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23화 (23/200)
  • < 강화석 1 >

    김지혜와 이지영, 유동훈은 멍하니 서서 강하진의 싸움을 지켜봤다.

    강하진은 이 던전의 보스와 전투 중이었다.

    이 던전의 보스는 칼두꺼비였다. 개구리 부분이 두꺼비가 된 것만 제외하면 칼개구리와 똑같은 생김새였다.

    하지만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일단 칼두꺼비는 끊임없이 독을 뿜어냈다.

    입과 피부에서 독액이 쭉쭉 뿜어져 나왔고, 연기 형태의 독이 발바닥에서 흘러나와 주변을 장악했다.

    독이 어찌나 지독한지 칼두꺼비 근처에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없었다.

    그런데도 김지혜와 이지영, 유동훈은 강하진의 뒤쪽 2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버티고 있었다.

    강하진의 손에 어린 바람속성의 마력이 독연을 제어해 그들 쪽으로 가지 않게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칼두꺼비는 독을 빼면 칼개구리와 공격 방식이 똑같았다. 다만 힘과 속도가 세 배쯤 차이난다는 것을 빼면 그랬다.

    꽝! 꽝! 꽝!

    강하진은 방패로 칼두꺼비의 공격을 잘도 빗겨냈다.

    그렇게 몇 번 공격을 막아내다가 기어코 기회를 만들어냈다. 칼두꺼비의 균형이 살짝 흐트러진 것이다.

    푸욱!

    강하진의 검이 칼두꺼비의 입을 꿰뚫고 들어가 뇌를 휘저었다.

    칼두꺼비는 칼개구리와는 달리 입천장이 약점이었다. 정확히 거길 찔러서 뇌를 죽여야만 한다.

    쿠웅!

    칼두꺼비가 쓰러졌다.

    강하진은 손을 휘휘 휘저어 근처에 남은 독연과 독액을 칼두꺼비 뒤쪽으로 쓸어서 날려버렸다.

    능숙하게 손에 붙은 검을 뜯어내고, 머리를 쪼개 마석을 꺼낸 강하진은 칼개구리 때와는 달리 칼두꺼비의 배를 갈랐다.

    칼두꺼비의 갈비뼈에 보라색 주머니 같은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게 바로 칼두꺼비의 독주머니였다.

    강하진은 그것도 전부 떼어내 아공간에 넣었다.

    작업을 마무리 한 강하진이 돌아서서 일행을 쳐다봤다.

    “레벨은 좀 올랐습니까?”

    다들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칼두꺼비가 죽고 나자, 김지혜는 단숨에 두 레벨이나 올랐다. 이지영은 더했다. 무려 일곱 레벨이나 올랐으니까.

    정말 놀라울 정도의 레벨업 속도였다.

    문득 강하진의 레벨이 궁금해졌다. 이런 식으로 혼자서 사냥을 해 왔으면 대체 레벨이 얼마나 높을까?

    “이제 코어 부수고 갑시다.”

    강하진의 말에 김지혜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굳이 코어를 부숴야 하나요? 여기 레벨 올리기 정말 좋은 던전 같은데······.”

    특히 이렇게 소수의 각성자가 들어와서 사냥을 할 수 있는 던전은 정말 드물었다.

    게다가 칼개구리는 공격이 정말 단순하다. 조금만 신경 쓰면 힐러인 김지혜조차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야 말로 꿀 빠는 던전이었다.

    하지만 강하진은 이걸 그냥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다. 이 개구리들은 던전에 갇혀 있을 때만 각성자의 사냥감이다.

    던전에서 나가 자유를 얻는 순간, 인간을 사냥하는 맹수가 되는 것이다.

    강하진은 몸을 돌려 던전의 중심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코어가 나타날 테니까.

    김지혜와 이지영은 더없이 아쉬운 표정으로 강하진을 따라갔다.

    강하진은 일행이 가까이 올 때까지 코어를 부수지 않았다. 근처에 있어야 코어의 힘을 나눠받아 다 같이 레벨을 올릴 수 있을 테니까.

    코어에 담긴 힘이 워낙 대단하고 흩어지려는 성질이 강해서 어차피 혼자 전부 받아들이지 못한다.

    차라리 코어를 중심으로 빙 둘러싸서 최대한 많은 힘을 확보하는 쪽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강하진은 분쇄의 힘을 담아 코어를 부쉈다.

    예의 그 기묘하면서도 고차원적인 힘이 몸에 스며드는 것이 느껴졌다.

    코어룰 부술 때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기에 최대한 집중했다.

    ‘익숙해지지가 않는군.’

    아마 그 신비한 힘에 익숙해지면 분명히 뭔가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칼개구리 던전이 사라졌다.

    * * *

    강하진은 태산이 보유하고 있던 던전만 골라서 빠르게 정복했다.

    지창기는 던전이 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지만, 그걸 챙길 여력이 없었다.

    강하진 덕분에 새로 기회를 얻은 주명우는 전쟁이 아니라 진흙탕 개싸움을 했다.

    모든 걸 쏟아내 태산을 갉아먹는 방식의 싸움을 했다.

    싸움 끝에는 어느 쪽도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그런 싸움을 말이다.

    그 와중에 태산이 가진 던전 정보까지 얻어내려고 했다. 그렇게 구한 던전 정보는 고스란히 강하진에게 갔고, 강하진은 그걸 받아 김지혜 일행과 함께 던전을 정복했다.

    김지혜 일행은 번갈아가며 던전 사냥에 참여했다. 다들 레벨과 경험, 실력이 쭉쭉 늘어났다.

    강하진과 함께 사냥을 하면 얻는 것이 정말 많았다.

    그녀들은 강하진의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고, 강하진의 모든 행동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것만으로도 성장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강하진은 태산의 던전을 모두 정복한 다음, 사냥을 중지했다.

    무작정 레벨만 올린다고 다가 아니다. 사냥과 레벨업을 통해 얻은 것을 소화할 시간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리고 유동훈은 본격적으로 장비 제작 일을 시작했다.

    사실 지금까지는 연습에 더 가까웠다. 김지혜 일행의 장비를 만들어 주긴 했지만, 대기업이나 거대길드에서 만드는 장비보다는 확실히 모자랐다.

    하지만 이제 레벨도 충분히 올렸고, 새 스킬도 몇 개 얻었으니 장비의 질이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강하진이 유동훈에게 맡긴 첫 번째 일은 칼개구리의 칼을 이용해 만드는 무기였다.

    칼개구리의 뼈가 변형되어 만들어진 칼은 그 자체로도 굉장히 단단하고 날카롭지만, 특별한 비법이 첨가되면 엄청난 성능을 발휘한다.

    시행착오는 좀 필요하겠지만, 강하진이 기본이 될 만한 기술정보를 넘겨줬으니, 유동훈이 성공적인 장비를 만들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

    그렇게 주변을 살짝 정리한 강하진은 그동안 처리하지 않고 미뤄뒀던 일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강하진의 목적지는 한강 던전이었다. 정확히는 그 안에 있는 A-마켓이었다.

    오늘 레모노의 송곳니를 판매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다른 목적도 하나 있었다.

    지난번에는 개당 20만원에 팔았다. 그리고 다음에는 100만원에 팔 거라고 얘기했었다.

    물론 정해진 건 아니었다. 분위기를 봐서 조금 더 비싸게 팔 수도 있었다.

    “몇 개를 더 팔아야 연구에 성공할까?”

    회귀 전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또한 연구에 대한 비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정보를 얻어간 자들도 많았다.

    당연히 사재기 같은 건 이뤄지지 않았고, 지금처럼 전 세계의 A-마켓으로부터 송곳니를 모아서 산 사람도 없었다.

    레모노의 송곳니는 A-마켓 각 지부에서 근처에 있는 사람들에게 팔려나갔다.

    그래서 연구가 사방에서 동시에 이뤄졌다. 힘이 분산되어서 시간이 많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달랐다.

    연구하고 싶어도 레모노의 송곳니가 있어야 연구를 할 것 아닌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던 강하진의 감각에 좀 이질적인 기척 여러 개가 잡혔다.

    아직 감각과 관련된 스킬이 없기에 빠르고 명확하게 알아차리지는 못했지만, 기본적인 마력 운용 능력이 뛰어나기에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기척이 가까이 있으면 감지가 가능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키지 않게 주변을 확인해봤다.

    알고 봐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자신을 주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저들은 명백히 강하진을 살펴보고 있었다. 누군가 스킬을 쓰는 것 같기도 했다.

    ‘염탐 계열의 스킬인가? 이건 아주 대놓고 쓰네?’

    물론 걱정할 건 없었다. 강하진은 이미 [능력은폐]를 쓰고 있었으니까.

    나중에는 당장 공격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무례한 일이지만, 일단 아직까지는 저런 행동에 대한 제약이 없다. 그저 좀 꺼림칙할 뿐이지.

    그도 그럴 것이 자신에게 염탐 스킬을 쓰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려면 마력에 대한 제어력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지구에 그런 사람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엿보기 스킬은 그러고 보면 사기야.’

    엿보기 스킬은 사람 자체를 탐색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엿보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들킬 염려가 없었다.

    지금 강하진은 능력은폐를 이용해서 딱 각성 등록 당시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사냥을 한 적도 별다른 활동을 한 적도 없으니 그래야만 했다.

    그러니 다들 저렇게 얕보고 있는 것이고.

    ‘그래도 함부로 다가오는 사람은 없네.’

    척 봐도 한두 군데에서 온 게 아니었다. 눈에 확연히 보이는 자들만 해도 열두 무리 정도는 된다.

    그러니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자들까지 하면 대체 얼마나 많겠는가.

    ‘레모노의 송곳니라면 그 정도 수고는 들일 만하지.’

    강하진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모른 척하며 한강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 * *

    강하진은 A-마켓에 들어가며 뒷머리를 살짝 긁었다.

    뒤통수가 좀 가려웠다. 던전까지 따라 들어와 자신의 뒤를 밟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아마 저들은 목적을 이루기 전까지 계속 저럴 것이다.

    ‘그동안 엄청나게 날 찾아다녔겠지.’

    그걸 예상했기에 핸드폰을 쓸 때도 조심했다. 통화는 짧게, 보관은 아공간에 했다.

    핸드폰을 꺼낼 때는 언제나 멀리 이동해서 했고, 통화가 끝나고 나서야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조심하고, 주로 던전을 정복하며 돌아다니다보니, 아무리 대단한 자들이라도 강하진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A-마켓에 들어간 강하진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정아연을 볼 수 있었다.

    정아연은 강하진을 향해 정중히 허리 숙여 인사 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 한강 던전에 들어온 순간, 아니, 한강 던전 주변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정아연이 바로 알 수 있도록 조치해 둔 모양이었다.

    “일단 안쪽, 조용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강하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아연을 따라갔다.

    정아연이 안내한 장소는 예전에 왔던 그 방이 아니었다. 좀 더 깊은 곳에 마련된, 훨씬 보안이 철저한 곳이었다.

    “마실 건 뭘로 드릴까요? 참고로 전 이 커피를 추천 드려요. 각성자 전용이거든요.”

    “그걸로 주세요.”

    마력이 담겨 있으면 확실히 맛과 향이 다르다. 그리고 이용하기에 따라서 마력을 빠르게 활성화 시킬 수도 있고.

    강하진은 잠시 동안 정아연이 내준 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했다.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를 거예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천 개로는 많이 모자라죠?”

    정아연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지금 난리였다. 전 세계의 던전 연구 기관이 달라붙어서 성화였다.

    정아연은 표정을 정리했다. 그녀의 눈에 자신감이 어렸다.

    “개당 만 달러. 어떤가요?”

    강하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설마 이렇게 베팅을 해올 줄은 몰랐다.

    “단, 모든 물량을 넘기는 조건이에요. 그동안 딴 데 판매하신 건 아니죠? 186,198개 그대로 남아 있는 거 맞죠?”

    강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던전을 하나 털어서 그녀가 말한 것보다 3천 개쯤 더 많았지만 굳이 그 얘기는 해주지 않았다.

    어쨌든 저 말대로라면 18억 달러가 넘는 돈을 단숨에 벌 수 있다.

    무려 2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정아연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이었다.

    강하진의 표정은 금세 원래대로 돌아갔다. 화끈한 베팅에 좀 놀라긴 했지만, 사실 레모노의 송곳니가 갖는 가치는 그보다 훨씬 높다.

    “오늘은 만 개만 팔 겁니다.”

    “예? 다시 생각해 보세요. 이건 정말 좋은 기회라니까요? 아무리 강화석의 재료라고 해도 개당 만 달러는 쉽게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에요!”

    “개당 300만원에 팔죠.”

    원래 제시하려던 가격은 100만원 정도였지만, 만 달러라는 딜을 받고 보니 100만원에 팔기 싫어졌다.

    그것만 해도 300억이라는 막대한 금액이다.

    정아연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강하진은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제안 하나 할까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