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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22화 (22/200)
  • < 사냥 >

    강하진은 머릿속으로 차분히 회귀 전 기억들을 정리하며 걸었다.

    중간 중간 중요한 사항은 최대한 자세히 메모해서 아공간에 보관했다.

    이 일은 강하진이 틈 날 때마다 하는 작업이었다.

    회귀 전 기억은 많을수록 좋다. 강하진이 역사의 흐름에 균열을 만들고 있기에 결국 많은 것이 달라지겠지만, 그럼에도 그 정보는 중요했다.

    그런 강하진의 뒤로 두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조심스럽게 따라가고 있었다.

    김지혜와 그녀의 동료인 이지영, 그리고 그녀들이 보호하던 유동훈이었다.

    김지혜와 함께 일하는 다른 동료가 네 명 더 있었지만, 그녀들은 지금 유동훈의 가족을 보호하는 중이었다.

    “저······.”

    김지혜가 강하진에게 조금 더 붙으며 말을 걸었다.

    “혹시 어떤 던전에 가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던전에 들어간다는 얘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던전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0명에서 많게는 100명 가까운 인원이 함께 던전에 들어가곤 한다.

    그만큼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안전을 생각해서 많은 인원으로 차근차근 던전을 정리하고 적당한 사냥터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데 김지혜가 듣기로 지금 가는 던전은 아직 거의 공략을 시도하지 않은 방치된 던전이었다.

    이 경우 던전에 괴물이 워낙 많아서 대규모 각성자가 필요했다.

    한데 지금 고작 네 명이서 그곳에 가는 중이었다. 게다가 그 중 한 명은 전투 각성자도 아니었다.

    유동훈은 더 좋은 각성자 전용 무기를 만들려면 레벨을 올려야하기에 포함된 인원이었다.

    그러니 실질적으로는 세 명, 아니, 유동훈을 보호해야 하니 그 이하의 전력으로 던전에 도전하는 것이다.

    “다 왔습니다. 저기 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목적지입니다.”

    “저 아파트에 던전이 있다고요?”

    김지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놀람도 잠시, 그녀는 금세 침작해졌다. 던전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그게 아파트라고 해서 뭐가 이상하겠는가.

    ‘어쩌면······ 저런 곳에 있는 던전이 더 많을 수도 있겠어.’

    강하진은 그들을 데리고 302동이라고 쓰인 아파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12층에서 내렸다.

    1209호가 그들의 목적지였다.

    문을 지키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잠겨 있을 뿐이었다.

    원래는 이 근방에서 아파트를 감시하는 조직원들이 여럿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었다.

    김지혜가 이제 어쩔 거냐고 물으려는 찰나, 강하진이 도어록에 스마트폰을 갖다 댔다.

    삐삐삐삐! 띠리릭!

    잠금이 해제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강하진의 뒷모습을 김지혜가 멍하니 바라봤다.

    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던전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문을 열고 던전부터 확인하죠.”

    강하진의 말에 다들 집으로 들어가 하나씩 문을 열었다.

    던전은 안방에 있었다.

    “여긴 태산 쪽 던전이라서 던전 내부 정보가 없습니다. 일단 내가 잠깐 들어가서 확인하고 나올 테니 잠깐 기다리세요.”

    강하진은 그렇게 말하고 말릴 틈도 없이 던전 안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아······!”

    김지혜는 그러지 말라고 소리치려다 말을 삼켰다. 그녀는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건 이지영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김지혜보다 레벨은 낮지만, 알 건 다 알았다.

    저렇게 혼자 무작정 던전으로 들어가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이 던전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을까요?”

    이지영은 그렇게 물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던전을 보관하는 장소 이상도 이하도 아닌 곳이니 집을 관리했을 리 없다.

    집 상태를 보면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했는지 짐작이 가능했다.

    “적어도······ 1년은 방치한 거 같은데요? 언니도 그런 거 같죠?”

    김지혜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안절부절못하면서 잠시 기다리고 있자, 강하진이 다시 던전에서 툭 튀어나왔다.

    “괘, 괜찮으세요?”

    강하진은 김지혜의 물음에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어렵지 않은 던전이네요. 괴물 개체수가 좀 적은 게 흠인데, 하나하나가 강한 놈들이라서 레벨업에는 제법 도움이 될 겁니다.”

    “어떤 괴물이 사는 던전이죠?”

    “칼개구리입니다.”

    “칼개구리요?”

    처음 들어보는 괴물이었다.

    “일단 입구는 안전하니 직접 들어가서 눈으로 확인하시죠. 함부로 덤벼들지는 말고요.”

    “네.”

    강하진이 다시 던전에 들어갔다. 이번엔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서 들어갔다.

    포탈을 넘으니 세상이 확 밝아졌다.

    거대한 들판 한가운데였다. 개구리라고 해서 늪지대가 펼쳐져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습도가 낮았다.

    근처에 물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어차피 한 마리씩 따로 노는 놈들이니 유인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돌아다니면서 눈에 띄는 대로 잡으면 됩니다.”

    강하진은 그렇게 말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김지혜와 이지영이 유동훈을 사이에 두고 따라붙었다.

    유동훈은 전투에 관련된 스킬이 하나도 없었기에 이동 중에는 가장 보호하기 용이한 위치에 서야 했다.

    김지혜는 힐러였고, 이지영은 검을 주무기로 하는 딜러였다.

    3분쯤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니 저 멀리 괴물 한 마리가 보였다.

    개구리였다. 개구리이긴 개구리인데, 얼굴과 몸통만 개구리였고, 팔다리는 인간의 것과 비슷했다. 그리고 길쭉한 칼을 들고 있었다.

    그걸 본 모두가 왜 괴물 이름이 칼개구리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개구리가 칼을 들고 있다니······.”

    유동훈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던전 사냥 경험이 있는 나머지 사람들은 그러려니 했다.

    던전에 들락거리다 보면 정말 별의 별 것을 다 보게 된다. 개구리 모양의 인간이 있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었다.

    “그나저나 저 칼은 어디서 난 걸까요?”

    김지혜의 의문에 강하진이 대답했다.

    “칼이 아니라 뼈입니다.”

    “예? 뼈라고요?”

    “손에서 뼈가 기형적으로 자라 칼처럼 되었을 뿐입니다.”

    그 말에 다들 눈을 크게 뜨고 칼개구리의 손을 자세히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알 수 없었다. 저놈은 정말로 칼을 쥐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칼개구리가 일행을 발견하고는 달려들었다.

    어찌나 속도가 빠른지 다들 깜짝 놀랐다. 강하진만 빼고.

    강하진은 자연스럽게 칼개구리의 동선을 막으며 언제 빼들었는지 모를 작은 방패를 올렸다.

    쩡!

    칼개구리의 칼이 강하진의 방패에 막혔다. 방패의 크기는 고작 손바닥 두 개 나란히 놓은 정도였다. 덕분에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어서 훨씬 정교하게 칼개구리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쩡! 쩡! 쩡! 쩡! 쩡!

    칼개구리의 공격은 빠르고 정확했다. 그리고 아주 직선적이고 정직했다.

    그래서 공격을 흘리기도 편했고, 빈틈을 만들기도 쉬었다.

    쩡! 푹!

    강하진의 검이 균형을 살짝 잃은 칼개구리의 목을 찔렀다. 정면의 목이 아니라 약간 옆쪽을 찔렀는데, 그 한 방에 칼개구리가 절명했다.

    “보다시피 약점은 공격이 직선적이고 정직하다는 것과 목에 있는 이 흉터입니다.”

    강하진은 쓰러진 칼개구리의 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흉터에 정확히 검이 박혀서 흔적이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거기에 흉터가 있었다는 건 확인할 수 있었다.

    다들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봤다.

    강하진은 칼개구리의 칼까지 확인시켜줬다. 손바닥에서 뼈가 튀어나와 칼처럼 자라 있었다. 그것만 딱 떼어내면 정확히 손잡이까지 달린 칼의 모양이었다.

    뼈가 이런 식으로 자라는 것도 정말 신기했다.

    “일단 이 칼이 제일 비쌉니다.”

    강하진은 뼈칼을 뜯어냈다. 뼈를 부러뜨리는 건데, 생각보다 간단히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마석은 심장이나 머릿속에 있으니 확인해 보시고요.”

    강하진은 굳이 이 칼개구리의 마석은 확인하지 않았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마석을 품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다들 강하진의 설명을 집중해서 들었다.

    강하진은 손에 든 방패를 김지혜에게 건넸다. 김지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걸 받았다.

    “레벨이 있으니 공격을 막는 건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지혜 씨가 막는 동안 지영 씨가 공격을 하세요.”

    “예에?”

    김지혜와 이지영이 깜짝 놀란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둘이서 저 괴물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하지만 강하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 정도 레벨이면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험할 것이다. 하지만 일단 던전에 들어온 이상, 위험한 건 당연했다.

    “유동훈 씨는 절 따라오세요. 레벨만 올리면 되니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잊지 마시고요. 최소 2미터 안에는 있어야 합니다.”

    2미터면 너무 가깝지만, 강하진이 사냥할 때 혜택을 받으려면 그래야만 한다.

    강하진이 유동훈을 데리고 훌쩍 떠나 버리자, 김지혜와 이지영이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어쩌지?”

    “어쩌긴. 우리가 원해서 온 건데 해야지. 그리고······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모르잖아.”

    그 말에 이지영이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할 거야. 레벨 팍팍 올려서 그놈들 코를 납작하게 해줄 거야.”

    두 사람은 심호흡을 한 다음, 강하진과 유동훈이 향한 쪽과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쩡! 쩡! 쩡! 쩡!

    김지혜는 이를 악물고 날아오는 칼을 방패로 쳐냈다. 모든 집중력을 다 써서 검을 막아냈다.

    확실히 정직하고 직선적인 공격이 칼개구리의 약점이긴 했다. 조금만 더 변칙적이었으면 아마 막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지혜가 막는 사이 이지영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다가 불쑥 검을 내질렀다.

    콰직!

    정확히 목을 노려야 하지만, 아직 그 정도로 정교한 공격은 불가능했다. 일단 기회가 올 때마다 다른 부위를 찔렀다.

    칼개구리는 부상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난폭해졌다. 공격이 빠르고 강해졌지만, 그래도 궤적이 훤히 보여서 집중만 하고 있으면 막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몇 차례 공방이 더 오가다가 김지혜가 방패를 슬쩍 비틀어 막았다.

    쩡!

    칼개구리가 살짝 비틀거렸다. 그리고 이지영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푸욱!

    정확히 목의 흉터에 그녀의 칼이 틀어박혔다.

    두 사람은 쓰러진 칼개구리 앞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벌써 일곱 마리나 잡았네.”

    “그러게. 처음에는 어쩌나 싶었는데, 이것도 하다 보니 익숙해지네. 레벨도 잘 오르고.”

    고작 일곱 마리 잡았는데 레벨이 3이나 올랐다. 역시 둘이서 사냥을 하니 효율이 좋았다.

    둘이서 그렇게 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누군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 저기 누가 오는데?”

    “유동훈 씨?”

    다가오는 사람은 유동훈이었다. 그는 열심히 달려오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빛이 달라졌다.

    “무슨 일 생겼나본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두 사람은 달려오는 유동훈을 향해 마주 달려갔다.

    “무슨 일이죠?”

    “아······ 두 분을 데려오라고 해서······.”

    “예?”

    유동훈의 표정을 보니 큰일이 아니라 정말 단순히 심부름인 모양이었다.

    “오다가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혼자서 여기까지 왔어요?”

    “그게······ 나머지 괴물은 다 정리했습니다. 보스만 남았으니 근처에서 대기하라고 하시네요.”

    “예에? 벌써요?”

    “대체 몇 마리나 잡았는데요?”

    유동훈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132마리였습니다.”

    “예에?”

    두 사람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그녀들은 한동안 그 자리에서 못 박힌 듯 선 채 유동훈의 뒤쪽, 강하진이 있을 법한 방향을 멍하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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