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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8화 (8/200)
  • < 일석이조 >

    퍽!

    화르르륵!

    거대한 불길이 반경 수십 미터를 휩쓸었다. 사실 범위가 넓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강력한 불길은 아니었다.

    웬만한 각성자라면 이 정도 불길로는 그을음이나 좀 입히고 말 것이다.

    그건 당연히 괴물들에게도 해당된다. 이 정도 불길로 괴물을 잡겠다고 나서는 건 자살행위였다.

    다만 괴물 모기는 예외였다.

    괴물 모기의 약점이 바로 불이었다. 아무리 약한 불이라도 괴물 모기에게는 치명적이기 그지없었다.

    회귀 전 이 던전이 터졌을 때, 수십만 마리의 괴물 모기를 빠르게 수습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었다.

    광범위하고 위력이 약한 불로 휩쓸기만 하면 모기들이 잿더미가 되어 쏟아졌으니까.

    지금도 그 광경이 던전 안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불길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면 잿더미들이 바닥에 수북이 쌓였다.

    강하진은 손에 든 덩어리에 마력을 훅 밀어 넣고는 괴물 모기가 가장 많이 모인 곳에 휙 던졌다.

    퍽!

    화르르륵!

    화려한 불길이 일어나 괴물 모기들을 또 한 차례 휩쓸었다. 잿더미가 우수수 쏟아졌다.

    지금 강하진이 던진 것은 화염 마력 폭탄이었다.

    화염 속성을 가진 마력 폭탄인데, 특별한 세팅을 거쳐 위력은 낮추고 범위를 극단적으로 확장했다.

    벌써 10개의 폭탄을 던졌다. 그 10개로 괴물 모기가 절반 정도 사라졌다.

    일단 모인 곳은 해결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몰이사냥을 할 차례였다.

    강하진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스킬 하나를 켰다.

    [매혹의 향(A)]

    [마력을 보유한 존재를 유혹하는 향기를 발산한다. 마력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공기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향기가 퍼진다. 반대 성별에게 더 효과적이다. 매혹된 존재가 꼭 애정을 갈구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지금 이 순간 딱 필요한 스킬이었다. 역시 각성 던전에서 얻은 스킬 중 하나였다.

    근처 괴물 모기들이 갑자기 빠르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강하진은 달려드는 괴물 모기들을 피해 괴물 모기가 없는 쪽으로 달렸다.

    매혹의 향이 점점 더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더 많은 괴물 모기들이 맹렬히 달려들었다.

    괴물 모기들이 원하는 건 강하진이 풍기는 매혹적인 피의 향기였다.

    매혹된 존재가 갈구하는 건 상대의 피와 살일 수도 있으며, 단순한 성욕 처리일 수도 있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무서운 스킬이었지만, 잘 이용하면 정말 유용한 스킬이었다.

    강하진은 괴물 모기들이 적당히 모였을 때, 손에 든 마력 폭탄을 던졌다.

    퍽!

    화르르륵!

    새까맣게 모여든 괴물 모기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지금까지 중에 최고로 많은 괴물 모기들이 죽었다.

    강하진은 여전히 매혹의 향기를 사방으로 퍼트리며 던전 곳곳을 돌아다녔다.

    빠르게 날아든 괴물 모기의 뾰족한 침이 강하진의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강하진이 아무리 각성 던전에서 좋은 스킬을 얻고 어느 정도 레벨업까지 했다고 해도 괴물 모기의 돌진 속도보다 빠르게 도망칠 수는 없었다. 그저 교묘하게 피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말 절묘한 움직임이 이어지며 괴물 모기들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그러다보니 또 괴물 모기들이 잔뜩 모였다.

    이번엔 마력 폭탄을 멀리 던지지도 않았다. 그냥 발 앞에 내던졌다.

    퍽!

    화르르륵!

    거대한 불길이 강하진까지 통째로 휘감았다. 하지만 강하진은 순간적으로 마력을 뿜어내 몸을 보호했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니 대부분의 괴물 모기가 사라졌다.

    이제 남은 건 정말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강하진은 남은 마력 폭탄을 다시 아공간에 넣었다. 그리고 스킬을 써서 손에 화염의 마력을 휘감았다.

    예전 각성 던전에서 웨어울프를 상대할 때 썼던 것과 같은 스킬이었다.

    [속성부여(A)]

    [원하는 곳에 속성을 부여한다. 반드시 신체와 이어져 있어야 한다. 현재 부여 가능한 속성은 빙결, 화염, [봉인], [봉인], [봉인], [봉인], [봉인], [봉인]이다.]

    아직은 빙결과 화염밖에 못 쓰지만, 또 아직은 무기에 속성을 부여하지 못하지만, 계속 숙련도를 높이고 레벨을 올리다보면 나머지 봉인된 속성을 쓰는 건 물론이고 무기에도 속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무튼 강하진은 양손에 화염 속성을 부여한 다음 달려드는 괴물 모기들을 한 번씩 가볍게 건드렸다.

    고작 그것만으로도 괴물 모기들이 몸부림을 치면서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한 번 바닥에 떨어진 괴물 모기들은 다시 날아오르지 못하고 바르르 떨기만 했다. 다만 그 한 방으로 죽일 수는 없었다. 아직 속성력이 모자라니 어쩔 수 없었다.

    어느새 던전 안에는 날아다니는 괴물 모기가 한 마리도 남지 않았다. 전부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강하진은 바르르 떨고 있는 괴물 모기들을 발로 툭툭 차서 한데 모았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마지막으로 마력 폭탄을 하나 던졌다.

    화르르륵!

    괴물 모기들이 모조리 잿더미로 변했다.

    강하진은 슬슬 돌아다니면서 잿더미 속에 남은 마석을 챙겼다.

    모든 괴물 모기가 마석을 품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 수가 워낙 많으니 상당한 양의 마석을 얻을 수 있었다.

    괴물 모기가 품은 마석은 암시장에서 김지혜에게 샀던 100만 원짜리 마석의 네 배쯤 되는 크기였다.

    충분히 판매가 가능한 크기라 할 수 있었다. 물론 마석이 품은 마력의 양과 질이 더 중요하긴 하지만 현 시대에서는 오히려 이렇게 크기만 한 것이 더 괜찮은 가격에 팔 수 있다.

    강하진은 빈 아공간에 마석을 꽉꽉 채워 넣었다. 마석이 워낙 많아서 가진 아공간으로 다 해결할 수가 없어서 따로 준비한 자루까지 써야 했다.

    마석을 모두 챙긴 강하진은 레벨을 확인했다.

    ‘41.’

    레벨이 무려 41까지 올랐다. 능력치가 오른 폭도 상당했다. 레벨 하나당 평균 3정도의 능력치가 향상되는데, 강하진은 5이상의 능력치가 올랐다.

    레벨이 오르면 스킬 숙련도도 오른다. 물론 스킬을 직접 사용하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럼 이제 던전을 박살 내 볼까?”

    괴물만 다 잡는다고 끝이 아니다. 던전의 코어를 제거해야 던전을 정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이 자리에 다시 던전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대로 방치하면 결국 다시 괴물 모기가 생겨나고 나중에는 던전이 터져 버릴 것이다.

    강하진은 던전의 중심부로 걸어갔다. 보통 던전 코어는 중심부에 있거나 던전 보스와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 괴물 모기 던전은 중심에 코어가 있었다.

    던전 중심부에 가보니 바닥에 새까맣고 커다란 구슬이 반쯤 박혀 있었다.

    사실 그렇게 박힌 게 아니라 땅속에 있다가 위로 떠오른 것이었다.

    괴물을 모두 없애면 다시 괴물을 생성하기 위해 이렇게 코어가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가 코어를 제거할 가장 좋은 기회였다.

    코어를 제거하는 법은 간단하다. 그냥 부수면 된다. 다른 방법은 없었다.

    회귀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코어에 대한 연구를 다방면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연구에 성공하지 못했다.

    일단 코어를 던전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가 없었다. 땅에 반쯤 떠오르는 게 전부였다. 여기서 더 뽑아내는 것도 불가능했으니까.

    강하진은 주먹을 꽉 쥐었다. 팔을 타고 마력이 흘러 주먹에 모여들었다.

    단순히 마력으로 주먹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코어를 깰 수 없었다. 이걸 깨려면 어쨌든 공격 스킬이 필요했다.

    [분쇄(A)]

    [마력의 진동을 이용해 대상을 부순다.]

    아주 단순하지만 강한 물리력을 가진 공격 스킬이었다. 강하진은 분쇄를 주먹에 걸고 그대로 내리찍었다.

    꽝!

    쩌저저저적!

    쩡!

    코어에 금이 쫙쫙 가더니 이내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버렸다.

    그 안에 담겼던 상당한 힘이 강하진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눈앞에 레벨이 올랐다는 정보가 연이어 떠올랐다.

    그리고 주변이 뭉개지기 시작했다. 던전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강하진은 얼른 마력으로 호흡기를 보호했다. 갑자기 사방이 물로 변했다.

    던전이 사라지면서 포탈이 있던 곳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강하진은 물에서 나갔다.

    “코어를 혼자 독식하니까 정말 짭짤한데?”

    레벨이 41쯤 되면 레벨 하나 올리기가 만만치 않아진다. 그런데도 무려 레벨이 3개나 올라 44가 되었다.

    [칭호 ‘홀로 싸우는 자’를 획득했습니다.]

    칭호까지 얻었다. 사실 얻을 거라고 예상했던 칭호이긴 했다. 혼자 던전을 정복하는 사람은 회귀 전에도 제법 많았다. 강하진도 몇 번 경험이 있었고.

    [홀로 싸우는 자]

    [혼자서 던전을 정복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체력+20, 마력+20]

    소소했지만 칭호라는 건 다다익선이다.

    강하진은 잠시 숨을 돌린 다음, 그곳에서 떠났다.

    레벨도 올리고 마석도 잔뜩 얻고, 칭호까지 획득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악재까지 하나 없앴다.

    산을 내려가는 강하진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맴돌았다.

    * * *

    집에 돌아온 강하진은 일단 마석을 잘 분류했다. 마석은 대충 아무렇게나 팔면 안 된다.

    아직까지 마석은 그저 마력이 응축된 돌멩이일 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같은 크기의 마석이라도 보유한 마력의 양이 다르고 질도 다르다. 그리고 종류도 제각각이다.

    강하진은 일단 공간의 마석부터 찾아봤지만 역시나 없었다.

    “마석이 천 개가 넘는데 어떻게 하나도 없을 수 있지?”

    좀 허탈했지만 이내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공간의 마석은 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다음으로 한 일은 마력 응집도가 모자라는 마석을 분류했다. 이건 몇 달 후에는 가격이 바닥까지 떨어진다. 그러니 지금 팔아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마력의 질이 떨어지는 마석을 골라냈다. 그 다음에는 마석에 붙은 속성에 따라서 또 분류했다.

    “어쨌든 적당히 크기 기준을 넘어서는 것들이니까 돈은 좀 만지겠네.”

    강하진은 마력 응집도가 떨어지는 마석들을 우선 자루에 담았다. 무려 500개가 넘었다.

    대부분의 마석은 이런 식이다. 그럭저럭 쓸 만한 응집도의 마석은 셋 중 하나 꼴로 나온다.

    강하진은 남은 마석들을 아공간에 꽉꽉 눌러 담은 후, 집을 나섰다. 일단 미래를 위해서 시드머니부터 마련해야 하니까.

    * * *

    해피머니.

    강하진은 허름한 빌딩에 붙은 간판을 확인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해피머니는 흔히 말하는 사채업자들이 운영하는 사무실이었다. 당연히 살인적인 이자를 떠안기고 각종 불법적인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놈들이었다.

    그리고 각성자와 던전의 등장 이후, 이 사채업자들도 그쪽으로 사업을 자연스럽게 확장했다.

    사채업자들은 음지에서 가진 자신들의 영향력과 인맥을 동원해 각성자들이 불법으로 판매하는 마석을 거래했다.

    당연히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비쌌고, 그렇기에 이 음지의 시장이 잘 돌아갔다.

    암시장에 마석을 가져가도 판매야 가능하지만, 그쪽은 가격을 말도 안 되게 후려친다. 그러니 사채업자들에게 파는 게 이익이었다.

    그 중에서도 이곳 해피머니는 가장 규모가 큰 곳이었다. 당연히 힘과 영향력도 강했고, 제일 악질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하진이 여기에 온 이유는 이곳이 마석의 가격을 가장 잘 쳐주기 때문이었다.

    강하진은 빌딩 3층으로 올라가 여기저기 찌그러진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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