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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4화 (4/200)
  • < 각성 던전을 완벽히 공략하라 3 >

    “후우우.”

    강하진은 바닥에 주저앉아 호흡을 골랐다.

    마력을 제법 과도하게 쓴 상태에서 웨어울프와 싸우는 건 쉽지 않았다.

    몸 곳곳에 발톱에 할퀸 자국이 났다. 그래도 치명상은 없었다. 그리고 치명상을 입어도 던전이 사라지면 모두 회복될 것이다.

    회귀 전에도 그랬으니까.

    “끄응.”

    강하진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출구를 통해 석실에서 나갔다.

    “자, 마지막 스킬 얼른 줘라. 집에 가서 좀 쉬게.”

    이제 버프 스킬을 받고 던전이 사라지면 끝이다. 다시 들어왔던 그 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몸에 뭔가가 쑥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나 마력은 아니네.”

    마력이 아닌 어떤 힘이 몸에 들어왔다. 마력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또한 거대한 힘이라서 약간이나마 감지가 가능했다.

    마력은 아니지만 아예 마력이 아닌 것도 아니었다. 마력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무언가였다.

    어쩌면 그게 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힘인지도 모른다.

    [용의 축복(A)]

    [모든 능력치를 최소 5%, 최대 50% 상승시킨다. 상승률과 지속시간은 숙련도에 따른다. 일부 능력이 봉인되어 있다.][봉인][봉인]

    그때 얻었던 것과 똑같은 스킬이었다.

    저 봉인은 별 거 아니다. 레벨을 올리면 저절로 풀린다.

    첫 번째 봉인 스킬은 공격력과 방어력을 높이는 스킬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봉인 스킬은 치명타 확률이나 치명타 공격력 등, 능력치 정보로 확인할 수 없는 다양한 것들을 높여주는 스킬이었다.

    봉인이 전부 풀리면 축복 한 방에 저 모든 것이 다 걸리는 셈이었다.

    정말 굉장한 스킬이었다. 이 스킬이 없었다면 마르바스가 있던 마지막 던전은커녕 그 던전을 열기 위해 박살 냈던 열 개의 하위 던전도 못 들어갔을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축복으로 강해진 상태로 싸웠고, 위험할 때마다 터지는 치료폭탄과 상태이상을 치료하는 회복 스킬의 힘을 이용해 던전을 정복해 나갔다.

    강하진의 위상은 당연히 최고였다. 실질적으로 팀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도 강하진이 맡았다.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때는 그렇게 믿었다.

    “뭐, 그딴 거 생각해서 뭐해. 이번엔 같이 하지도 않을 텐데.”

    같이 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철저하게 무너뜨릴 것이다. 물론 당장은 힘들다. 그들이 가진 힘은 보통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결국은 강하진이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다. 무슨 수를 쓰든 그렇게 만들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던전히 사라지길 기다리고 있을 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정보가 눈앞에 불쑥 떠올랐다.

    [칭호 ‘최초로 각성 던전을 완전정복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응?”

    최초로 각성 던전을 완전정복한 자라니. 설마 이런 칭호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럼······ 각성 던전이 또 있다는 뜻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러니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거 아니겠는가.

    [최초로 각성 던전을 완전정복한 자]

    [각성 던전이 존재하게 된 이후 처음으로 완전정복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한계 레벨을 3차까지 무시할 수 있다.]

    “한계 레벨? 레벨에 한계가 있었어?”

    전혀 몰랐던 사실이다. 사실 한계 레벨이 몇인지도 모른다. 아직 거기까지 도달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니까.

    회귀 전 강하진의 레벨은 479였고, 당시 세계 최고라던 제이슨의 레벨이 786이었다.

    강하진은 피식 웃고는 대충 넘겼다. 어차피 벌어지지도 않을 일에 대해 의미를 둬봐야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복수를 마치고 이 세상에서 던전이라는 걸 모조리 없앤 뒤에는 어디 조용한 곳에서 남은 삶을 즐길 생각이었다.

    칭호까지 받았는데도 던전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신 바닥에서 천사 석상이 천천히 올라왔다.

    “뭐야, 저걸로 치료하고 나가라는 건가? 원래 자동으로 치료해 주는 거 아니었어?”

    강하진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석상에 다가갔다. 아니, 다가가려 했다.

    그 순간, 석상이 우그러들기 시작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꽈드드득!

    석상이 우그러들었다. 아니, 압축되고 있었다. 마치 중심에 블랙홀이 생겨서 그쪽으로 석상만 빨려 들어가는 듯한 광경이었다.

    강하진은 눈을 부릅뜨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아니, 거기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가진 모든 감각을 동원해 확인했다.

    마력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예 마력의 유동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직 강하진이 알지 못하는 상위 차원의 어떤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게 뭔지, 또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모른다.

    ‘한계 레벨을 돌파하면 알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는 눈앞의 광경에 집중했다.

    천사 석상이 압축되어 만들어진 건, 작은 반지였다.

    반지는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강하진은 가까이 다가가 반지를 쥐었다. 완전정복에 대한 보상인 모양이었다.

    처음 석상의 정보를 확인했을 때가 떠올랐다.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걸 제외하면 사기도 그런 사기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아이템이었다.

    이제 반지가 되어 이동이 가능해졌으니 대체 어떤 등급일지 궁금해졌다.

    모양 자체는 평범한 금반지였다. 다만, 표면에 천사 모양이 정교하게 음각되어 있었다.

    [천사의 반지]

    [등급 - 전설]

    [사용자 강하진의 육체 및 마력을 최상의 상태로 만든다. 신체의 모든 상태이상을 회복하고 그 어떤 상처나 병이라도 완벽하게 치료한다. 7일에 1회 사용할 수 있다.][봉인]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강하진의 눈빛이 깊어졌다.

    일단 쿨타임이 생겼다. 무려 7일이다. 능력이 대단하긴 하지만 7일에 한 번 쓸 수 있는 정도라면 전설이라는 등급이 너무 아깝다.

    ‘그렇다는 건 저 봉인에 뭔가 대단한 능력이 담겨 있다는 뜻인데······.’

    봉인을 푸는 방법은 차츰 알아보기로 했다.

    한창 반지를 살피고 있을 때, 던전이 사라졌다. 몸에 있던 자잘한 상처가 말끔히 사라졌고, 마력도 모두 회복되었다.

    몸에 힘이 끓어 넘쳤다.

    강하진은 주위를 둘러봤다. 앞에 절벽이 보였다. 정확히 예전에 각성 던전에 들어갔던 바로 그 자리였다.

    막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물론 절벽과 숲에 가려 해를 볼 수는 없지만, 사방으로 뿌려진 빛이 숲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자신이 이 광경을 예전에도 봤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회귀 전에도 각성 던전에서 나왔을 때, 딱 이랬다. 해가 막 떠오를 때 나와서 살아남은 것과 각성했다는 두 가지 사실 때문에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이유로 가슴이 뛰었다.

    “이 새끼들 내가 절대 가만 안 둔다.”

    강하진은 주위를 슥 훑어봤다.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스마트폰이 보였다. 그리고 약간 떨어진 곳에 놓인 지갑과 열쇠 등의 소지품도 보였다.

    회귀 전에는 저걸 찾기 전에 절벽부터 기어 올라가는 바람에 제법 고생을 했다.

    이번엔 그럴 일 없을 것이다.

    자신의 소지품을 싹 수거한 강하진은 절벽 위로 훌쩍 뛰어 올랐다.

    발끝으로 절벽에 조금이라도 튀어나온 부분을 툭툭 찍으로 위로 쭉쭉 올라갔다.

    경지에 이른 마력 컨트롤 능력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낼 기술이었다.

    * * *

    산에서 내려온 강하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각성자 관리청에 가서 각성 사실을 신고하고 각성자 등록을 하는 일이었다.

    집에도 들르지 않고 곧장 이리로 왔다.

    모든 각성자는 각성자 관리청에 반드시 신고하게 되어 있었다.

    그렇게 각성자로 등록을 해둬야 던전에 출입할 자격을 획득하기 편하다.

    던전에는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었다. 다만 던전의 환경에 일반인들이 버티기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어쨌든 일반인도 던전에 들어갈 자격을 획득하는 게 가능했다. 다만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할 뿐이었다. 돈도 많이 들어가고.

    던전이라는 것이 등장하고 각성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 벌써 5년 가까이 됐다.

    처음에는 무수한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안정되었다.

    세계 각국에 각성자를 관리하는 정부 기관이 생겨났고, 각성자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자들도 생겨났다.

    던전에 대한 연구가 광범위하고 깊어졌고, 생각보다 빠른 시기에 아웃풋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던전과 각성자가 세상 깊숙한 곳에 뿌리를 내렸다.

    어떻게 각성하는지, 각성자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어설픈 힌트조차 찾지 못한 상태였다.

    필요하지만 양산할 수 없는 존재이니 각성자가 얼마나 중요하겠는가.

    일반인이 각성할 확률은 아주 낮았지만 인구가 많으니 각성자의 수는 생각보다 적지 않았다.

    한국에만 해도 각성자의 수가 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 만 명이 전부 떼돈을 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일단 각성자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미래가 보장되었다 할 수 있었다.

    테스트를 받고 나오는 강하진을 다들 딱 그런 시선으로 바라봤다.

    아직 결과는 안 나왔지만, 테스트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각성의 증거였다.

    “결과를 분석하는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보통 30분 정도면 끝나는데 경우에 따라서 1시간이 넘을 수도 있으니 참고해 주십시오. 그럼 저쪽 휴게실에서 커피라도 한 잔 하고 계시죠.”

    관리청 직원이 강하진에게 정중히 말했다. 직원은 직접 강하진을 휴게실로 안내했다. 심지어 커피까지 내려주고 간단한 다과까지 준비해 주었다.

    “혹시 궁금한 거 있으시면 물어보십시오.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성심성의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아마 웬만한 각성자보다 제가 아는 게 더 많을 겁니다. 관리청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일했거든요.”

    강하진은 그가 왜 이렇게 친절하게 구는지, 속셈이 뭔지 훤히 알고 있었다.

    아마 몇몇 길드나 대기업과 커넥션이 있을 것이다. 각성자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은근슬쩍 그쪽에 대한 호감을 갖도록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 직원은 회귀 전에 강하진을 상대하던 직원이 아니었다. 그때는 지친 정신을 추스르느라 이틀이나 집에서 쉬었다.

    당시 안내한 사람은 아주 예쁜 여직원이었는데, 이번엔 깔끔하게 생긴 남자 직원이다.

    “커피 맛있네요.”

    “그 커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건 각성자들뿐입니다. 일반인은 아무리 마셔도 그 맛을 못 느끼죠. 전 이걸 마셔봐야 맹물이랑 큰 차이를 못 느낍니다.”

    “신기하네요.”

    물론 강하진은 알고 있었다. 이 커피에는 마력이 담겨 있었다. 미각을 자극하는 종류의 마력이. 각성자는 그 자극 때문에 훨씬 복잡미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강하진은 한동안 커피를 음미했다. 나중에는 이보다 훨씬 더 맛과 향이 뛰어난 각성자용 커피가 나온다. 심지어 그때는 일반인들에게도 그 맛과 향을 전해줄 수 있게 된다.

    ‘한······ 5년쯤 더 있으면 나오겠군.’

    아직 던전에 대한 위험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시기였다. 2년쯤 더 지나면 재앙이 터진다.

    그 뒤에 본격적으로 던전과의 전쟁이 시작되고 말이다.

    강하진은 차분히 커피를 음미하며 자신이 그때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관리청 직원은 겉으로 내색은 전혀 안 했지만 그런 강하진을 보며 속으로 안절부절못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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