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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20화 (20/200)

< 꿩 먹고 알 먹고 2 >

던전 안의 강철물소를 모두 정리하는 데에는 사실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레벨도 잔뜩 올릴 수 있었고, 강철물소의 부산물도 한가득 모았다.

이제 남은 건 코어를 파괴하는 것뿐이었다.

강하진은 뜨거운 쇳물이 흐르는 강으로 다가갔다.

이곳 강철물소 던전의 코어가 바로 이 강이었다.

보통의 코어는 땅속에 있다가 괴물을 모두 잡으면 위로 솟아나 괴물을 뽑아내는데, 이곳의 코어는 좀 달랐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저 안에서 강철물소가 튀어나올 것이다. 그 전에 파괴해야만 한다.

저 강 자체가 코어라는 건 강을 없애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아직 강하진의 힘은 그 정도로 대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하진에게는 회귀 전에 오랫동안 던전을 연구하며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있었다.

“어차피 갖고 가지도 못할 거 이렇게 써먹어야지.”

강하진은 마석과 뿔, 눈동자를 적출한 강철물소의 사체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싸움에만 집중했기에 사체가 들판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강하진이 강철물소 사체를 모은 곳은 강의 폭이 좁은 곳이었다.

쇳물 강의 너비는 균일했는데, 그 중 한 곳이 오목하게 들어가 있었다. 다른 곳에 비해 절반 정도의 너비였기에 유속은 빨랐지만, 강철물소를 던져 쌓기도 좋았다.

강하진은 빠르게 강철물소 사체를 그곳에 휙휙 던졌다.

촥! 촥! 촥! 촥!

뜨거운 쇳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처음에는 강철물소가 쇳물에 가라앉아서 아예 보이지도 않았지만, 조금 더 쌓이니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내 강철로 이루어진 거대한 댐이 완성되었다. 쇳물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흘렀지만 댐을 기준으로 강에 흐르는 쇳물의 양이 거의 바닥나다시피 했다.

강하진은 아공간에서 냉기 속성을 가진 부스러기 마석 하나를 꺼냈다.

미리 조치를 해서 폭탄으로 쓸 수 있는 마석이었다.

마력을 흘려 넣은 다음 그것을 던졌다.

콰아아아아!

댐에 맞추면 부서질 수도 있기에 허공에서 터트려 버렸다. 그러자 냉기가 강철 댐 위에 쏟아져 내렸다.

뜨거운 쇳물이 식으며 그대로 굳었다. 그것은 강철 댐의 빈틈을 꽉꽉 메워주었다.

강에는 더 이상 쇳물이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쇳물이 강철 댐을 계속 녹일 테니까.

강하진은 서둘러 강바닥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강을 따라 달렸다. 댐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게 좋다. 한 방에 안 끝났을 때 댐이 무너지면 곤란하니까.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은 강하진은 스킬을 썼다.

[분쇄]

코어를 파괴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주먹에 어렸다. 강하진은 집중해서 강바닥을 노려봤다.

집중하니 강바닥에 희미하게 나 있는 실금이 보였다.

그게 바로 이곳 강철물소 던전에서만 볼 수 있는 코어의 균열이었다.

바로 그곳을 공략해야 코어를 제대로 부술 수 있다.

꽈앙!

강하진의 주먹이 정확히 균열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분쇄의 힘이 파고들었다.

쩌저저저적!

사방으로 거미줄 같은 금이 뻗어 나갔다. 균열 내부에서부터 일어난 분쇄의 힘이 강바닥 전체로 퍼졌다.

쩌어엉!

강바닥이 그대로 터져 나가며 강렬한 마력이 분출되었다. 마치 마력의 폭풍이 일어나는 듯했다.

강하진은 온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마력에 피부가 찌릿찌릿해지는 걸 느끼며 몸을 돌려 저 멀리 자신이 만들어 놓은 강철 댐을 쳐다봤다.

댐 너머에서 출렁이는 뜨거운 쇳물이 펑펑 터지며 폭발하듯 위로 솟구쳤다.

그곳에서도 마력이 휘몰아치는 중이었다.

시야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코어가 부서져 던전 세상을 지탱하는 힘이 사라지는 것이다.

강하진은 자신의 몸에 스며드는 마력에 집중했다.

회귀 후, 이렇게 마력이 움직이거나, 어떤 특별한 일을 할 때마다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느껴보려고 애썼다.

예전 그 특별한 느낌, 마력이 아닌 훨씬 고차원적인 무언가를 또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그 느낌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내 몸에 들어왔어.’

이걸 정확히 몸에 들어왔다고 표현해야 할지 좀 긴가민가했지만, 어쨌든 그 고차원적인 힘이 분명히 자신에게 들어왔다.

그리고 던전이 사라졌다.

강하진은 어느새 포탈이 사라진 평범한 지하주차장에 서 있었다.

* * *

태산과 거성의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전쟁은 태산의 승리 쪽으로 굳혀지는 분위기였다.

압도적인 승리가 아니기에 태산이 입은 피해도 엄청났다. 하지만 그건 거성을 흡수하면 어느 정도 복구가 가능하다.

지창기는 지끈지끈 쑤시는 골치에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의 앞에는 그림자가 서 있었다.

“보고해봐.”

“유동훈의 거처를 찾았습니다.”

“조력자는?”

“암시장에서 활동하던 각성자들입니다.”

지창기가 눈살을 찌푸렸다.

“암시장?”

암시장과 얽힌 놈들은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암시장에는 별의 별 놈들이 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창기의 사업과도 밀접하게 닿아 있어서 함부로 하다가는 자칫 사업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었다.

“걱정하실 정도는 아닙니다. 암시장에서도 간신히 발을 붙인 정도였습니다.”

“그래? 뒤탈은 없단 말이지?”

“예. 암시장 쪽에도 확인했습니다.”

“좋아. 잘했어. 일단 전쟁 마무리 한 다음에 가져올 테니 확실하게 감시만 붙여. 섣불리 움직이지 말고.”

“그렇게 처리했습니다.”

“그때 찾으라던 놈은?”

“죄송합니다. 너무 흔적이 없습니다.”

“우리 애들이 그렇게 많이 당했는데 흔적도 못 찾았다고? 수표는 추적해 봤어?”

“암시장이나 A-마켓 쪽으로 흘러간 것 같습니다.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지창기는 의외의 눈빛으로 그림자를 바라봤다. 그림자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추적은 못 했지만 흔적은 충분히 분석했습니다. 모두 같은 놈이 확실합니다.”

“같은 놈?”

“비슷한 흔적을 여러 개 찾았습니다.”

지창기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해피머니에 저질 마석을 팔아먹은 놈이랑 우리 애들 작살 낸 놈, 그리고 내 도마뱀 던전에 침입한 놈이 같은 놈이라고?”

“예. 그리고 그놈이 유동훈을 빼돌리는 데에도 관여를 한 것 같습니다.”

“허, 나 참. 이거 어이가 없군.”

지창기는 헛웃음을 흘리면서 그림자를 바라봤다. 그의 의견이 궁금했다.

“어딘가에서 고용한 히트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창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생각도 같았으니까. 뒷배가 없이, 또 조력자가 없이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일들이었으니까.

어쩌면 암시장의 세력 중 일부가 개입했을 수도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지창기가 이를 악물었다.

“전쟁부터 빨리 끝내야지. 너도 다른 일 다 접고 전쟁에 집중해. 거성부터 정리하고 그 히트맨의 뒷배를 찾아야지.”

거성 다음으로 무너질 조직은 그곳이 될 것이다.

지창기의 눈에 야망과 살기가 뒤섞여 이글이글 타올랐다.

* * *

강하진은 확보했던 네 개의 던전을 모두 정복했다. 코어까지 부숴서 완벽하게 정리한 것이다.

그냥 던전만 정리하고 다닌 건 아니었다. 틈틈이 태산과 거성의 동태를 살피고 전쟁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도 확인했다.

그러면서 양측의 균형이 맞도록 몰래 손을 쓰기도 했다.

물론 주는 던전 정복이었기에 전쟁의 흐름 자체를 마음대로 조절할 정도로 시간을 내거나 집중할 수는 없었다. 그저 피해를 누적시키기 위한 단순한 조치일 뿐이었다.

어쨌든 던전을 모두 정복했는데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물론 전쟁은 막바지의 막바지였다. 마지막으로 거성의 수뇌부만 잡으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강하진은 그렇게 간단히 이 상황이 끝나는 걸 원치 않았다.

회귀 전에는 태산이, 그러니까 지창기가 서울과 경기 지역 조직을 모두 손에 넣었다. 암흑가를 통일한 것이다.

그 기세를 살려 전국적으로 영향력을 뻗어 결국 세계적으로 이름난 거대하고 강력한 조직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작점이 바로 거성과의 전쟁이었다.

거성은 생각보다 돈이 많은 조직이었다. 지창기나 주변 다른 조직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부자였다.

지창기가 예상한 것보다 무려 수십 배나 더 돈이 많았고, 그 막대한 자금이 태산이 서울과 경기를 일통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러니 지창기에게 제대로 된 엿을 먹이려면 그것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강하진은 지금 거성의 수뇌부가 숨어있는 곳 근처에 있었다. 당연히 자신이 찾아낸 게 아니라 태산의 추적조를 뒤쫓아서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이 근처에는 태산에서 보낸 놈들이 득실거렸다.

강하진은 그놈들의 눈을 피해 거성의 수뇌부들이 숨어 있는 창고를 살피고 있었다.

‘일단 저기서 빼내거나······ 아니면 돈만 빼돌리면 되는데.’

슬슬 지창기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니 저들을 죽이지 말고 반드시 사로잡으라는 명령을 내린 것 아니겠는가.

강하진은 창고를 감시하고 있는 추적조를 탐색하듯 살펴봤다.

모두 20명이었는데, 지원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현재 창고에 숨어 있는 거성의 수뇌부는 보스이자 회장인 주명우를 비롯해 총 일곱 명이었다.

각성자는 섞여 있지 않았지만 다들 거성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자들이었다. 호락호락할 리 없었다.

그러니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압도적인 전력으로 적의 투쟁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아마 창고 안에 있는 자들도 지금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다 포기한 상태일지도 모르고.

‘그럼 곤란하지.’

강하진은 서둘러 움직였다. 일단 지원조가 오면 더 힘들어진다. 그 전에 처리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이제 감시조가 된 추적조의 일부를 무력화 시키는 것이었다.

추적조를 모두 처리하는 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 감시의 빈틈을 만들 정도만 없애고, 그 틈으로 거성의 수뇌부를 빼돌리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었다.

그리고 스킬 [숨바꼭질]과 [분쇄]는 이럴 때 최고의 조합이었다.

강하진은 창고 입구 쪽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벽 쪽 방향에 있는 감시조에게 다가가 그들을 단숨에 처리해 버렸다.

저 창고에서 밖으로 나가려면 입구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하진은 다른 구멍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거대한 공터에 창고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니라, 수많은 창고가 세워진 창고지대였기에 가능한 작전이었다.

감시의 한쪽을 무너뜨린 강하진은 창고 벽에 바짝 붙었다. 그리고 [분쇄]를 손바닥에 담아 벽을 꾹 밀었다.

파스스!

부서진 가루가 쏟아지며 벽에 구멍이 뻥 뚫렸다. 그 안으로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거성의 수뇌부들이 보였다.

강하진은 그들을 향해 얼른 나오라는 듯 턱짓을 했다.

그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다들 구멍을 통해 창고에서 조용히 나왔다.

강하진과 거성의 수뇌부가 창고지대의 좁은 골목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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