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레벨업-19화 (19/200)

< 꿩 먹고 알 먹고 1 >

강하진은 지창기 주변을 은밀히 감시했다.

처음에는 분위기를 살피다가 직접 움직여 지창기 주변을 쳐내고 흔들 계획이었는데, 살피다 보니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뭐지? 이건 꼭······ 큰 싸움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강하진이 보기엔 그랬다. 그래서 좀 의아했다.

‘시기가 좀 이른데?’

회귀 전에 지창기는 뭔가를 계기로 전쟁을 시작했고, 그 결과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전체의 조직을 통일했다.

그리고 그것이 지창기가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아무리 지창기가 대단한 스킬을 보유했더라도 최후의 공격대에 포함될 정도로 성장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한데 강하진이 알기로 지창기가 다른 조직을 흡수하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1년쯤 후였다.

슬슬 던전에 이상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고 사회가 살짝 혼란스러워지는 그 타이밍에 맞춰 전쟁을 벌인 것이다.

그 일 역시 지창기가 어찌나 자랑을 했는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당시 지창기에게는 그런 식으로 잘난 척하고 자랑할 만한 상대가 강하진 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다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가문의 후계자이거나, 주인이었으니 어디에 비벼보겠는가.

그나마 서포트 팀에 소속되어 있던 한국인들도 다들 대단한 재벌의 후계자들이었다.

아무리 지창기가 메인 팀 소속이라 하더라도 무조건 존중받을 수는 없었다. 은연중 그를 무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건 강하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강하진은 참고 버텨냈다. 그때는 이 세상을 지켜낸다는 목표가 있었으니까.

어쨌든 그때 지창기의 얘기를 열심히 들어준 덕분에 그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많았다.

강하진은 좀 더 확실한 정보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움직였다.

* * *

상황을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움직임이 너무 격렬했으니까.

태산과 거성이 전쟁에 돌입하기 직전이었다.

회귀 전에 지창기가 그랬다. 제일 처음에 조진 게 거성이었다고. 아주 압도적으로 발라 버렸다고 떠들었지만, 그걸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았다.

아마 쉽지 않은 싸움이었을 것이다. 당연히 금방 끝나는 싸움도 아니었을 것이고.

강하진은 태산과 거성 양쪽을 다 확인했다. 일단 엿보기 스킬을 동원해 각성자의 수와 레벨, 스탯을 정리했다.

던전 시대로 접어든 이후, 조직 간의 전쟁에는 각성자가 큰 역할을 해왔다.

각성자의 역할은 전쟁뿐 아니라 향후 조직의 자금 조달까지 맡게 되면서 역할이 폭넓어지고 영향력도 커진다.

그러니 이 전쟁의 향방을 예측하려면 각성자의 수와 수준을 파악하면 된다.

‘백중세.’

팽팽했다. 다만 이 전쟁은 결국 태산이 이기게 될 것이다.

태산과 거성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차이가 하나 존재했다.

바로 각성자를 상대할 수 있는 전용 무기의 유무였다.

태산은 예전 유동훈을 통해 제작해 놓은, 비록 조잡하지만 각성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었다.

그것이 나중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강하진은 굳이 거성을 도와 태산을 무너뜨린다거나 할 생각이 없었다.

이 전쟁은 시작에 불과하다. 태산은 거성 이후 다른 큰 조직들과 계속 싸울 수밖에 없었다.

강하진은 상황을 확인한 후, 태산과 거성이 몰래 관리하고 있는 던전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강하진이 쓴 방법은 사람을 파고드는 거였다.

던전을 비밀리에 관리하려면 반드시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니 태산과 거성이 사람을 보내서 관리하는 곳만 확인하면 된다고 여긴 것이다.

하지만 태산이나 거성이 바보도 아니고 불법으로 던전을 확보하는 일인데 어설프게 처리할 리가 없지 않은가.

강하진이 예전에 지창기의 뒤를 따라서 던전을 털어 먹은 건 회귀 전에 얻은 정보 덕분이었다.

강하진은 조사를 하면 할수록 정보에 대한 목마름이 더더욱 커졌다.

어쨌든 굉장히 어려운 일이긴 했지만, 성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전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팽팽한 싸움이 이어진다는 건 양측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 곳곳에 빈틈이 생겨나는 게 당연했다.

강하진은 빈틈을 파고들고 실패하고 또 파고드는 시행착오 끝에 몇몇 던전의 정보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좀 아쉽네. 저 두 조직의 던전을 싹 털어 먹으면 레벨을 상당히 많이 올릴 수 있을 텐데.’

강하진이 확보한 던전의 수는 모두 네 개였다.

아마 못해도 그 세 배는 더 감춰뒀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찾기만 할 수는 없었다.

강하진은 네 개의 던전 중에서 가장 관리가 허술한 곳부터 찾아갔다.

관리가 허술한 게 당연했다. 태산 본사 지하에 있었으니까.

건물 내에 조직원이 우글우글 한데, 누가 거기에 접근하겠는가. 그저 몇 명이 입구만 꽉 틀어막고 있으면 대부분의 상황에 대비가 가능하다.

원래 지하주차장으로 쓰던 층인데, 던전이 생겨나면서 입구로 쓰는 계단 하나만 남기고 모든 통로를 메워 버린 곳이었다.

강하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건물로 들어가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평소에도 지하로 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솔직히 입구를 지키는 자들도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태도가 굉장히 불량했다.

차마 앉지는 못하지만 틈만 나면 나가서 담배를 피우고 화장실에 들락거렸다.

강하진이 내려갔을 때도 지키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그나마도 이리저리 서성이느라 강하진이 계단에서 내려온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강하진은 자연스럽게 그의 사각으로 이동했다.

이것 역시 각성 던전에서 얻은 스킬이었다.

[숨바꼭질(A)]

[지정한 목표물의 사각을 시각적으로 표시한다.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지정할 수 있는 목표물의 수가 늘어난다.]

설명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완벽한 사각일수록 짙은 색으로 표시된다.

색이 옅더라도 강하진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완벽한 사각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동안 태산과 거성을 오가며 던전에 대한 정보를 모을 때 가장 유용하게 쓴 스킬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스킬이 빛을 발했다. 강하진은 짙은 색으로 표시된 곳으로 재빨리 이동했다.

그리고 사내가 서성이는 방향에 따라 몸을 숙이고 비틀며 완벽한 사각에서 움직였다.

문을 살짝 열고 그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데에는 1초면 충분했다. 그 1초라는 시간을 숨바꼭질이라는 스킬을 이용해 확보한 것이다.

일단 안에 들어가고 나니 훨씬 여유가 생겼다.

넓은 지하주차장 한가운데 던전으로 들어가는 포탈이 서 있었다.

강하진은 빠르게 던전으로 들어갔다.

젤리를 통과하는 듯한 특유의 느낌과 함께 세상이 확하고 열렸다.

강하진은 빠르게 던전을 파악했다. 도전할 수 있는 던전인지 아닌지 먼저 판단해야 한다.

굉장히 직관적인 던전이었다.

거대한 들판이 펼쳐져 있었고, 그 들판 곳곳에 괴물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강철물소.’

모르는 괴물이 거의 없다는 건 회귀의 장점 중 하나였다.

이곳에 서식하는 괴물은 강철물소였다.

이름 그대로 몸이 강철로 이루어진 물소였는데, 보통 물소에 비해 덩치가 훨씬 더 컸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와 뿔로 들이 받는데, 웬만한 방패는 그대로 찢어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충돌 했을 때의 충격량도 엄청나서, 돌진을 막아내도 자칫하면 내장이 터질 수도 있었다.

‘강철물소가 있으면 강도 있어야 하는데.’

강철물소를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강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냥 강이 아니라 쇳물이 흐르는 강이었다. 당연히 강은 뜨거웠고, 거기 빠지면 뼈도 못 추리고 녹아버린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 강이 강철물소의 부상을 치유하는 장소라는 점이었다.

강철물소는 그 어떤 부상을 입어도 시뻘건 쇳물이 흐르는 강에 들어가면 빠르게 상처가 아물어 버린다.

보아하니 지창기가 레벨업을 위해 주로 쓰는 던전이 분명했다.

강철물소는 상대하기가 까다롭긴 해도 일단 사냥에 성공하면 그 대가가 상당하다.

경험치도 많이 주고 사체가 모두 특수한 강철이기에 쓸모가 많았다.

그리고 품고 있는 마석도 특별한 속성이었다.

아마 아직 지창기가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잠시 보고 있으니 강에서 강철물소 한 마리가 불쑥 솟아나더니 쇳물을 튀기며 밖으로 걸어 나왔다.

강철물소가 있는 던전의 코어가 바로 저 강이었다.

“시간 없으니 얼른 끝내고 가자.”

강하진은 남은 아공간의 크기를 가늠하며 가장 가까이 있는 물소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일단 버프부터 걸었다.

‘용의 축복!’

아직 숙련도가 낮아 모든 능력치가 10%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첫 번째 봉인을 풀어 공격력과 방어력도 함께 증폭했다.

강하진은 달려가며 속성부여 스킬을 썼다.

최근 전격 속성의 봉인이 풀렸기에 강철물소를 상대하기가 아주 수월해졌다.

빠지지직!

강하진의 양손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강철물소는 상대하는 법만 정확히 알고 있으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잡을 수 있다.

약점이 두 군데 있는데, 정확히 그 두 군데를 전격으로 공략하면 된다.

한데 그 두 군데가 공격하기 어려운 부위였다. 배 쪽에 있었기에 강철물소 아래쪽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강철물소 한 무리가 강하진을 발견하고 돌진해왔다.

두두두두두!

굉장히 빠른 속도였고, 사방으로 마력 폭풍을 일으키고 있어서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강하진은 눈을 빛내며 타이밍을 재다가 슬라이딩 하듯 물소 아래로 파고들었다.

쩌정!

전격 두 방이 물소의 배에 있는 두 군데 약점을 파고들었다.

급소를 공격당한 강철물소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꽈드드드득!

쓰러진 강철물소가 관성을 이기지 못해 바닥을 헤집으며 미끄러졌고, 강하진은 그대로 몸을 띄웠다. 그러자 뒤따르던 강철물소들이 허공에 뜬 강하진을 빠르게 지나쳐 쓰러진 놈에게 걸려 나뒹굴었다.

강하진은 빠르게 달려들어 쓰러진 강철물소들의 급소를 공격했다.

쩌정! 쩌정! 쩌정!

쓰러져 있어서 급소를 때리기가 아주 편했다. 물론 실력이 없었다면 아무리 쓰러져 있더라도 이렇게 간단히 처리할 수는 없었겠지만.

강하진은 이 상황까지 미리 예상했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고 자연스럽게 움직여 강철물소들을 처리했다.

지금 이 방법이 바로 강철물소 사냥의 정석이었다.

핵심은 첫 번째 물소였다. 아래로 파고들어 그 짧은 순간에 정확히 두 군데 급소에 전격을 때려 박아야 하니까.

그렇게 죽였다고 끝이 아니었다. 뒤따라오던 강철물소들에게 밟히지 않아야 한다.

둘 중 하나만 실수해도 끝장이었다.

강하진은 회귀 전에도 강철물소 사냥을 여러 번 경험했기에 아주 능숙하게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첫 번째 무리를 모두 처리한 강하진은 빠르게 마석부터 뽑아냈다.

강철물소는 버릴 게 하나도 없는 괴물이었다.

하지만 아공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이곳에 있는 모든 강철물소를 담아가지는 못한다.

강하진은 딱 필요한 부위만 뽑아냈다.

일단 마석은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나머지 부산물 중에서 강하진이 선택한 것은 뿔과 눈알이었다.

강철물소의 뿔은 다른 부위보다 훨씬 단단하고 특별한 강철이었다.

그리고 강철물소의 눈알은 마력이 깃든 금속이었다.

무언가를 만들 때 가미하면 아주 특별한 성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빠르게 뿔과 눈알, 마석을 적출한 강하진은 다음 목표를 탐색했다.

일단 강에서 먼 쪽에 있는 무리를 정리하고 차츰차츰 안쪽을 공략해야 한다. 나중에는 안쪽에 있는 무리를 밖으로 유인해서 싸우고.

강에서 가까운 강철물소는 정말 까다로운 괴물이 된다.

강하진은 눈을 번득이며 두 번째 사냥감을 물색하고는 또 달려갔다.

그렇게 한동안 지극히 순조로운 강철물소 사냥이 이어졌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