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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3화 (3/200)
  • < 각성 던전을 완벽히 공략하라 2 >

    [이름 : 강하진]

    [레벨 : 2]

    [힘 : 10, 민첩 : 12, 체력 : 9, 정신력 : 72, 마력 : 19]

    [엿보기(A), 능력은폐(A)]

    자신의 정보를 확인한 강하진의 눈이 커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능력치가 굉장히 높았다.

    엿보기 스킬로 확인한 정보는 칭호나 장비, 스킬의 효과로 인해 추가된 능력치는 반영되지 않았다.

    일단 보통 성인의 순수한 평균 능력치는 5정도였다. 한데 저 말도 안 되는 수치의 정신력은 뭐란 말인가.

    “정신력 72?”

    마력이 19인 것도 사실 굉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정신력 72를 보고 나니 오히려 평범해 보였다.

    잠깐 놀라긴 했지만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이유야 얼마든지 추측이 가능하다. 일단 강하진은 죽었다가 되살아났다. 그리고 과거로 회귀했다.

    죽음을 경험했으니 정신력이 높아졌을 것이다. 또한 정신력이라는 건 다른 능력에 비해 경험이 많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미래가 될 과거의 치열한 경험이 저 정도 가치를 갖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마력은 레벨이 오르면서 같이 오른 것 같고.’

    아무리 홀로 각성했다고 해도 처음부터 마력이 높을 수는 없었다. 마력 역시 사람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처음 시작은 대부분 5였다.

    그리고 레벨이 오르면 자동으로 능력치가 성장한다. 오르는 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보통은 총 3정도의 능력치가 적당히 분배된다.

    ‘그러고 보니, 힘이랑 민첩도 많이 오른 거 같은데?’

    처음 각성했을 때, 기본 능력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평균 이하였던 건 분명히 기억났다. 그나마 민첩이 좀 나아서 다행이라고 여겼던 감정도 슬그머니 떠올랐다.

    “뭐, 능력치 많이 오르면 좋지.”

    일단 기분 좋게 넘겼다. 지금은 능력치나 분석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무리 느긋하게 마음먹었다고 해도 여기서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게 전혀 없었으니까.

    정보에 보이는 스킬도 지금은 딱히 쓸 필요가 있을 것 같지는 않고 말이다.

    강하진은 석실 구석에 둥둥 떠 있는 빛나는 구슬을 향해 다가갔다.

    이제 열심히 거인 좀비를 잡은 대가를 받을 차례였다.

    “쓸 만한 게 나왔으면 좋겠는데······.”

    물론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 각성 던전 안에 이런 석실이 얼마나 많은데 여기서 큰 걸 바라겠는가. 그저 적당히 쓸 만한 스킬 하나만 얻으면 된다.

    강하진은 정신을 가다듬고 구슬을 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의념을 집중해 구슬에서 뭔가를 뽑아내는 상상을 했다.

    쑤아아악!

    그런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것 같았다. 물론 진짜 소리가 난 건 아니고 느낌만 났을 뿐이다.

    구슬에서 뭔가가 쑥 뽑혀서 손을 타고 몸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순간 구슬이 빛을 잃었다.

    파삭!

    빛이 사라진 구슬은 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되었다.

    강하진은 손에서 사라져가는 감각에 잠시 멍하니 손바닥을 들여다봤다.

    결국 가루도 남지 않고 모조리 사라져 버렸다.

    “원래는 안 이랬던 거 같은데······.”

    원래 안 이랬다기보다는 그때는 이렇게까지 할 수 없었다는 게 정답일 것이다.

    강하진은 신기한 표정으로 방금 뭘 얻었는지 확인해봤다.

    [강인함(P)]

    [힘과 체력, 방어력을 소폭 상승시킨다. 숙련도에 따라 상승률이 증가한다.]

    “애매한 스킬이네. 그나저나 숙련도를 어떻게 상승시키는 거지?”

    능력도 애매한데 설명도 애매하다. 하지만 스킬이라는 것은, 특히 이런 패시브 스킬은 다다익선이다.

    강하진은 약간의 힘을 더 얻었다는 것에 만족하고 석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다음 석실을 찾아갔다.

    * * *

    미로가 복잡하지 않은 만큼 막다른 길도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게 여섯 개의 석실을 더 돌아본 강하진은 드디어 막다른 길이 아닌, 길 한복판에 있는 석실에 들어섰다.

    예전에는 이 석실에서 힐링 스킬 하나를 얻었다.

    “그때 여기서 얻은 게······ 치료폭탄이었지.”

    석실 중앙에 빛나는 구슬이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아마 회귀 전에 얻은 세 가지 힐링 중에서 이 방에서 얻은 스킬이 가장 제대로 된 스킬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진짜 사력을 다해 저 구슬을 쥐었으니까.

    강하진은 돌멩이 하나를 휙 던졌다.

    철컥!

    날카로운 가시가 바닥에서 촘촘히 솟아났다. 아마 아무생각 없이 저 안에 들어가면 온몸이 가시에 꿰어 죽을 것이다.

    그때도 우연히 발끝에 걸린 돌멩이가 아니었다면 멋모르고 안에 들어갔을 것이다.

    여길 지나가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허공에 뜬 저 구슬을 이용하는 것이다.

    도움닫기로 점프해 저 구슬을 쥐고 달려가는 힘을 이용해 석실 건너편으로 넘어가면 된다.

    회귀 전에는 정말 아슬아슬했다. 구슬이 자신의 무게를 버텨줄 수 있을지 불안하기도 했고.

    어쨌든 구슬에 자신을 온전히 맡겼고, 아주 멋지게 여길 뛰어넘을 수 있었다.

    물론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저 구슬에 담긴 힘을 완벽하게 빨아들이려면 그때처럼 그저 꽉 쥐고 손잡이로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까.

    강하진은 석실로 다가가 경계에 섰다. 그리고 몸속 마력을 다리로 보냈다. 다리에만 집중해선 안 된다. 그 충격을 몸이 받아줄 수 있도록 온몸 구석구석 골고루 보내야 한다.

    발을 높이 들어 올린 강하진이 그대로 바닥을 찍었다.

    꽈아앙!

    마력이 가득 담긴 발구름이 바닥을 뭉갰다. 그리고 그 힘이 앞으로 치달아갔다.

    꽈드드득! 철컥! 철컥! 철컥!

    바닥이 부서지며 날카롭고 긴 가시가 바닥에서 솟아나왔다. 그 상태로 부서지는 바닥과 엉켜 각도가 비틀어졌다.

    그런 충격을 받았는데도 가시는 조금도 금이 가거나 휘지 않았다.

    정말 단단한 모양이었다.

    강하진은 뒤엉킨 가시 위로 올라가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구슬 아래에 서서 빛나는 구슬을 손에 쥐었다. 구슬에 담긴 힘이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이내 구슬이 파삭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강하진은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새로 얻은 스킬을 확인했다.

    [치료폭탄(A)]

    [압축한 마력에 치료의 힘을 담아 폭발시킨다. 일반적인 치료보다 효율이 뛰어나다. 담긴 마력의 양에 따라 폭발 반경이 정해진다. 반경 내의 모든 존재에게 치료의 힘이 적용된다.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치료의 힘이 약해진다. 치료효율, 폭발 반경은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성장한다. 원격 치료와 연계해 사용할 수 있다.]

    바로 이 스킬이 회귀 전의 강하진을 세계 제일의 레이드 팀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만들어준 이유 중 하나였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펑펑 터지는 강력한 치료 스킬은 레이드 팀의 성공 확률을 극단적으로 높여 주었으니까.

    한데 이번에 얻은 스킬은 그때와는 좀 달랐다. 일단 효율 자체가 약간이지만 더 높아졌다. 숫자로 명확히 표시된 건 아니지만 스킬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그랬다.

    “하여튼 여기서 얻은 스킬은 명확하지가 않아서 좀 짜증나.”

    그리고 그때는 없던 글귀가 있었다.

    “원격 치료라······.”

    당연히 회귀 전에 그 스킬 역시 얻었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효율이 떨어져서 쓸모가 없었다. 치료폭탄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치료 스킬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 발현된다. 예외가 바로 치료폭탄이었다. 범위 안에 있으면 간접적인 방법으로 치료가 되니까.

    그 제약을 없애주는 것이 바로 원격치료였다.

    회귀 전에는 숙련도를 많이 올리지 않아서 한계 거리를 알진 못하지만, 제법 먼 거리에서도 치료가 가능했다.

    ‘그걸 치료폭탄이랑 같이 쓸 수 있다면······.’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 가능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강하진은 이내 피식 웃으며 돌아섰다.

    ‘내가 과연 그걸 쓸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회귀 전에 워낙 거하게 뒤통수를 맞았기에 당분간은 누구와도 같이 다닐 생각이 없었다.

    어쩌면 나중에도 혼자서 다닐지 모른다. 그때 원격 치료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아니지. 치료 스킬을 공격으로 쓰게 되면 얘기가 좀 달라지지.’

    예를 들어 언데드라거나.

    아직 이 각성 던전 안에도 싸워야 할 언데드가 남아 있으니 그때 제대로 확인해 보면 될 듯했다.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던전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떨어진 체력과 마력, 그리고 자잘하게 입은 부상을 치료할 시간이었다.

    * * *

    강하진은 피투성이가 된 채 천사 석상 앞에 섰다.

    이번에는 정말 위험했다. 상처가 많지는 않았지만 하나하나가 깊었다.

    체력과 마력도 바닥이었다. 배는 또 어찌나 고픈지 참기 어려울 정도였다.

    강하진은 석상에 손을 얹었다.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와 강하진의 몸으로 들어갔다.

    치료는 한참 동안 이어졌다. 처음 치료 받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물론 상처가 깊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치료 시간이 너무 길었다.

    이내 치료가 끝났다. 빛이 사라진 석상에서 손을 뗀 강하진이 석상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중얼거렸다.

    “왠지······ 치료를 할 때마다 석상의 힘이 약해지는 것 같은데?”

    하지만 시스템을 통해 매번 정보를 확인해도 석상의 정보는 그대로였다.

    강하진은 어쩌면 이 석상이 조만간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상관없지. 이제 진짜 끝났으니까.”

    그동안 이 각성 던전을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처음에는 구조가 단순하고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고 여겼는데, 막상 해보니 꼭 그런 건 아니었다.

    숨겨진 장소가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번 지났던 길이나 방도 다시 몇 번이나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다 끝났다. 던전의 모든 곳을 완벽하게 끝장낸 것이다.

    이 던전에 남은 방은 딱 하나, 출구를 막고 있는 바로 그곳뿐이었다.

    회귀 전에는 손도 못 쓰고 그냥 도망치다가 간신히 빠져나갔던 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얘기가 다를 것이다.

    “적당한 무기가 있었으면 좀 더 쉽겠지만.”

    그래서 예전 함정 방에서 바닥에서 솟아난 가시를 뽑아가려고 했었다. 한데 어떻게 만들어 놓은 건지 절대 뽑거나 부러뜨릴 수가 없었기에 포기했다.

    강하진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지막 방으로 향했다.

    어느새 마지막 방의 경계에 도착한 강하진은 방 안을 들여다봤다.

    방 한 가운데에 웨어울프 두 마리가 서 있었다. 눈을 감고 있었는데, 강하진이 방에 들어가면 바로 눈을 뜰 것이다.

    현재 강하진의 레벨은 17. 사실 그 정도 레벨로 웨어울프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더구나 상대가 두 마리라면 절대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강하진은 평범한 17레벨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진짜 죽기 직전에 빠져나갔는데.”

    회귀 전의 기억이 문득 떠올라 피식 웃은 강하진은 방 안으로 성큼 들어갔다.

    두 마리 웨어울프가 동시에 눈을 떴다.

    크르르르.

    웨어울프들이 강하진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두 마리라서 진짜 도망가기 힘들었지. 다시 생각하니 좀 열 받는데?”

    그때 거의 팔 하나가 반쯤 날아갔었다. 여길 통과한 다음 각성 던전이 사라지면서 몸이 치유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각성했어도 죽었을 것이다.

    강하진은 잠시 옛 생각을 하다가 그대로 몸을 날렸다.

    손에 새파란 빛이 넘실거렸다.

    웨어울프 중 한 마리가 강하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머지 하나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서서 강하진이 옆으로 도망쳤을 때를 대비했다.

    이게 이 두 놈에게서 도망치기 어려운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게 오히려 강하진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애초에 그걸 노렸다.

    “크워어어!”

    웨어울프가 포효하며 손톱을 휘둘렀다.

    강하진은 고개를 살짝 숙이는 걸로 그걸 피하며 더욱 안으로 파고들었다.

    웨어울프는 자세가 무너져 균형이 흔들린 상태로 점프했다. 보통은 그렇게 하면 제대로 뛸 수 없겠지만, 웨어울프는 그렇지 않았다.

    강하진의 키보다 더 높이 점프한 웨어울프가 손톱을 날카롭게 세워서 강하진의 머리가 있는 쪽을 휘저었다.

    강하진은 엎드리다시피 해서 그 공격을 피한 후, 손으로 땅을 단단하게 지지한 다음 물구나무서듯 발을 위로 차올렸다.

    뻐억!

    “캐애앵!”

    배를 얻어맞은 웨어울프가 천장까지 날아갔다.

    퍼억!

    천장에 등을 부딪친 웨어울프가 빠르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강하진이 있었다.

    꽈득!

    강하진의 주먹이 웨어울프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지금까지 싸우면서 차곡차곡 주먹에 모은 마력을 단숨에 방출한 것이다.

    머리가 날아간 웨어울프에 서리가 끼기 시작하더니 이내 꽁꽁 얼어붙었다.

    강하진은 그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고 남은 한 마리 웨어울프를 보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이제 너 하나 남았네.”

    강하진의 입가가 즐거움으로 슬쩍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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