 그룹은 아직까지 재계 순위가 20위 안팎이긴 했지만, 주력 사업이 제약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이야 제영그룹이 저 모양이지만, 회귀 직전에는 한국에서 손꼽히는 재벌이었다.

심지어 전 세계 유수의 가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대단한 위세를 자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버프 포션의 개발이 있었다.

각성자 중 버퍼들의 위상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계기이기도 했고.

강하진이 유명해진 건 버프 포션과 중복해서 버프 스킬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션으로 능력치를 올린 다음, 강하진이 버프를 쓰면, 말 그대로 능력치가 뻥튀기처럼 뻥 튀어 올랐으니까.

그 모든 걸 다 고려해서 상황을 꿰 맞춰보면 아마 제영 그룹에서 진짜 원한 건 명인혁이 아니라 명인수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들은 분명히 명인수가 어떤 스킬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으리라.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정 실장이라는 놈은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이다.

‘회귀 전에 기록을 확인하면서 명인혁이 제영 그룹이랑 왜 사이가 그렇게 안 좋은지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는데, 이제야 알겠군.’

버프 포션을 만들기 위해 명인수의 스킬을 이용한 것이다. 아마 마력 한계치를 훌쩍 넘어가는 정보를 뽑아내다가 뭔가 크게 잘못 된 게 분명하다.

‘십중팔구는 죽었겠지.’

새삼 명인수의 스킬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본인을 죽음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스킬인 것이다.

‘확실한 안전장치를 만들기 전까지는 절대 스킬 함부로 쓰지 못하게 해야겠어.’

어쨌든 대충 원하는 정보는 다 얻었다.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하부조직이 몇 개나 더 있을까?’

제영 그룹뿐 아니라, 다른 재벌들 역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하부조직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역시나 쉬운 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답은 당분간 레벨업뿐인가?”

200레벨이 결코 낮은 레벨은 아니지만, 저런 거대한 적을 상대하려면 한참 모자라다.

‘그나저나 지금 제이슨이 몇 레벨쯤 됐을까?’

제이슨은 회귀 전 세계 최고의 레벨을 달성했던 자였다. 물론 강하진의 동료이기도 했고.

당시 그의 레벨이 786이었다.

뒤로 갈수록 레벨 올리기가 더 힘들어진다는 걸 감안하면 아마 지금쯤 300레벨은 넘지만 400레벨은 안 되었을 것이다.

‘역시나 그놈도 첫 번째 재앙에서 껍질을 한 번 깼으니까.’

강하진의 머릿속으로 몇 가지 계획이 스쳐 지나갔다. 첫 번째 재앙이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계획들이었다.

“그럼······ 겸사겸사 준비를 좀 해볼까?”

강하진은 이럴 때 써먹을 만한 좋은 방법이 몇 가지 있었다. 그걸 위해서는 준비가 좀 필요했다.

그 준비는 앞으로 강하진이 하려는 일과 맞닿아 있었다. 그러니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레벨업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테고.

제영 그룹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더럽고 비열하고 야비하고 지독한 짓도 서슴없이 한다.

그러니 강하진이 조금만 흔들어도 반드시 반응할 것이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과거의 조원영을 겪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되면 없애 버리고.’

강하진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 * *

강하진은 틈나는 대로 기록했던 메모들을 쭉 훑어봤다.

그 중에서 첫 번째 재앙과 관계된 던전의 리스트를 뽑았다. 위치에 상관없이 체크하니 40개가 넘는 목록이 나왔다.

강하진은 던전 리스트를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으며 다시 기억을 더듬었다.

레벨이 오르면서 정신력도 많이 성장했기에 회귀 전의 기억을 더욱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확실히 정신력이 오르니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았다.

40개가 넘는 던전 중에서 한국에 있는 건 여섯 개였다.

그리고 그 여섯 개 중에서 강하진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던전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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