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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레벨업-1화 (1/200)

< 한 대 맞은 뒤통수가 너무 아프다 >

“이게······ 무슨 짓이지?”

강하진은 피가 줄줄 흐르는 자신의 어깨를 꽉 쥐며 이를 악물고 앞을 노려봤다.

그의 앞에는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은 여섯 남녀가 서 있었다. 그 중 한가운데 서 있는 남자가 말을 툭 던졌다.

“별 거 아니야. 그냥······ 좀 방해가 돼서.”

“뭐?”

강하진이 어이없는 눈으로 방금 말을 한 남자를 노려봤다.

“나 없이······ 나 없이 너희들만으로 이 던전을 닫을 수 있을 것 같아? 10년 동안이나 이어진 이 싸움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불가능하지. 네 그 사기적인 버프랑 힐링이 없는데 이 지독한 던전을 어떻게 닫아?”

강하진이 피를 토하듯 외쳤다.

“그런데 왜 이러는 거야! 여길 닫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들 그래?”

남자가 피식 웃었다.

“어떻게 되는데?”

“뭐?”

“어떻게 되느냐고. 설마 이 던전 못 닫으면 세상이 망할 거라는 말을 진짜 믿은 건 아니지?”

생각지도 못한 말에 강하진이 멍하니 남자를 쳐다봤다.

“큭큭큭.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야. 세상이 망할 수도 있지. 하지만 길이라는 게 그렇잖아? 꼭 하나만 있는 게 아니야. 이 던전을 굳이 닫지 않고도 세상도 그냥 똑같이 굴러가게 할 수도 있더란 말이지.”

“말도 안 돼.”

강하진이 단호히 부정했다. 던전과 각성자를 비롯해 그 모든 것의 근간이 되는 시스템에 대해서는 세상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 던전을 닫지 않으면 던전의 왕이 세상으로 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고 무서운 재앙과 전쟁을 벌여야 한다.

그건 그저 던전이 열리고 안에 웅크리고 있던 괴물들이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네가 모든 걸 다 알아? 던전과 시스템에 대해 모든 걸 완벽하게 파악했다고 자신해?”

남자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걸 닫는다고? 이 던전을 닫으면 그 다음엔? 던전이 사라진 세상이 어떻게 될지 생각이나 해본 적 있어? 던전이 다 사라진다고! 시스템도 사라질 거고! 그럼 우린?”

강하진이 다급히 말했다.

“던전이 사라진다고 해서 시스템이 사라지진 않아!”

“글쎄, 과연 그럴까? 너 확신해?”

물론 확신하진 못한다. 하지만 분명히 그럴 거라 믿었다. 여러 정황과 정보를 통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으니까.

“분명히 그렇게 될 거야.”

강하진은 확신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남자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은 강하진의 뒤쪽에서 들려왔다.

“당연히 사라질 거다. 너희들의 힘도 모조리 나와 함께 사라지는 거지. 왜냐고? 시스템이 이 세상에 힘을 투영할 수 있는 통로가 바로 나니까.”

강하진은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천천히 돌아섰다.

거대한 존재가 온몸에서 검은 아우라를 풀풀 풍기며 서 있었다.

이 마지막 던전의 왕, 마르바스였다.

마르바스 주변으로 검은 오오라가 안개처럼 퍼져나갔다. 거기에 닿는 모든 것들이 썩어문드러졌다.

마르바스는 자신의 힘을 사방에 퍼트리며 눈앞에 있는 강하진을 내려다봤다.

“확실히······ 위험했겠군. 계약은 이루어졌다.”

마르바스의 말에 강하진을 몰아붙였던 여섯 사람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들은 계약이 이루어졌다는 말이 끝나자마자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강하진은 그들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대체 무슨 계약을 한 거야!”

이번에도 마르바스가 대답했다.

“내가 이 던전에서 나가지 않겠다는 계약이지. 대신 나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계약이고.”

어느새 여섯 사람이 던전을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그들의 기척이 완벽하게 사라졌다.

강하진은 허탈한 표정으로 마르마스를 쳐다봤다.

“나 하나 없어진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 널 죽이고 여길 닫을 거다.”

마르바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럴 일은 없다. 저들이 여길 보호해주기로 했거든. 난 굳이 여기서 나가지 않아도 돼. 어차피 지구의 던전은 전부 내 소유니까. 전쟁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너······ 뭔가를 감추고 있구나.”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 한두 가지는 있는 법이지. 나도 거기에 포함되고. 너도 그렇지 않은가?”

마르바스는 정말 즐거워 보였다.

“자, 이제 작별의 시간이다.”

마르바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오오라가 더욱 짙어지더니 이내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내 새까만 창이 되었다.

강하진은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간단히 죽어줄 것 같아?”

그는 부러진 검을 겨눴다. 치료 스킬은 쓸 수 없었다. 배신으로 인해 스킬이 봉인되었으니까.

하지만 버프 스킬은 여전히 쓸 수 있었다.

강하진은 부러진 검을 휘두르며 마르바스에게 달려들었다. 이를 악문 그의 입에서 피가 흘렀고, 부릅뜬 두 눈에 독기가 줄줄 흘렀다.

온갖 버프가 강하진의 몸에 스며들었다.

꽈앙!

힘과 힘이 충돌하며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마르바스는 깜짝 놀랐다. 강하진의 일격이 예상보다 훨씬 대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강하진의 한계였다.

퍼버벅!

강하진의 몸 곳곳에서 피가 터졌다.

“크으.”

강하진은 핏물을 온통 뒤집어 쓴 채 마르바스를 노려봤다.

마르바스는 강하진의 눈빛에 순간 가슴이 섬뜩해졌다.

하지만 그 섬뜩함은 금세 사라졌다.

강하진은 그렇게 서서 마르바스를 노려본 채로 숨이 끊어졌다.

“지독한 놈이로군.”

마르바스의 중얼거림과 함께 강하진의 몸이 가루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파스스스.

마지막 던전이라 불리는 마르바스의 던전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 * *

“크윽.”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아프지 않은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아픈 것 같았다.

강하진은 이를 악물어 고통을 참으며 천천히 눈을 떴다.

어두웠지만, 눈을 몇 번 깜빡이고 나니 서서히 시야가 열렸다.

밤하늘이 보였다. 달은 없었고, 별이 하늘 가득 촘촘히 박혀 있었다.

“으으윽.”

강하진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나무들이 보이고, 바위도 보였다. 밤이라 시야가 완벽하게 확보되진 않았지만 바로 앞에 절벽이 있는 모양이었다.

“대체······ 어떻게 살았지?”

꿈은 절대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후세계로 온 것 같지도 않았다. 온몸의 감각이 너무 생생했다.

“일단 부상부터 체크하고······.”

강하진은 몸의 이상을 정밀하게 체크하기 위해 마력을 움직였다.

하지만 마치 온몸의 마력이 한꺼번에 싹 빠져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한 방울의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몸이 얼마나 망가진 거야?”

마력이 아예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면 마력과 관계된 모든 기관이 싹 망가졌다는 뜻이다.

“하긴, 그 정도로 당했으니······.”

분명히 죽었을 거라고 여길 정도로 심각하게 당했으니 그 정도 부상을 입었다고 해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일단 마력은 전혀 안 움직이고······ 시스템은······.”

강하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시스템마저 요지부동이었다. 어쩌면 마력을 움직일 수 없어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게 맞을 거야. 시스템과 연결된 뒤로 마력을 잃어본 적이 없으니까.’

이번이 첫 경험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첫 번째 경험은 강렬한 법이다.

마력도 안 움직이고 시스템을 이용할 수도 없으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후우. 일단······ 여기가 어딘지 파악해야 하는데······.”

강하진은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봤다. 그러다가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어서 피식 웃었다.

“옛날생각 확 나네.”

그건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강렬한 기억이었다.

다름 아닌 강하진이 각성하던 순간의 기억이었으니까.

“그때 절벽에서 떨어졌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강하진이 말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봤다.

“설마······.”

설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 강렬했던 기억의 한 장면 같았다.

“그때 이 절벽이 갑자기 쫙 쪼개져서 정말 놀랐는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절벽에 벼락이 내리 꽂혔다.

꽈르릉!

쩌저적!

벼락 맞은 절벽이 쩍 쪼개졌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벼락에 맞았다고 절벽이 이런 식으로 쪼개져 도끼 자국이 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게 말이 됐다. 실제로는 벼락이 떨어진 게 아니라 던전이 열린 거였으니까. 그것도 아주 특별한 던전이.

그때와 아주 똑같았다.

쪼개진 절벽 틈으로 검게 일렁이는 포탈이 보였다.

강하진은 그 광경을 가만히 쳐다보며 헝클어진 머릿속을 가다듬었다.

‘너무 오래 돼서 기억이 완벽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와 아주 똑같은 상황 같은데?’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연히 같은 경험을 하게 되었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강하진의 생각은 그쪽보다는 다른 쪽으로 흘러갔다.

“설마······ 내가 과거로 돌아온 건가? 아니면 지금까지 겪은 모든 일이 꿈이었을까?”

가능성으로 따지면 후자가 더 확률이 높다. 하지만 왠지 자신이 과거로 돌아왔다는 쪽에 생각의 무게추가 자꾸 더해졌다.

기억을 갖고 과거로 돌아왔다면 다 말이 된다.

당시 절벽에서 떨어졌으니 이렇게 온몸이 부서질 듯 아픈 건 당연하고, 각성하기 전이니 마력도 없을 테고, 시스템 역시 당연히 연결되지 않았을 테니까.

강하진은 절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원래 던전 포탈은 이런 식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 이 던전이 특별한 것이다.

다른 던전과 달리 이 던전은 들어가는 순간 각성의 과정에 들어간다.

던전을 클리어 하고 나면 각성이 마무리 되는 것이다.

“이렇게 기회가 다시 올 줄은 몰랐는데······.”

강하진은 10년 넘게 각성자 생활을 하면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던전을 떠올렸다.

그때 이렇게 할 걸, 그 상황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 나갔다면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들 말이다.

어찌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지, 사실 던전에 들어가기 전의 이 강렬한 기억보다 던전 안에서의 기억이 훨씬 많이 남아 있었다.

이게 정말 그때 그 던전일까?

강하진은 그런 생각을 하며, 또 그랬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한껏 품으며 던전 포탈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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