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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2화 (2/200)
  • < 각성 던전을 완벽히 공략하라 1 >

    “거기 맞네.”

    강하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반신반의 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석실과 그 중앙에 서 있는 천사 모양의 석상을 보고 나니, 실감이 났다.

    그러자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의 뒤통수를 때린 그놈들이 떠올랐다.

    “절대 가만 안 둔다.”

    아마 그놈들끼리만 작당한 게 아니리라. 제법 많은 기득권 세력이 얽혀 있을 것이다.

    강하진은 그 어느 하나 용서할 생각이 없었다. 그 모든 것을 박살 내버릴 작정이었다.

    물론 아직은 힘이 미약하니 섣불리 움직여선 안 된다. 하지만 인내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후우. 일단은 각성부터.”

    강하진은 눈을 빛냈다.

    이 던전에서의 각성은 정말 중요했다. 전생에서의 자신은 지나치게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던전이 각성을 위한 장소라고는 생각도 못했으니까.

    그래서 그때는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물론 싸우기도 했다. 중간에 힘이 주어졌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힘이 주어졌어도 그때의 강하진은 던전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이 던전이 얼마나 대단한 보물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급할 거 없어. 느긋하게.”

    강하진은 일단 천사 석상으로 다가갔다. 예전에는 그냥 감탄 한 번 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각성 던전에 이런 석상이 아무 이유 없이 서 있을까?

    강하진은 석상에 다가가 그것을 유심히 관찰했다. 곳곳을 만져보고 쓰다듬어서 질감도 확인하고 혹시 놓친 건 없는지 세심히 살펴봤다.

    아무리 살펴보고 만져 봐도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석상인 것 같았다.

    하지만 강하진의 직감이 이 석상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했다. 분명히 뭔가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이 석상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마력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력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마력에 대한 감각 자체가 머릿속에서 사라진 건 아니었다.

    강하진은 즉시 마력을 다루는 느낌으로 석상을 쓰다듬었다. 마력을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감각을 강제로 일깨웠다.

    아직 시스템에 연결되기 전이니 마력 기관이 몸에 생겨나지 않았겠지만, 그래도 일단 시도해봤다.

    전생에서 10년이 넘는 세월을 마력과 함께 살아왔다.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마력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석상을 쓰다듬었을까. 갑자기 석상에서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강하진의 눈이 커다래졌다. 석상의 빛이 모조리 강하진에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몸에 남아 있던 극심한 통증이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마치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불어 강하진을 함께 괴롭히고 있던 지독한 배고픔과 목마름도 사라졌다.

    “대박.”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예전에 무수히 이 던전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세웠던 가설이 맞아 떨어졌다는 것 역시 알 수 있었다.

    이런 석상을 여기 갖다 놓은 이유가 뭐겠는가. 이 던전에서 아주 오랫동안 지내야 한다는 뜻이다.

    석상에 손을 댄 채로 잠시 감탄하던 강하진은 문득 또 한 가지가 떠올랐다.

    지금 자신의 몸은 마력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인 상태였다. 아니나 다를까, 몸 내부를 관조해 보니, 기초 마력기관이 어설프게나마 형성되어 있었다.

    드디어 마력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예전처럼 자유자재로 쓰려면 마력기관을 좀 더 제대로 만들어야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마력을 얻었다면, 이 상태에서 시스템에 연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시스템이라는 건 각성의 순간 연결된다. 하지만 강하진에게는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스템을 이용한 감각이 여전히 생생했다.

    게다가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어마어마하게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굳이 각성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금 자신이 직접 시스템에 연결해 버리면 이 각성의 던전을 완전정복 하는 데 아주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시간을 끌 이유가 없기에 강하진은 일단 마력을 뽑아내 시스템에 연결해봤다.

    물론 시스템이 마력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었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힘은 마력보다 몇 차원 위의 힘이었다.

    하지만 마력을 기준으로 시스템에 대한 감각만 이용해서 연결을 시도할 수는 있었다.

    강하진은 석상에 손을 댄 채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어느새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강하진은 그렇게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석상이 몇 번이나 빛을 뿜어냈고, 그 빛이 강하진의 몸에 스며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강하진이 서서히 무아지경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석상에서 손을 뗐다.

    그 순간 눈앞에 정보창이 툭 떠올랐다.

    [시스템에 연결되었습니다.]

    [올바른 접속 경로가 아닙니다. 인증 요청 중. 허가되었습니다.]

    [시스템 접속권을 획득했습니다.]

    [기초 마력기관이 생성되었습니다.]

    [칭호 ‘스스로 각성한 자’를 획득했습니다.]

    [칭호 ‘뒷문으로 들어간 자’를 획득했습니다.]

    강하진은 눈앞에 떠오른 글귀를 멍하니 쳐다봤다.

    이 글귀는 망막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시신경에 직접 주입되는 정보였다.

    그러니 내용을 다른 사람이 절대 확인할 수 없었다.

    “이게 다 뭐지?”

    칭호라는 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보통은 각성의 순간 칭호를 얻는 일은 없다.

    하지만 강하진은 무려 두 개나 되는 칭호를 각성과 동시에 얻었다.

    일단 받은 칭호를 확인해봤다.

    [스스로 각성한 자]

    [시스템의 도움 없이 스스로 각성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모든 능력치+10, 기본공격력+10%, 기본방어력+10%, 능력은폐]

    칭호 설명 마지막에 붙은 능력은폐라는 건 칭호에 따라붙는 스킬이었다.

    [능력은폐]

    [각성한 자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감출 수 있다.]

    설명만으로는 어떤 스킬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이걸 여기서 알아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대충 확인만 하고 넘어갔다.

    [뒷문으로 들어간 자]

    [정해지지 않은 방식으로 시스템과 연결한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원래 존재치 않았으나, 최초 성공과 함께 생성되었다. 모든 방어력을 30% 무시한다. 치명타확률+30%, 치명타피해+300%, 엿보기]

    역시 여기서도 엿보기라는 건 칭호에 붙은 스킬이었다.

    [엿보기]

    [시스템의 뒷문을 통해 정보를 엿본다.]

    역시나 이 설명만으로는 정확히 어떤 스킬인지 완벽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굉장히 유용한 스킬임은 분명했다. 시스템의 정보를 엿볼 수 있다는 건 말 그대로 사기에 가까운 능력이니까.

    강하진은 일단 눈앞에 보이는 정보를 지웠다. 그리고 천사 석상을 다시 쳐다봤다.

    [회복의 조각상]

    [등급 - 전설]

    [손을 대는 것만으로 육체 및 마력을 최상의 상태로 만든다. 신체의 모든 상태이상을 회복하고 그 어떤 상처나 병이라도 완벽하게 치료한다. 석상의 위치가 변경되면 능력을 상실한다.]

    시스템과 연결되어서 그런지 아이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굉장한 아이템이었다. 그저 손을 대는 것만으로 모든 상태이상과 부상을 치료할 수 있다니.

    게다가 제한도 없다. 보통 이런 아이템에는 쿨타임이 붙는 법인데, 그런 것도 없지 않은가.

    만일 크기가 작고, 이동이 가능했다면 고작 전설 급이 아니라, 최소 반신급은 되었으리라.

    “그때는 왜 이런 것도 확인하지 않았는지······ 쯧.”

    물론 회귀 전에는 이걸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이 석상을 발견했을 때는 각성하기 전이었으니까.

    만일 알았다면 지난 삶이 좀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제 진짜로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네.”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든다는 건 앞으로 배고픔이나 탈진에 허덕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강하진은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이 각성 던전의 공략계획을 차분히 세운 다음 앞으로 크게 한 발 내디뎠다.

    이제부터 진짜 공략 시작이다.

    * * *

    각성 던전은 복잡하지 않은 미로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미로의 막다른 곳에는 반드시 커다란 방 하나가 있었다.

    그 방에는 괴물이 있었고, 괴물이 지키는 빛나는 구슬이 있었다. 허공에 둥둥 떠서 빛을 뿌리는 구슬인데, 그걸 그저 꽉 쥐기만 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으려면 집중이 필요했다.

    구슬 안에는 힘이 꽉 채워져 있는데, 제대로 의념을 집중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처럼 힘의 껍데기만 가져가게 되니까.

    괴물이 있는 방은 막다른 곳에만 있는 게 아니라, 미로의 중간, 그러니까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에도 있었다.

    정확히 세 개였는데, 그래서 예전 삶에서 총 세 개의 구슬을 손에 넣었다.

    하지만 셋 다 제대로 된 힘은 아니었다.

    이 던전에서 강하진이 제대로 얻은 힘은 딱 하나, 던전의 마지막을 통과해서 얻어낸 버프 스킬뿐이었다.

    세 개의 구슬로 얻었던 힘은 전부 치료와 관계된 스킬이었는데, 덕분에 강하진은 힐러이자 버퍼로 제법 화려한 각성자의 삶을 살았다.

    마지막에 뒤통수 맞아 죽기 전까지는.

    강하진은 천사 석상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곳은 기억 속에서도 첫 번째로 들렀던 곳이었다.

    “그때는 괴물을 보자마자 얼어붙어서 하마터면 죽을 뻔했지.”

    이 방의 괴물은 썩어 문드러진 좀비였다. 문제는 그냥 좀비가 아니라 거인 좀비라는 점이었다.

    키가 3미터쯤 되는 거인이었는데, 애초에 근육으로 꽉 찬 몸이었는지, 썩어 문드러졌는데도 그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아니, 장난 아니었던 기억이 났다.

    몸에서 썩은 살점을 떼어서 휙휙 던지는 모습이 어찌나 기괴하고 무서웠는지 그대로 얼어붙어서 하마터면 썩은 살점에 맞아 죽을 뻔했다.

    물론 지금은 그럴 일이 없었다.

    강하진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거인 좀비의 위치와 시선부터 확인하고는 빠르게 움직였다.

    여기서 머뭇거리면 썩은 살점이 날아온다.

    우워어어어어!

    거인 좀비가 괴성을 내질렀다. 한데 소리가 나진 않았다. 공기가 흔들리는 파동만 덮쳐왔다. 저주파 파동이었는데, 실질적으로 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위험했다.

    강하진은 마력을 진동시켜 자신을 덮치는 저주파 파동을 상쇄했다.

    10년 이상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뤄오던 각성자였기에 가능한 기예였다.

    ‘그때 싸우려고 마음먹었으면 그냥 죽었겠네.’

    생각보다 강력한 저주파였다. 마력이 없다면 막아내기 쉽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일단 저주파를 막아낼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기회를 얻는 셈이었다. 거인 좀비는 저주파를 내뿜느라 몸이 살짝 경직된 상태였으니까.

    빠르게 다가간 강하진이 마력이 담긴 다리를 휘둘러 거인 좀비의 오금을 후려쳤다.

    푸각!

    살점이 후두둑 날아갔다. 그리고 연이어 발차기가 날아갔다. 당연히 마력이 담겨 있었다.

    빠각!

    거인 좀비의 종아리뼈가 깔끔하게 부러졌다. 중심을 잃어버린 거인 좀비가 기우뚱 하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쿠웅!

    거인 좀비가 몸부림치며 팔다리를 휘저었지만 강하진은 어느새 뒤로 물러난 뒤였다.

    그워어어어!

    거인 좀비는 아까 어떻게 당한 건지 잊어버렸는지 또 저주파를 내뿜었다.

    차라리 양손을 이용해 기어와서 공격하는 편이 훨씬 위협적이었을 텐데 말이다.

    강하진은 경직 상태에 들어간 거인 좀비에게 빠르게 다가가 이번엔 팔 하나를 깔끔하게 날려 버렸다. 그것도 잘린 자리와 같은 쪽을 날려버렸다.

    이제 기어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강하진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거인 좀비를 공략했다. 나머지 팔과 다리를 부쉈고, 마지막으로 머리를 날려 버리는 걸로 싸움이 끝났다.

    머리를 잃은 거인 좀비는 축 늘어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싸움의 끝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눈앞에 글귀가 떠올랐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강하진은 그제야 시스템에 등록된 자신의 정보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과 동시에 눈앞에 정보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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