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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2화 (12/200)
  • < 첫 번째 투자 >

    강하진은 한강 던전으로 향했다.

    사실 금전적 기반을 다지는 데에는 주식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강하진은 향후 엄청난 성장을 할 주식에 대해 제법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단기간에 급성장하거나 급락하는 주식도 많이 꿰고 있었다.

    특히 이 시기에 베팅하기 좋은 주식이 몇 개 있었다. 거기에 투자하면 금세 큰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하기 전에 시도할 수 있는 간단한 투자가 하나 있었다.

    이건 시기가 정말 중요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되도록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이건 불법적인 일도 아니었다.

    그저 A-마켓에 가서 원하는 물건을 잔뜩 사기만 하면 된다. 최대한 많이.

    ‘그나저나······ 지창기가 너무 조용한데?’

    해피머니를 잔뜩 들쑤셔 놨다. 조만간 마석 문제도 터져서 손해가 막심할 것이다.

    거기다 해피머니의 근간을 이루는 놈들을 다 제거했다. 특히 조영우를 처리한 게 컸다.

    조영우는 나중에 지창기를 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각성자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나머지 하나가 유동훈이었는데, 유동훈은 빼돌렸으니 지창기는 이제 양팔이 끊어진 거나 다름없었다.

    아마 미래의 지창기는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한데 그렇게 당한 지창기가 아직까지 조용하다는 게 좀 이상했다.

    지창기는 당한 건 열 배로 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었다.

    ‘무슨 일이 있나? 이 시기에 뭐가 있었지?’

    강하진이 아무리 높은 정신력 덕분에 많은 걸 기억하긴 해도 모든 걸 기억할 수는 없었다.

    한강 던전으로 들어가면서도 내내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강하진은 A-마켓에 도착한 다음에야 정신을 차렸다.

    “할 일부터 해야지.”

    강하진은 여기 오기 전에 미리 돈을 적당히 세탁해 두었다.

    던전 산업이 발전하고 암시장이 성장하면서 돈을 세탁하는 기법도 많이 늘어났고, 전문적으로 그런 일을 해주는 업체도 여럿 생겼다.

    물론 전부 불법이었다.

    하지만 적당한 수수료만 내면 깔끔하게 돈을 세탁해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 중에도 불법적인 조직과 연결된 놈들이 많아서 정보가 새 나갈 위험은 좀 있었다.

    하지만 강하진이 이용한 업체는 그런 쪽과는 관계가 거의 없는 안전한 업체였다.

    과거 국세청과 지방세무소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자들이 은밀히 만든 업체였다.

    그들은 10년 뒤에도 안전하게 살아남아 장사를 했다. 그리고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지키는 걸로도 유명했다.

    A-마켓에 들어간 강하진은 일단 직원부터 찾았다. 자신이 사려는 물건은 아마 진열되어있지 않을 테니까.

    “혹시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강하진이 잠깐 두리번거리니, 직원이 강하진에게 다가가 물었다.

    “레모노의 송곳니를 찾고 있습니다.”

    “아······ 레모노의 송곳니요.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워낙 찾는 분이 없어서 재고 확인부터 해봐야 합니다.”

    직원이 들고 있던 태블릿을 몇 번 터치하더니 안색이 밝아졌다.

    “아, 다행이 재고가 제법 있네요. 몇 개나 필요하십니까? 지하 재고창고에 있으니 바로 갖다 드릴 수 있습니다.”

    “가격부터 확인하고 싶군요.”

    “아, 가격이요. 뭐······ 일단 개당 3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긴 합니다. 그래서 최소 10개 단위로 팔아야 합니다.”

    강하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많이 사면 가격 조절 됩니까?”

    “예? 얼마나 사시려고 하시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레모노의 송곳니는 가능할 겁니다.”

    지금 안 팔면 결국 재고 정리할 때 다 버려질 게 확실하니 헐값에라도 판매하는 것이 나았다.

    그리고 그것은 나중에 자신의 실적으로 쌓일 것이다.

    “가격만 맞으면 정말 많이 살 겁니다. 재고 몇 개나 있습니까?”

    “어······ 일단 여기 한강 지점에는 총 1467개 있습니다만······.”

    “그 말은 다른 지점의 것도 가져올 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예. 마, 맞습니다.”

    “깔끔하게 개당 만 원으로 하죠.”

    “마, 만 원이요? 하지만 그건 너무······.”

    “다른 지점에 있는 것도 얼마든지 가져오셔도 됩니다. 전부 구매하죠. 이러면 됩니까?”

    이쯤 되면 뭔가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 혹시 레모노의 송곳니에 대한 새로운 사용법이 발견되었다거나 말이다.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강하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30분 기다려 드리죠. 아니면 좀 멀더라도 다른 지점으로 갈 겁니다. 여기서 제일 가까운 지점이······ 온양 지점이죠?”

    “그,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직원이 꽁지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후다닥 달려갔다.

    강하진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30분이라고 얘기했지만 더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릴 용의가 있었다.

    지금은 절대 알 수 없다. 뭘 알아보든 마찬가지였다.

    이 레모노의 송곳니에 대한 효능은 정말 우연히 발견되었다. 더구나 그게 레모노의 송곳니를 연구하다 발견한 것도 아니고 전혀 엉뚱하게 발견되었다.

    지금 레모노의 송곳니에 관심을 둔 연구소는 전 세계에 단 하나도 없었다.

    ‘아마······ 2주쯤 후부터 연구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지겠지.’

    그러니 A-마켓에서 아무리 레모노의 송곳니에 대해 연구하는 단체나 개인의 유무를 조사해도 알아낼 수 있는 사실이 없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30분을 아슬아슬하게 넘겨서 직원이 다시 나타났다. 숨을 헐떡이고 있었는데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양해를 구했다.

    “죄,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인내를 발휘해 보죠. 대신, 가격 좀 더 낮춰야겠습니다. 솔직히 그거 나 아니면 팔 수도 없는 물건 아닙니까. 어차피 버릴 거 그냥 나한테 버리시죠.”

    직원이 질린 표정으로 강하진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가격 문제도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그러니 잠시만, 정말로 잠시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직원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는 만면에 화색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타나 정중히 물었다.

    “레모노의 송곳니를 얼마나 구입하실 계획이라 하셨습니까?”

    “재고량부터 확인하고 가격도 다시 정하죠. 저 오래 기다린 거 아시죠?”

    “물론입니다. 서로 만족할만한 거래를 약속드립니다.”

    직원을 그렇게 말하며 자신이 들고 있던 태블릿 화면을 보여줬다.

    “일단 이것이 우리나라 A-마켓이 보유한 레모노의 송곳니 재고량입니다.”

    한국에는 네 개의 지부가 있었고, 각 지부마다 천에서 이천 개 정도의 물량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다른 나라에 있는 각 지부의 재고량입니다.”

    아주 작정을 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가격은 개당 8천 원입니다. 혹시 여기 표시된 모든 재고를 다 구입하신다면 7천 원까지 해드릴 수 있습니다.”

    강하진은 더 조율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싹 사죠. 대신 최대한 빠르게 갖다 주셔야 합니다.”

    직원이 90도로 허리를 꺾었다.

    “감사합니다! 모든 물량이 최소 3일 내에 도착할 수 있도록 조치해 드리겠습니다!”

    A-마켓이 보유한 레모노의 송곳니는 총 187,198개였다.

    가격은 무려 13억이 넘는다. 강하진은 그 와중에 천만 원쯤 되는 우수리를 떼버리고 딱 13억에 가격을 맞췄다.

    직원도 흔쾌히 그 정도는 해 주었다.

    역사적인 거래가 그렇게 이뤄졌다. 아마 이 직원은 오늘의 일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한데······ 혹시 무슨 일로 이 많은 레모노의 송곳니를 원하시는 건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투자입니다.”

    “예? 투자요? 레모노의 송곳니에요?”

    직원이 황당한 눈으로 강하진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무슨 이런 미친놈이 다 있지? 하는 것과 혹시 뭔가 특별한 정보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카파치의 눈동자라고 들어봤죠?”

    그 말에 직원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머릿속에 강하진이 미친놈으로 정의되는 순간이었다.

    카파치의 눈동자는 2년 전에 던전 산업이 제법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떼돈을 안겨주었던 상품이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꼭 쓸모 있는 것처럼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던 부산물이었다.

    하지만 연구가 지지부진해서 결국 가치가 폭락했다. 그리고 그렇게 가치가 폭락했을 때, 그걸 투자 삼아 잔뜩 사들인 사람들이 있었다.

    결국 꾸준히 진행되던 연구가 결실을 맺어 가치가 폭등했다.

    당시 잔뜩 사들였던 사람들은 돈 폭탄을 맞아 지금도 떵떵거리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카파치의 눈동자와 레모노의 송곳니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카파치의 눈동자는 계속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고, 레모노의 송곳니는 더 이상 연구하는 사람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레모노의 송곳니는 이제 버려질 일만 남았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

    한데 그 쓰레기를 투자라는 명목으로 13억 어치나 구입하다니. 이런 바보 멍청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부디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물론 그냥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었다. 좋은 성과가 있을 리 없으니까.

    “3일 후에 찾아올 테니 나머지 물량은 그때 구입하겠습니다.”

    “예. 꼭 찾아오셔야 합니다.”

    항공 운송까지 요청했는데 달랑 여기 것만 사고 도망치면 곤란하다.

    “아예 돈을 미리 지불하죠. 지불 증서만 작성해 주시죠.”

    “아이고, 그렇게 해 주시면 저야 정말 감사하죠.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강하진은 레모노의 송곳니가 가득 든 상자를 들고 A-마켓에서 나갔다.

    직원은 강하진이 사라질 때까지 90도로 허리를 숙인 채 일어나지 않았다.

    * * *

    김진철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

    “씨, 씨발. 이걸 어쩌지?”

    마석을 판매하러 간 부하에게 온 전화였다.

    “아니, 갑자기 응집도는 또 뭔 개소리야?”

    마석의 가치에 대한 기준이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사실 그거야 문제될 게 없다. 기준이 달라졌으면 이쪽도 달라진 기준치에 맞추면 그만이니까.

    문제는 그 기준이 달라지기 직전에 구입한 대량의 마석이었다.

    무려 500개가 넘는 마석을 구입했는데, 그게 전부 기준 이하란다.

    마석을 구입하는데 무려 52억이나 들었다. 갖고 있던 현금을 대부분 거기 쓴 것이다.

    그러면서 시세를 좀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돈이 필요해져서 마석을 판매하기로 했다.

    한데 무려 52억이나 주고 구입한 마석이, 최소 200억 이상은 받아야 할 마석이, 아니, 잘하면 250억에도 팔 수 있는 마석이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그걸 다 해서 5억? 미친 거 아냐? 나 보고 나가 죽으라고?”

    예전에는 마석의 크기와 마력 유무만 확인하면 그만이었다. 한데 이젠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응집도라는 놈이 훨씬 중요하단다.

    500개에 5억이라니 그럼 하나에 100만 원이라는 뜻 아닌가. 무려 2단계 마석이 1단계 마석만도 못한 놈이 되어 버렸다.

    “씨발, 내가 1단계 마석을 300만 원에 사는데 2단계를 100만 원에 팔라고? 미쳤어?”

    김진철은 소파에 허리를 세우고 앉아 다리를 달달 떨면서 중얼거렸다.

    너무나 불안했다. 불안해 미칠 것 같았다.

    순간 머릿속에 이 마석을 판매한 놈이 떠올랐다.

    당시 자신이 직접 안내해서 마석을 구입했다. 한 번에 2단계 마석을 그렇게 많이 파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호기롭게 서비스까지 줬다.

    물론 그 돈을 되찾을 수 있다고 자신했기에 그렇게 한 것도 있긴 했지만.

    어쨌든 그 한 놈 때문에 일이 또 한 차례 꼬여버렸다.

    안 그래도 조직원들이 대거 실종되는 바람에 조직이 흔들리는 상황인데 자금 문제까지 터져 버리면 정말 심각해진다.

    ‘무엇보다······ 이대로 가면 내가 살아남을 수 없어!’

    지창기가 얼마 전에 100억이 필요하니 준비해 놓으라고 했다. 이제 그 100억을 마련해야 한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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