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26화 (26/200)
  • < 명인혁과 명인수 >

    [이름 : 명인수]

    [레벨 : 1]

    [근력 : 3, 민첩 : 3, 체력 : 2, 정신력 : 12, 마력 : 0.3]

    [정보갈취(A)]

    강하진은 묘한 시선으로 명인혁의 동생, 명인수를 잠시 쳐다봤다.

    [정보갈취(A)]

    [시스템에 접속해 마력을 대가로 원하는 정보를 뽑아낸다. 정보의 수준에 따라 필요한 마력의 양이 다르다. 정보의 수준에 대한 기준은 시스템이 정한다.]

    이 정도면 엿보기 스킬보다 더 좋은 거 아닐까? 물론 마력이 아주 많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마력이야 레벨업이랑 장비로 해결하면 되고.’

    그리고 마력을 올려주는 특별한 포션도 있다. 그걸 만들 수 있다면 명인수의 기본 마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칭호를 통해서 마력을 증폭시킬 수도 있고.’

    강하진의 머릿속으로 명인수를 키울 방법들이 무궁무진하게 솟아났다.

    ‘한데······ 마력이 0.3이라고? 뭔가 말도 안 되는 수치인데?’

    지금까지 능력치가 소수점 단위로 표현되는 건 처음 봤다. 아마 다른 능력치도 다 소수점 아래 단위까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상태창에 나오진 않는다.

    아마 1 이하라서 저러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또 이해가 안 간다. 마력이 많이 필요한 스킬을 각성과 동시에 가졌는데 마력이 저렇게 바닥이라고?

    저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저······ 이제 왜 오셨는지, 그리고 누구신지 말씀을 해 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동생을 빤히 쳐다보는 게 신경 쓰였는지 명인혁이 조심스럽게 나서서 강하진의 시야를 살짝 가렸다.

    강하진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상념을 걷어냈다.

    그리고 명인혁을 빤히 쳐다봤다.

    “몇 살이지?”

    “예? 어······ 스물두 살입니다.”

    몰라서 물어본 게 아니라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 되는 대로 말한 것이다.

    “동생은?”

    “무슨 일이신데요?”

    명인혁은 슬그머니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느새 다가온 강하진이 명인혁의 손을 잡고 그의 주머니에서 호출기를 빼냈으니까.

    강하진은 호출기를 슬쩍 살펴보고는 한쪽에 휙 던져 버렸다.

    이건 호출기이기도 하지만 위치추적기이기도 했다. 아공간에 넣거나 부수면 대번에 상대 쪽에서 알아차릴 수 있는 물건이었다.

    “노예로 사는 게 아주 몸에 뱄네.”

    노예라는 말에 명인혁이 발끈했다. 하지만 명인혁은 화를 꾹 눌러 참았다. 하도 참다 보니 그게 버릇으로 굳어져 버린 것이다.

    “노예 아닙니다. 저를 원하는 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었으니까 조심하는 것뿐입니다.”

    명인혁이 그렇게 말하며 강하진을 바라봤다. 그의 눈이 불타는 듯했다.

    그걸 본 강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정신이 죽지는 않았다. 언제든 기회가 오면 뛰쳐나갈 놈이었다.

    강하진은 명인혁이 가리고 있는 명인수를 힐끗 쳐다봤다.

    ‘아마 계기는 저 녀석이겠고.’

    강하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명인혁에 대한 얘기만 있고 명인수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

    ‘죽었을 수도 있겠어.’

    강하진의 시선이 명인혁의 손으로 향했다. 아직까지 꽉 쥐고 놓지 않고 있는 하얀 약봉지.

    놀랍게도 그 약봉지에 들어 있는 건 시스템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즉, 어떤 식으로든 마력과 관련이 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복합 저주 시약]

    [마력 억제와 마력통로 손상을 복합적으로 일으키는 시약. 조잡한 기술로 제조했기에 불순물이 많고 성능이 떨어진다.]

    강하진은 묘한 눈으로 약봉지와 명인혁을 번갈아 쳐다봤다. 마력이 왜 0.3인지 알 수 있었다. 설마 동생을 폐인으로 만들려고 일부러 저 약을 먹이는 걸까?

    명인혁은 슬그머니 약봉지를 뒤로 감췄다. 왠지 강하진이 그걸 노리는 것 같아서였다.

    “굉장히 비싼 약 같은데? 어디 아프기라도 해?”

    “무슨 상관이십니까?”

    강하진이 빙긋 웃었다.

    “내가 여기 왜 왔느냐고 물었지? 널 영입하러 왔어. 네 뒤에 있는 동생도. 자, 이제 상관 좀 해도 되지?”

    명인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전 안 갑니다. 여기 꼭 있어야 할 이유가 있어요.”

    “그 이유가 약이야?”

    “맞습니다.”

    “그거 네가 먹을 거 아니지?”

    “네. 동생이 많이 아픕니다. 이 약이 아니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 약은 너 일하는 회사에서만 구할 수 있고?”

    “잘 아시는군요. 그러니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굳이 보고는 안 하겠습니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 진짜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뭐, 진짜 무서운지 아닌지는 나중에 확인해 보기로 하고······ 네 동생 각성한 건 알고 있지?”

    “예?”

    명인혁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각성이라니,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명인수를 바라봤다.

    명인수도 놀란 눈치였다. 멍하니 고개를 저었다.

    ‘역시······ 마력이 1 이하이면 상태창 확인도 안 되는 모양이군.’

    새로운 사실을 알았지만, 기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거짓말 하지 마시고 이제 그만 돌아가 주십시오.”

    “그 약, 안 먹이는 게 좋아.”

    그 말에 명인혁이 화난 얼굴로 강하진을 노려봤다.

    “그거 계속 먹이면 죽을 수도 있어.”

    너무 심각한 말이었는지라 명인혁은 화가 나면서도 섣불리 행동을 할 수 없었다.

    “제가 왜 갑자기 나타난 당신 말을 믿어야 합니까? 누군지도 모르는데.”

    “강하진. 일단은······ 힐러야.”

    힐러라는 말에 명인혁이 멈칫 했다. 그의 눈에 잠시 희망이 머물렀다가 사라졌다.

    동생의 병은 힐러도 어쩔 수 없다는 걸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네 동생은 아프지도 않아. 가만있자······.”

    강하진은 잠시 저 약을 각성자가 먹었을 때의 상황을 유추해봤다.

    마력이 많다면 저 약을 먹은 즉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올 것이다. 몸이 아프고 스킬을 쓸 때마다 온몸에 통증이 생길 수도 있고.

    하지만 마력이 바닥이라면 어떨까?

    ‘답은 그거였군.’

    강하진은 확신에 찬 눈으로 명인수를 쳐다봤다.

    “너, 저 약을 안 먹으면 온몸이 아프지? 심장을 바늘로 쿡쿡 찌르는 것 같고, 혈관을 따라 쇳가루가 돌아다니는 것 같고. 맞지?”

    명인수의 눈이 커다래졌다. 정확했다.

    “그러다가 저 약을 먹으면 통증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 맞아요!”

    “그거 왜 그런지 알아?”

    더 이상 명인혁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강하진의 얘기에 빨려들어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저 약, 마력을 억제하고 마력 통로를 망가뜨리는 약이야. 마력이 없으면 모를까, 마력이 생겨나면 마력 통로를 통해 움직이는데 통로가 망가졌으니 통증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 약을 먹으면 마력을 억제하고 줄여서 통증도 같이 사라지고.”

    강하진의 설명이 왠지 그럴듯했기에 명인혁은 뭐라 대꾸할 수가 없었다.

    아래층에 있는 놈들은 충분히 그런 짓을 하고도 남는 쓰레기 같은 놈들이었다.

    그러니 강하진이 한 말의 가능성을 아예 무시할 수가 없었다.

    명인혁이 복잡한 표정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 강하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좀 이상하긴 해. 아무리 저런 약을 쓴다고 해도 일단 각성을 했으면 마력이 제법 있었을 텐데, 그때 저 약을 먹으면 분명히 이상할 거란 말이지. 각성 하자마자 마력을 과도하게 써서 마력 기관이 망가지지 않고서야······.”

    “아······!”

    강하진의 말을 들은 명인수가 눈을 크게 뜨고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짐작 가는 일이 있었다.

    예전 자신이 아프게 된 계기가 떠오른 것이다.

    당시 명인수와 명인혁은 죽을 위기에 놓여 있었다. 그때 명인수는 자신과 형의 삶을 간절히 원했다.

    그 순간 뭔가가 머릿속에 떠올랐고, 명인수는 그대로 따랐다.

    그렇게 위기에서 살아났고, 그때 명인혁이 각성했다. 그리고 명인수는 병을 얻었고.

    명인수는 순간, 그때의 일이 바로 각성의 순간이고, 자신이 감당 못할 스킬을 쓰는 바람에 마력이 고갈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짐작 가는 게 있는 모양이지?”

    명인수의 표정과 눈빛이 변하는 걸 알아차린 강하진이 물었다.

    명인혁은 자신의 동생과 강하진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손에 든 약봉지를 확인했다.

    강하진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명인수를 쳐다봤다.

    “너, 약 안 먹고 얼마나 버틸 수 있어?”

    명인수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그의 얼굴에 결연함이 떠올랐다.

    “평생 안 먹고도 버틸 수 있습니다.”

    강하진이 씨익 웃었다.

    “너, 지금도 아프지?”

    강하진의 물음에 명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못하게 아팠지만, 형이 걱정할까봐 전혀 내색을 안 하고 있었다.

    “너······!”

    명인혁이 눈을 크게 뜨고 명인수를 바라봤다. 그렇게 아프면 얘기하라고 말을 했는데. 대체 얼마나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을지 떠올리는 것만으로 눈이 시큰해졌다.

    명인수가 히죽 웃었다.

    “괜찮아, 형. 나 때문에 형이 힘들면, 난 그게 더 아파.”

    명인혁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입을 꾹 다문 채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강하진이 명인수에게 말했다.

    “약 먹지 말고 버텨. 내 생각에 그리 길지 않을 거야. 통증은 마력통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야. 점점 심해지긴 하겠지만, 참다보면 차츰 통증이 줄어들 거야.”

    명인수가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참을 수 있어요.”

    명인혁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혼란스러운 눈으로 강하진과 명인수를 번갈아 바라봤다.

    만일 강하진의 말이 틀리면 어쩌란 말인가. 그럼 명인수는 고통 속에서 죽을 것 아닌가.

    생전 처음 보는 사람 말을 이렇게 쉽게 믿어도 될까?

    하지만 정 실장을 생각하면, 그가 얼마나 악독한 쓰레기인지 생각하면 차라리 처음 보는 사람을 더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명인혁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강하진과 명인수의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여기서 계속 살 거야? 원한다면 다른 곳으로 데려다줄 수도 있어. 보아하니 여기 건물 입구를 꽉 막고 감시까지 하는 것 같던데.”

    “그럴 수 있어요? 여기 지키는 아저씨들 진짜 무서운 사람들이에요.”

    명인수의 말투에 섞인 미묘한 두려움을 강하진이 캐치했다.

    “너······ 협박당한 적 있구나?”

    그 말에 이번엔 명인혁이 고개를 번쩍 들고 명인수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협박?”

    명인수가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아우, 아니야, 그런 거. 그냥 좀 무섭게 말한 것뿐이야.”

    하지만 명인혁은 그게 아니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냥 좀 무섭게 말할 놈들이 아니다.

    “그 새끼들이 나 없을 때 여기 올라왔다는 거 자체가 문제야. 절대 안 그러기로 했는데.”

    명인혁의 목줄이 동생이라는 걸 아는데 그놈들이 동생을 그냥 내버려 뒀을 거라 믿었던 자신이 병신이었다.

    명인혁은 명료해진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내가 당신을 믿을 수 있게, 아무거나 하나만 보여줘요. 나도······ 나도 이 쓰레기 소굴에서 벗어나고 싶으니까.”

    명인혁은 그 말을 하면서도 자신이 정말 너무 많은 걸 원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 사람을 믿을 수 있게 된다면 자신의 모든 걸 다해서 모실 거라고 결심했다.

    강하진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거기까지는 생각 못하고 오긴 했는데······ 뭘 보여줘야하지?”

    명인혁이 눈을 빛내며 약봉지를 들었다.

    “이거, 이 약······ 이 약이 나쁘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강하진이 씨익 웃었다.

    “내가 마력 기반 아이템 정보를 확인할 수 있거든. 내 스킬이야.”

    “가, 감정사였습니까? 아까는 분명 힐러라고······.”

    “직업이 뭐가 중요해? 스킬이 중요하지. 쓸 만한 스킬이 몇 개 있는 것뿐이야.”

    잠시 고민하던 명인혁이 갑자기 상의를 벗었다.

    그의 어깨에 손수건 하나가 묶여 있었다. 이건 누구도 모르는 아이템이었다. 작업 중에 우연히 구한 물건이었으니까.

    그걸 본 강하진이 대번에 말했다.

    “오, 좋은 거 하고 다니네? 스킬 효과 30% 증가? 내구가 약한 게 좀 흠이네. 보관 잘 해. 그렇게 막 다루면 얼마 못 쓰고 망가진다.”

    명인혁이 90도로 허리를 꺾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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